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16
00116 5-4. 평양 포위전 =========================================================================
“나나엘님께서 찾으십니다.”
나나엘 패밀리의 헌터 하나가 와서 알려준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그를 따라 나나엘이 머무는 곳으로 향했다. 나나엘은 이번 평양 공격에 참가한 대천사 넷 중의 하나다. 참가한 대천사는 바라카엘, 우리엘, 라미엘, 나나엘이다.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우리는 나나엘 패밀리가 머물고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건물이라고 해봐야 3층부터는 날아가서 아무것도 없는 곳이었지만.
“어서 오세요, 유제아님.”
2층으로 올라가자 나나엘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곁에는 완전히 재구성된 아름다운 검이 보였다.
바로 광화문 광장에서 목이 달아난 파르타스에게서 빼앗은 검이다.
이 검은 쿠른코의 사체로 재가공되어 드디어 내가 한손을 휘두를 정도의 크기가 됐다.
“무리한 부탁을 해서 죄송합니다, 나나엘님.”
“아닙니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네요.”
원래라면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재가공을 했겠지만, 빠르게 평양 진공이 결정나서 나나엘이 고생을 좀 많이 했다.
야전에서 이동하면서 아이템까지 만진 탓에, 눈밑에 다크서클이 보일 정도다.
“이 일은 꼭 보답하겠습니다.”
“몬스터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는 나나엘의 노고에 감사하며 검을 살폈다.
*쿠른코의 시클소드(S+등급)
대군주급 몬스터 쿠른코의 사체로 만들어진 시클소드입니다. 검은 흉흉하고 섬뜩한 기운으로 가득해 의지 수치가 낮은 사용자에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공격력+318
회피+87
생명력+140
힘+135
민첩성+150
카리스마+99
특수능력-피의 파도/마비 광선/삼천 베기.
등급제한-의지 350이상의 헌터만 사용 가능.
“역시 대단하군….”
S+등급의 검이라 그런지 스펙이 쩐다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이전에 내가 뽑았던 명검, 용사 헤르의 양손검조차 압도하고 있다. 게다가 용사 헤르의 양손검은 트루 투핸더인 것에 반해 이건 한손검이 아닌가.
다만 문제가 있다면 내가 방패 하나만 들고 싸우는 데 익숙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싸우다 기습적으로 검을 휘두르는 방향으로 해야할까.
헌터 중에 소드 앤 실드를 주무기로 쓰는 자들이 있으니, 서둘러서 배워둬야 할 것 같았다.
평양 공격에 나서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나나엘님.”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나엘과 환담을 나누던 중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적의 공격이라는 것.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찌르고 들어오는군. 경계는 철저히 하고 있었을 텐데.
의아해하며 나가보니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공격은 하늘에서부터였다
적의 비행 몬스터가 벌떼처럼 몰려와서는 평양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 아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군 역시 대응을 하고 있었으나 지상에서 공중의 적을 상대하긴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노량진의 대공부대를 데리고 올걸 그랬다. 저 비행 몬스터 중 마정석이 없는 부류도 상당수로 보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종군 중인 천사 밖에 믿을 길이 없었다.
“나나엘님, 천사들을 이끌고 비행 몬스터를 상대해 주십시오.”
“일단 시간이 필요해요!”
나나엘의 설명을 들어보니 저 정도 무리를 상대하려면 천사들이 모인 뒤에 대열을 이뤄 한꺼번에 날아올라야 한다고 했다.
급하다고 산발적으로 올라갔다가는 각개격파된다는 것이다.
“공중에서는 지상보다 포위의 위험이 훨씬 커요. 지상에서는 전후좌우로만 포위되지만 공중에서는 위아래까지 추가되니까요.”
강력한 천사라도 공중에서 적이 벌떼처럼 달라붙으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그러니 공중 전투에 노하우가 있는 천사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날아올라야 한다고 했다.
“유제아님, 저는 지금부터 진중의 천사를 모두 모을 테니까, 시간을 끌어주세요!”
“알겠습니다!”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태양광 폭사로 하늘 위의 놈들을 공격했다.
“키에에엑!”
강한 열에 그을린 놈들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그러자 비행 몬스터 무리가 공중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거리가 멀어지니 태양광 폭사가 위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거리가 있을수록 빛이 퍼지는 각도가 커지는 게 문제였다.
녀석들은 내 공격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마음 껏 지상을 공격하다가, 내가 달려들어 태양광 폭사를 쓸 때만 하늘로 올라가 피했다.
사람 환장하겠는 게 그런 식으로 한쪽을 막아내면 뒤쪽의 놈들이 다시 활개를 쳐댔다.
“으아악!”
