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137
00137 6-3. 뒤틀어진 세계 =========================================================================
그러자 마력이 폭발하듯 사방으로 흘러나온다.
그 맹렬한 기운에 대천사와 싸우던 카르막스조차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꺄아아아!”
고통스러운 듯 유송연은 길고 긴 비명을 질러댔다.
그리고 곧 그렇게 방출된 에너지가 역행하더니 곧 유송연의 몸 안으로 모조리 흘러들어 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더욱 큰 고통을 느끼는 것 같았다. 지켜보고 있자니 가슴이 어떻게 되는 기분이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의 변형 과정은 계속 지속됐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거대한 마력의 파도에 카르막스조차 끼어들지 못했다.
원래 이런 변형이 일어나는 동안의 힘은 매우 격렬하다.
마치 핵융합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그러니 경거망동했다가 큰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끼어들지 않는 게 좋았다.
그런 과정을 꽤 이어졌고 덕분에 시간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변형이 끝났을 때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존재가 출현했다.
왕이 된 유송연의 머리 위에는 마치 초승달 같은 뿔이 돋아 있었다. 황금빛 보석처럼 빛나는 그 뿔은 좌우가 비대칭이라 초승달을 머리 위에 올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건 세상 어떤 왕관보다 우아하고 화려한 모양새였다.
변한 건 그뿐만이 아니라 유송연의 눈 역시 뿔의 색과 같은 금안이됐다. 그리고 커다란 황금색 보석이 박힌 셉터를 들고 있었다.
겉으로만 보면 그녀의 변형은 완벽해 보인다.
어떤 불안 요소도 없는 것처럼, 완전히 환골탈태라도 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저게 빠르게 무너질 환상임을 알고 있었다.
안정화시킬 방법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저건 마치 회광반조回光返照에 불과할 터.
어쩌지.
고민하는 사이에 앞쪽에선 다시 싸움이 시작됐다.
왕에 올라선 유송연의 합류에 카르막스를 힘겹게 막아내던 대천사들이 환호성을 울렸다.
이미 그들은 무너지기 직전의 상태였는데 때마침 유송연의 덕을 보았다. 그래도 싸움은 위태롭기 그지없다. 카르막스는 내 숨통을 끊어 놔야 하는데, 앞이 가로막히자 분을 참지 못했다.
그야말로 태산이 울리는 기세로 화를 내고 있다.
“막아! 최대한 막아야 해!”
대천사를 지휘하는 미카엘라는 서열2위답게 두려움을 잊고 싸웠다. 아무리 대천사라고 하지만 반신격 앞에서는 두려움이 일 텐데 참 대단한 여자다.
좋아, 이대로라면 충분히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다소 낙관적인 전망에 사로잡혔던 나는 곧 피가 식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새 유송연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져 갔다.
본디 유송연은 잠입과 변신을 하는 게 주특기인 몬스터다. 같은 군주급이라도 전장의 일선을 휘젓는 녀석들과 내구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연약한 그녀의 신체에 이미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 곧 코피 역시 주르륵 흘러내린다. 그럼에도 유송연은 싸움에 임하는 기세를 줄이지 않았다.
정말로 오늘 여기서 죽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수록 카르막스의 야비하게 유송연을 물고 늘어졌다.
“크하하핫! 네년 따위가 힘을 탐내니까 꼬라지가 그런 거다! 폐기물 정도밖에 안 되는 쓰레기 주제에! 죽어!”
집요한 공격에 유송연은 곧 피투성이가 됐다. 초승달처럼 빛나는 뿔 역시 한쪽이 부서져서 날아갔다.
그녀의 다치는 꼴은 아름답기에 더 비참했다.
마치 고치를 뚫고 나온 예쁜 나비가 망가지는 걸 보는 기분이었다. 더는 이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다.
“크아아아!”
고통에도 이를 악물고도 두 다리로 자리에서 마침내 일어섰다. 그러나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 나는 휘청이며 다시 주저앉을 뻔했으나 등 뒤의 날개로 지면을 받치고 간신히 견뎌낸다.
내가 이렇게 비실비실거리는 건 단순히 상처 때문이 아니라 카르막스의 악랄한 마법적 수법 때문이다.
지금 급속도로 그 기운을 날려버리고 있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이제 곧이지만, 대천사들과 유송연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그러다 결국 사달이 났다.
“크악!”
짧은 비명과 함께 대천사 우리엘이 흉부가 갈라져서는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힘없이 내 근처를 굴렀다.
“우리엘!”
얼음을 다루는 이 천사는 특유의 까칠함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내 지지자였다. 그의 눈에선 생명이 빛이 꺼져가고 있었다.
“천사장님…. 아니지, 죽는 마당에. 이 자식아, 부디 메타트론을 부탁한….”
“우리엘!”
내가 아무리 크게 소리치더라도 이제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이제 더는 안 된다.
게다가 상당 부분을 몸을 회복하는데 성공하기도 했고. 완전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더 많은 희생이 나올 것이다.
“부하들이 죽는 꼴을 철저히 외면하더니 이제와서 나서는 건가!”
