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
00001 프롤로그 =========================================================================
나는 소규모 팀을 이끄는 팀장이다.
팀장이라는 이 위치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위기를 넘겼는지 모른다.
모든 게 그저 간발의 차로 비켜갔다.
운이 좋았다고밖에 할 말이 없다.
내 나이 이제 겨우 25살이지만, 온갖 더러운 꼴을 다 겪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이 바닥에서 10년을 버틴 이는 나를 포함해 불과 몇에 불과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아니라 내 경력만을 본다.
-기도비닉 철저히.
팀은 위험지대 안에 들어와 있다.
특별한 힘을 가진 헌터도 위험한 곳이 이 사냥터다.
그런데 나와 팀원 모두는 능력자가 아닌 일반인이었다.
세상은 그래서 우릴 미치광이로 여긴다.
하지만 팀장이 잘 한다면 어지간한 헌터들보다 생환 확률이 높다.
헌터는 몬스터와 맞서지만 우리는 피해 다닌다.
적과 마주치지만 않는다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
그렇게 교묘히 적을 피해 다니는 우리의 역할은 단순하다.
사냥터로 잠입해 몬스터의 사체에서 부산물을 수확하는 것이다. 헌터들이 미처 수습하지 못한 몬스터의 사체나, 자기들끼리 싸우다 죽은 몬스터의 사체, 자연사한 몬스터의 사체 등을 노린다.
그렇게 죽은 것만 찾아다니기에 우리는 하이에나라고 칭해진다.
심지어 똥파리라는 멸칭蔑稱으로도 자주 불린다.
서울은 넓은 사냥터였고 부지런한 하이에나가 얻을 수확은 충분했다. 사체를 얻기 위해 별의 별 더러운 짓을 다한다.
썩은 시체를 뒤적이며 온몸을 오물로 뒤집어 쓰는 건 약과다. 때때로 거대한 똥덩어리를 삽으로 퍼 안의 내용물을 찾는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가장 더러운 곳도 기꺼이 간다.
차라리 사바나의 진짜 하이에나가 우리보다 100배는 청결할 것이다.
몇 주 전엔 건물 안에 있던 시체를 찾으러 간 적이 있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시커먼 무언가가 얼굴로 확 덮치더라.
알고 보니 수만 마리의 파리떼였다.
시체 위에선 아직 성체가 되지 못한 구더기가 해일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럼에도 돈이 간절한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구더기를 손으로 치우고 썩은 몬스터의 사체에서 원하는 걸 기어코 찾아냈다.
이런 게 우리가 하는 일이었다.
솔직히 똥파리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아니, 똥파리보다도 냄새가 난다.
그래서인지 도시로 귀환하면 아무도 우릴 반겨주지 않는다.
하지만 하이에나란 직업이 예전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세상이 바뀐 이후에 나타난 3D업종일 뿐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달에서 괴물들이 내려온 그날 이후, 1,000만의 인구가 거주하던 서울이 망했다.
도심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로 뒤덮였고, 지옥도가 펼쳐졌다.
조용한 골목에선 처음 보는 괴물이 아이들을 사냥했다. 도로에는 차를 전복시키고 집어던지는 거대한 괴수들이 나타났다.
그중 제왕 같은 괴물도 있어서 수많은 인간의 시체를 산처럼 쌓아놓고 먹어댔다. 녀석의 부하들은 피와 내장이 흐르는 인간의 시체를 끊임없이 날라다 바쳤다.
변화는 순식간에 왔고 모두가 기억하는 서울은 더이상 없었다.
사람들은 수원까지 밀려났다. 몬스터는 하급을 제외하고는 특수한 방어막을 갖고 있었기에 군대로는 제지할 수 없었다.
이때 헌터라 불리는 능력자가 출현했고 상황이 반전됐다. 정부는 헌터를 앞세우고 북상해 인덕원에 저지선을 설정했다.
현재 시흥시, 안양시, 성남시, 하남시가 전진기지 역할을 하며 서울에서 괴물들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막고 있다.
-팀장. 나돈의 흔적입니다.
그때 선두에 선 정찰요원이 무전을 해왔다.
나돈은 표범 정도 크기의 몬스터로 턱 힘이 굉장하다.
-발자국이야?
-네. 진흙 위에 찍힌 발자국이 별로 안 굳었네요. 가까이 있는 듯합니다.
-큰일이군. 모두 롱테일의 소변을 몸에 뿌리도록.
그러자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신음이 흘러나온다.
롱테일은 거대 잠자리 같은 괴물인데, 돌아다니다 나돈 같은 괴물을 낚아채서 잡아먹는다. 그 때문에 나돈은 롱테일의 소변 냄새라면 겁에 질려 도망간다.
문제는 이 소변 냄새가 무척 구역질난다는 점이랄까.
-비싼 거니까 군말 말고 발라.
나는 단호하게 한 명도 열외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래도 투덜거림이 나오는 걸 막지 못했다.
-팀장님, 이러니까 우리가 똥파리라 불리는 거 아닙니까. 이거 원, 여자 거기 쩔은 냄새도 이것보다 나을 겁니다.
그냥 투덜거리는 것뿐이란 걸 알기에 무심히 대꾸했다.
-니가 돌아가서 돈 주고 사는 창녀 가랑이 냄새보다 100배는 비싼 거니까 그냥 쳐발라.
-킥킥킥. 복귀하면 저랑 같이 가시지 말입니다.
-됐다. 넌 맨날 싸구려만 다니잖냐.
-뭐, 그러면 비싼 보×에선 꽃향기라도 난답니까?
팀원 하나와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사이, 모두 소변을 몸에 뿌렸다. 나는 바로 이동 지시를 내렸다.
이것으로 며칠 동안은 나돈의 위협은 없어졌다.
헌터는 이런 노하우를 모른다.
아니, 능력이 있으니 알 필요도 없었겠지. 하나 그들은 능력을 과신해 나돈과 싸우다 죽는다. 처음에는 잘 싸운다. 하지만 점점 사방에서 몰려온 나돈 떼에 지쳐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반면 우린 나돈을 피해 간다.
하이에나란 그런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