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6
00036 2-3. 신성지 안정화 =========================================================================
-레벨 업 하시겠습니까?
주저할 거 없지. 즉각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주변의 배경이 바뀐다.
나는 천사상이 돋보이는 근세기 풍의 장엄한 고딕 성당에 와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서 빛이 내려온다.
뭐야? 광원 이펙트가 쩔어주는데?
주변에는 귀여운 천사들이 나팔을 불며 다가와 꽃가루를 뿌려댔다. 그 모습이 너무나 선연해서 나는 무척 들뜬 기분이 되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S등급 히든 클래스인 메타트론의 화신 레벨2가 되었습니다.
음성과 함께 곧 눈앞에 팝업창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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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10
지능+10
지혜+10
민첩성+10
건강+10
카리스마+7
의지+7
행운+2
*치료가 A등급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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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것이 레벨 업!”
능력치가 차곡차곡 모두 올랐다. 게다가 치료가 A등급이 돼 치유력이 상승한 건 매우 요긴했다. 나 같은 경우는 메타트론처럼 다른 이를 치료하지 못하지만 다른 이의 치유 역시 받지 못한다. 하니 자가 치료 능력의 강화는 절실한 것이었다.
그렇게 레벨 업에 만족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뭐지?
레벨 업 버튼은 아직 붉은 색이었다.
더 되는 건가?
다시 한 번 눌러보자 레벨 업 하시겠습니까? 란 메세지가 다시 떴다.
이럴 수가. 한 번 더 레벨 업을 할 수 있다.
나는 주저없이 예를 눌렀다.
“오오!”
다시 성당의 배경이 펼쳐지며 화려한 이펙트가 난무한다.
축하해주는 아기천사의 수가 어째서인지 더 늘어났다.
그리고 상태창에 새로운 메세지가 떴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S등급 히든 클래스인 메타트론의 화신 레벨3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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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10
지능+10
지혜+10
민첩성+10
건강+10
카리스마+7
의지+7
행운+2
*새로운 A등급 스킬 방패 튕기기가 사용 가능해 집니다. 방패가 연달아 목표 사이를 튕겨 다니며 다수의 적에게 피해를 줍니다.
*원소 저항력이 5% 추가로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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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레벨!”
생각지도 못한 추가 레벨 업에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원래 예상 가능한 선물보다, 예상 밖의 선물이 더 마음을 뛰게 하는 법이다. 길가다 돈이라도 주운 기분이었다.
나는 스탯이 올라간 상태창을 다시 살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게다가 방패 튕기기는 다수의 적을 제압하기 유효해 보였다. 한 번 방패를 던지면 적 사이에서 고전게임인, 블럭깨기처럼 날아다닌다는 것이다.
“어라?”
그렇게 만족해서 상태창을 보다가 아직 레벨 업 버튼에 붉은 색이 남은 걸 발견했다.
“또?”
대체…… 우룩켈을 잡고 경험치를 얼마나 먹었던 거야.
나는 버튼을 다시 눌렀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S등급 히든 클래스인 메타트론의 화신 레벨4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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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10
지능+10
지혜+10
민첩성+10
건강+10
카리스마+7
의지+7
행운+2
*마력 회복률이 20%추가로 오릅니다.
*클래스 특전 재생이 향상된 재생으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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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마력 회복률 증가와 자가 재생 능력의 향상은 매우 요긴하다.
히든 클래스라 그런지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스킬을 확실히 강화해 주는구나. 내가 알기로 마력 회복률 5%, 8% 정도에도 마법사 클래스는 목숨을 건다고 들었는데, 한 번에 후하게 20% 추가를 팍 퍼주네. 히든 클래스라 그런지 스케일이 대단하다.
그리고 다시 상태창을 보자, 이번에는 레벌 업 버튼이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나는 어쩐지 안도감을 느꼈다. 너무 과도한 건 걱정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아무튼 생각지도 못하게 한 번에 3계단을 뛰어올랐다.
달라진 상태창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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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유제아(메타트론 패밀리의 권속).
나이: 25세.
클래스: 메타트론의 화신(S등급 히든 클래스)
레벨: 4
클래스 특전: 영웅의 기본 능력치, 추가 능력치 +50, 원소 저항력 +25%, 마력 회복률 +120%, 부활, 향상된 재생, 질병에 면역, 강한 정신력.
