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enary Black Mamba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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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머나 먼 샤리강5
옴부티는 능력자가 나타났다는 사실보다 부상을 입고 도망쳤다는 말에 더 놀랐다. 와킬의 손속을 벗어나 도주했다면 그놈도 인간이 아니다.
“옴부티 얻은 게 있소?”
깨비텐이 장쒼의 말을 끊었다.
“깨비텐, 빨리 떠나야 하오. 히트맨이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면 놈들이 대대적으로 몰려 올 거요.”
깨비텐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옴부티는 이들을 프롤리나트 특수군으로 알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차라리 프롤리나트측 히트맨이기를 바라는 마음은 자신이 더 간절했다.
“프롤리나트가 대대적으로 몰려올 것 같지는 않소. 어쨌든 퇴출합시다.”
용병들이 318호실 베란다에서 줄줄이 창밖으로 뛰어 내렸다. 되지엠 랩 대원들에게 삼층 높이는 별 장애가 못된다. 마지막으로 블랙맘바가 침대 시트로 감싼 부리머를 안고 뛰어 내렸다.
체크아웃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신경 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헬을 전전하는 동안 라텔팀은 문명인이 아니라 악에 받힌 맹수가 되었다. 체크아웃을 챙길 직원도 없었다.
슬리퍼인 지배인과 데스크 직원은 오셀롯에게 목이 잘렸다. 객실 담당 직원 두 사람도 오셀롯에게 죽음을 당했다. 파야의 유일한 호텔인 레 메르엔은 하룻밤 사이에 귀곡 산장으로 변했다.
라텔팀은 소리 없이 시내를 빠져나갔다.
블랙맘바와 오셀롯의 전투는 레 메르엔 호텔의 후원을 박살냈다. 중화기를 동원한 전투 못지않은 소동이 벌어졌다.
내전으로 인해 주민들이 외부에 신경 쓰지 않는다지만 엄청난 굉음이 연속 울렸다. 파야는 프롤리나트의 본거지다. 전력이 반 토막 난 라텔팀이다. 블랙맘바마저 심상치 않은 부상을 입었다. 프롤리나트의 이목에 포착되면 홍수에 휩쓸리는 토담 꼴이 되기 십상이다.
두 시간 뒤, 파야를 이탈한 라텔팀은 픽업을 은닉해 둔 두조랍 에르그 말단에 도착했다. 용병들은 모래 속에 파묻은 픽업을 끌어내서 줄행랑을 칠 준비를 하느라 또 한 번 땀을 줄줄 흘렸다.
장쒼과 부리머가 화장할 준비를 할 때 옴부티가 슬쩍 사라졌다. 잠시 사라졌던 옴부티가 거대한 뼈를 어깨에 메고 나타났다. 길이가 2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다. 황당한 눈빛들이 옴부티를 향했다.
“간혹 이곳에서 발견되는 알 수 없는 뼈요. 공룡의 뼈거나 고대 동물이겠지. 부리머의 비석이 없어서 구해 온 거요.”
땀을 뻘뻘 흘리며 화장할 나무를 구해 온 장쒼과 에밀의 얼굴이 썩어문드러졌다.
“무슨 소리하는 거요. 비석이라니?”
“화장은 안 되오. 부리머 중사는 무슬림이요. 무슬림은 화장을 하면 돌아갈 육신을 잃고 영원히 게헨나를 헤매게 된단 말이오.”
평소 자기주장을 하지 않는 옴부티다.
뜻밖의 완강한 태도다. 황당한 눈빛들이 일제히 블랙맘바를 향했다. 당신 하인이니 알아서 처리하라는 뜻이다.
“옴부티, 부리머는 본인이 화장해 달라고 내게 유언을 남겼다. 난 사자의 뜻을 존중한다.”
“안됩니다. 와킬”
용병들의 눈이 둥그렇게 변했다.
“세상에, 옴부티가 블랙맘바에게 안 된다고 말 하다니!”
놀란 장쒼이 감탄사를 발했다.
“와킬, 저는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리머는 알라의 종입니다. 화장하면 그는 돌아올 육신을 잃고 영원히 지옥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블랙맘바 본인도 행자승이지만 천국이니, 지옥이니, 떠드는 종교적 위협이 허구임을 익히 알고 있다. 천국이든 지옥이든 자기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혼(魂)과 백(魄)을 가진 인간이 창조하지 못할 세계가 있겠는가!
“부리머의 유언이다.”
“자신 때문에 동료들이 곤란에 처할까 봐 그렇게 말한 겁니다. 화장은 안 됩니다. 다른 동료들처럼 매장했다가 나중에 송환하면 됩니다.”
블랙맘바가 깨비텐을 쳐다보았다.
“부리머는 블랙에게 유언을 남겼다. 결정은 자네 몫이다.”
