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4
00034 2-3. 신성지 안정화 =========================================================================
대천사 셋이 일으킨 기적은 실로 위대했다.
노량진이란 땅은 완전히 재구성돼 섬이 되었다.
여의도 아래 노량진이란 섬이 또 생긴 꼴이었다.
덕분에 여의도의 밑으로 흐르던 샛강은 훨씬 폭이 넓어졌다.
물길은 동쪽으로는 사육신공원에서 영본초등학교를 따라 흘렀고, 남쪽으로는 장승배기역을 지났다. 서쪽은 영등포 고등학교에서 샛강의 수질정화원까지 올라간다.
끌어온 한강이 흐르는 강폭은 무려 100미터, 깊이는 20미터에 이르렀다.
노량진으로의 육로는 완전히 끊어졌다.
기적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노량진 일대에 있던 건물들은 완전히 압축되고 밀려나 벽돌처럼 섬의 외곽에 차곡차곡 쌓였다. 과거 올림픽대로가 있던 북쪽은 높이 45미터, 폭 25미터의 장엄하기까지 한 성벽이 생겨났다.
동쪽, 남쪽, 서쪽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몬스터의 침공을 막을 수준이 되었다.
아무래도 여의도가 코앞이었기에 북쪽의 방비에는 신경을 쓸 필요가 있었다. 여의도는 극히 위험한 곳으로, 안에 들어갔던 헌터가 살아 돌아온 적이 없단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듣자니 여의도에는 금은보화로 가득한 던전이 있다느니, 천사나 몬스터와 무관한 제 3세력이 있다느니, 그냥 도청도설만 난무하고 있었다.
게다가 강북에 군주급 몬스터들이 몰려있는 걸 고려해 볼 때 북쪽의 방비를 강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일단 그렇게 물리적으로 몬스터의 접근은 차단하고 신성지를 설치하자, 불과 수백 정도의 소규모 인원만이 있는 노량진이라도 살만한 장소가 되었다.
물론 허허벌판인 게 압박이었지만.
“우리의 다음 목표는 여의도다! 유제아!”
메타트론은 호기 어린 표정으로 지도의 한 곳을 가리켰다.
여의도라…, 사실 자연스러운 결정이다.
우리엘은 서쪽으로 가고 미카엘라는 동쪽으로 간다.
남은 건 남쪽과 북쪽인데 메타트론의 성격상 남쪽을 택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노량진에서 북으로 향하면 한강이나 여의도 밖에 없다.
참고로 한강철교랑 한강대교는 진작 끊어진 상태다. 그러니 한강으로 진출은 제한되기에 답은 여의도뿐이었다. 하필 다음 목표가 소문만 무성한 그 여의도라니.
“일단 알겠는데, 그 전에 여기서 할 일이 많다고.”
실무를 모두 떠안은 입장에서 공격 작전은 스트레스 그 자체였다. 새삼 전쟁파 국왕을 보좌하는 재상의 정신적 고통을 알 수 있을 듯했다.
스웨덴의 구스타프 아돌프 왕 때문에 고생한 옥슨쉐르나 재상에게 동질감이 피어올랐다.
“끄응, 그런 것이냐?”
메타트론은 다소 못마땅하단 기색으로 지도에서 시선을 거둔다. 그녀도 지금 노량진이 엄청나게 바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당분간은 입 다물고 있을 거다.
게다가 메타트론은 신성지를 유지하며 잃어버린 힘을 되찾아야 한다. 여의도 공격이라니, 어림없는 일이지. 그녀가 자유롭게 살던 시절은 끝났다.
공격을 해도 내가 한다.
“역시 신성지는 족쇄다. 좋겠구나, 유제아여. 나처럼 귀여운 여자를 이런 방구석에 가둬놓고 독점적으로 대할 수 있으니. 하! 실로 완전한 사육이 아닌가.”
“누가 들으면 오해할 만한 발언 하지 말라고, 좀.”
노량진의 건물은 거의 다 사라졌지만 몇 채는 급한대로 사용하려고 남겨뒀다.
메타트론 신성지의 중심인 성소가 위치할 장소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그게 겨우 7평짜리 원룸이란 게 안타까웠지만.
과거 수험생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이 원룸은 신축으로 깨끗한 편이었다.
누군가 거주한 흔적이 없었기에 메타트론이 임시로 있기 적당했다.
문제는 대천사의 성소로는 많이 좁은 게 아쉬웠지만.
그 때문에 7평 방 안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침대 위에서 메타트론은 지도를 펼쳐놓고 불만어린 표정으로 날 올려다본다.
“좁냐? 그러면 밖에 좀 나다니면 되잖아, 이 방구석폐인아.”
“그렇지만 밖에는 헌터들이 돌아다니잖나. 본녀는 사실 사람 많은 곳이 약하다.”
