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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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머나 먼 샤리강1
오셀롯의 손목을 쳐올린 손이 응조수가 되어 목을 뜯어냈다. 오셀롯이 허깨비처럼 물러서자 팔이 쭉 늘어나며 텅 빈 가슴을 두드렸다. 펑- 북치는 소리가 났다.
쾌속으로 뻗은 장권이 케블라 방탄 판넬같은 가슴 근육을 두드리는 소리다. 가슴을 통타당한 오셀롯이 펄쩍 물러나는 순간 팔꿈치가 학익반주세로 턱을 치고, 고격이 들어갔다. 녹각회두, 백원쌍수, 노호파미가 줄지어 들어갔다.
오셀롯도 만만치 않았다. 상하체가 바람에 날리는 버들가지처럼 유연하게 따로 놀았다. 강수는 흘리고 중수는 방어했다. 빠바바박- 손과 손이, 발과 발이 어지럽게 얽혔다.
블랙맘바의 십륜연환격을 상대하는 오셀롯은 죽을 맛이었다.
상대는 관절이 자신보다 더 유연한 놈이다. 아니, 옥토퍼스처럼 관절이 없는 놈이다. 초접근 상태에서 발바닥이 복부를 가격하고, 등 뒤쪽에서 곡괭이처럼 발뒤꿈치가 넘어와서 머리를 찍었다. 간신히 피하면 발등이 턱을 후렸다. 팔꿈치가 바깥으로 휘며 손날이 목을 쳐 오고, 스치고 지나간 발길이 갑자기 머리위로 뚝 떨어졌다. 근근이 치명타를 피하고 있지만 놈의 손발이 갈수록 빨라지고 실린 역도가 강해졌다.
자신이 신체적으로 우월하고 스피드도 앞선다. 그럼에도 교묘한 시간차와 기이한 각도로 날아드는 놈의 손발을 막느라 혼이 쑥 빠질 지경이었다.
꽝- “헛!” 오셀롯의 턱이 웅장충소 한 수에 덜컥 걸렸다. 드디어 강격이 제대로 들어갔다. 고개가 젖혀지는 순간에 십륜연환격이 수레바퀴처럼 휘몰아쳤다.
뻑- 뻑- 뻑- 손과 발이 샌드백을 치듯 오셀롯을 다졌다. 십륜연환격의 무서운 점이다. 일타가 들어가면 영점이 잡힌다. 십 연타, 이십 연타 빗나가는 법이 없다.
천변만화로 몰아치는 공격에 샌드백 신세가 된 오셀롯이 휘청휘청 물러났다. 그림자처럼 바짝 따라붙은 블랙맘바의 공격이 수레바퀴처럼 돌아갔다. 오셀롯은 절반은 피하고 막았지만 절반의 공격을 고스란히 덮어썼다. 가슴과 허벅지에 허용한 일격이 큰 데미지를 남겼다. 근육을 응축해서 내부 침투 에너지를 막았지만 근육 자체는 찢어지고 뭉개졌다. 호흡이 막히고, 스피드가 죽었다.
“와우!”
숨을 죽이고 관전하던 에밀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마이크가 에밀의 입을 얼른 손으로 막았다. 전무후무한 두 괴수의 격돌이다. 블랙맘바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정신이 분산되면 격투 흐름이 달라질수 있다. 썩어도 준치라고 마이크는 전투 흐름을 예리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되지엠 랩 중사는 아무나 달 수 있는 계급이 아니다.
구경꾼이 된 용병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벨맨까지 정신을 놓고 관전하는 바람에 불쌍한 부리머만 잊혀졌다.
오셀롯은 분노했다.
진드기 같은 놈이 깔끔하게 싸울 줄을 모른다. 뮤턴트답게 신사적으로 서로 한방씩 내지르는 힘겨루기를 하고 싶다. 진드기처럼 달라붙어서 속공을 퍼붓는 놈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코피가 터지고 이빨이 깨졌다. 갈비뼈도 두세 개 부러졌다. 위대한 뮤턴트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
“죽어랏!”
