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
00003 1-1. 은퇴를 꿈꾸는 하이에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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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르.
고약한 냄새와 함께 끈적한 오물이 쏟아져 내렸다.
썩은 음식물 쓰레기를 싣고가던 쓰레기 차가, 전복되어 안에 있는 걸 도로에 쏟아내는 듯한 느낌이었다.
“야이! 병신아!”
욕이 바로 튀어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나설 필요는 없었다. 옆에 있던 고참 하나가 막내를 곧장 발로 걷어찼다.
“이 또라이 같은 새끼! 물어보지도 않고 니 맘대로 하냐!”
진짜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다들 입과 코를 가리느라 난리다.
“빨리 철수하자.”
나는 손짓으로 다들 물러나게 했다.
이건 단순히 더러움의 문제가 아니다. 몬스터의 위장을 가른다는 건 그 이상의 리스크를 뒤집어쓰는 행동이다.
일단 이렇게 위장을 가르고 역겨운 냄새가 사방으로 퍼지면 사방 몇 킬로미터 안의 다른 몬스터가 반응한다.
대형 몬스터는 때때로 먹은 걸 토해내는 일이 있는데 그건 소형 몬스터의 중요한 먹거리다. 하니 대형 몬스터의 위액 냄새에 민감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건 이미 총질로 수 킬로미터 안에는 몬스터가 없다는 걸 확인했단 점일까.
당장 뭐가 출현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나는 욕심에 눈이 멀어 위장 속을 뒤지다가 다른 몬스터의 위장으로 들어간 하이에나들을 여럿 안다.
진짜 엽기적이지.
사냥터에서 거대한 똥을 발견하고 눈살을 찌푸렸는데, 아는 하이에나가 거기 박혀 있다면 말이야. 물론 살은 다 녹긴 했지만 뼈마디를 둘러싼 장비가 딱 봐도 아는 거였으니.
그럴 때는 뭐라 명복을 빌어주기도 어렵다.
“철수! 철수!”
부팀장이 소리쳤고 우리는 과감히 짐을 챙겼다.
대형 몬스터를 해체하느라 늘어놨던 장비들이 특수한 주머니 속으로 신기하게 사라진다.
판타지 소설에 흔히 나오는 아공간 주머니의 일종이다. 몬스터에 대항하는 마법이 출현한 이후, 저런 기묘한 물건 역시 생겨났다.
덕분에 트럭이 없이도 해체한 거대 몬스터의 부산물을 나를 수 있다. 안 그랬으면 여기까지 올 생각도 못했겠지. 하이에나란 직업도, 겨우 수 킬로미터 안쪽에서 좀 위험한 파지나 줍는 느낌 정도로 머물렀을 거다.
“준비됐나? 어? 이게 뭐야.”
팀원을 재촉하다가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역겨운 위의 내용물 안에서 사람 팔이 하나 뻗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씨팔.
진짜 꼬이는구나.
얼른 뜨려고 했는데 이러면 난감하다.
본능적으로 무시하고 가라는 신호가 요란했지만, 호기심을 억누를 수 없었다.
“부팀장, 잠시만. 애들 출발 준비시키고 대기하고 있어.”
헌터나 하이에나 사이에 죽은 시신을 수습해 주는 불문율이 있는 건 아니다.
사냥터만 들어오면 육편으로 화해 부서지거나 몬스터 위장으로 들어가는데, 무슨 여유가 있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죽은 애 손가락이라도 하나 주워오면 의리가 있다고 칭찬해 줘야겠지.
내가 이 시체에 관심을 갖는 건 정보 때문이다.
게다가 이 죽은 녀석은 하이에나가 아니라 헌터였다. 씹혀서 부서진 장비를 보면 바로 안다.
헌터는 하이에나보다 고급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다. 뒤져보면 뭐가 나올지도 모른다.
나는 오물더미에 나온 손을 힘껏 잡아뺐다. 그러자 주욱- 시신이 딸려 나왔다. 위액이 끈적하게 덮여 있는 게 아주 못 볼 꼴이구나.
하여간 우리 직업이 이렇게 좆같아요, 그냥.
둘러보던 나는 곧 아공간 주머니를 하나 발견하고는 얼른 품에 챙겼다. 다행히 아무도 못 봤다.
시치미떼고 더 뒤지는 데 갑자기 부팀장이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궁금증을 참지 못한 모양이다. 아공간 주머니를 몰래 슬쩍한 탓에 깜짝 놀랐지만 태연을 가장했다. 짬 10년 차인데 주머니 하나 몰래 빼돌린 거 티 낼 수야 없지. 팀장이란 게 고생하는 만큼 다 이렇게 하나씩 먹는 거 아니겠나.
보니까 다른 인원은 대기 중이다. 그래도 궁금한 듯 연신 이쪽을 힐끔거렸다. 나는 어이없어서 소리를 한 번 빽 질러줬다.
“사주 경계나 해!”
일이 잘 풀려서 나사가 다 빠졌구먼. 여기가 지금 어딘지 알고 저러는지. 게다가 위장까지 갈라서 근처 잡스러운 몬스터의 주의를 끌고 있는 상태 아닌가.
