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13
00113 5-3. 강북 대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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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
8만이 넘는 인원이 몰린 그 한가운데.
나와 두 마리의 대군주급 몬스터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변은 엄청난 열기로 시끄럽다.
헌터, 인간, 몬스터 모두가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로 우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이건 정말이지 경이로운 이벤트였다.
몬스터 사태 이후 수많은 싸움이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수 만의 대군 앞에서 결투를 벌인 적은 없었다.
“기가 막히군. 얼마나 아둔하면 우리 둘을 상대하겠다는 거지? 인간.”
거대한 파르타스가 내게 빈정거렸다.
그는 키가 4미터가 넘었다. 옆에 있는 로크토 역시 비슷했다.
둘은 악마적인 외형을 가졌는데, 마치 그들이 가진 권세의 상징과도 같은 커다란 뿔이 인상적이었다.
그건 그렇고 덩치가 저렇게 좋으니까 2.5미터짜리 거검을 한손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는군. 지금 둘은 S+등급은 안 되겠지만 S등급은 될 듯한 무기를 들고 있었다.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고 싶은 것뿐이다. 그리고 한 번에 쳐죽여야 나도 번거롭지 않지.”
상대의 비아냥에 솔직히 대답했다.
허세는 없었다. 그냥 담백한 지금의 심경이었다.
니들은 이제 죽었다고 복창해라.
“뭐라? 크하하하하!”
파르타스는 어이가 없다는 대소를 터뜨렸다.
그의 웃음을 듣고는 몬스터 진영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온다.
여기서는 퍼포먼스가 중요하니 지면 안 된다.
나는 인간 진영으로 몸을 돌려서는 어깨를 으쓱하며 조소를 지어 보였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까분다는 느낌으로 말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헌터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죽여! 죽여라!”
어쩐지 소리치는 걸 들어보니 로마 콜로세움이 생각나는 상황이 아닌가.
뭐, 관객이 흥분할수록 좋지. 그 반동은 그만큼 클 테니까. 악을 써라. 그래야 네놈들 두목이 죽었을 때 사색이 돼서는 말도 제대로 안 나올 거다.
반면 아군은 흥분했던 만큼 기세가 더 오를 터.
나로서는 이 무대가 갖춰졌다는 사실에 속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무대가 높아야 추락이 극적이고 화려한 법 아니겠나.
“대체 무슨 속셈이지? 인간.”
당장이라도 붙어보자는 파르타스와 달리 로크토는 신중한 입장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는 내가 이 무모한 싸움에 홀로 나왔다는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여기서 네가 죽으면 너의 군대는 무너진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저 군대를 규합하고 이끄는 게 너라는 사실을. 저기서 흉흉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 저 외눈박이의 왕 콰르강, 저놈은 우리도 수하로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그런 콰르강이 너희 진영에 있는 건 오로지 인간, 너의 솜씨겠지. 그런 네가 죽으면 콰르강은 학살할 목표를 바꿀 것이다.”
“부정은 안 하겠다.”
“그런데 우리와 싸우러 나온 건가? 2 대 1로?”
나는 뭐가 문제냐고 물었다.
“이기면 네가 제기한 문제는 하나도 발생하지 않는다. 오히려 네놈들이 곤란해질 텐데? 둘이 나와서 진 것에 대한 망신은 차치하더라도 이제 네놈들의 군대는 누가 이끌 건가?”
승리를 당연시하는 내 태도에 로크토는 할 말을 잊은 듯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미친 작자로군. 그게 아니라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인물이거나.”
“후자라고 해두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로크토는 파르타스에게 말했다.
“너 혼자 싸우도록 해라, 파르타스. 이놈의 계략이 뭔지 결국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말려들지 않는 게 제일이겠지. 혼자서도 충분하겠지?”
“크르릉! 말이라고 하나! 카카카칵!”
파르타스는 2미터가 넘는 검을 두 개나 들고 있었다.
저 쌍검을 휘둘르는 것만으로도 일대가 초토화될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이것 봐라.
너는 빠지겠다 그거지, 로크토.
내가 그런 꼴을 호락호락 봐줄 것 같이 성격 좋은 것 같냐?
“오라!”
일단 나는 파르타스와 공방을 시작했다.
묵직한 검이 인정사정없이 내게 내리꽂힌다.
카앙! 캉! 카앙! 콰앙!
실로 강맹한 공격이었으나 태양신격의 방패는 그 모든 걸 여유롭게 견뎌냈다.
