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5
00035 2-3. 신성지 안정화 =========================================================================
“어서 꺼내 보거라. 이게 무슨?”
메타트론도 무척 신기한 듯 재촉해 온다.
나도 호기심이 동해서는 알을 조심스럽게 파냈다. 크기에 비해 상당히 무거웠다.
겉은 검은 색이었는데 붉은 색 줄무늬가 가 있다.
“몬스터의 알인 것 같은데.”
“맞구나. 그런데 이런 알은 본녀도 처음 보는 것이다. 사냥터를 오래 떠돌면서 어지간한 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건 처음 보는구나.”
메타트론은 마치 수박처럼 알을 두들겨 보고는 귀를 기울이기도 했다. 그리고는 알 수 없다는 듯 손을 올리고 고개를 젓는다.
“안타깝지만 폐기하는 게 좋겠구나. 몬스터가 될 씨앗이니 남겨둬선 안 되겠지.”
메타트론은 마법이라도 쓰려는 듯 알을 향해 손을 들어올린다.
“잠깐만!”
이상하게 이 알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알을 품에 안고는 메타트론을 말렸다.
“왜 그러느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메타트론.
나는 일단 변명거리를 생각해 냈다.
“비쌀지도 모르잖아. 하여간 천사들은 이래서 문제라니까! 이런 귀중한 산업의 재료를 폐기하려고 하고!”
일부러 역정을 내자 메타트론은 머쓱하게 손을 내렸다.
“…맞는 말이구나. 본녀가 성급했다. 가공이 가능한 종류일지도 모르지.”
일단 그렇게 여유를 벌고는 나는 마법으로 알을 살펴보자고 우겼다.
“엑스레이 같은 마법이 있을 거 아냐? CT촬영 같은 거 못하나?”
“허허!”
메타트론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는 덧붙인다.
“본녀가 마력을 아껴야 한다는 건, 엄살이 섞여있긴 하나 농담은 아니다. 이 알 수 없는 알 때문에 그런 세세한 힘이 필요한 일은 피곤한 것이다.”
가뜩이나 힘을 잃은 상태의 메타트론은 신성지 선포로 막대한 마력을 소모했다고 한다. 환자라고 표현했던 건 어떻게 보면 사실에 가까웠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이 알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을 찾아볼까?”
“쯧쯧.”
갑자기 메타트론은 혀를 찬다.
“왜?”
“이런 쓸모없는 자를 보았나. 너라도 그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느냐. 하여간 마법에 익숙하지 못하니 떠올리질 못하는구나. 전형적인 초보의 행동이지.”
무슨 소린가 하다가, 메타트론이 방패란 힌트를 주자 깨달았다. 그리고는 신 나서 아공간에 태양신격의 방패를 꺼냈다.
“아마 진실의 시야로 가능할 거야.”
태양신격의 방패에 붙은 특수 능력은 반사/되돌리기/태양광 폭사/진실의 시야/마법 무효화/소환 무효화, 이렇게 총 여섯 개나 된다.
그 중의 진실의 시야는 다방면에서 유효한 만능 스킬이었다. 방패로 스킬을 발동하자, 방패의 가운데서 마치 랜턴처럼 빛이 쏘아져 나왔다.
나는 그 빛을 알에 향하게 했다.
그러자 알 내부의 모습이 마치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였다.
“용이잖아?”
알 안에 웅크리고 있는 건 작은 새끼용처럼 보였다.
무척이나 귀엽게 생겨나 나는 곧 온통 마음을 빼앗겼다.
커지면 정말 근사해 질 것 같은데!
“용이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걸 모르느냐? 이제 보니 헬카이트의 한 종류구나.”
“뭐? 정말?”
나도 헬카이트란 몬스터에 대해 들어는 봤다.
“그래. 이렇게 보니 확실하구나. 무슨 종인지는 본녀도 판별은 못하겠다만.”
헬카이트는 용과 거의 흡사하게 생겼으나 습성은 많이 다르다. 용처럼 지성이 뛰어나지 않고 마법도 사용할 줄 모른다.
마법보다는 반쯤은 정령 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날개 피막이 불이나 연기로 이뤄져 있거나 갈기가 얼음으로 덮혀 있는 등, 반정령, 반생물의 특질을 지닌다.
이들은 몬스터 쪽에선 이단자 같은 존재로 군주급들을 섬기고 있지 않다. 그저 자유롭게 지구를 떠돌아다니며 내키는 대로 살아가고 있다. 몇 년 전에 이 헬카이트 중의 하나가 뉴욕에 재앙을 일으킨 사건은 유명했다.
