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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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11
‘죽을 자리로 부하들을 끌어 들인 어리석은 놈, 블랙맘바를 볼 낯이 없군. 차라리 죽는게 마음 편하겠지.’
깨비텐은 마음을 비웠다.
“엇!”
깨비텐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옆으로 나뒹굴었다. 벨맨이 침대 밑에 숨겼던 부리머다. 부리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깨비텐의 발목을 잡아 당겼던 것이다. 모로 쓰러진 깨비텐은 사막거미처럼 데굴데굴 굴러서 피신했다.
쾌액- 살벌한 파공음을 내며 주먹이 스쳐 갔다. 깨비텐의 머리가 있던 허공이다.
“쏴, 쏘라고!”
부리머가 비명을 질렀다.
“저런, 교활한 새끼!”
마이크가 비명을 질렀다.
벨맨, 장쒼, 마이크가 사격 기회를 잡지 못하고 쩔쩔맸다. 침입자가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블링크 독처럼 순간 이동을 하는데다 깨비텐과 부리머가 겹쳐 있다. 놈을 죽이지도 못하고 동료가 총탄을 덮어쓸 판이니 쉽게 방아쇠를 당길 수 없다. 가슴만 바짝 타 들어갔다.
“크큭! 감히 벌레가 방해를 해.”
기묘한 웃음이 침입자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헛손질을 한 분노가 부리머를 향했다.
뻑- “크악!”
부리머가 째지는 비명을 질렀다. 침입자가 부리머의 복부를 걷어차고 곧바로 깨비텐에게 육박했다.
설명이 길지만 벽을 박살내고 뛰어든 침입자가 재차 깨비텐에게 육박하기까지 겨우 2~3초의 시간이 흘렀다. 용병들의 동체시력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들의 눈엔 침입자의 신형이 고무줄처럼 쭉쭉 늘어나는 모양으로 보였다.
얼굴이 하얗게 탈색된 깨비텐이 연속 방아쇠를 당겼다.
스스슥- 침입자가 둘 셋 넷으로 불어났다. 깨비텐은 실체를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다. 탄창에 남은 8발을 몽땅 소모했다.
짤각- 헛공이치는 소리다. 깨비텐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솜털도 건드리지 못하고 총탄이 쇼트났다. 무력감과 상실감이 그를 침몰시켰다.
‘소피 아빠가 미안해!’ 마르세유에서 아빠 휴가를 기다리는 딸의 얼굴이 선명히 떠올랐다.
깨비텐은 아직 죽을때가 되지 않았다. 부리머는 연속 불운을 당한 반면 깨비텐은 연속 행운을 얻었다.
꽝- 찌그덩하니 서 있던 현관문이 으쩍 떨어져 나갔다. 시커먼 물체가 쇄도했다. 포탄처럼 뛰어든 물체가 깨비텐에게 손을 뻗는 암살자를 들이 받았다. 암살자가 무너진 벽을 통해 319호로 튕겨 나갔다.
인상이 잔뜩 찌푸려진 인간, 블랙맘바다. 극적인 순간에 등장한 블랙맘바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얼굴 표정이 볼만했다. 놀이동산에서 잃어버린 엄마를 다시 찾은 계집아이가 따로 없다.
“블랙!”
용병들의 입에서 동시에 같은 말이 튀어 나왔다.
“블랙이 왔다, 즉각 탈출한다.”
“잠깐!”
블랙맘바가 깨비텐을 제지했다.
“저놈은 내가 맡는다. 벨맨은 부리머를 치료해라.”
깨비텐의 얼굴이 붉어졌다. 공포에 질려서 부리머를 잊었다.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블랙맘바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간발의 차이로 놈을 막았다. 죽자고 달려온 보람이 있다. 저런 능력을 지닌 놈이 총기를 사용했으면 벌써 끝장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319호실로 튕겨 나간 괴물이 옷을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제야 블랙맘바는 상대를 자세히 살펴 볼 수 있었다. 2m장신에 조각상처럼 잘빠진 금발 남자다.
“네놈은 뭐냐?”
나른한 음성과 달리 회색 눈동자에서 살기가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
블랙맘바가 흠칫했다.
심상에 떠 오른 모습은 혈구 덩어리다. 그야말로 피로 뭉쳐진 존재에서 사악함과 거대한 폭력성이 느껴졌다. 거친 황무지에서 포효하던 꿈속의 자신 그대로다. 놈이 도플 갱어처럼 느껴졌던 이유를 알만 했다.
흠칫한 이유는 놈의 사악함이나 살기 때문이 아니다. 살기라면 최도식이 더 무섭다. 놈이 뿜는 살기가 정제되지 않은 맹수의 살기라면 최도식의 살기는 영혼을 저며 내는 시퍼렇게 날 선 흉기다.
원인은 놈의 음성이다.
음성이 뇌속을 파고들어 의식을 휘저었다. 무조건 대답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든다. 최도식의 세혼술을 닮았다.