종교와 얽히면 단순하고 쉬운 일이 갑자기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머리속에서 자갈이 와글거리는 깨비텐이다. 복잡한 머릿속에 또 다른 자갈을 집어넣고 싶지 않았다.
옴부티의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던 블랙맘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이 옳다. 난 무슬림이 아니다. 당신의 절실함이 내 마음을 바꾸게 했다. 부리머는 일단 매장하도록 하지.”
블랙맘바는 옴부티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였다. 부리머의 사후세계를 지켜 주려고 애쓰는 모습에서 신실한 인간성을 보았다. 옴부티는 부리머와 아무런 관계도 없다. 단지 용병과 안내인으로 만나 한 달을 보냈을 뿐이다. 스쳐 가는 인연에도 마음을 다할 정도의 인간을 찾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부리머는 두조랍 에르그 북동쪽 이름 모를 사구에 묻혔다. 비석으로 세울 바위도 없고 나무도 없는 곳이다. 정체모를 거대한 뼈가 무덤 앞에 비목, 아니 비골로 섰다.
옴부티가 들고 온 뼈는 현존 동물의 뼈와 별 다를 게 없었다. 고대 동물의 뼈라고 해서 은근히 기대했던 블랙맘바는 김이 샜다.
깨비텐은 매장 행사가 끝날 때까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자신의 고집과 멍청함으로 인해 부리머가 죽고 블랙맘바는 큰 부상을 당했다. 새삼 자책감에 가슴이 무너졌다.
군인으로서, 레종 에뜨랑제의 장교로서 자부심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비열한 상부와 무능한 현장 리더가 소중한 목숨 여럿을 사막에 묻었다. 파야 행을 반대하는 블랙맘바에게 엉망으로 얻어터지면서까지 뻘짓을 한 그로서는 부하들 보기가 민망했다.
‘썩을, 정말 은퇴를 해야 하나.’
블랙맘바의 희극적인 무력시위에 손을 들었지만 깨비텐은 은퇴를 심각히 고려했다.
“깨비텐, 본부 통신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벨맨이 물었다.
“틀렸습니다.”
대답은 에밀이 했다.
용병들의 어깨가 축 쳐졌다. 헬기 퇴출이라는 한 가닥 희망이 사라졌다. 소득 없이 부리머만 희생되었다. 그들의 마음속엔 리더로서 깨비텐보다 블랙맘바가 들어찼다.
운전대를 잡은 옴부티가 머뭇거리다 말을 뱉었다.
“깨비텐, 오해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주시오.”
“옴부티, 당신은 우리 팀원이오. 우린 팀원 간에 어떤 말이라도 할 수 있소.”
“고맙소, 깨비텐도 알다시피 와킬 덕분에 우리는 전멸을 면했소. 깨비텐도 이번 작전이 이상하다고 느꼈을 거요.”
“계속 말해 보시오.”
“움마(Ummah)친구들을 통해서 유용한 정보를 몇 가지 얻었소. 마쿰보는 다른 팀이 구출해서 이미 은자메나에 도착했다고 하오.”
“으음!”
깨비텐은 깊은 신음만 흘렸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구정물을 일으킬 목적으로 투입된 버려진 패요. 와킬에게 말씀드렸더니 혼슈몰루(混水摸漁), 샨두격샹(聲東擊西), 보졸레툭(抛塼引玉)이란 이상한 말을 하고 웃기만 했소. 우리팀은 시간 벌기용이요. 작전은 이미 끝났고, 우린 버려졌소.”
“증거가 있소?”
깨비텐은 시침을 뚝 따고 물었다.
“내 친구가 평의회 의장 톰브예의 운전수요. 톰브예의 요리사도 움마에 속해 있소. DGSE 슬리퍼 중에도 내 친구가 있소. 프롤리나트도 상황이 좋지 않아요. 거짓 투항을 계획한 마쿰보가 진짜로 하브레와 손을 잡았으니 말이요. 마쿰보를 이용해 시간을 벌려던 프롤리나트의 계략이 우리 때문에 개판이 되었다고 하오. 망치로 두들길수록 못대가리가 튀어 오르는 바람에 손가락만 다친 셈이오. DGSE와 군부는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 거요. 평범한 스트레이트가 스페이드 에이스를 받아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가 되었으니 말이요. 물론 스페이드 에이스는 와킬이요.”
“으음, 결국 그렇단 말이지!”
깨비텐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미 짐작하고 있던 내용이다. 프롤리나트 상층부가 상황을 파악할 정도면 너구리 작전은 끝났다. 그리고 라텔팀은 버려졌다. 히트맨이 찾아든 이유도 알만했다. 닭이 울지 못하게 하려면 목을 잘라 버리면 된다. 오셀롯이란 무서운 존재를 보낸 이유도 알만했다. 저들은 블랙맘바가 두려운 것이다.
