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34
00134 6-2. 천사들의 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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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아의 누나인 유지아는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잘 나가고 있었다. 애초에 적성이나 꿈 때문에 검찰에 간 것도 아니고 조만간 나와서 변호사 일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동생인 유제아가 노량진에서 이런저런 일을 시작하자, 자신이 변호사로서 도울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일찌감치 검찰에서 나와서는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것이다. 요즘 어려운 변호사가 많다지만 동생이 패밀리의 일을 몰아줬기에 그녀는 걱정 없었다.
유지아는 메타트론 패밀리를 시작으로, 유제아 휘하의 연합헌터단의 일까지 맡게 되었다. 일반인들의 의뢰는 받지 않고 오직 천사의 패밀리 일만 처리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밑에 새끼 변호사도 몇 두고 있을 정도로 안정된 상태다. 문제라면 맨날 싸움질하고 다니는 동생 걱정이라고 할까. 동생이 하는 일이 원래 그런 거니 이해는 하지만, 유지아는 늘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자기 남동생이 제일 소중했다.
“연락 좀 하지.”
퇴근하며 폰을 열어본 유지아는 한숨을 내쉰다.
몇 번이고 톡을 날려봤지만 답이 없다. 바쁜지 읽지도 않고 있었다. 유지아는 유제아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섭섭한 건 어쩔 수 없었다.
‘누나가 보고 싶은 것도 모르고. 하여간 남동생 예쁘게 키워봐야 소용없어요. 평생 데리고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금이야 옥이야 키워놨더니 옆에선 여시 같은 날개년들이 살랑살랑 거리지 않나.’
좀 더 어릴 때는 동생이랑 평생 같이 살 줄 알았건만, 유지아는 하늘도 무심하다 싶었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놀랄 일이 일어났다.
“꺄!”
갑자기 자기 몸이 빠르게 하늘로 떠올랐던 것이다.
마치 고속 엘리베이터에라도 올라탄 것 같았다. 갑자기 몸이 치솟자 대범한 그녀라도 놀라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꺄아앗!”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생각할 여력도, 기도한 틈도 없었다.
그냥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있는데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누나. 놀랐어?”
“제아야?”
살짝 눈을 뜨니 눈앞에 보고 싶었던 남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지금 상황 때문에 그 남동생조차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유지아는 구름 위에 올라 있었던 것이다.
“꺄아아아!”
“누나, 괜찮아!”
“으아아아! 제아야! 누나 좀 살려줘! 꺅! 안아줘! 얼른!”
유지아는 놀라서 유제아에게 매달린다. 놀라서 경황이 없나 보다. 할 수 없이 유제아는 얼른 유지아를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유지아가 목에 매달려 온다.
“놓으면 안 돼! 대체 이게 무슨 일이니!”
“미안, 사람 없는 곳으로 부른다는 게 좀 파격적이었나.”
“네가 한 거야?”
“응.”
순순히 시인하자 유지아가 남동생의 가슴을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한다.
“너 키워준 은혜가 있지 누나를 하늘 위에서 던지려고!”
“그런 거 아니라는 걸 알잖아. 지금 이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없어서 그래.”
“그 모습?”
그제야 여유가 생긴 유지아는 동생의 모습을 살폈다.
“뭐야 이게?”
놀랍게도 마지막으로 본 때와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남동생은 훨씬 잘 생겨졌다. 그리고 머리칼은 검은색 그대로였지만 두 눈은 깨끗한 파란색이었다.
결정적으로 등 뒤로 날개가 여러 개 보인다.
날개의 크기는 모두 달랐는데 크고 작은 날개가 모두 합쳐 여덟 개였다.
“뭐야? 야, 동생. 너 왜 천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
“그게 말이야, 사실….”
유제아는 대천사가 된 경위를 압축해서 설명했다.
“미안, 상의도 없이 변해서. 하지만 크고 위험한 싸움을 앞두고 있어. 이 싸움에서 패한다면 우리나라가 위험해. 아니 전세계의 인간이 모두 그렇겠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이해해줄 수 있겠어? 누나가 이해해 준다면 나 힘낼 수 있을 거야.”
이번 싸움에서 지면 끝이었기에 마지막으로 누나를 보러 온 유제아였다. 하지만 유지아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하기만 하다. 모든 게 그녀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갑작스러웠다. 유지아는 곧 화가 나서 유제아를 마구 꼬집기 시작했다.
“너 말이야!”
“아파! 누나 아프다고!”
누나한테 쩔쩔매는 이런 모습을 보면 누가 이 자가 세계의 운명을 건 투사라고 생각할까.
“누나한테 상의도 없이 함부로 결정하고! 그러게 왜 그간 연락을 제대로 안 한 거야! 걱정했잖아!”
“미안, 정말 미안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기에 유제아는 연신 사과를 했다.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건 나쁜 일이었다고 반성도 해본다. 그러자 유지아는 곧 마음을 풀었다.
그녀는 성격이 강하긴 했지만 대신 아량이 넓은 편이었다.