상처 입은 맹수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대기가 진동하고 호텔 건물이 드르렁 울렸다.
“헛!”
공간지각력이 위험을 예고했다. 천돌혈이 저릿했다.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손발을 날리던 블랙맘바의 허리가 부러질 듯 뒤로 꺾였다. 관성을 무시한 철판교다. 패앵- 그 자리를 소름끼치는 파공음이 지나갔다. 공간이 윙 몸서리를 쳤다.
블랙맘바는 식은땀을 흘렸다.
앞쪽으로 몸을 숙여서 피했으면 목이 잘릴 뻔 했다. 피이잇- 허공에서 방향을 바꾼 물체가 다시 비스듬하게 공간을 갈랐다. 오셀롯이 고르곤이라 이름붙인 채찍이다. 견디다 못한 오셀롯이 자존심을 버리고 채찍을 뽑아 든 것이다.
채찍은 피아노 강선을 중심에 넣고 고래 힘줄과 케블라 섬유를 꼬아 만들었다. 표면엔 공업용 다이아몬드 조각을 코팅해서 탄성과 연성, 살상력을 고루 갖추었다. 오셀롯의 완력이면 사람 몸통 정도는 단번에 썰어 버릴 수 있는 살벌한 병기다.
채찍은 특유의 연성과 탄성으로 인해 변화무쌍하다.
편타 고수는 은밀한 손목 움직임만으로 자유자재로 방향과 힘을 조절한다. 은밀성과 유연성으로 인해 채찍은 방어가 까다로운 무기다.
블랙맘바는 채찍을 상대해 본 경험이 없다.
오셀롯이 엄지를 누르고 손목을 들어 올리는 간단한 동작으로 채찍을 회수했다. 추아악- 원심력이 극대화된 채찍이 살벌한 파공음을 울렸다. 허탕을 치고 지나간 채찍이 허공에서 툭 꺾이며 등 뒤를 쓸어 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겁을 한 블랙맘바가 땅바닥을 굴렀다.
무협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뇌려타곤이다. 게으른 당나귀가 아니라 물찬 잠자리라는 점이 틀렸지만.
채찍이 등판을 쓸고 지나갔다. 간두라가 찢어발겨지고 잔등이 피로 벌겋게 물들었다. 다이아몬드 조각이 섬세하게 코팅된 채찍의 위력이다. 스치는 것만으로 껍질을 뜯어냈다.
오셀롯이 본격적으로 채찍을 휘두르자 블랙맘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며 날아드는 채찍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계속 몰렸다.
지형지물을 이용하기도 힘들었다. 허벅지 굵기의 나무를 엄폐물로 삼았다가 나무와 함께 허리가 싹둑 잘릴 뻔 했다. 무지막지한 편타에 식겁을 한 블랙맘바는 청파보를 총 동원해서 채찍을 피하느라 진땀을 줄줄 흘렸다.
채찍은 특성상 손잡이에 가해지는 10의 힘이 편두에 이르면 100의 힘으로 증폭된다. 원심력과 구심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500평 넓이의 호텔 후원은 나무가 무성한 숲이다.
두 괴물이 제대로 날뛰기 시작하자 후원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야외용 테이블과 의자가 박살났다. 굵은 정원수가 싹둑 잘리고, 코끼리상, 당나귀상 같은 석조물도 여지없이 부서졌다. 채찍 반경 내에 들어오는 모든 물체가 분쇄되었다. 편영이 일으키는 회오리를 따라 나뭇잎과 쇄설물이 자욱이 날아올라 시야를 가렸다.
‘채찍 끝이 아니라 놈의 손목과 손가락이었어.’
블랙맘바는 채찍의 묘용을 곧 깨달았다. 손목과 손가락의 작은 움직임이 채찍을 자유자재로 조정했다. 놈의 움직임을 읽기엔 동체시력만으로 부족했다. 공간지각력을 발휘했다. 오셀롯의 근육 움직임이 고스란히 뇌에 기명되었다.
