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18
00118 5-4. 평양 포위전 =========================================================================
쿠아아아앙!
메기를 닮은 그 머리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주둥이에 흉악한 이빨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도저히 사람의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솔직히 녀석이 반쯤 뭍으로 딸려오자마자 대체 우리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다. 애초에 이런 놈인 줄 제대로 알았다면 아무도 이 낚시를 시도하고자 하지 않았을 거다. 무식하다면 용감하다는 말이 딱 지금을 위해 있는 것 같았다. 공격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겁에 질려서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모두 정신 차려라! 공격! 일제히 공격!”
내 고성에 헌터들이 정신을 차리고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온갖 색깔의 온갖 원소력이 투사되었다.
퍼어엉! 퍼버버벙! 쿠아아앙!
마치 과거 육군의 화력 시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떻게 보면 불꽃 놀이 같기도 했다.
여러 종류의 공격이 뭍에 올라온 괴물의 머리에 작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두꺼운 장갑을 뚫지 못하는 포탄처럼 소용이 없었다.
청일 전쟁시절에 보면 일본 군함의 포가 청나라의 철갑함인 정원과 진원에게 피해를 주지 못해 쩔쩔매던 일이 있었다. 정원과 진원은 독일제라 그런지 그 품질이 우수했다.
오죽하면 싸우다 죽은 일본군의 수병이 “정원함은 아직 침몰하지 않았는가?” 라 묻고 죽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지금 모습은 딱 그 일을 떠올렸다.
거세게 몰아치는 헌터들의 공격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괴물이 입에서 뿜어낸 독에 이쪽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하고 있었다. 대천사들은 그걸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급급해 보였다.
위력이 문제라기보다 워낙 피해 범위가 넓어서 문제랄까.
제대로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인원 중 여유가 되는 건 나뿐인 듯했다.
“현현하라!”
즉각 현현한 나는 방패를 맹렬히 회전시켜 던졌다.
쌔에에엥!
팽이처럼 요란하게 돌아가며 쏘아진 방패는 괴물의 피부에 혈선을 긋고 지나갔다.
쿠아아아아아!
고통에 괴물이 천지가 쩌렁쩌렁 울리는 듯한 소리를 내질렀다.
이거 완전히 사자후는 저리가라고 할 정도다.
산전수전 다 겪은 헌터들조차 다리가 풀려서 털썩 주저앉을 정도였다.
앞뒤 안 보고 정신이 나가서 도망치는 자도 여럿이었다. 내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용기의 오라 덕을 보는 자들만 비교적 멀쩡했다.
“젠장.”
욕이 절로 나온다. 진짜 이 녀석, 무식한 것만 빼면 모든 게 초월적인 괴물이었다.
나 역시 귀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방패로는 안 되는 건가. 방패란 건 본래 방어를 위한 도구다. 공격에도 동원이 가능하지만 역시 창검에는 밀린다.
나는 이 사태를 종결하려면 결국 이번에 얻은 쿠른코의 시클소드를 쓸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마침 쿠른코의 시클소드에는 삼천 베기라는 강력한 공격 기술이 있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 저 대군주급 몬스터를 끝장내기에는 부족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다른 기술과 합쳐서 위력을 배가하는 게 해법일 것이다.
현현으로 얻은 능력은 낙하/처형/돌진이다.
이중 돌진은 지상에 있을 때만 사용할 수 있으니 낙하와 처형을 삼천 베기에 더해서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나는 막 괴물의 공격이 내게 쏟아지려는 그때 쏘아지듯 위로 날아올랐다.
등 뒤의 검은 마력의 날개가 지면 쪽으로 길게 늘어진다.
이 검은 마력의 날개는 실제 날개가 아니라 비행은 제대로 못 하지만, 이처럼 공중으로 쏘아져 올라가는 짓은 가능하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간 나는 머리부터 반전해서 지면으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중력에 의해 끌려 내려가는 정도의 속도였다.
하지만 낙하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무시무시하게 빨라졌다.
탁한 대동강물 옆에는 뭍에 반쯤 올라와 있는 괴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단하긴 대단하다. 이렇게 높게 올라왔는데도 저 정도 크기로 보이다니.
하지만 높은 공중에 있는 날 전혀 모르고 있었다.
역시 지성이 떨어져서 그런지 전술적 판단력이 미비하다. 과거 군주급 몬스터에게 낙하를 쓸 때는 놈이 대공 공격을 해왔었다.
한데 이 녀석은 대군주급임에도 내 위치를 완전히 놓쳐버렸다.
뭐, 내겐 나쁘지 않은 일이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다면 삼천 베기에 처형 효과를 더한 효과를 원 없이 발동할 수 있을 테니까.
쿠아아아앙!
강력한 마력에 둘러싸여 낙하하니 소음이 요란했다.
마력이 발동된 효과 때문에 내 전신은 혜성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제야 괴물이 위를 쳐다보며 울부짖는다.
하지만 이미 늦어도 한참 늦어버렸다.
포탄과도 같은 속도로 내리꽂힌 나는 삼천 베기+처형을 사용했다.
쿠른코의 시클소드는 거대한 초승달과도 같은 검기를 만들어냈고, 이게 괴물의 머리에 적중했다.
순간 메시지가 떴으나 곧 이뤄진 낙하의 충격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콰아아아아앙!
삼천 베기+처형 외에도 마력이 둘러싸인 몸으로 떨어진 효과도 파괴적이었다.
나는 괴물의 몸 위에 떨어졌는데, 일순간 놈의 몸이 출렁하며 오목하게 파이더니 곧 사방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그다음은 빛과 열기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으으으…….”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땅에 생긴 크레이터 안에 박혀 있었다. 몸이 반쯤 파묻혀서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그건 그렇고 주변에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
주변은 반쯤은 불바다였다.
