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25
00125 5-4. 평양 포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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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냅다 방패부터 집어던졌다.
맹렬하게 빛으로 회전하는 방패가 무서운 기세로 왕에게 쏘아졌다.
하지만 왕은 들고 있던 장병기로 그걸 쳐낸다.
카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튕겨나는 방패. 태양신격의 방패를 던졌는데 저 정도로 침착하게 반응하는 적은 처음이다.
그나저나 들고 있는 무기가 특이하네.
춘추전국시대 사극 같은데서 보던 것 같은데.
극이라고 부르는 거 아닌가?
아무튼 왕이 강하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그런데 보고만 있어도 소름이 돋는 듯한 투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평정심이 느껴지는 상황이라고 할까.
이대로라면 내가 굴욕이니 자극을 해보도록 하자.
과거 왕과의 만남에서 난 현현을 하지 않았었다. 해봐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굳이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거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더불어 도발까지 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다. 그 고매하신 왕과의 대결인데 이 자리에 좀 더 극적인 분위기가 연출되어야 하지 않겠나.
“재밌는 걸 보여주지. 기대해도 좋아.”
“뭐, 재주가 있으면 부려 보거라.”
나는 즉각 현현을 사용했다. 그러자 등 뒤로 검은 마력의 날개 여섯 장이 돋아난다. 왕은 내 모습을 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메타트론!”
그러다 약간 혼란스러워 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아니… 메타트론과 같은 기운이긴 하나 너는 인간이 아니냐. 어찌 인간이 이런.”
고민스러워 보이던 왕은 곧 주먹으로 손바닥을 탁 친다.
“그렇군… 그렇구나. 화신이로구나. 설마 그들 중에도 화신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것은 본디 우리의 주인 되신 분들의 능력인데 말이다.”
왕이 말하는 주인 되신 분들이란 메타트론이 언급했던 존재와 같은 부류겠지. 천사와 몬스터라는 형태를 취한 이 두 세력이 지금까지 다툰 건, 오로지 자기 주인들 때문이다.
“너는 할 수 없는 거냐?”
“물론이다. 설령 왕인 나라고 해도 화신을 부리는 건 무리다. 원한다면 화신을 만들 수야 있겠지만 지금 너처럼 본체에 준하는 정도로 잠재력을 가지게 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이쪽 입장에선 다행이다.
갑자기 이때 왕의 화신이라도 등장하면 얘기가 엄청 꼬이니까.
그나저나 메타트론은 대단하구나.
천사와 몬스터, 양 진영을 다 합쳐서 유일하게 화신을 만들 수 있었다니.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속이 불편해져 오는군.”
어느새 왕의 표정이 변해있었다.
과거 그는 메타트론의 일격에 중상을 입고 오래간 요양해야 했다고 한다.
메타트론도 자기 힘을 상당히 잃어버렸을 정도로 격렬한 싸움이었다. 왕도 그 싸움의 여파로 무척 고생했을 게 뻔하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화신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이가 절로 갈리리라.
나는 좀 더 도발하기로 했다.
“왕이란 역시 관대하군. 자길 찌른 자의 화신이 왔는데 제자리에서 구경만 하고 말이야. 괜찮으면 나도 한 방 찌르고 가고 싶은데.”
“이놈….”
결국 왕도 화를 내는군.
그의 분노가 지독한 한기처럼 내 몸으로 스며들어온다.
이제야 왕이 전력으로 부딪쳐 올 거라 생각이 들었다.
콰아아앙!
주변의 공기가 터져나가는 듯한 폭음이 나더니 왕의 극이 나를 내리치고 있었다.
엄청나다.
과연 이게 몬스터의 정점에 오른 존재의 위력인 건가.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엽왕 임철웅이라고 해도 이 힘에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헌터가 아니다.
태양신격의 방패를 정확히 가져다 대서는 떨어지는 극을 막아냈다. 단순히 막는 것뿐만이 아니다.
그대로 물리력을 되돌려 극을 튕겨냈다.
강한 공격이니만큼 극은 왕의 손에서 떨어져나갔다.
“허! 정말 놀랍군. 이런 짓도 가능한 건가!”
왕은 진짜로 감탄했다는 어투였다.
본디 나는 마법 같은 것만 주로 튕겨냈으나 최근에 수행이 깊어져 이런 짓도 가능해졌다. 뭐든 오래 하다보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법이다.
“더 신기한 걸 보여주지.”
나는 방패를 앞으로 내밀고 그 위에 칼의 끝이 상대를 향하게 칼을 걸쳤다. 그리고 동시에 방패의 능력인 태양광 폭사와 칼의 능력인 피의 파도를 사용했다.