채찍에 익숙해진 블랙맘바가 편영을 헤집고 드나들기 시작했다. 전투의 양상은 인파이터와 아웃파이터의 대결로 바뀌었다. 핏- 기회를 포착한 블랙맘바가 측면으로 이탈하며 수전을 뿌렸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오셀롯의 신형이 팽이처럼 돌았다. 쉭- 은밀히 발사한 두 번째 수전이 오셀롯의 왼쪽 눈을 길게 찢고 지나갔다.
“츳!’ 블랙맘바가 혀를 찼다. 놈의 동작을 분석해서 날린 한수가 실패했다. 놈의 전투 감각상 동일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크아!”
피를 본 오셀롯의 분노가 폭발했다. 치명상을 주지 못하고 상대의 화만 돋웠다. 날아드는 채찍의 파공음이 달라졌다. 상의 간두라는 이미 사라졌다. 드러난 상체가 회칼로 저민 듯 쩍쩍 갈라졌다.
‘아차!’
디딤 축이 된 발이 푹 빠졌다. 설치류가 파 놓은 굴이다. 급류를 휘도는 통나무에서 균형 감각을 익힌 블랙맘바다. 딜레이 없이 중심을 잡았지만 오셀롯의 동물적 감각은 미세한 파탄을 놓치지 않았다.
오른쪽 발이 구멍에 빠졌으니 왼쪽으로 중심 이동을 해야 한다. 오셀롯의 채찍이 쌩하고 왼쪽 옆구리로 날아왔다. 기어이 살을 한 뭉치 떼야겠다는 의지가 철철 넘쳤다.
“헉!” 역동작에 걸린 블랙맘바는 사선으로 갈라 오는 채찍을 다급히 왼팔로 받아 냈다. 추리릭- 손가락 굵기의 채찍이 왼팔 하박을 두세 바퀴 감았다.
“크크큭! 싹둑 잘라 주지.”
오셀롯이 입술을 비틀어 가학적인 웃음을 흘렸다. 잡종 따위에게 정신없이 얻어맞다니 수치도 이런 수치가 없다.
교묘한 손놀림을 따라 채찍이 바짝 조여 들었다. 삐드득- 하박에 찬 비갑이 비틀리는 소리가 소름끼쳤다.
‘큰일 날 뻔 했군.’
왼손 하박에 찬 비갑이 무지막지한 채찍의 압력을 거뜬히 견뎌 냈다. 블랙맘바는 비갑을 만든 이름모를 장인에게 감사했다.
오셀롯이 채찍을 확 잡아챘다. 막대한 힘, 가히 역발산의 힘이다.
그 순간 블랙맘바가 땅을 박찼다. 블랙맘바는 힘을 거스르지 않고 순응했다. 잡아채는 힘에 땅을 박찬 힘까지 보태서 공간을 단축했다. 그야말로 살을 내주고 뼈를 꺾겠다는 각오다.
블랙맘바가 무서운 속도로 쇄도하자 이번엔 오셀롯이 식겁을 했다. 설마 상대가 달려들 줄은 상상도 못했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은 말이 쉽지 실재론 불가능하다. 인간의 개체보호 본능이 거부한다. 내 팔이 끊어질 줄 알면서 상대의 목을 날릴 수 있는 인간이 얼마나 있겠는가?
오셀롯은 수십 년간 절대 강자로 군림해 왔다.
생사 결을 치른 경험이 없다. 반면에 블랙맘바는 최도식과 적면을 상대로 수십 회의 생사박투를 치렀다. 강자와의 격투 경험이 있고 없음은 실전에서 허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오셀롯은 손목을 흔들어 채찍을 풀었지만 이미 늦었다.
두 발이 직선 곡선으로 번갈아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어깨를 찍는 발을 걷어 내면 머리를 쓸어 차고, 머리를 피하면 곧바로 안면에 발끝이 날아들었다.
극성의 청파보가 펼쳐졌다,
청파보의 요체는 물의 표면장력을 이용해서 치고 날아오르는 잠자리의 몸놀림이다. 블랙맘바는 놈과 접촉하는 순간의 반발력을 디딤돌로 체공을 유지했다. 청파보와 결합된 금원탄각이다.