무언가가 타고 있어서 보니 커다란 살덩이들이었다.
예전에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캣피쉬 구이가 생각나는 냄새였다.
나도 모르게 한 덩이를 주워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음… 나쁘지 않은데.”
간이 안 돼서 그렇지.
그런 생각을 하고 벌러덩 누워있는데, 곧 사방에 때아닌 눈발이 날리더니 불길이 모두 꺼진다. 그리고 크레이터 위쪽에서 헌터와 천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 날 보고는 흥분해서 소리친다.
“멀쩡해! 유 위원님이 살아있다!”
“오! 살아있다!”
이놈들… 누가 그깟 낙하 쓰고 죽을 줄 아나.
“끄응….”
그래도 몸을 뒤척이자 신음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상처 치료를 사용한 뒤에도 한동안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러자 곧 천사들이 날아와 날 부축한다. 그리고 헌터들도 크레이터 안으로 우르르 내려왔다.
사방에 환호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반면 나는 피곤함으로 의식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러는 와중에 힘겹게 입을 열어 물었다.
“대군주급은 아직 침몰하지 않았는가?”
부디, 이 드립을 이해할 밀리터리 덕후가 있어야 할 텐데….
정말 걱정스러웠다.
***
만주.
넓고 푸른 초지 위를 임상필, 함지윤, 함가윤, 그 외의 네 명의 젊은 헌터들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말과 비슷한 몬스터를 탄 상태다.
함지윤, 함가윤을 빼고 모두 테이머였기에 탈것으로 필요한 몬스터는 충분했다.
이들은 유제아의 명을 받고 불타는 사명감을 만주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정작 이 팀을 파견한 유제아는 애초에 전혀 기대하는 것도 없었지만, 이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그도 그럴 게 동년배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탓에 서로 금방 친해져, 우리도 무언가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이뤄진 상태였다.
여기서 탁월한 공을 세우면 자신들의 입지도 달라질 거란 기대감도 팽배했다. 또한 그것과 별개로 이 원행은 여행의 즐거움도 선사해주고 있었다. 한데 이 팀은 어제부터는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다.
“저쪽이야. 확실히 저 부근에서 강한 마력이 느껴져.”
“조심히 다가가 보자.”
“다들 조용히 해.”
만주에 와서도 별다른 성과 없이 헤매기만 하던 이들은 어제 엄청난 규모의 마력 파장을 감지했다. 그것은 마치 근처에서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충격을 줬다. 불침번을 빼고 잠들어 있던 모두가 일제히 일어날 정도였다.
하여 이들은 드디어 뭔가를 발견하는 건가 싶어서 서둘러 그 진원지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끈적하고 사악한 기운에 모두 점점 말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과연, 이번 임무는 무척이나 위험천만하다.’
임상필은 유제아가 함가윤, 함지윤을 잘 지켜주라고 당부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중요한 임무에 자신을 팀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에, 신뢰받고 있단 생각도 들었다. 임상필은 그 신뢰에 보답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꼭 이 일을 성공시켜야 해.’
유제아는 뭔가 위험한 기색이 보이면 바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임상필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말 잘 듣는 동생이었지만, 자신의 젊음에 어울리는 무모함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대단한 성과를 내는 유제아를 보며 자신도 그러고 싶다는 열망을 키워왔다.
“모두 이쪽으로.”
임상필은 선두에서 모두를 이끌었다. 그들은 언덕을 넘었고, 곧 자신들이 일종의 분지 안에 와 있다는 걸 깨달았다. 특이하게도 그곳의 공기만 다른 것 같았다.
“주변에 이상한 기운이 가득한데?”
“그래, 여기야. 여기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어.”
초지 위에는 온갖 바위와 돌이 가득했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그리 놓여있는 것처럼 보여 특별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 뭔가가 있음을 모두 직감했다.
“일단 두 개 조로 나눠서 사방을 탐사하자. 특이 사항을 발견하면 연락해.”
“그래.”
그들은 그 분지를 샅샅이 뒤졌지만 뭔가 특기할만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주변에 널린 바위가 자연적이 아니라 인위적인 배치 같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증거는 없었다.
‘답답한데.’
임상필은 다 와서는 뭔가를 잡아낼 수 없자 적잖이 실망스러웠다. 그러다 근처에 있는 산을 보고는 퍼뜩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올라가서 이 일대를 살펴보자. 원거리에서 보면 달라 보일지 몰라.”
“그거 좋은 의견인데.”
다들 뭔가 돌파구가 될 거 같아 동의해 왔다. 그런데 헌터 하나가 일단 드론부터 날려보는 게 어떠냐고 했다.
“드론으로 살펴본 뒤에 뭔가 이상한 거 같으면 이동해도 늦지 않아.”
임상필 역시 동의했다.
확실히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곧 고성능 카메라를 단 드론이 250미터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일대의 모습이 훤하게 드러났다.
“뭐지? 이거 좀 인위적인 배치인 거 같은데.”
드론을 조작하던 젊은 헌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임상필도 호기심이 동해서는 드론이 찍고 있는 화면을 쳐다보았다.
“확실히 그렇네. 자연적인 바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배치가 특이하다.”
“의미가 있는 것 같은데?”
토론을 한참 하던 그들은 이게 자연의 지형을 이용한 거대한 마법진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대체 누가 몬스터가 사는 이 만주 땅이 이런 마법진을 만든단 말인가.
일단 그들은 근처의 산에 올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로 했다. 아무래도 드론이 찍은 영상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좋아, 산으로 가자.”
“위에서 보면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야.”
팀은 대발견을 앞둔 과학자처럼 흥분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들은 알지 못했다. 산으로 향하는 자신들의 뒤를 일단의 몬스터 무리가 은밀히 뒤따르고 있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