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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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죽음은 용병의 친구12
‘골 때리는 놈일세.’
블랙맘바는 글록을 방바닥에 팽개쳤다. 이미 총탄이 쇼트 났다. 글록을 집어던진 동작은 페인팅이다. 어깨가 움찔하는 순간, 쉭쉭쉭- 비갑에 꽂혀 있던 표창이 품자 형을 이루어 빗살처럼 날아갔다.
“훗!”
오셀롯이 귀찮다는 듯이 맨손으로 표창을 툭툭 쳐냈다.
표창도 미끼다. 블랙맘바의 목적은 놈을 동료들과 이격시키는 것이다. 꽝- 강력한 진각에 룸이 부르르 떨렸다.
기회를 포착한 블랙맘바가 오셀롯의 가슴에 고격을 때려넣었다. 어설픈 손발 놀림은 놈에게 반격 기회를 주게 된다.
와장창- 베란다 통창이 박살났다. 블랙맘바와 오셀롯은 한 덩어리가 되어서 베란다 바깥으로 떨어졌다.
두 괴물이 사라진 베란다에서 뜨거운 바람이 훅 밀려들었다. 장쒼과 마이크, 에밀이 베란다로 우르르 몰려갔다.
“블랙맘바의 지시를 잊었나?”
깨비텐이 버럭 소리 질렀다.
“어차피 블랙이 당하면 다 죽습니다.”
마이크가 불만을 토했다.
“그렇긴 하네.”
깨비텐도 베란다에 달라붙었다. 부리머는 벨맨이 일차 치료를 마쳤다. 자신이 붙어 있어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사실은 두 괴물이 전투가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궁금했다.
‘이놈이 어디로 사라졌나?’
추락하는 동안 서로 몇 차례 주먹질을 주고받았다. 땅바닥에 떨어진 순간, 놈이 꺼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놈의 채취가 풍긴다. 그런데 놈을 찾을 수 없다.
“흐랏” 장대한 체격이 허공으로 쭉 솟아올랐다. 오셀롯이 5층 옥상에 가볍게 착지했다. 블랙맘바의 도약 능력은 겨우 10m내외다. 오셀롯은 무려 20m를 도약했다.
‘놈이 가까이 있다.’
오셀롯은 감각을 활짝 개방했다. 자신의 초상 감각을 속이는 존재라니,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인간의 수십 배, 수천 배에 이르는 후각, 청각, 시각을 타고 났다. 그기에 더해 그가 초상 감각이라 이름 지은 육감이 있다.
복잡하게 얽혀 흘러가는 상승기류와 하강기류의 흐름, 자벌레를 잡으려고 슬금슬금 나뭇가지를 타는 카멜레온, 구멍 입구에서 나올까 말까 망설이는 생쥐, 공기 중에 섞여 있는 무화과 화분 알갱이까지 감지되었다.
놈의 냄새가 진하게 잡히는데 보이지 않음은 물론 초상 감각에도 잡히지 않았다. 바람, 나무, 바위, 작은 생물들의 정보만 물밀 듯이 밀려들었다.
오셀롯은 짜증이 치밀었다.
‘놈의 능력인가? 내 자신의 문제인가?’
오셀롯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순간, 총탄이 날아들었다.
초상 감각이 즉각 위험 물체의 방향과 속도를 감지했다. 상하체가 바람에 날리는 능수버들처럼 따로 흔들렸다. 퍽퍽퍽- 총탄이 헛되이 옥상 바닥에 흠집만 냈다.
‘대단한 놈이군. 닥치고 때려잡아야 하나.’
블랙맘바는 옥상 맞은편의 아까시 나무에 은신해 있었다. 굵은 가지에 딱 붙어 있는 그를 카멜레온이 경계 없이 타고 넘어갔다. 이를 모를 밤새 한 마리도 그의 어깨에 앉아서 삑삑 울었다.
소득을 얻지 못한 그는 혀를 찼다.
놈은 자연동화술을 펼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총탄을 피했다. 25m거리에서 피했으니 0.1초 이내의 반응 능력을 가진 놈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수준이다. 뇌에서 발산되는 전기 신호, 신경망, 근육으로 이어지는 시스템 자체가 다른 놈이다.
그는 자신이 소지한 무기를 떠올려 보았다.