카르막스는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시간은 내 편이다. 지금 초조한 건 카르막스다.
나를 도발해 얼른 달려들게 하려는 모양인데 어림없는 일이다.
“이제 둘이서 승부를 보자. 이딴 방해는 지겹다.”
카르막스는 크게 힘을 일으켜 주변의 대천사들을 쫓아냈다.
아직 내가 힘을 회복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니 그 사이 승부를 보겠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그리 맞춰줄 필요가 없지.
나는 카르막스가 전혀 생각지 못한 명령을 내렸다.
“모두 다시 한 번 공격한다! 이번에는 나도 함께 하겠다!”
몸을 어느 정도 회복한 나는 다시 일 대 일의 승부를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싸움에 합류하는 형태를 취했다.
“이 무슨 비겁한!”
카르막스는 분노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어째서 내가 다시 일 대 일로 싸울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놈의 휘하에는 군주급과 대군주급의 몬스터가 없다. 반면 내 곁에는 대천사들과 왕이 있다.
동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한꺼번에 쳐라!”
이제 완전 회복까지 남은 시간은 1분가량.
60초만 견뎌낸다면 충분히 카르막스를 토벌할 가능성이 열린다.
반대로 카르막스는 악이 올라 전력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그의 입장에서는 60초 안에 못 끝내면 그야말로 암울해진다.
“이렇게된 이상 한 번에 쓸어주겠다! 이 귀찮은 버러지들!”
우리를 덮치는 그 힘이 마치 해일과도 같았다.
“모두 한꺼번에 뭉쳐!”
이럴 때일수록 방진을 만들어 단단하게 버텨야 한다. 방어막 마법도 중첩될수록 강해지는 법이다. 반면 마음이 급한 카르막스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는 듯했다.
“빌어먹을! 왜 안 깨지는 거야! 무슨 방어막이!”
콰아앙! 쾅! 쾅! 콰앙!
끝없이 파괴 마법이 우리에게 작열한다. 사실 방어막은 몇 번이나 깨져나갔다. 그래서 안쪽의 방어막을 바깥쪽으로 밀어내고 다시 안쪽에서 새로운 방어막을 만들길 반복해야 했다.
“애초에 내 힘을 온전히 갖고 나왔으면 이런 짜증 나는 일도 없었다! 감히 이 몸의 일을 방해하다니! 이 벌레 같은 놈들이!”
정말 소환 과정에 개입해 카르막스를 약화시켜 놓은 건 신의 한 수였다.
만약 이 괴물이 본신의 실력 그대로 나타났으면 이 방어막 따위는 벌써 깨졌을 거다. 아니, 싸움이 지금까지 이어지지도 못했겠지.
대체 반신격이란 존재는 얼마나 강한 건지 생각할수록 아연실색해진다.
하지만 카르막스의 진정한 모습이 뭐든 내 알 바가 아니다.
그저 지금 눈앞의 존재를 격퇴할 뿐이다.
여기서 카르막스를 쓰러뜨린다면 진정한 카르막스를 만날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그러나 상황이 좋지 못했다. 결국 난 20초가량이 남은 시점에서 방어막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제 더는 방어막이 버티지 못할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방어막이 깨진다면 뭉쳐있던 우리가 얼마나 큰 피해를 입을지 자명했다. 그래서 남은 공격을 내게 집중시키고자 혼자 나섰다.
당연히 카르막스는 반색하며 자신이 가진 최강의 공격을 준비했다.
“어리석은 놈!”
내 몸에 아직 마법의 여파가 남았음에도 혼자 걸어나왔으니 좋아할 수밖에.
“이걸로 끝이다!”
카르막스는 지축이 흔들린다는 말이 적당할 마법을 날려왔다. 정말 이제 딱 한 번만 더 견디면 된다. 이 타이밍만 넘기면 모든 걸 반전시킬 수 있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 짧은 순간 카르막스의 얼굴에 환희가 서리는 게 보였다.
그는 아직 내가 이 상태 이상에서 회복하지 못한 걸 알고 있다. 그러니 아무리 태양신격의 방패가 신물이라고 해도 막아내지 못할 거라 여긴 것이다.
사실 틀린 생각도 아니다.
태양신격의 방패는 대단한 물건이긴 해도 사용자에 맞게 힘을 빌려줄 뿐이니까.
지금 이 방패의 방어력이라면, 내가 정상 땐 카르막스의 공격을 막고 튕기기 충분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태가 안 좋아 디버프를 받는 것 같은 때면 그런 일을 하기에 방어력이 부족한 것이다.
카르막스도 그런 걸 잘 알기에 순간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은 거겠지.
하지만 나도 아무 생각 없이 나선 게 아니다.
예전에 어떤 과학자가 미래는 현재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자만이 닿을 수 있다고 그랬다.
안주하지 말고 혁신하자는 그런 얘기겠지만, 이번에 나는 진짜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즉, 현재 자신의 일부를 파괴하려는 것이다.
바로 태양신격의 방패였다.
이 강력한 신물은 이제 거의 내 몸이나 마찬가지다.
