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07
00107 5-2. 무덤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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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것이냐. 정말 고생이 많구나.”
메타트론은 또 원행遠行에 나서는 내가 가엾게 보이나 보다.
“걱정 마, 금방 갔다 올게.”
이번에는 금강산 일대이다.
동행인은 상필이랑 함가윤, 함지윤 자매다.
유송연이 이번에는 개인 사정을 빠지게 되어 이 셋을 데려가기로 했다. 뛰어난 유송연의 공백을 메우려면 셋 정도는 있어야지 싶어서 말이다.
“자, 이것들 마셔.”
나는 셋에게 화염 저항 물약을 마시고 나머지는 장비에 뿌리라고 지시했다.
희류는 다 좋은데 화염 갈기와 화염 피막 때문에 화상을 입거나 장비가 손상되는 게 문제다. 그 때문에 한 번 탈 때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화염 저항 물약을 듬뿍 써야 한다.
탑승비가 보통 비싼 게 아니다.
“지윤아, 이쪽도 발라야지.”
함가윤이 쌍둥이 여동생인 함지윤을 꼼꼼하게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준비가 끝나자 우리는 희류에 올라타 곧장 노량진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와아아아! 형, 이거 정말 끝내줘요!”
“전에 타봤잖아?”
“이렇게 큰 뒤로는 못 타봤죠.”
희류가 한 15미터 정도 자랐을 때 상필이가 졸라서 한 번 태워준 적이 있다.
낯을 많이 가리는 희류인데 상필이는 접근을 쉽게 허락하는 게 괜찮을 것 같아서였다. 아무래도 전설의 테이머인 데다가 동물을 아끼는 성격 때문인 것 같았다.
“저도 꼭 이런 아이를 지배하고 싶어요.”
흠, 상필이는 전설의 테이머니까 자신을 엄격히 단련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대신 희류 같은 놈 하나만으로도 지배력이 거의 차 버리고 말 테지만.
반면 나는 군주급도 여럿 지배하고 있으니 내가 생각해도 대단하다.
“나중에 하나 데려와. 희류도 새끼 좀 낳아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희류가 생식 활동을 할지는 모르겠다. 몬스터 대부분이 생식 활동을 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하나의 시스템에 의해 탄생했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렇다면 모든 게 끝났을 때 몬스터는 어떻게 될까?
몬스터 사태가 끝나고도 희류를 계속 기를 수 있을 것인가?
혼자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금강산에 도착했다. 대한민국은 좁아서 희류의 속도로 날면 어디든 금방이었다.
하늘 위에선 도로가 막히는 일도 없는 데다가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니 말이다.
“오빠! 우리 일 끝나면 금강산 구경하고 가면 안 될까요?”
함지윤이 신 나서는 아래를 훑어본다.
“안타깝지만 무리야.”
“오빠랑 같이 있으면 안 위험하잖아요.”
기왕 온 김에 금강산도 보고 가면 좋기야 하겠지.
하지만 이곳은 적지형이다. 이 일대에서 돌아다니는 걸 들켜서 좋을 게 없다. 왕과 그의 수하들이, 인간이 이곳에서 뭔가 하려는 것 같다는 의심을 품을지도 모른다.
“위험해서가 아니야. 우리 작전 자체가 적에게 들켜서는 안 된다는 거지.”
“지윤아, 오빠 말 들어.”
함가윤이 나서서 달래자 함지윤은 아쉬운 듯했지만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나중에 몬스터 사태가 끝나면 원하는 만큼 금강산에 올 수 있을 거야.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 거고.”
“오빠도 가끔 정상적인 말도 하네요.”
“뭐? 대체 평소 내 이미지가 어땠는데.”
“그거야 오빠라면 이 몬스터 사태를 이용해 금강산을 사유화하지 않을까 싶었죠. 오빠, 몬스터 사태가 끝나면 노량진 땅이 다 오빠 거라면서요? 저 오빠한테 시집가도 될까요?”
함지윤에 말에 내 뒤에 있던 애들이 재밌다고 웃어댄다.
“이것들이 사람을 뭐로 보고.”
말은 그렇게 해도 평소 내 행동을 떠올려 보니 변명이 궁색해졌다.
“크흠!”
괜히 헛기침 한 번 하다가 견물생심이라고 욕심이 생긴다.
까짓 거 금강산 한 번 내가 가져봐?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몬스터 사태 중이라면 모를까, 모든 게 끝난 뒤 그런 일이 용인될 리가 없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게다가 몬스터 사태가 끝나면 천사들도 다 떠날지도 모를 일이다.
메타트론은 그 부분에 대해 언급하길 꺼렸다.
자기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것.
자신들의 원래 주인의 명을 받고 적을 쫓고 쫓아 지구까지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뒤로 주인과 연락이 끊긴 상태라고.