파르타스가 든 검은 S등급이지만 태양신격의 방패는 SS등급. 상대가 안 되며, 격이 다르다. 게다가 나 역시 능력치 집중으로 힘 +500을 한 상태라 무지막지한 공격에도 잘 버틸 수 있었다.
솔직히, 눈앞의 거대한 대군주급 몬스터와 나의 힘 차이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나는 점점 여유로워졌고 상대는 초조해졌다.
“이놈이!”
슬렁슬렁 버티는 내 모습에 파르타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런 모습을 알아챈 건 관객들이 환호를 질러댔다.
“그래! 유 위원님께서는 이럴 걸 알고 계셨던 거야! 자존심 강한 적이니 둘 다 불러내도 하나만 덤비리란 걸!”
“맞아! 그랬군!”
뒤쪽에서 자기 멋대로 해석이 들려왔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전혀 아닌데.
나는 잠시 공방의 여유가 생긴 틈을 타서 방패를 있는 힘껏 로크토에게 집어던졌다.
방패의 테두리를 따라서는 빛이 맹렬하게 회전하고 있었기에 대군주급이라도 정타를 맞으면 큰 피해를 각오해야 했다.
그 때문에 상황을 보고 있던 로크토가 화들짝 놀라서 피한다. 하지만 나는 날아간 방패의 방향을 유도할 기술을 갖고 있었다.
빗나간 방패는 급격히 선회해 로크토의 배후를 노렸다.
“큿!”
생각지도 못한, 마치 UFO 같은 움직임에 로크토는 허를 찔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피할 생각을 못하고 황급히 방어막을 전개했다.
카아앙!
마력의 충돌로 요란한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태양신격의 방패가 가진 위력은 로크토가 상정한 것 이상.
그는 피해 없이 공격을 막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대신 앞으로 볼썽사납게 엎어지고 말았다.
마치 철푸덕! 하는 소리가 난 것 같았다.
“푸하하하하하!”
나는 진심으로 폭소했다.
그렇게 무게 잡더니, 그렇게 거물인 척하더니 이렇게 쓰러졌다. 아군의 진영에서도 환호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으로 쓰러졌던 로크토는 몸을 일으키면서 수치심에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놈, 결코 편하게 죽을 생각하지 말아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가장 참혹한 죽음을 약속하지. 결코,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을 거다.”
결국 상대적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던 로크토도 돌아버렸다. 게다가 파트너의 굴욕에 파르타스 역시 분개한 표정이었다.
“맘대로 해. 네놈들이 뭐라고 하던, 오늘 여기에 끝까지 서 있을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그 말이 둘의 심경을 제대로 긁어버린 듯했다.
“이놈!”
“갈가리 찢어주마!”
4미터가 넘는 거대한 몬스터 둘이 달려드니까 정말 눈앞이 꽉 차는 느낌이다.
나는 즉각 현현을 해서 놈들과 맞섰다.
이제 여유를 부릴 수는 전혀 없었다. 즉각 수세적으로 전환해서 놈들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흥!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거북이 같은 놈!”
“아무리 껍질이 단단해도 결국에는 깨지는 것이다!”
잘 버티는 내 모습에 둘은 열이 받아서 소리를 질러댔다.
지금 내가 이 둘의 파상공세를 버틸 수 있는 건 순전히 장비빨이다.
SS등급의 태양신격의 방패.
S+등급의 황제 유진의 갑주.
그야말로 방어에는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이었다.
그럼에도 일부 공격이 갑주를 부수고 들어왔다.
“크악!”
짧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황제 유진의 갑주에 붙어있는 특능인, 원소력 제거가 제 역할을 해줬다.
원소력이 날아간 적의 공격은 내게 충분한 피해를 주지 못했다. 나는 금방 치료 능력으로 상처를 회복해 버렸다.
“이런 비겁한 놈!”
회심의 일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파르타스는 악을 써댔다.
“반드시 네놈을 도륙해 버리겠다!”
그렇다고 내가 완전히 방어만 하는 건 아니었다.
방패로 태양광 폭사를 아낌없이 뿜어냈다. 지금의 내 마력 회복력이라면 연발로 사용해도 무리가 없었다. 예전에는 하루에 한 번이 고작이었는데 나도 참 발전했다.
번쩍. 번쩍.
마구잡이로 태양광 폭사를 사용하자 공격해 오던 둘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몸을 그을리고 태우는 열 공격에 상당히 고통스러운 듯하다.
하지만 대군주급이라 그런지 곧 다시 공세를 회복했다.
카앙! 캉! 카앙!