“옴마니반메홈! 오옴!”
블랙맘바의 입에서 장중한 불호가 흘러나왔다. 관음 육자진언은 세상의 진리를 파하고 온갖 삿됨을 몰아낸다. 스승님처럼 깨달음에 따른 법력을 담지 못하나 진언에 실린 공진파가 쫙 퍼졌다.
오셀롯은 갑자기 거북함을 느꼈다. 음성과 달리 무엇인가 몸을 휩쓸고 지나갔다. 머릿속이 윙 울리며 살기가 꺾였다.
‘이놈은 뭐지?’
오셀롯의 경보 장치에 불이 켜졌다.
인간이 자신의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 있나?
무지막지한 완력은 뭐지?
살기를 꺾는 묘한 주문은?
의문이 줄을 이었다. 그는 선뜻 공격을 못하고 사자를 만난 호랑이인양 조심스럽게 특별한 인간을 관찰했다.
경보장치가 켜지긴 블랙맘바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이 사람일까?’
놈과 부딪힌 어깨가 저릿저릿했다. 바위에 냅다 처박아도 이보다는 충격이 덜할 것 같았다.
놈이 뿜는 살기에 피부가 따끔거렸다. 살기를 갈무리할 줄 모르는지 일부러 발산하는지 모르지만 강철 같은 육체를 가진 맹수다. 게다가 이상한 음파는 뭐란 말인가?
블랙맘바의 얼굴이 석고상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에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보통 사람에겐 치명적인 영향을 줄 기묘한 음파가 음성에 실렸다.
블랙맘바는 묵묵히 오셀롯을 노려보았다.
“벙어리라니 능력이 아깝다. 헛!”
블랙맘바를 노려보던 침입자의 눈이 커졌다. 상대의 눈 깊숙이 번득이는 혈광, 자신의 동류다.
“이런, 잡종이었군. 잡종이지만 동류를 만나다니, 먼 길을 온 보람이 있어. 재미있군. 정말 재미있어. 큭큭큭!”
오셀롯은 여자 입술보다 더 빨간 입술을 쪽쪽 빨며 입을 벌리지 않고 웃었다. 흥분되면 나오는 버릇이다. 그야말로 원판 오셀롯의 버릇 그대로다.
“블랙! 무서운 놈이다. 총기도 소용없다.”
깨비텐은 부리머가 당했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블랙맘바와 침입자 사이에 바늘 끝처럼 예리한 긴장이 유지되고 있다. 블랙맘바의 심기를 흔들 이유가 없다.
“깨비텐, 권총 따위로 어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방어 진형을 짜고 일제 사격으로 접근을 막아야 한다. 선제공격을 하면 안 된다.”
블랙맘바가 나지막한 소리로 경고했다.
“미치겠다. 이곳이 지구가 맞나? 우리가 다른 행성으로 워프한 것 아냐?”
“역시 재수 없는 곳이야. 블랙맘바 비슷한 인간이 적으로 나타나다니 최악이야.”
“양키들이 이곳에서 핵 실험을 했나 봐. 방사능에 오염되면 저런 인간이 되지 않을까?”
긴장감 없는 에밀과 장쒼이 속닥거렸다. 역시 최강의 무신경 콤비 루키다.
깨비텐이 글록 탄창을 교환했다.
“블랙, 우리가 돕겠다.”
“깨비텐, ‘프호그함 제흐’상황이다. 룸을 벗어나면 안 된다. 침대와 가구를 몽땅 동원해서 베란다와 현관에 바리케이드를 친다. 절대로 먼저 공격하면 안 된다.”
블랙맘바는 다시 한 번 엄중히 경고했다. 상대는 인간이 아니다. 섣불리 덤볐다간 순식간에 쓸려 나간다.
“따꺼, 저거 맛이 간 놈이다. 이길 수 있나?”
“당연하다. 나는 무쌍이다. 국사무쌍의 무쌍이다.”
블랙맘바는 장쒼의 염려를 일축했다.
천년 전통의 오금공을 익힌 자신이다. 피지컬이 뛰어난 저런 괴물보다는 최도식 같은 무예 고수가 상대하기 훨씬 껄끄럽다.
블랙맘바가 공진파를 밀어냈다.
일단 놈의 돌발 행동을 막을 작정이었다. 별무리 쏟아지는 사막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은 후로 공진수련은 하루도 빼먹지 않았다. 샤트르 등의 비석을 만들던 날부터 증폭이 가능해졌다.
약하게 시작된 진동이 증폭되며 한순간 좌악 퍼져 나갔다.
‘응, 이게 뭐야!’
막 달려들려던 오셀롯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고 휘청했다. 좀 전의 기분 나빴던 느낌과는 또 다른, 알 수 없는 파동이 휩쓸고 지나갔다. 일반인은 느끼지 못하지만 오셀롯의 예민한 감각 기관이 공진파에 반응했다.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네놈도 용병이냐?”
침입자가 다시 물었다. 유창한 영어다.
