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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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10
기체에 실린 항공유 유폭이다.
뒤엉킨 두 대의 비행기가 맹렬히 타 올랐다.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꽝하는 굉음이 울리며 커다란 불덩어리가 튀어나왔다. 동체에서 떨어져 나온 스카이 트레인의 주익이다. 포탄처럼 날아간 주익이 항공유 공급 차량을 덮쳤다.
항공기의 연료탱크 위치는 주익 내부에 있다.
항공기가 비행하는 원리는 간단하다. 주익의 양력이 동체하중보다 크기 때문이다. 동체의 하중을 줄이기 위해 주익에 연료 탱크를 설치한다. 민간 항공기의 연료 탱크는 대부분 박스 빔 형태다. 군용기와 달리 연료 누출이나 유폭에 취약한 구조다.
튕겨나간 거대한 비행 날개가 유류 탱크에 창날처럼 꽂혔다.
콰앙- 지금까지와는 치원이 다른 폭발이 일어났다. 불똥이 자욱이 튀어 올라 주기장과 활주로를 덮었다. 사이렌 소리, 고함소리, 계속되는 폭발음, 쉭쉭거리는 후발풍이 뒤섞였다. 2차 화재가 발생한 파야 공항은 졸지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느긋하니 낙하중인 오셀롯의 얼굴에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로마를 불 지르고 발코니에서 시를 낭송했다는 네로라는 인간이 이해되었다.
“인간 사냥 다음으로 재미있군. 제대로 화끈하게 해 봐야겠어.”
끔찍한 소리를 태연하게 하는 오셀롯이다. 파야 공항에서 재미를 느낀 오셀롯은 제대로 사고를 치게 된다.
오셀롯은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를 하는 인간이 불에 타 죽는 생쥐와 벌레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넘실대는 불길과 아우성치는 인간은 그냥 볼거리에 불과할 따름이다.
지표 50m상공, 오셀롯이 왼손을 휘둘렀다.
칼날처럼 예리한 손톱이 50mm쯤 빠져나왔다. 관절이 비상식적으로 꺾이며 손이 목뒤로 돌아갔다. 산줄이 두둑 끊어졌다.
캐노피와 인간은 각자 자유를 찾았다.
캐노피는 바람에 날려 가고, 중력에 끌린 인간은 지표로 쇄도했다. 퍼엉- 먼지가 자욱이 날렸다. 적지 않은 충격을 라텍스보다 유연한 관절이 흡수했다.
“인간의 발명품은 진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지만 편리하긴 해. 인간은 모순 덩어리지. 나도 모순 덩어리인가!”
그는 중얼거리며 창고가 줄지어 늘어선 보세 구역으로 향했다. 파야는 아프리카 대륙 깊숙이 위치한 오지다. 비행장이 있기에 망정이지, 은자메나에서 육로로 이동해야 했으면 그는 의뢰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이다. 깔끔한 오셀롯은 지프를 끌고 몇 날 며칠간 모래 먼지를 덮어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보세 구역은 늦은 밤임에도 트럭 몇 대가 화물을 적재하고 있었다.
‘적당해.’
보세 구역을 빠져 나오는 닷지 트럭이 눈에 띄었다. 트럭 짐칸에 검은 그림자가 스르륵 스며들었다. 사신의 강림을 알 리 없는 트럭은 공항을 빠져 나와 속력을 높였다.
삐드득- 금속이 우그러지는 날카로운 소음이다.
“뭐야?”
뒤를 돌아 본 운전사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짐칸과 구분된 격벽이 찢어지고 있었다. 하얀 손 두 개가 종이 찢듯이 철판을 좌우로 찢어 발겼다.
“리우허, 리우허!”
운전수가 미친 듯이 비명을 질렀다. 트럭이 갈지자로 비틀거렸다.
“인간, 앞을 봐라!”
나른하다 못해 잠이 올 것 같은 목소리다.
운전수의 비명이 딱 그쳤다. 낮은 음성이 고막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뇌에 콕 틀어 박혔다. 극도의 공포 속에 의식이 명료해졌다.
상대의 말이 천상에서 내려오는 신의 계시로 들렸다. 강력한 저주파 음으로 인간의 뇌파와 의식을 휘젓는 오셀롯의 스킬이다. 살상 능력은 없지만 의지가 약한 인간을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다.
“호텔이 어디 있나?”
“시 시퉁가에 있습니다.”
운전수가 지체 없이 대답했다.
“다른 곳에도 호텔이 있나?”
“파야에 호텔은 메르엔밖에 없습니다.”
“좋아, 운전해.”
공포에 사로잡힌 운전수는 대답도 못하고 엑셀을 밟았다.
레 메르엔 호텔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다.
호텔까지 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곳에 있단 말이지.’
