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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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머나 먼 샤리강3
깨비텐, 마이크, 장쒼, 에밀의 얼굴도 잔뜩 질렸다.
채찍이 남긴 흔적은 처참했다. 채찍에 코팅된 다이아몬드 가루가 톱날 역할을 했다.
정타를 피하고 모두 스쳐 맞은 상처지만 물고기 아가미처럼 쩍 벌어지거나 살점이 한 움큼씩 뜯겨 나갔다. 그야말로 돼지가 씹다 뱉은 시궁쥐 꼴이다. 정작 본인은 태연했지만 보는 동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페스츄리인지 살몬크루테(Salmon en Croute, 빵속에 연어, 시금치, 크림치즈 등을 넣고 오븐에서 구워 낸 프랑스 요리로 표면에 칼집이 많이 들어간다.)인지 모르겠다는 벨맨의 말이 이해되었다.
“제오라이트 분말!”
장쒼이 재빨리 구급낭에서 손가락 두 개 크기의 팩을 꺼내서 벨맨에게 건넸다. 제오라이트 분말은 혈액 응고제다. 혈액속의 액체 성분인 혈장을 흡수해서 고형 성분을 농축시킨다. 그만큼 혈액 응고가 빨라진다.
벨맨의 손이 빨라졌다.
키토산 동결 건조 접착지를 준비해 놓고 제오라이트 팩을 뜯었다.
빤한 구석 없이 난도질 된 상처가 서른여섯 곳이다. 상태로 볼 때 실혈성 쇼크 위험이 있다. 벨맨의 판단으로 응급 지혈을 서두르지 않으면 5분내 과다 출혈로 사망한다.
알코올로 오염된 상처를 닦아내던 벨맨의 동작이 딱 멈추었다.
‘이게 뭐야?’
눈이 커졌다. 모양만 사나웠지 이미 지혈된 상태다. 얕은 상처는 피가 멎었고, 깊은 상처도 응고되는 중이다. 제오라이트 분말을 뿌리고 키토산 동결 건조 접착지를 붙여도 이처럼 빨리 지혈 효과를 얻을 수는 없다. 그야말로 돌아서는 순간에 호스를 클램프로 조으듯이 피가 멎었다.
혈액은 혈소판의 항순환응혈인자가 피브리노겐을 피브린으로 변화시켜서 응고된다.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외기 노출된 혈액은 응고되기까지 상온에서 10~20분 걸린다.
응고 시간이 길기 때문에 모세혈관이 끊어져도 출혈이 계속된다. 하물며 동맥이 몇 군데 끊어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다.
벨맨은 의문을 털어 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이해하려고 애써 봐야 머리만 아프다. 블랙맘바와 관련되면 정상과 비정상이 구분되지 않는다. 블랙맘바의 피를 조사해보고 싶은 의사로서의 탐욕도 털었다.
이미 지혈된 상태에서 두 가지 응급 지혈제는 소용이 없다. 이미 준비해 둔 키토산 동결 건조 접착지도 다시 팩에 넣어 보관했다. 키토산 동결 건조 접착지는 스펀지 형태다. 혈액에 젖으면 키토산이 아교풀 같은 작용을 해서 끊어진 혈관을 막는다.
“창상 환자가 모두 이 녀석 같으면 샤무가 밥을 빌어먹겠군. 내가 할 일은 청소와 바느질인가! 허허허.”
벨맨이 소독약과 봉합사를 챙기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벨맨, 잠깐 손을 떼라.”
누워 있던 블랙맘바가 일어나 앉았다.
금이 간 조뼈와 쇄골은 큰 문제없지만 분절된 갈비뼈가 문제다. 갈비뼈는 심장, 간, 허파 같은 주요 장기를 보호하는 울타리다.
2개 이상 갈비뼈가 골절되면 동요분절이라 칭한다. 동요분절은 필연적으로 장기와 신경, 혈관의 손상을 초래한다. 특히 허파는 손상되기 쉬운 장기 일호다.
허파가 손상되면 야전에서 치명적이다. 산소 흡입이 감소하면 직접적인 손상 이상으로 다른 상처의 회복도 늦어진다. 상처 보전이 어려운 야전에서 회복 지연은 치명적인 결과를 야기한다.
공진을 발동하면 혈류와 내부 장기를 관조할 수 있다. 반면에 뼈 상태는 감지가 되지 않았다. 직접 감각으로 확인해 볼 수밖에 없다.
손가락을 짝 펴서 왼쪽 가슴에 얹고 엄지를 흉골에 얹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건반 치듯 갈비뼈를 짚어 나갔다. 중학교 다닐 때 석탄 더미에 깔려 오징어포가 되었다. 그 당시에 배운 동요 분절 확인법이다.
2번 4번이 금가고 3번은 골절이다.