DGSE라면 충분히 그런 모략을 꾸미고도 남는다. 세계의 정보부중 가장 방대한 곳은 CIA, 가장 터프한 곳은 KGB, 가장 질긴 곳은 모사드, 가장 음흉한 곳은 DGSE라는 말이 있다.
“혹시 우리 참모부쪽 소식은 없소?”
깨비텐은 일개 지역 슬리퍼에게 참모부 소식을 물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펐다.“없소. 어쩌면 DGSE와 되지엠 랩은 라텔팀 전멸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겠지요.”
“그럴지도…….작전은 성공했고, 미끼 역할은 제대로 한 셈인가!”
깨비텐이 자조적인 어투로 중얼거렸다.
옴부티가 자신 있게 말했다.
“백프로 아니 천프로를 달성한 거요. 우리팀 덕분에 프랑스는 구쿠니까지 엮어 넣은 것 같소. 톰브예와 하비브가 구쿠니의 배신을 확신하고 있다고 하오.”
“구쿠니는 북부 인민군 수장이요. 그가 왜 배신을 한단 말이오?”
“우리가 설치는 바람에 마쿰보를 억제하던 그물이 찢어졌소. 마쿰보가 프랑스 쪽에 붙어 버리자 구쿠니도 시세를 따른 게 아니겠소.”
“흐흐,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긴 하지. 내 부하들이 죽어 나간 덕분에 모두가 행복해졌다? 지랄 같은 동화로군. 그림형제 원판 동화야. 잘했군 잘했어. 흐흐흐!”
깨비텐이 삐딱하게 말을 받았다.
‘이 양반이 충격을 먹고 실성했나?’
옴부티가 흘끗 블랙맘바를 돌아보았다. 늘 그렇듯이 눈을 반쯤 감고 명상에 빠져 있다. 와킬은 깊은 물속 같은 사람이라 도대체 속을 짐작할 수 없다.
“우리가 휘젓는 바람에 프롤리나트의 붕괴가 시작되었다고 봐야지요. 덕분에 우리는 지도부의 미움을 잔뜩 샀소. 프롤리나트 위원들이 정파를 떠나서 합의한 내용이 한 가지 있소. 용병 특공대 말살이오.”
“허, 열 명도 안 되는 인원을 죽이겠다고 프롤리나트 전부가 달려들어?”
“알라께 맹세까지 했다고 하오.”
옴부티의 정보는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고급정보는 의외로 고용인을 통해 흘러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보안을 철저히 해도 먹고, 자고, 쇼핑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거 황송하다고 해야 하나. 큰일 났다고 해야 하나. 블랙 어떻게 생각하나?”
“한대 맞고 두 대 때리면 상대는 겁을 낸다. 한 대 맞고 열대 때리면 상대는 엎드린다. 한 대 맞고 가만히 있으면 두 대, 열 대, 매일 맞는다.”
블랙맘바는 눈을 반개한 채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크크크!, 블랙다운 대답이야. 맞았으면 때려야지. 옴부티 수고가 많았소.”
“도움이 되었다면 나도 행복합니다. 살람 알레 쿰.”
“블랙맘바 덕분에 살아난 나도 행복하다오. 살람 알레 쿰.”
옴부티의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화를 낼 일도 아니다. 개인은 조직의 목적을 위해 언제든 희생당할 수 있다. 억울하지만 감내할 수 있다. 그래서 파야까지 기어들어 갔다.
문제는 희생이냐 헌신이냐, 희생을 하느냐 희생을 당하느냐의 차이다. 같은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이용당하는 입장에선 억울하고 더러운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흐음!”
깨비텐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떻게 전선을 돌파할 것인가?
더러운 기분도 살아야 느낄 수 있다. 더럽더라도 일단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억지 춘향이 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한 번 더 군인정신 운운했다간 블랙맘바에게 맞아 죽을 판이다.
3천 명의 모루가 버티고, 1천 명의 망치가 달려오고 있다. 라텔팀은 맷돌에 들어간 콩 신세다. 아니, 프롤리나트, 챠드 정부군, 리비아, DGSE, 프랑스 군부라는 난잡한 기어 박스에 튀어 들어간 돌멩이 신세다.
적이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판국에 팀의 전력이 반 토막 났다. 아니 무기 체계학 측면에서 보면 볼장 다 보았다. 스나이퍼와 지원화기를 유기적으로 구성할 인원이 없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대원들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곤죽이 된 상태다.
“깨비텐, 더 이상 본부와 통신을 시도하지 마십시오.”
벨맨이 고민을 방해했다.
“히트맨 때문인가?”
깨비텐은 벨맨의 말에 바로 핵심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