“이 빌어먹을 놈들!”
주변에서 헌터들의 비명이 가득하다.
역시 제공권에 대해서도 고려했어야 했구나.
이렇게 대규모로 전투를 하는 게 익숙하지 못해서, 지휘관 회의에서 소홀하게 취급했다.
공중에서의 공격에 관해서는 천사들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는 얘기 정도는 있었으나, 적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폭격을 해올 줄은 몰랐던 거다.
어쩌지.
고민하던 중 갑자기 잊고 있던 게 하나 떠올랐다.
바로 지하에서 천사의 파편을 얻었을 때 봉인했던 이매망량들이다.
나는 마법 주머니에서 서둘러 항아리를 꺼냈다.
검고 묵직한 항아리다.
항아리를 든 나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서둘러 총을 든 자를 찾았다.
마침 근처에서 총질을 하고 있던 헌터를 찾을 수 있었다.
“좀 도와줘.”
“말씀하십시오!”
“이 항아리를 있는 힘껏 던질 테니까. 적 한가운데로 가면 쏴서 깨뜨리라고. 할 수 있겠지?”
총을 가진 헌터는 그건 일도 아니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항아리를 있는 힘껏 공중으로 내던졌다.
대군주급과 팔씨름을 해도 될 내 근력 탓에 묵직한 항아리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마침 근처에서 날던 비행 몬스터 하나가 그걸 본능적으로 받았다.
이렇게 훌륭할 수가.
덕분에 타켓이 공중에서 고정됐다.
몬스터 놈이 갑자기 날아온 항아리를 받고 어리둥절해할 때, 탕! 소리가 났다.
퍼엉!
공중에서 항아리는 마치 폭발물처럼 터지며 사방에 검은 기운이 뿌려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개미떼처럼 많은 이매망량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원귀나 요괴라고 할만한 기이한 존재들이었다.
도저히 작은 항아리에 갇혀있었다고 할 수 없는 수가 사방을 돌풍처럼 휩쓴다. 그리고 흐름에 걸린 몬스터들은 미라처럼 빼빼 말라서는 땅으로 떨어졌다.
퍽!
땅에 떨어진 몬스터들이 연탄재처럼 부서진다.
생기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빨린 듯한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땅속에 본의 아니게 갇혀있던 이매망량은 정말 걸신들린 듯 몬스터를 먹어치웠고, 하늘은 비명으로 가득찼다. 그 끔찍한 광경에 비행 준비를 하던 용감한 천사들조차 얼이 빠진 모습이었다.
그들은 감히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학살이 끝나자 하늘 위에는 더는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폭식으로 만족한 이매망량들이 유유히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
우리는 혹시라도 저 귀신 떼가 이쪽으로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곧 제멋대로 사방으로 흩어져갔다. 그리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게 됐다.
마치 거짓말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땅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몬스터의 무수한 파편이 그게 현실이란 걸 말해주고 있었다.
“캬…. 맙소사, 마정석까지 먹어치웠군.”
혹시 무언가 회수할 게 있나 살펴보던 헌터 하나가 질렸다는 어투로 탄식한다. 내 옆에서 총을 쐈던 헌터도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굉장한 걸 부리시는군요, 유 위원님.”
“뭐… 일회용이었지만 말이야.”
***
이 일은 아군의 진영에서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단번에 적의 공중 세력이 전멸해 버린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내가 부린 이매망량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았기에 서둘러 해명해야 했다.
나는 천사의 파편을 구하면서 있었던 얘기를 밝혔다. 물론 이후디엘 패밀리를 의식해 그 천사의 파편을 동대문구에서 찾았단 소리는 안 했지만.
그러자 대강 다 납득하는 분위기가 됐다.
일단 그 이매망량도 다 흩어져 사라졌으니 더 따지기도 애매하겠지. 다만 야밤에 귀신을 봤다는 헌터가 가끔 나오긴 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난 모른 척할 뿐이었다.
“평양 시내로 들어가려면 대동강을 건너야 하는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휘관 회의에서 나는 대동강에 살고 있는 대군주급 몬스터를 언급했다. 그놈은 모사사우루스를 닮은 내 몬스터인 대치조차 작게 보일 정도로 장대한 덩치를 자랑한다.
그런 괴물이 대동강을 건너는 헌터를 덮쳐오면 그야말로 난리가 날 게 틀림없다.
현재 대동강을 다리들은 적에 의해 모두 파괴된 상태다. 그래서 수중 몬스터의 공격에 무척이나 취약하다.
그렇다고 대동강의 상류인 강동군쪽으로 우회하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다가 지형도 험하니 이런 군대 단위의 인원을 이끌고 돌파하기 부담스럽다.