이제 과거처럼 방패만 갖고 다니지 않는다.
양손에 하나씩 들고 다니니 한꺼번에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고열의 태양광과 살을 녹여 뼈만 남게 하는 피의 파도가 쏘아지자 왕은 서둘러 방어막을 전개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노련한 싸움꾼이란 한 번의 공격만 하고 끝내는 게 아니다. 연속해서 계속 틈을 비집고 들어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법이다.
나는 곧장 쿠른코의 검을 양손으로 붙잡고 강하게 내려쳤다.
카아앙!
왕은 어느새 회수한 극으로 그 공격을 막아냈다.
“제법 좋은 연계이긴 하지만 어림없지.”
“과연 그럴까?”
그제서야 왕은 내 손에 태양신격의 방패가 없는 걸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부우우우웅!
부메랑처럼 회전한 태양신격의 방패가 맹렬하게 날아와 왕을 강타했다.
“크아아악!”
마지막 순간에 그는 빠져나가려 했지만 내가 그의 극과 손을 붙들고 놔주질 않았다.
큰 충격을 받은 듯 왕은 비틀거린다. 그러더니 극을 매섭게 휘둘러 틈을 만들고는 뒤로 물러났다.
바닥이 그의 등에 난 상처 때문에 피로 흥건하다.
물론 그 상처는 연기가 피어오르며 수복되고 있었지만 왕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크게 준 것 같았다.
“역시 메타트론의 화신이란 말인가. 놀랍군… 나를 이 정도로 궁지에 몰아넣다니. 하지만 이게 내 진력盡力이라고 생각지 말아라!”
마력의 빛이 번쩍인다.
드디어 본래 힘을 드러내려나 보다. 황급히 공격을 퍼부었지만 폭발하는 것처럼 뿜어져 나오는 마력에 의해 저지된다.
원래 변신은 큰 틈과 위험을 만든다. 그렇기에 저런 식으로 마력을 일시에 터뜨려 상대의 공격을 상쇄하는 거다.
“크르르릉!”
변신한 왕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 전까지는 인간형 괴물이었다면 지금은 그야말로 몬스터다.
상반신은 그대로였지만 하반신은 다리가 여섯 개인 맹수의 하체와 닮아 있었다. 그리고 용과 같은 비늘 돋은 꼬리가 뒤로 이어졌다.
“대단한데….”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흘렸다.
변한 건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위압감 자체가 달라졌다.
왕은 자신의 극으로 나를 겨누었다.
극에 붙어 있는 모矛, 즉 창끝이 나를 예리하게 노린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콰아아앙!
태양신격의 방패와 황제 유진의 갑주로 최대 방어를 전개했음에도 내 몸은 날아오르고 있었다.
아니, 나뿐만이 아니었다. 강당 자체가 반파되었다.
날아가면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놀란 유송연이 황급히 피하는 게 보였다.
나는 공중에서 날개의 힘을 이용해 반전해서는 유송연에게 대피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는 낙하의 기술을 이용해 그대로 다시 왕에게 쏘아져 나갔다. 압도적인 힘이라고 이쪽에서 당하고만 있으리라 생각하면 오해다.
콰아아아앙!
“제법 강력하군.”
왕은 극으로 내 낙하 공격을 담담하게 막은 뒤에 말한다. 그리고 극을 휘둘러 나를 힘껏 치워낸다.
“큭!”
그 반동에 나는 뒤로 쏘아지듯 나아가 건물에 그대로 쳐박혔다.
콰아아앙!
이 자식이 누가 포탄 같은 건줄 아나.
서둘러 치료를 사용하며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어렵사리 기어 나왔다.
그나저나 왕은 역시 강하구나.
물리치지 못하는 절대적인 힘 정도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엄두도 못 내겠다.
왕의 빈틈에 전력으로 힘을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치명타를 먹일 수야 있겠지. 하지만 저 놈이 그럴 기회를 줄 리가 없다.
역시 여기서는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겠는데?
나 혼자 끝내려고 했지만 역시 무리겠지.
그런 결정을 하고 쳐박힌 건물 밖으로 나오자 주변은 온통 난리였다. 헌터와 몬스터의 전투로 아주 어지럽다. 그 중 몇이 날 알아보고 소리쳐 온다.
“아니! 유 위원님!”
“유 위원님이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곧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부상으로 빠졌다는 내가 싸움터에 나타나니 그럴 수밖에.