허공에서 우박처럼 쏟아지는 발차기는 가공 그 자체다. 풍압에 밀린 주변의 흙과 풀이 자욱하게 비산했다.
다시 수세에 몰린 오셀롯은 기가 막혔다.
60년 전, 러시아 최정예인 시베리아 연대의 코사크 기병 대대를 지워 버린 자신이다. 새파랗게 젊은 놈에게 속절없이 밀리는 상황에 억이 막혔다.
놈의 피지컬이 자신보다 한 수 아래임은 분명했다. 그럼에도 싸움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몰렸다. 놈의 교묘한 몸놀림 때문이다. 말로만 들었던 동양의 무예다.
방어엔 한계가 있다.
앗 하는 순간 기어이 어깨에 일격을 허용했다.
꽝- 튕겨 나간 오셀롯이 정원석과 충돌했다. 뿌악- 거의 2미터 높이의 정원석이 뿌리 뽑혀 날아갔다. 엄청난 힘과 놀라운 스피드, 코끼리의 힘을 가진 호랑이 두 마리가 싸우는 격이다.
땅바닥을 뒹구는 오셀롯을 향해 내리꽂히던 블랙맘바가 뒤에서 잡아당기듯이 물러섰다. 추아악- 그 자리를 채찍이 섬뜩한 파공음을 내고 지나갔다.
뻑- 어느새 거리를 좁힌 오셀롯의 발차기에 걸렸다. 가슴을 걷어차인 블랙맘바의 구수가 안면 중앙을 찍었다.
“으악!” “크악!”
비명이 동시에 튀어 나왔다. 갈비뼈가 부러진 블랙맘바와 코가 왕창 내려앉은 오셀롯이다. 따라붙던 오셀롯이 얼굴을 감싸고 물러났다.
‘크으, 지독하군.’
블랙맘바는 비명을 속으로 삼켰다. 3번 4번 갈비뼈에 금이 갔다. 놈의 발차기가 들어오는 순간에 한껏 가슴을 밀어 넣었지만 스치듯이 맞았다. 채찍이 스쳐 간 쇄골의 살도 한 줌 뜯겨 나갔다.
놈의 하악골을 부수고, 왼쪽 쇄골을 부러뜨렸다. 대충 말로주고 되로 받은 셈이다.
세상은 역시 넓었다. 최도식 외에 이런 인간이 있을 줄이야!
부딪히고 맞은 곳이 부서질 듯 저렸다. 때린 손발도 얼얼했다.
‘공진을 쓸까.’
잠시 고민하던 블랙맘바는 순수한 육체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수련 기회다. 이런 무지막지한 인간을 언제 또 만날 수 있겠는가.
최도식의 무치 시바리아게, 사부님의 명아주 지팡이가 한 단계 진화시켜 주었듯이 이놈도 자신의 성장을 도와줄 놈이다. 오셀롯이 블랙맘바의 속셈을 알았다면 피를 토하고 자빠질 노릇이다.
오셀롯은 점점 이성을 잃어 갔다.
요리사가 요리 재료에게 얻어맞는 빌어먹을 상황이다. 흉성이 폭발했다.
“카우우!”
화가 난 오셀롯이 부르짖자 호텔의 창문이 일제히 드드드 울렸다.
“당신들 뭐야?”
“호텔 정원에 폭탄을 던지다니, 정신이 있는 거요?”
화난 음성이 쩡 울렸다. 고래 싸움엔 항상 등터지는 새우가 끼어드는 법이다. 호텔 지배인과 데스크의 권태맨이다.
스악- 황홀한 빛을 뿌리는 원호가 쫙 그려졌다. 달빛을 받은 금강석 가루가 하얗게 빛났다. 핏대를 세우던 두 남자 목이 스르르 비껴 나더니 땅바닥에 툭 떨어졌다. 건들거리던 몸통이 철퍽 엎어졌다. 죽을 운명인 인간은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가 보다.
DGSE가 호텔에 박아 놓은 슬리퍼 두 사람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블랙맘바 일행의 투숙을 히트맨에게 알린 권태맨과 지배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