어렵사리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일을 다 끝낸 뒤에 하자는 게 천사들의 입장이란다.
그전에 연락하자니 면이 안 선다나, 뭐라나.
흠… 그때가 되면 메타트론이나 산달폰, 미카엘라도 떠나려나? 특별히 나와 친근한 관계인 셋이라 떠나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지구에서 계속 같이 살면 좋겠다.
뭐, 벌써부터 고민할 문제는 아니긴 하지만.
일단 일에 집중하자.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떨친 나는 어디에 착륙하는 게 좋을지 살폈다. 그러다 곧 적당한 장소를 발견하고는 희류를 내리게 했다.
“모두 은밀하게 움직인다.”
몬스터에게 들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만약 모습을 보이면 제거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오빠, 우리 어디로 가요?”
함지윤의 질문에 나는 위성 좌표를 확인한 뒤 지도를 확인했다.
“일단 밤까지 기다린 다음에 움직인다. 안내해 줄 자가 있어.”
당연한 얘기지만 여기서 나 혼자 무슨 수로 길을 찾겠나.
목적지는 일곱 개의 웅덩이라는 알쏭달쏭한 장소인데.
“이쪽으로 따라와.”
하이에나 시절의 경험 때문에 몬스터들의 감각을 피해 숨는 건 도가 튼 나다.
헌터들은 이런 걸 잘 못한다.
몬스터가 보이면 마정석 때문에 덤벼들 생각부터 하니 말이다. 게다가 그들은 제법 큰 무리를 지어 움직이기에 소규모 팀이 은거하는 노하우가 부족하다.
반면 나는 능숙하게 일행 모두가 숨을 수 있도록 했다.
“오빠, 정말 재주가 많으시네요.”
내가 순식간에 쉘터를 만들자 다들 신기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밤까지 지낼 테니까 좀 자 둬.”
“네.”
밤이 되자 우리는 주변을 정리한 뒤 다시 움직였다.
어둠 속에는 야행성 몬스터도 많기에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감시의 눈길을 사방으로 뿌려가며 이동한 탓에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약속 시간보다 빠르게 도착할 듯했다.
“형, 거의 다 온 건가요?”
“응, 저 산 중턱이야.”
이후 한 시간 정도 더 나아가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미리 기다리고 있던 자들이 나타났다.
“어서 오십시오.”
하르담과 안내를 맡을 탈북 벌레 한 마리였다. 이들은 며칠 전에 지하를 통해 출발해 미리 도착해 있던 상태였다. 둘을 부른 이유는 간단하다.
탈북 벌레가 근처까지 안내를 하면 하르담의 스캔 능력으로 위치를 정확히 찾는다는 복안이었다.
탈북 벌레는 기다란 다리를 여러 개 가진 일꾼 벌레로 내겐 익숙한 형상이었다. 다만 황금갑충의 일꾼 벌레와는 약간 생김새가 다르긴 했다. 아무래도 둥지마다 환경이 다르니 어느 정도 차이가 생기는 모양이다.
곧 탈북 벌레가 더듬이로 앞으로 톡톡 두들기며 앞장섰다. 우리는 그 벌레를 따라 땅밑으로 향하는 굴로 이동했다. 물론 땅속에서도 제대로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특별한 물약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꽤 오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위대하신 분.”
“얼마나?”
“적어도 세 시간은 걸어야 할 듯합니다.”
땅속의 길은 길고 복잡하다. 특히나 지금처럼 이곳 둥지의 벌레들을 피해 갈 때는 더욱 그렇다. 우리는 둥지 바깥쪽에 뚫린, 벌레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갱도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다.
이런 갱도는 특정한 목적에 따라 건설되었다고 이후 버려진 게 대부분이다. 하르담이 속해 있었던 저항 조직도 이런 버려진 공동과 굴이 자리 잡았었다.
“그나저나 물이 많군.”
“아무래도 금강산댐 아래쪽이니 침수현상이 눈에 확연하죠.”
뻥 좀 보태면 물 반, 굴 반이다.
사방에서 물길이 나 있었다.
“용케 안 잠기고 있군.”
“엄청나게 물이 들어옵니다만, 그 이상으로 잘 빼내고 있으니까요. 지하 생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침수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걸 해결하는 방법이 확실하죠.”
사방에 난 물길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닌 것 같다.
배수로 같은 작은 물길부터, 개천 같은 큰 물길까지, 모두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듯했다.
이러니 땅 밑에 일곱 개의 웅덩이란 게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보였다. 탈북 벌레 역시 이 물길의 흐름을 따라 착실하게 지하로, 지하로 이동 중이었다.
그렇게 나아가길 한참.
앞서 가던 탈북 벌레가 멈춰 섰다.
하르담은 벌레와 대화를 한 뒤 우리에게 설명했다.