갑주와 방패가 두들겨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로크토에게 얻어맞은 나는 곧장 파르타스에게 날아가 다시 등짝을 맞아 땅에 처박혔다.
엎어진 내 등 위를 향해 떨어지는 공격은 날개를 무기처럼 휘둘러서 막아냈다. 그리고 일시에 검은 마력의 날개를 창처럼 쏘아내 파르타스를 떨어뜨렸다.
“목을 빼주겠다!”
그러나 악귀 같이 소리치며 전면에서 달려드는 로크토에게 들이받혀서는 뒤로 수십 미터나 데굴데굴 굴러갔다.
이 모습에 몬스터 진영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누가봐도 파르타스와 로크토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처음에는 내가 제법 버티는 인상이었나, 점점 무너져 가는 것 같겠지.
그래서인지 아군은 걱정 가득한 모습이었다.
“힘을 내시오! 유 위원!”
응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부분 긴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지 못한다. 마치 3:0으로 지고 있는 축구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이 새퀴야! 나가서 이긴다고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어떤 놈이야, 나중에 두고 보자.
안 그래도 슬슬 비장의 한 수를 꺼내 보이려 하고 있었다.
실컷 맞아준 덕에 두 대군주급 몬스터께서 흥이 오르신 상태니까.
“말했지! 거북이 껍질은 깨지게 되어 있다고!”
“제법이었다만, 여기까지겠구나!”
나는 반쯤 포기하려는 사람처럼 방패도 축 늘어뜨린 채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대군주급께서는 더욱 거칠고 사나워졌다.
이 건방진 자식들은 이제 승리보다는 퍼포먼스를 더 중히 여기는 것 같았다.
몬스터 진영을 바라보며 호응을 이끌기 위해 손을 흔들고 난리였다.
쿠아아아아아!
흥분한 몬스터들의 함성이 광화문 광장 일대를 쩌렁쩌렁 울려댔다.
그래 지금이야.
절망에 떨어지려면 기쁨이 최고조에 오를 때가 적절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더 아픈 법.
나는 황급히 끼어들려는 천사나 다른 헌터들을 손을 내밀어 저지했다.
“유 위원!”
“유 위원님!”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이미 다 틀렸다고 생각했는지 결투고 뭐가 난입하려는 기세였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거절했다.
“크하하핫! 자존심인가! 다 죽어가면서 자존심을 세우려는 건가!”
파르타스는 그런 내 태도를 비웃었다.
“좋다! 그 알량한 자존심의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 너는 치욕 속에서 죽어갈 것이다!”
로크토 역시 나를 경멸하는 어투였다.
실로 기세등등하구나.
“일단 그 방패와 갑옷부터 떼어 내주겠다!”
그들이 손을 뻗어 내게서 무구를 빼앗으려 하는 그때.
나는 지금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수를 마법 주머니에서 꺼냈다.
바로 그건.
쿠른코의 잘린 머리였다.
그리고 그 머리는 살아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파르타스와 로크토가 대경해서는 물러났다.
나는 마치 메두사의 머리를 내미는 페르세우스처럼, 쿠른코의 머리칼을 잡고 그 머리를 적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런데 메두사보다 더 무서운 건 이 잘린 쿠른코의 머리가 말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드디어 만났구나! 이 반역자! 오늘이 네놈들의 제삿날이다! 내 친히 너희의 모가지가 날아가는 꼴을 보고자, 이 인간에게 부탁해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내가 뜬금없이 페르세우스 흉내를 내게 된 건 쿠른코의 부탁 때문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잘린 목을 가져오라기에, 그가 갇혀있는 감옥으로 둘의 수급을 가져가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쿠른코의 진정한 뜻을 몰랐기에 그리 이해했던 거다.
약점을 알려준다는 쿠른코는 자신의 머리를 잘라서 들고 가라고 했다. 그는 어차피 자신이 재기불능이며, 신체에 잔존한 최후의 힘은 반역자를 처단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자기 머리가 그들의 약점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건 효과가 확실했다.
“크아아악!”
“말도 안 돼!”
파르타스와 로크토는 마치 귀신을 본 사람처럼 놀라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단순히 놀란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강건한 팔과 다리가 마비가 오는 것처럼 뻣뻣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쿠른코의 머리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어서 저들의 머리를 잘라서 이 원한을 달래다오!”
“좋아, 기꺼이.”
나는 능력치 집중으로 힘을 +500한 뒤에, 바닥에 뒹굴고 있는 파르타스의 2미터짜리 거검을 들어 올렸다.
“크하하하하하!”
수만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공개 참수의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