“이미 알고 오지 않았나.”
“내 표적은 레종 에뜨랑제 여덟이다. 너 같은 괴물은 의뢰에 없었다.”
“의뢰?”
블랙맘바는 어리둥절했다. 의뢰라니,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엄청난 놈을 보냈단 말인가? 특전 용병 몇 명이 무슨 가치가 있다고…….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졌다.
“내가 바로 그 용병이다.”
오셀롯이 검지를 세워서 살살 흔들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위대한 뮤턴트가 용병이라니, 줄무늬 하이에나가 웃을 일이다.”
“뮤턴트?”
“오호 저런, 자신의 정체성조차 모르는 중생이었나! 나는 신인류다. 너도 나와 같은 부류다. 아이쿠, 아직도 가슴이 저리네. 나는 오셀롯이다.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고. 큭큭!”
오셀롯이 과장된 모션으로 양팔을 벌리고 웃었다.
블랙맘바는 놈이 이미 자신과 비슷한 부류임을 알고 있다. 엄마의 신끼를 이어받은 그는 한때 좌도방 이능력을 보유했다. 이보, 화경능력이 공간지각능력으로 전이되었지만 본질을 보는 기감 능력은 남아 있다.
놈은 동류 어쩌고 하지만 그는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저런 미친놈과 동류? 페니스를 물고 자살할 노릇이다.
상대가 실없는 놈처럼 굴지만 그는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놈의 회색 눈동자 깊숙이 이글거리는 광폭한 살기가 빤히 보였다. 실실거리지만 언제 달려들어 물어뜯을지 모르는 놈이다.
“나는 용병 블랙맘바다. 뮤턴트든 신인류든 네놈이 다 해 처먹어라. 나는 그런 것 모른다.”
“큭큭, 불쌍한 놈, 위대한 존재가 용병 따위와 어울리더니 천민이 되어 버렸군.
“용병 따위? 천민? 동족을 죽인 대가로 살아가는 살인청부업자 따위가 할 말은 아니군.”
블랙맘바는 대화를 끌며 기회를 엿봤다. 놈이 불문곡직 동료들에게 달려들면 감당이 안 된다. 자신과 격투가 벌어져도 여파가 치명적이다. 놈을 건물 외부로 유인해야 하는 이유다.
오셀롯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을 인간으로 아는 놈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동족? 웃기는 소리, 인간 따위는 내 취미 활동 재료일 뿐이다. 뮤턴트는 최상위 포식자다. 살인이야 말로 뮤턴트임을 각인하는 위대한 행위 예술이다. 돈 몇 푼에 팔려서 총질하는 저런 벌레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블랙맘바는 뮤턴트라는 놈의 말이 신경을 건드렸다.
뮤턴트는 돌연변이, 변종, 비유적으로 이단을 말한다. 이단과는 상관이 없으니 돌연변이란 소리다. 돌연변이와 위대한 이란 수식어는 별로 친밀감이 없다.
“나는 인간이다. 이들은 내 친구다.”
“이봐 잡종, 인간이 바퀴벌레처럼 살 수 없듯이 뮤턴트는 인간처럼 살 수 없어. 네놈이 구멍 낸 이 옷이 얼마짜리인줄 알아? 용병 셀러리를 석 달은 모아야 살 수 있다고. 뮤턴트가 왜 더러운 천민 생활을 하나?”
블랙맘바의 눈이 시퍼런 빛을 뿜었다.
놈의 말에 역겨움이 치밀었다. 구분의식, 우월의식, 선민의식은 어려서부터 경멸해 마지않는 의식의 찌꺼기다.
“니기미 뽕이다 새꺄! 네놈이 입고 걸친 옷, 레이벤, 구두, 대갈통에 뿌린 무쓰까지 더러운 천민의 손이 거친 물건이다. 인간이 더럽고 싫으면 홀딱 벗고 다녀 새꺄!”
블랙맘바는 녀석의 헛소리를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다. 미처도 더럽게 미친놈이다. 그는 대뜸 글록을 뽑아 총탄을 퍼부었다.
퍽퍽퍽-
“이크!” 급작스런 총탄 세례를 받은 오셀롯이 팽이처럼 휘돌았다. 머리와 가슴이 위치했던 부위를 스쳐 간 총탄 세 발이 벽에 퍽퍽 박혔다. 무적의 쓰리텝이 허무하게 공간을 갈랐다.
“대단한 놈이군.”
블랙맘바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지근거리에서 예고 없이 발사된 자신의 쓰리텝을 피하다니, 역시 인간이 아니다.
오셀롯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탐스러운 금발머리가 한차례 출렁거렸다. 속없는 여자들이 반할만한 뇌쇄적 포즈다.
“어이 제법인데. 그딴 장난감은 그만 치워.”
오셀롯은 여유가 넘쳤다. 권총탄 따위는 우습다. 최근 개발된 바렛같은 강력한 대물 저격총이 아니면 자신의 운동 능력을 따라잡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