무장이래야 발목에 찬 비상용 글록과 쿠크리, 비갑에 장착된 수전15개가 전부다. 총탄도 피하는 놈을 투척 무기로 잡을 수 없다. 드라구노프가 아쉬웠다. 총구 초속 295m의 글록으로 놈을 잡기엔 역부족이다.
‘십륜연환격을 써먹을 놈을 만났군.’
강적을 만난 파란트로푸스의 야성이 눈을 떴다. 동시에 스승에게 전수받은 정심공이 머리를 쏴아 씻어 내렸다.
파악- 발목만큼 굵은 가지가 부러질 듯 휘어졌다가 제자리로 돌아갔다. 반동을 받은 블랙맘바가 포탄처럼 옥상으로 쏘아 갔다. 그야말로 절정의 궁신탄영이다.
“저, 저놈 뭐야?”
오셀롯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만월을 배경삼아 박쥐처럼 허공에서 내리꽂히는 물체는 분명 그놈이다. 피하기엔 늦었다.
오셀롯은 두 팔을 십자로 엮어 허공에서 떨어지는 역도를 버텨냈다. 꽝- 인간의 피륙이 접촉한 소리가 아니다. 해머로 콘크리트 벽을 내려치는 굉음이 울렸다. 오셀롯은 십여 미터를 튕겨 나갔다. 블랙맘바는 허공으로 튕겼다가 한 바퀴 돌아 착지했다.
“크으!”
신음은 블랙맘바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신법으로 꼴사나운 모습은 면했지만 막대한 충격을 받았다. 뼈마디가 뒤틀리고 내장까지 저렸다. 천년거암에 전력으로 부딪혀도 이보다는 충격이 덜 할 것 같았다.
간단한 물리법칙이다.
오셀롯이 튕겨 나갔지만 블랙맘바도 반작용에 의해 순간 정지했다. 벽에 충돌한 자동차가 받는 충격량이다. 물체가 부딪히면 중량이 크고 단단한 물체가 충격을 덜 받는다. 오셀롯의 피지컬이 우월하다는 반증이다.
오셀롯은 옥상 바닥에 주저앉은 채 블랙맘바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속이 뒤집힌 듯 쓴 물이 올라왔다. 마비된 다리가 일시 간에 말을 듣지 않았다.
놈과 룸에서 두 차례 접촉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능력을 얻은 이래 이처럼 큰 충격은 처음 받아 보았다. 오셀롯의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
폐가 대량으로 산소를 끌어들여서 신경섬유의 아세틸콜린 공급을 활성화시켰다. 간에서 대량 방출된 근육 활성화 단백질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혈류 흐름을 회복시켰다. 뇌에서 방출하는 전기 신호와 상관없이 진행되는 오셀롯만의 생체 시스템이다.
“잡종치곤 대단한 능력이야. 제법 짜릿했어.”
오셀롯이 태연히 일어나서 옷을 툭툭 털고, 바닥에 떨어진 레이벤을 주워 썼다. 두랄루민 합금 파이프 이상의 강도를 가진 뼈대와 천연고무 탄성을 가진 관절이 무지막지한 충격을 거뜬히 흡수했다. 이탈된 내장도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다.
블랙맘바는 순식간에 충격을 털어 버린 상대를 불신어린 눈으로 노려보았다. 아프리카 물소도 뼈가 박살날 만큼 강력한 공격이다. 피지컬 능력이 자신보다 앞선 인간이 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그 순간 스승의 당부가 스쳐 갔다.
‘무아야, 네가 낯선 땅에서 크게 놀랄 일이 있을 것이다. 세상은 넓다. 세상의 이면엔 기이한 존재들이 있으니 놀람은 있을지언정 능히 네가 감당하리라. 이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이 금강이니, 금강은 의지가 바탕이 되고……’
‘이놈이 스승님이 말씀하신 놈이구나!’
과연 기이한 놈이고 놀랄 만한 놈이다. 비범함이 다시 평범함으로 돌아 온 스승이다. 새삼 스승의 혜안과 예지력에 존경심이 들었다.
엷은 구름이 만월을 살짝 가렸다.