근자에 나는 존재만으로도 아군의 사기를 올리곤 했다. 나는 이들에게 어느새 승리의 상징이 된 상태다. 내 지휘 하에서는 패하는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른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 물러나십시오! 지금 이곳은 위험합니다.”
대천사들을 모두 부르고 싶었지만 문제는 그들도 나름대로 바쁜 거 같았다.
그들처럼 강한 마력을 가진 존재는 느낌으로 감지할 수 있는데, 지금 다들 자신과 비슷한 존재와 싸우는 중이다. 아마 왕의 대군구즙 몬스터를 상대하고 있겠지.
그들의 무운을 빌어줄 뿐 도움을 받기는 틀렸단 얘기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곧 가브리엘 패밀리의 남명우 위원이 나타났다.
그는 이번 공격의 총 지휘관을 맡고 있는 자다. 갑자기 물러나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전투의 승리가 목전으로 보이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겠지. 물론 그것도 다 내 보이지 않는 활약 때문이지만.
“왕입니다. 왕이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남명우도 내가 괜한 소리 하는 게 아닌 걸 깨달은 듯 입술을 질끈 깨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물러나는 건 내키지 않는 듯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위대한 영광이 손에 잡힐 듯 바로 앞까지 온 상황이 아닌가. 여기서 이긴다면 남명우의 이름은 위대한 승리자의 것으로 역사에 남게 될 것이다.
그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자 나는 채근했다.
“남 위원. 후퇴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제가 왕을 상대하는 동안 부대를 물려주십시오!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런 설득이 더 남명우의 투쟁심을 불태운 듯했다.
그는 소외당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로 대꾸해 온다.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 합니다! 유 위원이 비범한 건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도 한 몫 보태겠습니다!”
말은 온건했지만 절대로 이 공훈은 양보 못한다는 어투였다. 그가 투쟁심을 보이는 건 왕만이 아닌 듯했다.
큰일인데.
왕은 아무리 11인 위원회라고 해도 보통의 헌터가 상대해 볼 수준이 아니었다. 변신한 지금은 엽왕 임철웅도 몇 합이면 찢겨나갈 정도였다.
“남 위원!”
“그 얘기는 더 듣지 않겠습니다!”
이거 큰일 났네.
이쪽 말은 씨알도 안 먹히고 있다.
남명우는 자신의 손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는 혁명 투사의 각오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곧 주변에 일갈한다.
“이 자식들아! 왕이 온다고 한다! 꽁무니 빼고 도망갈 놈들은 지금 꺼져버려! 하지만 손주 놈들에게 그때 시대가 바뀌었다고 말한 놈들은 여기 남아있도록!”
주변의 호응이 뜨거웠다.
“오오오오! 남 위원님!”
“왕을 죽이자!”
“죽이자!”
난리가 났구나. 뭐, 멋있긴 합니다만, 남 위원님….
그렇지만 버티고 있다가는 다들 여기서 대가 끊길 텐데요.
한데 그때 몬스터들 쪽이 소란스러워진다.
왕이 오고 있는 것이다.
몬스터들은 광신도들처럼 소리를 질러대더니 곧 좌우로 갈라진다.
그리고 왕이 나타났다.
정말 태산이 나타난 것 같은 숨 막히는 모습이었다.
방금 전까지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한 헌터들은 놀라서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막상 왕을 보고 나니까 급속도로 전의를 상실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왕과 싸울 수 있는 것도 나뿐이지만 왕을 보고도 멀쩡한 것도 나뿐이다.
나는 재빠르게 재차 설득했다.
“남 위원님, 얼른 부대를 뒤로 물리십시오. 여기서는 제가….”
하지만 공포에 질리면 정신줄 놓는 부류도 있기 마련이다.
남명우는 고성을 지르며 자기 칼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제군들! 드디어 마지막 싸움이다! 돌격하라!”
정말 전설의 영웅처럼 소리친 남명우는 칼을 들고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면 달려 나가는 건 그 하나뿐이었다.
아무도 남명우를 따라 돌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적 본인은 그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왕이 무심하게 극을 내리찍자, 남명우의 몸은 두 개로 쪼개졌다. 좌우로 나뉜 몸에서 내장이 길게 늘어진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작은 몬스터들이 개떼처럼 튀어나와 그걸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왕은 대체 이건 뭐냐는 듯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왜 이런 방해가 들어오게 내버려 두냐는 듯한 책망까지 느껴졌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헌터들에게 소리쳤다.
“이제부터는 본인이 지휘하겠다. 부대! 200미터 밖으로 물러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