처음 메타트론을 만나고 타임 루프를 하던 때부터 지금까지, 내 모든 기연의 근원이었다.
태양신격의 방패가 없었으면 지금 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물건도 미래보다는 귀하지 못하다.
그래서 방패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지금 카르막스의 공격을 막아내려고 한다. 아마 그 반동으로 방패는 복구가 불가능해질 것 같다. CPU가 망가질 걸 각오하고 오버클럭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랄까.
안타깝지만 지금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우우웅.
태양신격의 방패가 가볍게 우는 게 느껴져 신물은 신물이구나 싶었다.
딱 한 번만이다.
부디 견뎌줬으면 좋겠지만.
콰아아아앙!
방패를 앞으로 내밀자마자 카르막스의 공격 마법이 작렬한다.
사방이 빛으로 가득 차는 느낌이다.
불과 10초 정도 이어질 공격이 한없이 긴 것 같다.
나는 이 마지막 위기를 넘기기 위해 방패의 역량을 무조건적으로 끌어냈다.
오래간 나와 함께해 온 전우에겐 가혹한 조치였지만, 주인의 위기를 직감한 건지 방패는 잘 따라줬다.
태양신격의 방패가 백열등처럼 새하얗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곧 금이 가기 시작했다.
캉!
쇠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이곳저곳 거미줄 같은 금이 가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이다. 막아내지 못하는 건가?
이대로 방패만 깨지고 끝나면 그야말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쿠아아아앙!
하지만 결국 카르막스의 공격 마법이 사라졌다.
태양신격의 방패는 치명상을 입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과업을 완수했다.
“막아냈어!”
뒤쪽에 있던 대천사 중 누군가가 희열에 차 외친다.
“막아냈어요!”
“막아냈다고!”
살았다는 듯 난리가 난 뒤쪽.
반면 카르막스의 얼굴은 그야말로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이런 거지 같은! 감히! 감히 네깟놈이! 얼마나 더 날 방해할 작정인가!”
그는 분노로 악을 쓰고 있었지만 동시에 그 눈동자에 공포심이 느껴졌다. 상황이 역전됐다는 것 때문인지 아주 살짝이지만 뒤로 물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이쪽 상황도 그렇게 여유만만하지는 않았다.
결국 막아내긴 했지만 방패 안쪽으로 많은 금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방패 밖으로는 금이 보이지 않아 카르막스가 이상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이제 상황이 정반대가 됐다.
방패가 파괴되기 전까지 내가 그를 쓰러뜨려야 하는 것이다.
“크아압!”
주저할 것 없이 곧장 앞으로 튀어나갔다.
이미 사기가 완전히 꺾인 카르막스는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주춤거린다.
나는 그런 그의 얼굴을 태양신격의 방패로 때렸다.
퍼억!
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카르막스가 수십 미터는 날아가 쳐박힌다.
지금 태양신격의 방패는 그 어떤 때보다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녀석도 자신의 마지막을 직감한 듯했다.
다음의 공격으로 모든 걸 끝내야 한다.
안타깝게도 방패가 더는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카르막스!”
나는 몸을 일으킨 카르막스를 다시 한 번 전력으로 강타했다. 태양신격의 방패에 가용한 마력을 모두 집어 넣어서 말이다.
“크아악!”
충격으로 카르막스의 오른쪽 어깨가 터져나간다.
그의 기형적으로 긴 팔이 볼품없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끈질긴 반신격은 그걸로 쓰러지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되었다는 느낌인데 문제는 태양신격의 방패가 이제 한계를 넘어버렸다.
우우우웅.
태양신격의 방패가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낮게 울었다.
이제 어쩌지.
더는 방법이 없었다. 내가 이 반신격을 압도한 건 오로지 이 방패의 덕이었다. 그런데 이 무기를 잃으면 카르막스가 아무리 중상이라고 해도, 승리할 수 있을까?
설상가상으로 태양신격의 방패가 폭발이라도 하려는 듯 고열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열기를 뿜어내고 진동하는 게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너무 무리한 운용으로 내부의 마법 구조가 완전히 망가진 게 틀림없었다. 나는 서둘러 방패를 버리려 했으나 카르막스가 그 순간 멀쩡한 왼팔로 날 붙잡았다.
그의 눈은 광기로 가득했고 반쯤 미치광이 같았다.
“그 방패! 빌어먹을 방패! 그것만 없으면 넌 아무 것도 아니야! 감히 이 내게!”
어깨가 날아간 통증과 분노 때문에 카르막스의 이성도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그는 미치광이 같은 게 아니라 정신줄을 놓은 상태였다. 그의 커다란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그리고 그의 눈동자는 오로지 태양신격의 방패만을 주시했다.
“그래! 그것만 없으면! 그것만 없으면!”
그렇게 외쳐대던 그는 압도적인 완력으로 내게서 태양신격의 방패를 빼앗아갔다. 그리고는 방패를 들어올린 뒤 커다란 입을 벌렸다.
“그래! 먹어치워 버리면 이 가련한 놈이 끝까지 방패를 찾지 못하겠지! 그렇게 되면 내가 너희 모두를 죽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