어쩌면 이 녀석 대인기피증 같은 게 아닐까?
아니, 확실한 거 같다. 과거 패밀리도 십여 명 정도만 만들었던 걸 떠올려 봐도 그렇다.
신성지를 가진 천사는 신성지 안이라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데, 이 작은 원룸에서 나갈 생각은 안 한다. 그래서 아까부터 사육이 어쩌고 하는 거다.
억울해, 내가 가둔 것도 아니구먼.
“혼자 있는 시간이 길다보면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있겠지. 널 이해한다, 메타트론.”
“무엇이냐? 원하는 게 뭐냐?”
내가 살살 달래는 듯이 말하자 메타트론은 불안감을 느끼는 듯했다.
“게이트를 만들어야 해. 와서 좀 도와줘야겠다.”
“내일 하면 안 되겠느냐?”
“시끄러, 나 집에도 가야 한단 말이야. 누나가 걱정 해.”
“호? 누나가 있는 것인가?”
“밖에 같이 나가면 얘기해 줄게.”
“흥, 유제아 너는 치사하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주섬주섬 일어나는 메타트론. 게이트는 중요한 문제라 서두르는 게 좋았다.
순간 이동 마법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게이트를 빨리 개설해야 노량진에 일반인이 들어올 수 있다. 건설과 상행위 등으로 일반인이 필요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게이트는 동작구청에서 남쪽으로 1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만들기로 했다. 과거 노량진 중앙을 가로지르던 장승배기 대로를 중심으로 상가, 여관, 거주지구 등 여러 건물이 건설될 예정이었다.
게이트를 열 곳은 그런 사항들을 고려한 위치에 선정됐다.
“일단 상점에서 게이트를 사서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 상점 좀 열어줘.”
메타트론이 원룸 바닥에 그려진 귀엽기까지한 작은 마법진 위에 선다. 그러자 곧 내 앞에 상점창이 나타났다.
“오른쪽 위에서 게이트라고 검색하면 바로 나올 것이다.”
“응.”
게이트로 검색하자 여러 종류의 게이트가 나타났다.
크기와 용도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다.
내가 원하는 건 양방향 중급 게이트로, 가격은 2천 억 정도다. 정말 더럽게 비싸긴 했지만 돈은 충분했다.
군주급 몬스터인 우룩켈의 사체를 모두 팔아치웠기 때문에 상태창 오른쪽 위에 2조 8천억이 찍혀 있었다.
지난 작전에서 죽인 몬스터의 분배는 공정하게 이뤄졌다.
대군주급 타르하의 사체는 미카엘라가 가졌다. 중요한 마정석은 노량진 신성지를 위해 쓰였으니 사체는 기꺼이 양보했다.
그녀의 공로에 고려하면 당연한 보상이었다.
이와 같은 이치로 군주급 하담의 사체는 우리엘이, 군주급 카르눔의 사체는 메타트론, 군주급 우룩켈의 사체는 내 소유였다.
모두 쓰러뜨리거나 사로잡은 이에게 권리가 주어진 것이다.
일단 나는 군주급 우룩켈의 사체는 바로 매각해 버렸다.
노량진을 앞으로 발전시키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게다가 이건 그날 싸웠던 15명의 고위 헌터의 체면을 고려한 일이기도 했다.
그들은 고생했지만 일을 망쳐서 달리 보상을 못 받았다. 그래서 나는 우룩켈의 사체를 살 권리를 그들에게 선사했다. 돈이 넘치는 고위 헌터들이 이런 다시없을 매물에 열광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아마 우룩켈은 지금쯤 조각조각 해체되어 고위 헌터들이 요긴하게 쓰고 있을 거다.
그리고 내가 돈 때문이라지만 선뜻 이리 군주급 몬스터의 사체를 판 건 한 개가 더 있기에 그랬다. 메타트론이 받은 군주급 카르눔의 사체는 사실 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메타트론은 원하는 대로 사체를 사용해도 좋다고 했고.
-구매하시겠습니까?
여전히 듣기 좋은 시스템 음성이다.
나는 예 버튼을 눌러 2천 억짜리 아이템을 질러버렸다. 세상에, 버튼 하나에 2천 억이 날아가다니.
-담당 천사가 전송 절차를 시작합니다.
“이런 건 오랜만이구나. 어쩐지 자신이 없는데.”
불안한 소리 좀 하지 마.
실수하면 2천 억 날린다고.
조마조마해서 쳐다보고 있는데 메타트론은 왕년의 짬밥이 있어서 그런지 무리 없이 전송 절차를 해냈다.
비싼 아이템, 즉 많은 마력이 사용되는 물품은 전송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평천사가 취급 못하는 고가의 물품은 대천사의 상점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또한 천사의 상점마다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이 다르기도 해서 특정 천사의 상점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모양이었다.