#힘 185 (기본 60,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지능 182 (기본 57,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지혜 209 (기본 84,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민첩성 215 (기본 90,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건강 197 (기본 72,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카리스마 237 (기본 112,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의지 273 (기본 148,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행운 163 (기본 38, 클래스 특전 +50, 태양 신격의 방패 +75)
특수 능력: 현현(S등급. 하루에 한 번), 몬스터 지배(S등급. 하루에 세 번), 위엄 발현(A등급. 하루에 다섯 번), 치료(A등급. 하루에 열 번), 방패 튕기기(A등급. 제한 없음. 마력의 양만큼 사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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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좋아졌네.
그나저나 한 번에 레벨4라니, 이래도 되는 건가?
메타트론에게 이점을 묻자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해 준다.
“당연하지 않느냐. 군주급이 뉘집 개이름인 줄 아느냐. 뛰어난 공훈에는 시스템이 그만큼 보답을 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생각보다 레벨 업을 못했다고 봐도 된다. 유제아 네가 일반 클래스였으면 한 번에 20레벨은 넘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내 화신은 S등급 히든 클래스니라. 다른 직업보다 레벨 업하기 훨씬 어려운 것이지. 상위 직업의 고충 정도로 생각하려무나.”
일반 클래스였으면 버튼 계속 누르기도 힘들 뻔했다.
“아, 그리고 그 레벨 업 이펙트 말이니라. 처음에는 다들 좋아하던 데 나중에는 질려하지. 하니 옵션에 들어가면 끌 수 있으니 참고하거라. 아니면 도중에 스킵할 수도 있다.”
“…….”
게임에 너무 충실하시네, 우리 천사님들.
“타이틀도 어서 달아 보거라, 유제아.”
“그렇지.”
상태창의 이름 옆에는 타이틀 항목이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타이틀은 럭키 가이랑 기연왕인데 그 외에도 타이틀이 많이 생겨있었다.
[메타트론의 화신]-당신은 대천사 메타트론의 화신이 되었습니다. 전 능력치 +30, 마법 저항력 +10%
[군주 우룩켈을 살해한]-당신은 군주급 몬스터 우룩켈을 살해했습니다. 힘+67, 카리스마+20, 지혜 -12
보니까 [메타트론의 화신]과 [군주 우룩켈을 살해한] 이 두 가지 타이틀이 괜찮았다.
상황에 따라 다르게 맞춰서 적당한 타이틀을 달면 될 듯했다.
좋아, 그러면 무슨 타이틀을 달까? 나는 손을 [군주 우룩켈을 살해한] 타이틀로 가져갔다. 역시 이 타이틀이 제일 멋진 것 같아.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서글픈 분위기가 피어오른다.
시무룩.
무표정하던 메타트론이 좀 풀이 죽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리고 작은 동물처럼 날 올려다본다.
“좋겠구나, 멋진 타이틀을 선택할 수 있어서.”
그리고 나직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도 들렸다.
“밥 열심히 볶았는데……. 커피도 탔는데…….”
딱히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엄청난 압박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차마 [군주 우룩켈을 살해한] 타이틀을 선택하지 못하고 손가락을 [메타트론의 화신]으로 가져갔다.
활짝.
날 지켜보고 있던 메타트론이 초코우유를 발견했던 때처럼 방긋 웃었다.
이래서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그대로 [메타트론의 화신]을 선택했다.
그러자 메타트론이 만족해하며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타이틀을 달았구나, 암암. 의당 그래야지.”
-[처음으로 타이틀을 사용한] 타이틀을 획득했습니다.
뭐야, 타이틀이 자꾸 생기네.
시스템 음성은 계속됐다.
-이제부터 다른 헌터의 타이틀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타이틀 역시 다른 헌터에게 보여 집니다.
그렇구나. 이제부터 다른 헌터의 타이틀도 볼 수 있다니, 앞으로 재밌어 질 듯했다.
***
안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가자 지아 누나가 날 열렬히 환영해 줬다.
뭔가 애정 표현의 리미트가 해제된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다시 틱틱대기도 이상해 잠자코 받아들였다.
비록 여러 번의 타임 루프 때문에 그랬던 거긴 하지만 분명히 사랑해, 라고 말해놓고 이제 와서 날 껴안는 누나에게 더워 저리가! 라며 갑자기 돌변하는 것도 사이코 같지 않겠는가. 타임 루프를 모르는 입장에서 그런 꼴을 당하면 황당하기 짝이 없을 거다.
게다가 갑자기 그랬다가는 누나 성격에 상처받을 테니까 나는 반갑다고 목에 매달린 누나의 머리를 잠자코 쓰다듬었다.