“너 그런데 정말 내 동생 맞니? 천사로 변한 모습을 보니 너무 생소하다.”
유지아의 말은 유제아가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이제는 친누나와 종 자체가 달라져 버렸다. 그러니 계속 가족으로 남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어쨌든 유지아는 그에게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가족이었으니까.
그래서 준비해온 말을 황급히 늘어놓는다.
“누나.”
“말해. 어디 한 번 변명을 들어보지.”
“…그 우리 몸을 구성하는 입자는 주기적으로 교체돼. 시간이 지나면 실상 예전의 몸과 같은 건 별로 없지. 하지만 뇌의 정보와 패턴만 그대로라면 그 사람은 여전히 그 사람인 거야. 나 말이야, 몸이 이렇게 변하긴 했지만 이곳의 기억은 그대로야.”
유제아는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지아의 동생으로서의 기억도 추억도 여기 그대로 있어. 그리고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여전히 누나의 동생이라고 생각해.”
나름대로 논리적인 주장을 준비해 온 유제아다.
그런데 유지아의 얼굴은 이상해져 있었다.
그러더니 곧 미간을 좁히며 항의한다.
“뭐? 입자? 패턴? 너 말이야. 내가 문과였다고 어려운 말 쓰는 거지! 누나는 그런 거 하나도 모르거든! 이 새퀴야!”
퍽!
다시 한 대 맞았다.
“으윽!”
인간 중에 대천사에게 이렇게 강력한 철권을 날릴 건 유지아 밖에 없다고, 유제아는 생각했다.
“누나, 나 맞다니까.”
“정말?”
“진짜, 누나 동생이라고.”
“뭐… 그러려나?”
유제아는 곧 자신의 절박함을 유지아가 무척 즐기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모른 척 하는 여우 같은 얼굴에는 어느새 앙큼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와, 사악하네. 동생이 곤란한 게 그렇게 재밌어?”
“이럴 때라도 놀려먹어야지! 맨날 너 기다리느라 누나 수명이 줄겠다, 줄겠어. 얼른 은퇴 안 할 거니?”
그 부분에 대해선 유제아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유지아는 손을 뻗어 유제아의 볼을 한 번 꼬집는다.
“이 표정을 보니 내 동생이 맞긴 맞구나. 걱정하지 마. 이 누나는 그런 어려운 소리가 아니라도 네가 유제아인 걸 아니까. 네가 무슨 모습을 하고 있던지 누나는 알 수 있단다.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내 동생인 걸.”
유제아는 드물게 자기 친누나에게 감동받았다.
감동이란 그의 친누나가 줄 수 있는 감정 중에 무척 희귀한 것이었다. 보통은 감동보다 두통이 먼저 오곤 하는 친누나였다.
“자, 누나를 좀 더 안아주렴. 누나 추워.”
유제아는 이 구름 위로 유지아를 부르면서 마법을 걸었다. 그런데 춥다고 해서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더 의문을 품지 않고 친누나를 꽉 껴안아 줬다.
“살다보니 동생이 세계를 구하러 가는 날이 다 오네.”
“그러게 말이야.”
“다치지 말고, 무사히 돌아와야 한다? 너에겐 항상 기다리고 있는 가족이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응, 고마워.”
유제아는 만주로 가기 전 유지아를 만나러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
지아 누나를 만난 뒤 다음날, 2천 위位나 되는 천사들이 그들의 새로운 주인이 된 나를 따라 만주로 출발했다. 헌터들 역시 따랐는데 그 수가 3천가량이었다.
후방에는 메타트론 같은 부상자와 최소 방어 병력만 남은 상태다.
그간 수집한 첩보에 의하면 카르막스는 아직도 만주 일대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여 공격 준비가 끝난 우리는 그가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나선 것이다.
현재 나는 힘을 흡수해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태어난 상태다.
대천사가 됐고, 지구로 내려온 이 천사의 외형을 가진 존재들의 주인으로 인정받았다. 이제 가장 높은 천사에서 가장 낮은 천사까지 모두 날 따른다.
“주인님, 진짜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만주로 향하던 중 매우 귀여운 외형의 천사가 내게 말한다. 그녀의 이름은 스이엘. 나와는 인연이 깊은 천사다. 내가 왕들의 심장을 꿰뚫을 거라 예언하기도 했고, 태양신격의 방패를 뽑던 그 난리통을 함께했다.
“그래?”
“그럼요! 그 눈매가 날카롭던 하이에나가 제 주인님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아무리 제가 예언을 하는 천사라고 해도 이런 건 정말 예측 밖이라고요.”
천사들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필요도 없고, 천사라는 인격과 외형을 계속 유지해도 된다. 원래는 지구에서의 삶을 위해 천사라는 캐릭터를 택했었지만, 앞으로 그게 그들의 본질이 될 것이다.
하여 이들을 앞으로 천사를 참칭한 존재라고 하기도 애매해졌다. 누구보다 인간의 상상력 속 천사와 같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천사장 정도 되는 걸까?