어둠속에서 레 메르엔 호텔을 바라보는 눈동자 한 쌍이 빛을 뿜었다. 수사적이 아니라 실제로 야행성 맹수처럼 시퍼런 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셀롯이 포켓에서 레이벤을 꺼내 걸쳤다. 짙은 흑색 렌즈가 섬뜩한 눈빛을 가렸다.
“수고했다.”
트럭 운전사가 흠칫 몸을 떨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신의 음성이 아니다. 진득한 살기가 어린 음성이다.
“살려 주시오.”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하는군.”
오셀롯의 시선이 운전석 전면 유리창에 매달려 달랑거리던 미스바하를 향했다.
“나약한 인간이 의지하는 존재의 신물인가! 어리석은 것들!”
줄이 툭 끊어진 미스바하가 오셀롯의 손에 들어갔다.
“예쁘게 만들었군. 선혈로 채색되면 더 예쁠 거야.”
빡-
미스바하가 운전사의 이마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슬람의 미스바하는 카톨릭의 묵주와 비슷하다.
미스바하에는 십자가대신 꾸란이 매달려 있다. 수정으로 만든 꾸란 이미테이션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오셀롯은 의뢰자를 머리에 떠 올렸다.
타와르가는 어차피 가명일게 뻔했다. 특급 암살자들은 의뢰자의 신분을 암암리에 확인한다. 오셀롯은 의뢰자도 타킷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보신책 따위는 교활하고 약해 빠진 인간들이나 할 짓이다.
살인은 어차피 취미 생활이자 유일한 도락이다.
죽인다는 행위와 죽이는 과정이 중요할 뿐, 잡다한 환경 요소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 의뢰비도 인간 세상에서 불편 없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할 뿐이다.
“돈을 받았으니 돈값을 해야지.”
오셀롯이 느긋하니 호텔 현관을 들어섰다.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이다.
데스크에 코를 박고 잠든 흑인의 뒷목을 잡아가던 오셀롯이 손을 거두었다. 펄떡거리는 먹이가 여덟이나 있다. 쓸데없는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막상 손대려니 놈이 너무 지저분했다. 목덜미에 질척하니 흘러내리는 땀이 순간적으로 살육 욕구를 싹 가시게 했다. 오셀롯이 진저리를 치고 장미꽃이 수놓인 하얀 수건을 꺼내 얼른 손을 닦았다.
오셀롯의 살육 욕구는 성욕과 같은 레벨이다. 성적인 섹시함이 있어야 성욕이 발동하듯, 죽일 만한 매력이 있어야 죽이는 오셀롯이다. 모르는 것이 약이다. 삼도천에 한 발을 디뎠던 데스크 맨은 푸푸거리며 잠만 잘 잤다.
사냥개보다 예민한 청각에 잡힌 인간의 숨소리는 여덟이다. 숫자가 딱 맞다.
‘응, 선객이 있었나?’
건물 내부가 비릿한 혈향으로 가득 찼다. 피냄새는 언제나 싱그럽다. 피냄새를 맡자 잠들어 있던 야수가 깨어났다. 피, 피를 보고 싶다.
여자처럼 붉은 입술을 혀로 쓰윽 핥았다. 데스크의 흑인을 다시 돌아보았다.
손톱으로 경동맥만 살짝 긋고 손을 씻으면 되지 않을까. 고민은 짧았다. 얼른 피를 보고 싶지만 지저분한 놈은 사양이다.
느긋하니 2층에 오른 오셀롯이 발길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인간의 가청 영역은 20~2만hz다. 오셀롯의 가청영역은 20~40만hz로 개와 비교해도 6~7배 높다. 아무런 기척이 잡히자 않자 다시 계단을 올랐다.
깨비텐이 먼저 이상을 알아차렸다.
수많은 전장을 거쳐 온 신체가 경보를 발했다. 몸을 내리 누르는 묵직한 느낌, 알제리에서 도트 포격을 받기 직전의 그 느낌이다. 항거 불가능한 압도적인 공격 조짐이다.
전장 감각이 맹렬히 경보를 발했다. 블랙맘바가 있어야 한다. 그는 블랙맘바가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기를 간절히 희망했다.
-블랙, 블랙
수차례 호출했지만 소식이 없다. 역시 헛된 바람이었다. 시내에 들어 온 블랙이 아무런 이유 없이 헤드셋을 착용할 이유가 없다.
깨비텐이 속절없이 안달복달했지만 바램이 헛되지는 않았다.
블랙맘바의 공간지각력이 오셀롯을 포착했다. 공간지각력은 잠수함의 소나가 음문을 대조해서 상대를 파악하듯이 각인된 상대를 정확히 인식한다. 기감과는 또 다른 능력이다.
‘이럴 수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공간지각력으로 파악된 상대가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둘이다?