“아마 이 근처일 거랍니다. 자기도 더는 모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제가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부탁해.”
하르담의 스캔 능력이면 목적지를 발견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낙관적인 전망과 함께 걸어가던 중 하르담이 갑자기 놀란 기색을 보였다.
“왜 그러지?”
“강력한 몬스터가 우리와 가까운 곳에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이건 군주급이군요. 대체 왜 군주급이 이런 땅밑에?”
나도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벌레형 몬스터가 아니면 보통 이런 땅밑에 오지는 않는다. 일이 있으면 드물게 방문할 순 있지만, 이런 심처까지는 올 리가 없다.
더 놀라운 건 그 군주급 몬스터가 수반하는 호위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
“형, 혹시 미친 몬스터 아닐까요?”
“일리 있는데.”
몬스터도 미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강한 힘을 가진 군주급 몬스터가 미치면 꽤 큰일이라고 한다. 어쩌면 죽이는 게 어려워서 땅밑으로 유인한 뒤 버린 게 아닐까도 싶다.
“오빠 무서워요.”
함지윤이 무서운지 내 팔을 잡고 바짝 붙는다. 군주급에 미치기까지한 몬스터가 근처에 있다고 하니 두려운 모양이었다. 여동생보다 어른스러운 함가윤은 별말은 없었지만 반대편 팔을 붙잡고 늘어졌다.
내색은 안 해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혀엉….”
상필이까지 달라붙으려고 하자 황급히 모두 밀어냈다.
“정신 차려, 이것들아. 군주급 정도는 나 혼자 이길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정신 나간 놈이라면 더 다행이지. 들켜도 큰 문제 없을 거 아냐.”
만약 놈의 정신이 온전하고 무언가 목적이 있어서 이곳을 살펴보는 중이라면 오히려 더 문제다.
“일단은 우회해 보고 어려우면 죽이겠다.”
내가 방침을 정하자 다들 더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놈에게 걸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움직였는데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양자 간의 거리가 점점 좁아지고 길이 단순해져서 더는 상대를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제는 정말 할 수 없었다.
“이쪽에서 먼저 공격하겠다.”
전투를 피할 수 없으니 선제공격하자는 의견에 다들 동의했다.
“어디서 싸우는 게 좋겠나? 하르담.”
“50미터 정도 앞에 적당한 크기의 공동이 있습니다. 보아하니 저쪽이 이미 우리를 눈치챈 모양입니다. 관심을 갖고 접근하고 있으니 이대로 걸어가면 될 듯합니다.”
무슨 이유로 이쪽에 관심이 동했는지 모르지만 바람직한 이유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벌레인 줄 알고 잡아먹으려는 건지도 모른다. 이 지하에서 먹을만한 게 벌레밖에 없을 테니까.
“이 앞이 공동입니다.”
하르담을 따라 들어가자 제법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군주급 몬스터가 보였다.
“호? 저게?”
상필이가 대번에 관심을 보였다.
일단 상대의 크기가 크지 않아서 좀 덜 위협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군주급 몬스터치고는 덩치가 무척 작다.
키는 불과 150센티미터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인다.
물론 크기가 강함의 척도는 아니지만, 그간 위압적인 군주급 몬스터만 보다 보니 상대적으로 귀엽게 보이기까지 했다.
녀석의 전체적인 외형은 판타지의 고블린을 닮아 보였다.
군주급 중에 이런 볼품없는 녀석이 다 있다니, 신기한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미친 것 같은 모습은 아닌데.
정신만 온전하다면 지배해서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좋아, 바로 공….”
막 공격 명령을 내리려던 그 순간 군주급 몬스터가 두 손을 위로 번쩍 든다.
“잠깐, 말로 하기래요.”
“뭐?”
“이러지 마시기요. 문명인끼리.”
지금 이 몬스터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런데 그보다도 놀라운 건, 이 군주급 몬스터가 어눌하긴 하나 한국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그간 하이에나+헌터로 제법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몬스터는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었다.
헌터를 유인하기 위해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몬스터는 일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수준이 달랐다. 이렇게 정확히 한국어를 구사할 줄이야.
군주급 몬스터가 지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항상 자기네 말만 하지 한국말을 쓰지는 않았다. 특히 군주급 몬스터는 일반 몬스터와 또 다른 말을 쓰기에, 헌터 중에서도 알아듣는 자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말, 그것도 사투리를 쓰다니. 대체 어디 사투리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이짝 말뽄새가 어수룩해서 웃기디요? 글치만 게니스도 한국말 할 수도 있는 거래요.”
“…….”
내가 이렇게 놀랐으니 상필이나 함 씨 자매는 말할 것도 없다. 벌레 인간인 하르담조차 말을 잊을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군주급 몬스터는 씩 웃는다.
“니기들 놀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