부러진 3번 갈비의 끝이 허파를 압박하고 있다.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왼쪽 가슴을 감싼 다음 가슴이 불룩해지도록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크합!” 횡경막을 한껏 압축해서 밀어 올렸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가 살을 뚫을 듯이 가슴에 푹 박혔다. 밀려들어간 갈비뼈를 잡고 서서히 끌어냈다. 블랙맘바의 눈이 튀어나오고,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벨맨은 눈이 잔뜩 커진 채 숨도 쉬지 못했다.
스스로 갈비뼈 골절을 치료하는 인간이 있다니,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뿌드득- 갈비뼈가 맞춰지는 소리다. 동료들이 진저리를 쳤다. 벨맨은 축축해진 손을 연신 샬로와르에 문질러 닦았다.
“흐으!”
자가 시술을 끝낸 블랙맘바가 깊은 한숨을 내 쉴 때 벨맨도 한숨을 쉬었다. 숨을 죽이고 있던 용병들도 일제히 숨을 돌렸다.
“대단하군. 프랑스가 군수 분야는 엉망이지만 응급의료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 자네에겐 세계 최고의 샤무도 손을 들겠군. 귀환하면 자네 의료보험료부터 삭제해야겠어.”
“그거 좋다. 디켈레션 뒤 셀레(봉급 명세표)를 받을 때마다 의료보험료가 가슴 아팠다.”
한결 표정이 편해진 블랙맘바가 태연히 대답했다.
“허파 좌상은 어떻게 할 건가? 손쓸 기구도 약품도 없다. 자네라면 자연 치유가 되겠지만 고통이 상당할 텐데.”
“농 쁘라블렘, 당장 벨맨을 뜯어먹기 전에 음식이나 챙겨 줘.”
장쒼이 잽싸게 백팩을 내렸다. 씨레이션 2개를 블랙맘바에게 던졌다. 마이크가 가로채서 먹을 수 있도록 개봉해 주었다.
“간에 기별도 가지 않겠지?”
“많을수록 좋다.”
장쒼은 블랙맘바가 격렬한 전투를 끝내면 얼마나 많이 먹는지 익히 안다. 장쒼이 백팩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말린 도마뱀, 살무사, 방울뱀, 메뚜기, 커다란 거미, 카멜레온, 전갈…….온갖 말린 식재료가 바리바리 나왔다. 장쒼이 고체연료에 야전삽을 얹고 식용유를 부었다.
마이크와 에밀이 입을 헤 벌리고 장쒼을 쳐다보았다.
“블랙, 모르핀이 쇼트 났다.”
“언제는 사용했나? 하던 대로 하라고.”
“훗, 재미없는 놈”
벨맨이 실소를 짓고 모르핀을 꽂았다.
“헐, 저것도 농담이라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거야. 웃어 주라고.”
에밀과 장쒼이 속삭였다.
벨맨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벨맨, 부상 수준이 어느 정돈가?”
잔뜩 가슴을 졸이고 있던 깨비텐이다. 블랙맘바의 작은 부상도 팀 전력에 치명적이다.
“깨비텐이면 두 번쯤 죽었을 겁니다.”
벨맨의 대답에 감정이 실렸다. 이번 파야 행으로 인해 라텔 팀은 얻은 것 없이 너무 많은 손실을 입었다. 순전히 깨비텐의 고집 때문이다.
“흐흥!”
깨비텐은 씁쓸히 웃었다. 할 말이 없었다.
“골절 다섯, 창상 서른여섯입니다. 바느질할 실이 부족할 지경입니다. 그런데 할 일이 별로 없어요. 쇼크 현상도 없고, 열상은 지혈할 필요도 없고, 염좌된 부분도 힘줄과 근육이 제자리를 찾아 들어갔고, 소독하고 바느질만 하면……”
살짝 미안해진 벨맨이 제대로 보고했다.
“임마, 결론이 뭐냐고?”
벨맨이 중언부언하자 깨비텐이 꽥 소리를 질렀다.
“외상이 심각하지만 별 문제 없다는 소립니다.”
“심각하면 심각하고, 문제없으면 없는 거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심각한 거야 문제없는 거야?”
“블랙맘바이기에 별 문제 없다는 겁니다.”
“그렇게 말하면 쉽잖아. 왜 어렵게 말해.”
깨비텐이 혼자 투덜거렸다.
벨맨은 평소와 달리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깨비텐을 흘낏 쳐다보았다. 마이크와 영혼이 뒤바뀐 것 같았다.
“내상은 문제없나?”
“없을 리가 없지요. 부러진 뼈가 다섯 개인데 내장인들 온전하겠어요.”
벨맨은 본인이 까칠하게 군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니기미 조또, 조또 조또 조또!”
깨비텐이 머리를 움켜쥐고 조또를 연발했다.
“저 인간이 왜 저래? 오늘이 마법에 걸린다는 그날인가?”
벨맨이 투덜거리며 벌어진 상처를 꿰매기 시작했다.
블랙맘바는 눈을 감고 신체 내부를 관조했다. 핏속에 반짝이는 작은 알갱이가 수없이 떠돈다. 적혈구에 달라붙기도 하고, 혈소판을 끌고 가기도 했다.