“너는 애들 보라니까 왜 또 왔어?”
“죄송합니다. 하하하.”
타박을 하자 부팀장 녀석이 유들유들 웃고 넘긴다. 그는 사체를 내려다보더니 알은 척한다.
“이 녀석…. 하, 이렇게 다시 만나네.”
“안면 있는 애야?”
시체긴 하지만 사지멀쩡한 녀석이랑 만났잖아. 뭐, 이 정도면 괜찮은 거지.
똥으로 나온 새끼는 유족한테 가져다 주기도 애매해요.
똥 한 스푼 퍼서는 애한테 이게 니 애비다, 라고 패드립칠 수도 없고 말이야.
“뭐, 제가 헌터랑 얼마나 아는 사이겠습니까. 하이에나 주제에.”
“그럼?”
“안산에서 우연히 술 한 번 같이 먹은 적 있죠. 제 동생 녀석이 루히엘 패밀리의 종복이잖아요. 그래서 어쩌다 동석했죠. 흠… 정찰 나가서 안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만날 줄이야. 아무튼, 이 녀석 엄청 특이한 부류입니다. 직업이 윈드 워커거든요.”
“윈드 워커?”
10년차 하이에나인 나도 들어본 적 없는 헌터 클래스다.
헌터의 클래스가 워낙 다양하다지만 어지간한 건 다 알고 있는데…..
의아한 얼굴을 하자 부팀장이 설명한다.
“뭐시냐… 저도 설명을 듣긴 했는데 정확히 몰라요. 다만 혼자 사냥터를 정찰하는 게 특기라고 해요.”
“혼자? 위험하게?”
“네. 그런데 윈드 워커는 클래스 특징상 혼자 하는 게 오히려 안전하다고 하더라고요. 팀장님도 아시다시피 루히엘이 바람을 관장하지 않습니까? 뭔가 바람으로 변해서 정찰을 다니나 보죠.”
“흐음…….”
그렇다면 정찰하다 일을 당한 모양이다.
이 사냥터에서 솔로잉을 해왔을 정도라면 보통 실력자가 아닌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는 부팀장의 도움을 받아 윈드 워커 녀석을 뒤졌다.
가진 장비는 비싸 보이는 것도 있었으나 대부분 부서진 상태. 멀쩡한 것도 보였지만 내버려뒀다. 가져갔다가 잘못하면 경을 친다.
루히엘 패밀리에서 알아보고 추궁해 오면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까. 게다가 아공간 주머니도 슬쩍하지 않았나.
반면 시체의 경우는 걱정 안 해도 된다.
내일이나 모레쯤 되면 위장에서 쏟아진 건 모두 다른 몬스터의 뱃속으로 사라질 테니까.
고로 티 안 나고 챙길 게 더 있나 찾아보면 그만이다.
“이건?”
딱인 게 있었다. 바로 DSLR 카메라였다. 망가져 있었지만 메모리칩은 멀쩡했다. 얼른 칩만 빼내서 조끼에 넣었다. 그리고 뭔가 잔뜩 적혀 있는 메모장도 발견해서 챙겼다. 그 외에는 지갑 정도.
200만 원이 현금으로 들어있다.
많이도 갖고 다니네.
얼마 전에 새로 나온 10만 원권 20장이다.
나는 현금은 모두 부팀장에게 찔러줬다.
“애들 밥이나 사 먹여. 그리고 혹시라도 시체 뒤진 거 함구시키고. 여기저기 떠들어 봐야 좋을 거 없어.”
“물론이죠. 다행히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물 무더기랑 우리 둘에게 가려 출발 준비하고 있는 팀원에게 시신이 가려졌다.
다들 저 양반들이 뭔가 찾았구나 하겠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뭔지 모르겠지. 호기심이 동하는 녀석도 있겠지만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은 놈들답게 필요없는 건 묻지 않는다.
거기에 200만 원을 풀어 위로하면 더 신경 쓸 애도 없을 거다.
“가자. 애들 출발시켜.”
“네, 팀장님.”
부팀장이 허공에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팀원들이 사주 경계를 하며 출발한다. 우리는 좀 느린 발걸음으로 뒤따랐다.
그렇게 걷던 나는 뒤를 돌아보고는 죽은 윈드 워커에게 가볍게 목례 했다.
영면하시길.
***
안양시.
군사 도시이자 몬스터를 막는 전진기지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실질적 수도인 안산의 위성도시기도 하다.
“어이! 유 팀장!”
그 안양시의 한 술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데 뒤에서 반가운 음색이 들렸다.
돌아보니 각각 하이에나 팀을 이끌고 있는 김 팀장이랑 허 팀장이었다. 나와는 꽤 안면이 있는 사이로 오늘 이런저런 정보도 교환하고 근황도 들을 겸 만나기로 했다.
“이번에 한탕했다며? 들었어, 축하해.”
“나도 축하한다.”
김 팀장이랑 허 팀장이 웃으며 축하해온다.
동작까지 잠입해서 들어갔던 게 무사히 끝나서 돈을 많이 벌었다.