“위험한 생물이 아니냐. 여기서 죽이는 게 좋겠다.”
다시 손을 들어 올리는 메타트론.
“이런 단순한. 쯧쯧. 너무 몬스터를 죽이다 보니 사고가 굳었구나. 메타트론.”
“뭐라?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내 능력의 원류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지배의 천사 양반.”
“하, 설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을 지배하면 분명히 좋은 정찰기가 되어 줄 거야. 몬스터들과 섞여서 살아가는 존재니 지배한 뒤에 북쪽에 풀어놓으면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지.”
강북이나 과거 북한이 있던 지역, 그러니까 사냥터라 불리는 곳은 마법으로 관찰할 수 없다.
순간이동이 제한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군주급 몬스터의 광범위한 마법 방해가 깔려 있어서 그렇다. 하여 방법은 직접 가서 보는 게 최고였다.
그렇기에 북쪽의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거다.
“헬카이트에 대해선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이들은 높이, 오래 날아다니지.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야. 아니면, 우리가 이 녀석의 등에 타는 식으로 숨어 북한 지역을 직접 관찰할 수도 있어.”
메타트론이 지배 능력을 오늘날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건 행운이었다. 그녀는 혼자에 익숙한 존재였고, 자기의 타고난 힘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곁에 두는 걸 번잡스럽게 여겼다.
인간도 멀리했는데 하물며 몬스터는 말할 것도 없다.
대체로 죽이는 걸 선호했고 지배를 해도 잠시 필요한 곳에 굴리는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군주급 몬스터들은 메타트론의 지배 능력에 거의 무지하다.
“그거 괜찮은 이야기구나. 이 녀석은 쉽게 지배하기 어려운 종이지만 어릴 때부터 시도하면 다르겠지. 가능성 있는 제안이다.”
메타트론은 화신을 만들길 잘했다고 자평한다.
“지배란 귀찮은 일이다. 본녀는 가진 힘이 있으면서도 잘 사용하지 않았지. 하지만 네가 대신 한다면 반대할 까닭이 없다. 분명히 유용하리라 본다. 비록 헬카이트가 사납고 폭력적이라고는 하나 지배 능력 앞에 어차피 금수에 불과하다. 금수는 목줄을 매고 채찍질하면 말을 듣기 마련 아니겠느냐?”
메타트론이 찬성하고 나서자 나는 꿈에 부풀었다.
머릿속에서 나는 이미 거대한 헬카이트를 타고 창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드래곤은 아니지만 외형은 거의 드래곤과 비슷하다.
하니, 이 몸께서는 판타지 속의 드래곤 라이더가 되는 것이다.
히죽.
갑자기 미소가 지어졌다.
돈 모아 비싼 차를 산 남자가 일생 한 번 지을 수 있는 그런 미소 말이다.
“우와, 기분 나쁘니라.”
봤구나.
이런, 이 미소는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크흠, 아무튼 이 알은 내가 책임지고 기르도록 하지.”
“헬카이트의 생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냐? 알을 부화할 방법을 알아야 뭐가 되지 않겠느냐?”
그러고 보니 모른다. 어깨를 으쓱하자 메타트론은 이마를 손으로 짚는다.
“불행한 얘기겠지만 누구도 헬카이트의 생태를 모른다. 다만 땅에 묻으라고 조언하고 싶구나. 본녀는 언젠가 새끼 헬카이트가 부화해 땅을 파고 나오는 걸 본 적이 있다.”
마치 바다거북 같았다.
“알겠어. 조언 고마워.”
나는 알을 원룸 앞의 빈 땅에다 묻겠다고 했다.
어쩐지 마음이 설레는 게, 어릴 때 학교 문방구에서 관찰용 투구새우 키우기 세트를 샀던 기억이 떠올랐다.
***
게이트 설치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앞으로 내 치세에 훌륭한 돈줄이 되어줄 물건이었다. 게이트를 이용할 때 마력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 마력은 곧 내 헌터계좌로 입금된다.
뭐, 내가 헌터는 아니지만 시스템적으로는 완전히 헌터에 편입된 상태다. 그게 사실 편하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나는 도시 기획과 건설 전문가들을 불러 대규모 공사를 준비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빠르게 지났고, 결국 누나를 만나는 일이 늦어지고 말았다.
띠링!