“기분 좋아. 더 쓰다듬어.”
“언제는 여동생이 아니라며?”
“응? 내가 그랬나?”
아차, 기억 못하겠구나. 그 기억은 이미 타임 루프 중에 사라진, 없었던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나저나 누나, 주책 좀 그만 부려. 너무 꽉 껴안아서 살짝 숨 막힐 듯하다.
“너 말야, 애정 표현이 심해. 가족이라지만 이거 살짝 부담스러운 느낌인데.”
“괜찮아, 누나의 인생에는 제아 밖에 없으니까.”
대답조차 부담스러웠다.
“…….”
이걸 어쩐담. 뭐, 나도 모르겠다.
가뜩이나 복잡한 일 많은 나에게 이 정도는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나는 곧 코알라처럼 매달린 누나를 안고는 방으로 향했다. 누나는 엉덩이랑 가슴이 커서 무거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금부터 털어놓을 얘기는 평생 나만 보고 살아온 누나에게 버거울 거다.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크다.
누나는 내 은퇴를 기대하고 또 기대했다.
그런데 이제 하이에나보다 더한 게 됐으니 어쩌면 충격에 기절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이런 중요한 부분을 누나에게 속일 수는 없다.
나는 누나를 안방으로 데려가서는 문을 닫았다.
“어? 제아야. 우리는 친남매인데….”
맞다. 우리는 남매다. 그러니 누나, 딱히 더 확인할 필요도 없는 그런 사실을 이상한 뉘앙스로 말하는 건 관둬, 좀. 나는 일단 누나의 손을 꽉 잡았다. 누나는 화들짝 놀라더니 수줍은 소녀처럼 볼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제아야? 우리 다툰 거니? 왜 갑자기 손은?”
대체 이 여자가 아까부터 왜 이상한 분위기를 만드는 거야? 진짜 보고만 있어도 속에서 울화통이 터질 정도다. 인상이 구겨지려는 걸 간신히 참아냈다.
하지만 이제부터 할 말 때문에 강경하게 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지금 손을 덮썩 잡은 건도 그런 일의 일환이다. 누나에게 맞을까봐 미리 한발 빠른 방어행위를 한 거다. 누나에게 애정표현 이런 게 아니다. 그저 적의 무기를 봉쇄하자는 차원이었다.
“누나, 할 말이 있어.”
그리고 고백 후.
진짜 난리가 났다.
***
“그래서? 누님께선 이해하시기로 한 겁니까?”
검은 하이에나 팀의 부팀장이 내게 묻는다. 우리는 한적한 바에서 같이 술을 기울이고 있었다. 나는 그간의 일의 대부분을 부팀장에게 설명했다.
이 진중한 사내는 무척이나 놀라워하면서도 내 말을 순순히 다 믿어줬다. 그러다 보니 얘기는 결국 울고불고한 누나에까지 이르렀던 거다.
“누나도 알아. 내가 오랜 시간 헌터가 되지 못해 괴로워 했단 사실을.”
세상에서 날 제일 이해하는 건 누나다. 그렇기에 내 고백 이후 울면서 난리를 부린 누나는 며칠간 나랑 말도 안 하더니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하지만 걱정이 큰 나머지 검사 일을 때려 치고 노량진에서 같이 살겠다고 해서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노량진은 지금 일반인이 살기는 위험한 장소다.
신성지가 깔려 있지만 모든 몬스터를 다 막을 수는 없다. 신성지의 성질은 방충망과 비슷하다. 아무리 방충망을 잘 해도 집 안에는 모기가 어디론가 들어오는 법이다.
그때 안양에 나타났던 켈핌 같은 게 그런 경우다.
대신 방충만이 있으니 모기가 대량으로 집에 들어 오르는 걸 막아주는 거다. 신성지를 부술 수 있는 대형 몬스터는 그런 방충망을 찢을 힘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상황이니 상황을 설명하고 간신히 노량진에서 같이 사는 것만은 막아냈다.
대신 최악의 양보를 해야 했다. 진짜 그 약속을 다시 생각하면 살이 떨릴 정도지만 아이처럼 우는 누나를 달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바로 평생 누나와 함께 살기였다.
“으윽.”
“왜 그러십니까. 팀장님?”
“아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나랑 일평생 같이 살 거 생각하니까 현기증이 나서 그렇지.
앞으로 내가 결혼을 하든 말든 누나와는 가족애로 동거하기로 맹세까지 했다.