달빛이 흐릿해지자 수없이 많은 별들이 쏟아질 듯 파야의 밤하늘을 가득 채웠다. 불그스름한 빛을 뿜는 적색 거성, 백색 왜성, 밝게 빛나는 성운, 푸른빛을 뿜는 초신성이 어우러져 사막을 밝혔다.
대치한 두 인간의 눈에서도 초신성의 스펙트럼 같은 시퍼런 빛이 뿜어졌다.
블랙맘바는 레이벤을 격하고 뿜어지는 놈의 눈빛을 차분히 받아 냈다. 광폭한 짐승이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 절제하고 제어할 줄 모르는 짐승의 눈이다.
“잡종이라~ 인간의 심장을 가졌으니 나는 인간이다. 신체가 조금 우월하다고 인간을 벌레 운운하는 네놈이야말로 천박한 도살자일 뿐이다. 존재의 가치를 힘의 우위로 판단하는 네놈의 저열한 가치관이 불쌍하다.”
“후후후, 천민화된 놈이 어찌 살육의 미학을 알겠나. 우리 승부는 조금 미루자고. 아래층에서 벌벌 떠는 벌레 다섯 마리부터 청소하고 계속 대화를 나누자고. 나도 밥값은 해야 하거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오셀롯이 옥상 난간을 뛰어 넘었다.
“헛, 조때따!”
블랙맘바가 황급히 뒤따라 뛰어 내렸다.
힘만 센 멍청이가 아니라 여우다.
기껏 유인해 냈더니 놈이 바로 약점을 치고 들어왔다. 저런 무지막지한 놈이 318호에 난입하면 끝장이다. 블랙맘바가 낙하할 때 땅을 박찬 오셀롯이 쭉 늘어나듯이 솟아올랐다.
낙하하던 블랙맘바가 간 일발의 차이로 그 앞을 막았다.
“감히, 박살을 내 주마.”
오셀롯이 차갑게 코웃음 쳤다.
슈악- 단순한 정권 지르기가 포탄처럼 뻗었다. 풍압에 볼 살이 밀릴 정도의 강격이다. 뻐억- 목이 부러져라 꺾어 주먹을 피하는 순간에 오셀롯의 어깨가 가슴을 쳤다. 엄청난 스피드다.
“큭!” 쿠웅-
스쿼시 공처럼 튕겨 나간 블랙맘바가 호텔 외벽에 충돌했다. 대형 트럭에 받힌 충격이랄까. 블랙맘바는 피를 한 모금 토하고 간신히 일어섰다. 서두르다가 제대로 한 방 먹었다.
건물이 쿵 울리는 소리에 용병들의 심장도 툭 떨어졌다. 방어 태세를 취하라는 블랙맘바의 당부는 머리에서 깨끗이 사라졌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부리머를 돌보던 벨맨이 고함을 질렀다.
“저, 저거 블랙이 당했다.”
놀란 장쒼이 말을 더듬었다.
“뭣, 블랙이 당해?”
벨맨마저 베란다로 달려왔다.
용병들의 입이 헤 벌어졌다.
일인을 상대로 블랙맘바가 피를 토하다니, 표범이 원숭이에게 맞았다는 소리보다 더 믿기 힘든 현실이다. 그때부터 벌려진 입이 닫힐 줄 몰랐다.
단단히 손해를 본 블랙맘바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놈은 인간이 아니다. 어리바리하게 상대했다간 큰코다칠 놈이다. 우웅- 아랫배에서 시작된 공진이 흔들린 내장을 바로 잡았다.
“잡종, 내 친구가 되어라. 뮤턴트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겠다.”
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사념파다. 친구라는 단어 속에 들어 있는 온갖 긍정적인 의미가 재인되어 표면의식을 떠돌았다.
“흠!”
블랙맘바는 헛기침 한 번으로 오셀롯의 사념파 공격을 날려 버렸다. 최도식의 세혼술을 경험한 그에게 사념파 따위는 간에 기별도 안가는 수준이다.
“유치한 잡술은 집어쳐. 팬티를 내리고 싶어 안달난 여자에게나 써 먹으라구.”
“쳇, 역시 먹히지 않는군.”
오셀롯이 혀를 찼다.
지난 70년 동안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스킬이 놈에게 통하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놈이라 육체에 충격을 주고 정신을 흔들려는 시도가 깨끗이 실패했다. 그만큼 놈이 강자라는 뜻이다. 놈의 나이를 생각하면 경이적이다.