우우우우웅.
마력의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내 앞에 견고한 철제 상자가 나타났다.
“이거야? 작은데?”
“바보냐, 너는. 적정한 절차에 의해 설치하면 커지는 것이다. 마법이 있는데 부피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가 아니겠느냐.”
하긴 듣고 보니 그렇다.
“가자꾸나.”
“그래.”
게이트 설치는 나 같은 마법 문외한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적어도 평천사는 나서야 하지만, 메타트론에게는 휘하의 평천사가 없으니 직접 할 수밖에.
진짜 이 녀석은 부하들 안 끌어 모으고 뭐했어?
동료도 없이 나 혼자 뛰려고 하니까 갑자기 좀 울컥하네.
뭐, 좋아.
내 주인께서 이리 정치력이 꽝이시니 이 몸이 직접 사람을 끌어 모으는 수밖에.
앞으로 네 이름 많이 팔아주마, 메타트론.
내가 어디 가서 대장질 하는 건 도가 튼 인물이야.
그렇게 속으로 메타트론 패밀리를 가장한 유제아 패밀리를 향한 계획을 구상하고 있자니, 금세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실 이 게이트 건에 관해서도 주변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다.
다른 패밀리에서 게이트 비용을 댈 테니 지분을 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리고 그 비율대로 향후 게이트 이용비를 면제나 할인받는 걸 원했다.
당연히 나는 거절했다.
게이트야 말로 유용한 수익원이 되어줄 것이 뻔한데, 남들이 참여하게 둘 것 같은가.
지금 다른 패밀리에 좀 신세를 지고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노량진은 내 땅…, 아니 메타트론의 땅이다.
하니 우리 땅에서 우리가 게이트를 만들겠다는 데 어딜 감히.
단호하게 거부한 나는 그들이 자체적으로 게이트를 설치하는 것까지 금했다. 그리고 서둘러 나선 것이었다. 사실 이것도 자금이 없었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이 있어서 다행이라니까.
남은 돈은 2조 6천 억 정도인가. 이건 그 외눈박이 둘과 거대 벌레의 마정석 판매금도 합친 금액이다.
“여기에 설치하면 되는 것이냐?”
“그렇지.”
“좋다. 그러면 일단 좀 파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자 메타트론이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해 온다.
“게이트 아이템은 일단 땅에 묻어야 설치할 수 있다. 그러니까 파라는 얘기다.”
“마법으로 하면 되잖아.”
“마력은 귀중한 것이다. 하니 잘 아껴야 하지 않겠느냐? 인간들이 전기를 아끼고 그러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서 허공에서 삽을 불러내서는 내 발치에 툭 던져준다. 잠깐, 이거 소환 마법이잖아? 방금 마력 아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야, 진짜 너 이러기야?”
“허허, 유제아 너는 아픈 소녀에게 마법을 부리게 할 작정이냐? 이 몸, 부상으로 본신의 위력을 잃어버리고 매일 고통받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쾌차해야하지 않겠느냐? 한데 허우대 멀쩡한 청년이 나 같이 여린 소녀에게 마법이란 힘든 일을 하게 강요하다니, 실로 비정한 일 아니느냐?”
“그, 그런 거야?”
뭐지? 지금 나 완전 변설에 낚이고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오늘 끌고 나온 건 나니까 어쩔 수 없이 삽을 잡는다.
“자자, 열심히 하라. 기왕이면 상의도 벗고 하지 않겠느냐? 물론 딱히, 썩 나쁘지 않은 네 팔 근육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만.”
이 녀석, 내 품에 안겼을 때 팔 근육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지금 겨울이야.”
그나마 땅이 안 얼어서 다행이다.
나는 힘차게 삽질을 시작했다.
삽질이야 말로 하이에나의 주특기다. 비록 하이에나를 졸업하고 클래스 체인지를 했지만, 이전의 숙련된 기술이 어디로 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땀 빼면서 땅을 파고 있자니, 메타트론 녀석이 즐거운 듯 날 보고 있었다. 딱히 웃는 얼굴은 아니고 무표정했지만 어쩐지 생기있어 보인다. 그녀의 옅은 회색 머리칼도 햇살 아래서 예쁘게 반짝였다.
일광욕 하는 게 즐거운 건가?
오늘은 겨울 치고도 날이 따뜻하고 햇볕이 좋았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며 삽을 내리찍는데 갑자기 깡!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또 돌인가 싶다가 소리가 평소와 지금까지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어? 이게 뭐지?”
“왜 그러느냐?”
지켜보던 메타트론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가, 내가 땅에서 캐낸 것을 보고 놀라워한다.
“이건? 알이 아니냐?”
럭비공만한 알 수 없는 짐승의 알이었다.
뭐지, 먹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