의식을 집중해서 진동을 끌어내지 않아도 공진이 절로 발동된다. 공진이 일어날 때마다 빛나는 알갱이가 더욱 활동적으로 움직였다.
세포가 활성화되고 대량의 산소가 공급되었다. 혈류가 두 배 세배 네 배로 점점 빨라졌다. 탄성이 강해진 혈관이 혈류 압력을 거뜬히 수용했다. 피가 멈춘 상처에 꾸득꾸득 딱지가 앉았다. 자연 치유력이 더 빨라졌다. 빛나는 알갱이가 골절된 부위에 떼로 달라붙었다. 골절부위가 젤화되면서 엉겨 붙기 시작했다.
블랙맘바가 가부좌를 풀고 일어났다.
“오셀롯이란 놈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오셀롯과 격전이 정신 능력을 한 단계 업 시켰다. 신체 내부의 마이크로 단위 활동이 심상에 투영되고, 신체 항상성이 경이적으로 빨라졌다. 강자와의 대결만이 벽을 깰 수 있다는 스승님의 말씀이 맞았다.
“부리머 중사는 어떻게 되었나?”
벨맨이 머리를 저었다.
“회복 불능이다.”
“망할, 가 보자!”
장쒼이 절룩거리는 블랙맘바를 부축하려 했지만 손을 저었다. 외상은 별것 아니다. 급속히 회복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내상이다. 뒤집힌 속이 쉽사리 진정되지 않았다.
318호실, 부리머의 얼굴은 백랍처럼 창백했다.
용병들의 표정이 한없이 어두웠다. 블랙맘바가 부리머의 눈꺼풀을 뒤집었다. 초점을 잃은 눈, 열린 동공, 블랙맘바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사실 볼 필요도 없다. 펑크 난 타이어 공기 빠지듯 생명의 기운이 줄줄 빠지는 중이다.
총탄이 뱃가죽과 등가죽만 깔끔히 뚫고 지나갔을 떼 모두들 세기의 기적이라고 감탄했다. 그 다행이 채 20분을 넘기지 못했다.
오셀롯의 가벼운 발차기 한 방이 파괴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부리머는 깨비텐의 목숨을 살린 대가로 자신의 목숨을 내 놓았다. 블랙맘바를 상회하는 힘과 스피드를 인간이 견딜 수 없다.
두텁게 감은 압박붕대위로 벌겋게 피가 젖어 나왔다. 벨맨이 고개를 흔들었다. 스쳐 지나간 발길이 칼날처럼 복부를 찢어 버렸다.
“무서운 놈이다. 소장과 대장이 갈가리 찢어졌다. 샤무로 이송해도 치료 불가능이다. 발차기가 복부를 찢어 놓다니 어이가 없군. 이걸 누가 믿겠나!”
“젠장, 그 괴물은 도대체 정체가 뭐냐고?”
깨비텐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의식을 차릴 수 있나?”
“한계 상황인데~”
“유언은 들어야지.”
블랙맘바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고통 속에 몇 시간 더 버틴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벨맨이 남아 있는 에피네프린 주사 두 개를 한꺼번에 허벅지에 꽂았다.
“블랙!”
여리고 약한 부름이다.
“여기 있다. 낚시꾼.”
부리머가 흐려지는 눈에 초점을 잡으려고 애썼다.
“괴물은?”
“블랙이 처리했다.”
“역시!”
마이크의 대답에 부리머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블랙, 자네하고 샤리강에서 보트를 타려던 계획은 취소야. 강둑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멋있었는데.”
부리머의 음성이 잦아들었다. 절반은 쉭쉭거리는 공기 배출음이다.
“말하면 안 됩니다.”
장쒼이 만류하자 무쌍이 말렸다.
“그냥 둬.”
마지막이다. 죽음이 몇 분 더 늦춰진다고 달리질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게 뭐야! 방안에서 죽다니, 쪽 팔려 죽겠군.”
부리머가 피거품을 버걱거렸다. 폐포가 수축되며 폐동맥의 피를 밀어내는 현상이다.
“저 따위 괴물이 나타나다니, 블랙을 만난 프롤리나트 놈들 심정이 이해된다. 블랙, 동료들을 꼭 귀환시켜 다오. 망할 새끼들 혼내 줘. 그리고 내 가족들~”
“나는 블랙맘바다. 실비와 레아, 쥴리는 걱정마라.”
“고맙다. 블랙은 신의가 있고 정의롭다. 자네와 함께해서 즐거웠다. 블랙, 난 이 땅에 묻히기 싫다. 관짝을 메고 프롤리나트를 돌파할 수는 없겠지? 화장해서 내 고향에 묻어줘. 젠장, 사막엔 물고기가 없어. 깔비 앞바다의 게팔라베스(지중해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 도미와 비슷하다.)가 그리워. 자네와 콩고 강의 괴물을 잡으러…….웨일즈 스완시 베이의 퀸즈닥 페리 터미널 뒤쪽 언덕을 오르면 빨간 칠을 한 목재 대문이 보일거야. 쥴리가 파란색으로 바꿔 달라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