우회한다면 적의 방어는 더욱 공고해 질 거다. 게다가 우회로에 함정이 없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나는 이런 점을 들어 대동강을 양각도를 통해 건너는 게 좋으며, 그러기 위해서 그전에 그 대군주급 몬스터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그야말로 힘이 어머아머한 놈입니다. 대신 지성은 떨어져 보이더군요. 초월적인 힘과 덩치를 가졌지만 단순한 괴물이란 느낌이었습니다.”
나는 그 괴물에 대해 설명하며, 공략 방법을 제안해 달라고 부탁했다.
“흐음… 터무니없는 놈이군요.”
“어찌해야 할지.”
그러나 다들 고민스러운 기색으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놈은 몸길이만 100미터가 넘는 엄청난 몬스터다. 현재 대동강이 터무니없이 확장된 게 녀석이 헤집고 돌아다닌 탓이 틀림없었다.
다들 고민만 하던 중 나나엘 패밀리의 방유송 위원이 입을 열었다.
“낚는 건 어떨까요? 지가 괴물이라고 해봐야 물고기잖습니까?”
“네?”
다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 그 제안이 재밌었는지 곧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
“100미터짜리 몬스터를 낚자는 말입니까? 하하하!”
하지만 타고 난 낚시광인 방 위원은 진지했다.
“지가 아무리 대단해도, 물속에 살고 루어를 물기만 하면 그냥 조과 대상에 불과합니다.”
방 위원의 태도에 모두 그가 농을 한 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가능한 것입니까?”
“대천사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거대한 낚싯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녀석을 끌어올릴 힘이야, 여기 헌터가 이렇게 많은데 걱정할 필요 없지 않습니까?”
방 위원은 내게 열정적으로 낚시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온갖 창의적인 방법으로 대군주급 몬스터를 낚을 방법을 제안해왔다.
솔직히 나는 그가 하는 소리를 반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사람이 상대를 몬스터가 아니라 낚아야 할 물고기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원래 대물을 향한 낚시꾼의 집념은 무서운 편.
나는 결국 그에게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
거대한 낚싯대를 어떻게 만드나 했더니, 대천사들이 확대 마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확대 대상이 된 낚시대는 방유송이 가진 최고의 물건이었다고.
듣자니 탄소 나노튜브 구조에 그래핀이란 소재로 코팅한 명품이란다.
“탄소 나노튜브의 강도는 강철의 200배 이상입니다. 그래핀 역시 강철보다 100배 강하죠. 이 두 개를 조합해 만들어진 가히 지상 최고의 낚시대입니다.”
…뭐랄까. 애초에 그 정도의 낚싯대가 정상적인 낚시를 위해 필요한 걸까?
기존의 낚시대로도 거대한 백상아리를 낚을 정도인데.
대체 왜 그런 낚싯대가 탄생한 건지 묻자, 방 위원의 대답은 간단했다.
“덕심이죠, 뭐.”
“…….”
뭔가 이해가 되는 대답인 게 더 무서웠다.
“이 낚시줄도 그래핀을 몇 겹이나 꼬아서 만든 제품입니다. 인장력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네….”
자기 분야에서 버닝한 덕후는 진짜 무섭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정말 낚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물을 낚을 준비를 마치다니.
그리고 재밌는 건 낚싯대의 줄은 복잡해 보이는 강철 도르레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헌터들이 그것을 줄다리기처럼 달라붙어 잡아당기면 되는 구조였다.
최대한 많은 헌터들이 달라붙을 수 있도록 어느 지점부터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었다. 정말 수천 명이 이 줄다리기에 투입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제가 할 일은 없습니까?”
“유 위원님께서는 덤벼오는 몬스터를 처리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사냥감이 날뛰면 적당히 힘을 빼주셔도 좋습니다.”
그 외에 대천사들은 주변에서 대기하며 낚싯대의 내구도를 보조하기로 했다.
낚싯대가 부러지거나 줄이 끊어질 것 같으면 마법을 부려 복원한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낚싯바늘은 어떻게 하신 겁니까?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일 텐데?”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단한 걸 준비했으니까.”
방 위원은 아주 자신만만했다.
그리고는 거대한, 구부러진 낚싯바늘을 보여줬다.
거의 사람만 한 것이다.
한데 어디서 본 모습인데…?
의아해하며 보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이건!”
“맞습니다. 하하하핫!”
이 미친 인간이 S등급 마법 물품인 용사 헤르의 양손검을 구부려놓고 있었다. 게다가 이거, 내가 이전에 뽑아서 판 거잖아!
“정말 기대가 되는군요, 유 위원님! 크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