나는 3억 정도 받았고, 팀원들에게도 골고루 1억 정도씩 돌아갔다. 잘 나가는 헌터가 들으면 코웃음 칠 수준이었지만 하이에나에겐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오늘 내가 살 테니까 많이들 마셔.”
넉넉한 기분에 잔을 권했다.
은퇴하면 이제 볼 일도 없는 친구들이다.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은퇴는 깜짝 발표할 예정이다. 어디 조용한 곳에 자리잡자.
헌터에 대한 질투심으로 매일을 보내기는 이제 지쳤다.
“축하해! 다들 마시자고! 하하하!”
“다음에 그런 정보 있으면 우리 팀도 같이 가자고.”
금세 흥이 올라 떠들썩한 분위기가 되었다. 좀 시끄럽긴 했는데 여긴 술집이니 상관없겠지. 옆 테이블도 우리 정도로 달아올라 있었다.
한데 어딜 가나 까칠한 부류가 있기 마련이다.
“거, 조용히 좀 하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우리 셋은 입을 다물고 그쪽을 쳐다봤다. 성격이 사나운 김 팀장이 “어떤 간나 새끼가….”라고 하다가 황급히 입을 닫았다.
옆의 허 팀장이 인상을 쓴다.
“헌터다. 재수 없게….”
하필 헌터가 있을 줄이야. 그렇다고 이렇게 한 소리 듣는 것도 웃긴 데.
나는 일단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럴 때는 가볍게 넘어가는 게 어른이다. 허 팀장도 웃는 낯으로 사과하고는 안주를 쥐었다. 주변에서 보던 사람도 시선을 돌려 자기들끼리 다시 떠들고 그렇게 지나가는 분위기였다.
한데 그 헌터 놈은 만족 못했나 보다.
“하여간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똥파리 새끼들이 더 지랄이야. 여기 왜 이렇게 똥 냄새가 나나? 응?”
그 말에 동료로 보이는 헌터가 자지러진다.
꼭 저런 부류가 있다. 헌터 부심이라고 할까? 티를 내지 않고, 뻐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부류다. 특히 저런 새끼들은 우리 하이에나에게 적대적이다. 일반인에겐 거들먹거리긴 하지만 시비는 안 거는데, 같은 사냥터 다니는 우리는 같잖게 본다.
뭐랄까.
우리도 따지고 보면 일반인이니, 일반인이 사냥터에서 나대는 게 짜증 난다나?
사실 10년의 세월 동안 저런 부류는 수도 없이 봤다. 빈 수레가 요란하고? 진짜 빈 수레가 요란한 쪽은 저런 새끼들이다. 헌터나 하이에나나 다 자기만의 일이 있기 마련이다. 헌터가 몬스터의 핵심인 코어를 주로 수확한다면, 우리 같은 자가 있기 때문에 부산물의 공급이 원활해진다.
그런 점을 잘 이해하는 헌터들은 우리를 존중해줬다.
특히 우리나라 최고의 헌터 중 하나인 임철웅도 우리에게 정중한 모습이었다. 하여간 힘 얻은 지 얼마 안 되고 한창 허세 부릴 때가 귀찮다. 아마 취기도 한몫하겠지. 원래 저런 성격이긴 하겠지만 술기운에 더 저러는 거다.
딱 봐도 헌터의 말석인 9급, 10급 헌터들이구먼.
헌터는 최고가 1등급이고 최하가 10등급이다. 1등급을 넘어가면 S등급으로 따로 분류한다.
우리나라 헌터의 정점인 임철웅만 유일하게 S등급이다.
“거, 그냥 술이나 얌전히 마시고 가.”
나는 더 그들을 존중할 필요를 못 느끼고 말했다. 어른스럽게 넘어가려 했지만 저 정도 소리 들으면 더는 못 참겠다.
옆에서 김 팀장과 허 팀장이 혀를 찬다. 둘의 얼굴을 보니 오늘 사고 터지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도 적극적으로 말리지는 않는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상하게 보이겠지. 일반인인 하이에나가 초상능력자인 헌터에게 맞받아치고 있으니.
“뭐라?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기다렸다는 듯 헌터 한 녀석이 콧김을 뿜으며 일어난다.
나도 같이 일어났다. 그리고는 슬쩍 혁대 뒤쪽을 쓰다듬었다. 거기에는 언제나처럼 연장이 잘 매달려 있었다.
“뭐긴 뭐야? 얌전히 처마시라고. 꼴깝 좀 그만 떨고.”
전혀 예상치 못한 내 폭언에 헌터 두 놈의 표정이 벙찐다.
좋은 표정이네. 하지만 이제 더 좋은 표정이 될 거니 기대하라고.
나는 슬쩍 그들의 휘장을 살폈다.
스이엘 패밀리 녀석들이네.
좆도 없는 패밀리지. 내 알기로 패밀리의 대장인 ‘스이엘의 챔피언’이 아마 7등급 헌터다. 챔피언이 7등급인 패밀리니 더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딱 보니 둘 다 신체강화 능력자구먼.
나는 씩 웃었다.
저런 놈들 때려 패는 게 내 전문이라서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