핏핏핏- 오셀롯이 블랙맘바를 가운데 두고 세 꼭짓점을 건너뛰었다. 점차 움직임이 빨라졌다. 검은 선만 죽죽 그어졌다. 오셀롯의 비기 트라이앵글 어택이다.
‘삽질하네!’
블랙맘바의 간단한 감상이다. 상대는 우월한 스피드를 이용해서 상대의 정신을 무너뜨리고 타격력을 높이려 하지만 그야말로 삽질이다. 공간지각력을 발동한 그에겐 부산스럽기만 할 따름이다.
충분한 가속도가 붙었을 때 오셀롯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빵- 단순한 발차기에 폭음이 울렸다. 스피드가 거의 음속에 달했다는 의미다.
블랙맘바는 경악했다. 놈의 피지컬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초스피드의 발차기를 회피하다간 더 큰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 강철 같은 팔뚝이 섬광처럼 짓쳐 드는 발을 막았다.
빠악- 젖은 빨래를 수면에 휘둘러 치는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2차 3타가 짓쳐 들었다. 빡- 빡- 빡- 단순한 앞차기지만 압도적인 힘과 속도 앞에 세밀한 기술은 무용하다. 연이어 세 번의 발차기를 막아낸 블랙맘바가 마비된 왼팔을 움켜쥐고 주춤주춤 물러났다. 골밀도가 인간의 20배에 달하는 팔뼈가 놈의 역도를 버티지 못했다.
“크큭!, 짜릿하지. 그만 비키는 게 어때? 내가 벌레를 얼마나 예술적으로 죽이는지 구경이나 하라고.”
오셀롯은 즐거워 죽을 지경이었다. 블랙맘바란 놈은 강하다. 부딪힐 때마다 뼈가 저리고 근육이 뒤틀렸다.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대량으로 분비되었다.
허약한 인간들을 죽여서 얻은 쾌감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맨밥을 먹다가 고급 스테이크를 먹는 기분이다. 얼른 밥값인 용병을 처리하고 제대로 붙어 보고 싶었다.
“그렇겐 못하지. 본격적으로 해 보자고.”
“하잖은 인간을 지키려고 목숨을 걸다니 이해 못할 놈이군. 이거야 영양을 지키려고 애쓰는 수사자 꼴이라고 해야 하나!”
오셀롯은 블랙맘바라는 놈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자신과 비슷한 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놈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행태를 보인다는 점에 놀랐다.
동료를 지키겠다고 악을 쓰는 놈이 74년 전 그날이 있기 전의 아련한 기억을 건드렸다. 자신도 무엇인가를 보호하겠다고 악을 썼다.
“너야말로 잉여존재다. 존재의 가치도 모르는 불쌍한 놈.”
오셀롯의 눈에서 시퍼런 빛이 쭉 뻗었다.
감히 최상위 포식자인 자신을 불쌍하다고 말하는 놈이 있을 줄이야. 날듯말듯 하던 기억이 수면 아래로 쑥 가라앉았다. 살육 욕구가 거세게 타 올랐다.
죽여라 찢어라 박살내라.
둥둥 머릿속이 울렸다.
오셀롯이 박찬 지면에서 먼지가 풀썩 일었다.
쾌액- 주먹이 탄환처럼 뻗었다. 이번에도 정직한 정권지르기다.
블랙맘바의 입가에 설핏 웃음이 매달렸다. 놈은 피지컬이 뛰어날 뿐 무예를 익히지 않았다. 무서운 스피드와 힘을 바탕으로 현대 스포츠인 권투와 태권도 동작을 익혔을 뿐이다. 그야말로 힘세고 빠른 고대 맹수에 다름 아니다.
좀 전에는 자세가 좋지 않고, 스피드를 잘못 계산해서 손해를 입었다. 두 번 당하면 블랙맘바가 아니다.
아래쪽에서 솟아 오른 하박이 질러오는 주먹의 손목부분을 툭쳤다. 가벼운 동작에 오셀롯의 주먹이 방향을 잃고 빗나갔다. 힘의 방향을 바꾸는 사량발천근이다. 훤히 열린 가슴에 십륜연환격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