도플갱어가 아니면 공간지각력이 착오를 일으켰다. 물론 둘 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 같은 인간이 또 없으란 법이 없지.’
갑자기 소름이 쏴악 끼쳤다. 자신과 비슷한 신체 능력을 지닌 인간이 호텔에서 난장을 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제발! 제발!”
으직- 진각에 포장 벽돌이 깨져 나갔다. 청파보가 극성으로 발휘되었다. 검은 그람자가 만월이 둥실 떠 있는 파야의 밤거리를 빗살처럼 갈랐다.
“전원 전투 준비.”
용병들이 일제히 권총을 뽑아 들고 슬라이드를 제쳤다. 아무도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벨맨과 장쒼이 부리머를 침대 밑으로 밀어 넣었다.
“젠장, 이 따위 딱총으로 뭘 해.”
마이크가 투덜거리며 샤워실로 뛰어 들어갔다. 벨맨과 장쒼은 소파 뒤에 은신했다. 깨비텐은 문 뒤에 붙어 섰다.
침울함이 가득했던 룸이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철컥- 현관문 도어 록을 돌리는 소리다.
“왔다!”
“조용!”
장쒼의 말을 벨맨이 막았다.
락을 걸어 둔 도어가 신경질적으로 덜컥거렸다. 숨을 죽인 용병들의 시선이 도어에 집중되었다.
“저, 저럴 수가!”
소파 뒤에 은신한 벨맨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삐드드득- 철제 현관문이 안쪽으로 우그러지며 서서히 밀려들었다. 용병들의 눈이 잔뜩 커졌다.
뿌악- 부하를 견디지 못한 힌지가 떨어져 나갔다. 바깥으로 열려야 할 현관이 룸 안으로 밀려들었다. 상부 힌지가 떨어져 나간 현관문이 하부 힌지에 기대서 건들거렸다.
흐릿한 복도 불빛을 배경으로 검은 실루엣이 길게 늘어졌다.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늘어진 장신의 남자다.
퍽퍽퍽- 퍼퍼퍽- 글록과 베레타가 일제히 불을 토했다. 블랙맘바에게 충분히 단련된 용병들이다. 놀람이 즉각 공격으로 이어졌다.
현관 앞에 서 있던 인간이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없었던 듯 흔적이 없어졌다. 용병들은 눈만 끔벅거렸다. 헛것을 봤나 눈을 비볐다. 우그러진 문짝이 현실임을 일깨웠다.
“사주 경계!”
깨비텐의 지시에 용병들이 일제히 벽을 향했다. 방안에서 사주 경계라니, 웃기는 이야기지만 상대는 같은 인간이 아니다.
꽝- 319호와 연결된 벽면이 터져 나갔다. 먼지와 시멘트 조각을 뚫고 시커먼 물체가 덮쳤다. 퍽퍽퍽- 깨비텐이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글록을 연속 발사했다.
쉭- 쉭- 인간 형체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흐느적거렸다. 깨비텐의 눈빛이 아득해졌다. 다섯 발의 총탄 전부가 빗나갔음을 직감했다. 지근거리에서 권총 탄을 피하는 인간이라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퍽퍽퍽- 특급 스나이퍼는 역시 달랐다. 마이크가 촌각의 틈을 타 사격 제원을 확보하고 연속 총탄을 퍼부었다.
스악- 오셀롯이 가볍게 손을 뿌리고 바닥과 평행한 자세로 깨비텐을 덮쳤다.
“으헉!” 마이크가 기겁을 하고 몸을 굴렸다.
빡- 무서운 속도로 날아든 미상의 물체가 샤워실 벽에 틀어 박혔다.
마이크의 눈이 암울해졌다.
놈이 깨비텐에게 쇄도하며 보지도 않고 던진 물건, 만년필이다. 만년필이 콘크리트 벽에 푹 박혔다. 등줄기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아차 했으면 만년필에 맞아 죽은 최초의 인간이 될 뻔했다.
오셀롯의 신형이 지면과 수평을 이루자 뒤쪽의 용병들은 사격 제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피탄 면적이 갑자기 수십 분에 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마이크가 쏜 총탄은 헛되이 벽에 먼지만 날렸다. 벨맨과 장쒼도 사격 기회를 잡지 못했다. 블랙맘바의 순간저격과 연타가 아니면 잡을 엄두를 내지 못할 움직임이다.
수유의 순간에 깨비텐은 몸서리를 쳤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었다. 소름이 우수수 돋아나는 무지막지한 살기, 심혼을 흔들어 버리는 사악함이 사고 중추를 마비시켰다.
피할 수도 없고, 대응할 수도 없다. 압도적인 강함이다. 블랙맘바를 상대한 인간들이 얼마나 공포에 질렸을지 짐작이 갔다.
죽음을 직감한 깨비텐이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