앞으로 모두에게 천사장이라고 부르도록 해야겠다.
귀여운 여자 천사들이 주인님이라고 하는 건 듣기 좋은데 시커먼 남자천사들이 주인님, 주인님 거리니까 심히 불편하다. 천사장이면 적당한 직위 같았다.
나는 이 사실을 따르는 천사들에게 알리고 계속 북으로 나아갔다.
그러면서 스이엘에게 신격이란 것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나도 이제 우주의 원리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신격 말이죠.”
“그래, 아는 걸 얘기해 봐.”
“신격은 쉽게 생각하시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을 떠올리면 되요. 아니면 북구 신화의 신들도 괜찮겠죠. 강하고 위대한 존재들이긴 하지만 살해당할 수도 있고, 속기도 한답니다. 서로 배신하고, 미워하고, 사랑하고, 존경하기도 하죠. 이 행성의 표현으로 ‘인간적’이라 하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힘은 어느 정도인데?”
“천차만별이죠. 강하긴 하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어요. 절대신의 이미지에는 한참 모자라죠. 불멸자들이긴 하지만 필멸자에게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고요.”
유일신, 절대신 쪽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것 같다.
스이엘의 말대로 그리스, 로마 신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군.
“그럼 나는 반신격인가? 너희의 전前주인이 내게 카르막스와 대적할 힘을 준다고 했다. 그런데 카르막스는 반신격이고. 그렇다면 나 역시 반신격인 건가?”
“아니에요. 천사장님은 반신격과 겨률 강자긴 하지만 반신격은 아니죠. 신격이든, 반신격이든 그 위치에 오르면 일정한 담당 영역을 갖는답니다. 사랑의 신격, 가정의 신격, 복수의 신격, 뭐 이런 식으로요. 이건 신격의 위세와 힘에 대단히 큰 관련이 있어요. 신도들은 신격의 담당 영역을 보고 몰려드니까요. 신도의 숫자는 신격의 힘이기도 해서 담당 영역이 있는 게 신격에겐 매우 중요하죠.”
게다가 그 담당 영역이란 게 있으면, 그것에 특화된 위력도 낼 수 있다고 한다. 복수의 신격 같은 경우는 특정 대상을 복수의 상대로 지목하면, 그 복수가 완료될 때까지 특별한 힘을 얻는다고 했다. 그 지목한 대상만으로 상대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담당 영역만의 유일함이 있다고. 하니, 담당 영역이 없으면 힘이 비슷해서 꽤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 싸움이 불리한 거 아냐?”
“그렇긴 하죠.”
부정하지 않는 게 뼈아프군.
내가 다소 실망하자 스이엘은 위로하듯 설명한다.
“그래도 낙담하기엔 일러요. 일단 상대인 카르막스는 반신격이라 가지고 있는 담당 영역도 한 개 뿐이고, 그것조차 메이저한 건 아니에요. 그는 의심의 신격이에요. 속임수에 절대 속지 않지만 정직한 힘으로 무너뜨리면 될 일이죠.”
말이야 쉽지 꽤 어려운 얘기 아닌가.
싸움에서 속임수는 굉장히 중요하다. 일발 역전이란 것도 기막힌 속임수에서 나온다. 한데 카르막스는 그런 속임수를 원천 봉쇄할 능력을 가졌다고 한다. 정직한 힘이라니, 그건 말처럼 간단한 건 아니었다.
이런 내 표정을 봤는지 스이엘은 덧붙인다.
“전쟁의 신격이나 빛의 신격, 마법의 신격이 상대가 아닌 것에 감사하세요. 만약 그랬다면 애초에 싸움도 안 됐을 테니. 그나마 의심의 신격이라 가능성이 있는 거죠. 게다가 천사장님은 대단한 신물을 갖고 있잖아요. 태양신격의 방패 말이에요. 그게 현재 카르막스와 주인님의 차이를 메워주고도 남아요.”
스이엘은 태양신격의 방패에 내가 모르는 힘이 더 있을 거라고 했다.
“그 무기는 태양을 다루던 엄청난 거물의 것이에요.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이죠. 그러나 아무리 대단한 물건도 그 가치를 다 끌어낼 수 있는 존재 앞에서만 빛을 발하는 법이에요. 미안하지만 지금까지 천사장님은 그 물건의 힘을 반의 반도 못 끌어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능력이 오르셨으니 태양신격의 방패도 좀 더 위력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 단계적인데?”
“그럼요. 만약 천사장님이 진짜 반신격에 오르면 그 방패는 더욱 강해질 걸요? 아예 이 참에 반신격에 오르는 게 어때요? 카르막스가 가진 의심이란 담당 영역을 빼앗아 버리죠.”
스이엘은 내게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카르막스를 물리친 뒤 천사들의 주인으로서 이 행성을 통치하는 내 모습을 말이다.
“천사장님, 당신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지구의 주인이 될 수 있어요.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