-너 언제와. 누나 외로워. 보고 싶어, 제아야.
-미안 내일은 꼭 갈게. 그리고 그간 사정을 다 설명할 테니까.
누나의 애정공세는 이제 거침이 없어졌다.
우리 사이에는 원래 어떤 거리가 있었는데, 마지막 루프 때 내가 사랑한다고 했던 게 문제였다.
그게 계기가 됐는지, 원래 남동생에 대한 집착이 있었던 누나는 더욱 그 증세가 심화되었다. 뭐, 어디까지나 가족애긴 하지만.
“흠…….”
일도 중요하지만 일단 누나부터 만나고 와야겠다.
나는 책상 위에 쌓인 설계도를 치우고 외출 준비를 했다. 나는 메타트론의 옆집에 산다. 이 건물은 층당 2개의 원룸이 있었는데, 우리는 3층에 같이 살았다.
건축업자들이 메타트론의 성지를 제대로 완성하면 그때 옮겨갈 예정이었다. 성지는 3천 평가량의 부지에 5층짜리 요새형 건물로 될 확률이 높았다.
요새형 건물은 몬스터 사태 이후에 생겨난 건축 양식으로,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거주자를 보호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되어있는 게 특징이었다.
띵동.
안양으로 돌아가기 전에 메타트론에게 말하고 가려고 벨을 눌렀다.
“들어오거라.”
안으로 가자 메타트론이 앞치마를 입고 요리를 하고 있다. 이 녀석 상당히 요리에 능숙했다. 보통 이런 캐릭터는 요리를 잘 못하던데, 거의 달인의 경지다.
어째서냐고 물으니 혼자 차려먹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것.
게다가 상당히 미식가라 요리에 공을 들이는 스타일이다.
“먹을 복이 있는 것이구나. 마침 좋을 때 왔다. 이리 와서 본녀의 볶음밥을 먹어 보거라. 절찬해도 좋은 것이다.”
무표정하지만 꽤 들떠 보인다. 작게 노래를 흥얼흥얼거리기까지 한다.
나는 거절할 이유도 없고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대천사 서열 1위 메타트론의 수제 요리라니.
뭔가 거창하잖아.
누가 상상이나 하겠어.
“고마워.”
“별 말씀을. 많이 들거라. 모자라면 더 볶을 터이니.”
나는 숟가락을 놀리면서 안양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러자 메타트론은 고개를 끄덕인다.
“의당 가족을 챙길 일이다. 누나를 아끼거라, 유제아. 가족이 있다는 것이 부럽구나.”
“영 시끄러운 누나라 말이지.”
“그렇게 말해도 누나란 말이 나오자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구나?”
어? 그랬나.
당황해서 헛기침으로 얼버무리고 말았다.
다 먹고 물을 마시고 있는데 메타트론이 묻는다.
“그런데 말이다.”
“음?”
“레벨업은 안 하는 것이냐? 지난번에 우룩켈을 죽였으니 경험치를 많이 획득했을 터. 레벨업은 자동이 아니라 레벨업 버튼을 눌러야 하게 되어 있다. 설마 깜빡한 거 아니냐?”
아차.
바쁘기도 했고 이 시스템 자체가 낯설어 생각을 못했다.
메타트론은 한 가지 더 지적해줬다.
“그리고 타이틀도 달거라, 유제아. 타이틀은 효과가 다 다르지만 능력치를 조금이나마 올려준다. 그리고 네 정체성을 설명하는 간판이 되니 다른 헌터를 만날 때 유용한 것이다.”
헌터끼리는 상대의 이름이나 타이틀이 보인다. 그 때문에 타이틀은 명함이나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예를 들면 외눈박이를 죽인 누구누구, 화염의 숙련자 누구누구, 이런 식이다.
“그래야겠네.”
“바로 하도록. 커피라도 타줄 테니.”
식사 후 커피까지 몸소 타주신다니. 이럴 때 보면 굉장히 여성스럽다. 이 녀석, 나중에 참한 색시가 되겠는데.
“고마워.”
나는 대천사님께서 손수 타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상태창을 열었다.
과연 레벨 업을 안 해서 그런지 지난번과 달라진 게 없었다. 아래쪽을 살펴보자 붉은 색으로 레벨 업이라는 버튼이 보인다. 전에는 회색으로 누를 수 없게 되어있었는데 경험치가 쌓여서 변한 모양이다.
좋아.
나는 일단 레벨 업 버튼부터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