맙소사.
나는 장가들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여자가 신랑+시누이의 조합을 받아들이겠는가.
어떻게 보면 시어머니보다 더 짜증날 수도 있다.
진짜 어쩌자고 이런 최악의 선택을……. 그래도 아예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나중에 지도 남자가 생기고 그러면 남편이랑 달콤한 신혼을 위해 나가산다고 그러겠지. 그때까지만 참고 견디자는 게 내 복안이었다.
아무리 누나가 사랑이 깊고 무거운 여자라지만 몇 년 안에 정신을 차릴 거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었다. 지가 무슨 수녀야, 왜 평생 처녀로 지내겠다는 거야?
이래서는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오늘 왜 보자고 하신 겁니까?”
부팀장의 물음에 정신이 돌아왔다.
“아, 그거 말이다. 니들 전부 노량진으로 들어와라.”
“무슨 계획이 있으십니까?”
“당연히 있지. 우리 검은 하이에나 팀만이 아니야. 쓸만한 팀을 다 끌어 모아서 노량진으로 부를 작정이다.”
나는 가칭 ‘노량진부산물수거업자연합’을 만들고 직접 협회장에 오를 작정이었다.
부산물 수거업자는 하이에나를 좀 점잖게 부르는 명칭이다.
“노량진연합이요?”
그렇게 줄여 부르니까 무슨 폭력 조직 같은데.
“그래. 난 노량진을 몬스터 부산물과 마정석 공급의 메카로 만들 작정이다.”
원래 노량진에는 유명한 수산 시장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몬스터 시장으로 유명해지게 될 것이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래, 충분해. 여러가지 대책이 있다. 노량진에 건물도 적당한 게 있어.”
몬스터 사태가 일어난 2015년에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설이 낡아서 새로 건물을 짓고 있었다.
수산시장뿐 아니라 청과시장도 같이 들어가는 대규모의 건축물이었다. 결국 몬스터 사태 때문에 얼추 완성되어가던 그 건물은 그대로 남겨지고 말았지만.
신성지를 재구축할 때 내 요청에 의해 그 건물만은 무사히 남았다.
나는 그곳에 시장을 만들려고 생각 중이다.
그걸 위해선 여러 조치가 필요한 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하이에나들이 노량진에 상주하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와달라고 설득하는 게 아닌, 그럴 수밖에 없는 이득을 제시하면서 말이다.
“그쪽은 위험지대 아닙니까? 하이에나가 일하긴 버겁습니다.”
“걱정할 거 없다. 부팀장. 노량진에 대천사의 신성지가 무려 3개가 생겼어. 몬스터들이 압력을 느끼고 밀려날 게 틀림없지. 하면 예전처럼 위험하겠나?”
부팀장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그리고 결정적인 게 있다.”
뭐냐는 듯 부팀장이 몸을 숙여온다.
나는 그런 그에게 속삭였다.
“몬스터가 대량으로 죽을 거다. 웨이브가 온다는 말이야.”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군주급 몬스터는 안양 방면에 신경 쓰느라 노량진에 대해 손을 못 쓰고 말았지만, 절대 이대로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가 되면 몬스터의 시체가 일대를 가득 채울 터. 하니 숙련된 부산물 수거인들이 잔뜩 필요했다.
거기에 하이에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더 있다. 앞으로 전선이 바뀔지 모른다는 점이었다. 공세를 주장했던 대천사 메타트론이 복귀한데다가 대천사가 무려 셋이나 노량진에 신성지를 만들었다. 대몬스터전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하니 기존처럼 과천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노량진에 거주지를 갖고 부산물 확보의 최일선까지 나설 수 있는 게 훨씬 바람직했다.
***
일주일 뒤, 안산.
뉴욕과도 같이 번화한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지다.
몬스터 사태 전의 안산시는 구시가지로 분류되고, 고층 빌딩으로 번화한 곳은 새롭게 탄생한 신시가지다.
오늘 이 안산의 오성급 호텔인 그랑에페의 홀에서 꽤 거창한 행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순식간에 만들어진 노량진부산물수거업자연합의 발기인대회다.
말이 발기인대회지, 사실 정관도 조잡하며 민법상 제대로된 단체도 아니다.
그저 내 카리스마 하나로 규합된 친목조직이라고 보면 된다.
하이에나 사이에서 내 명성은 높다. 괜히 내가 하이에나의 왕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그런 나인데, 갑자기 성공했다고 하니 다른 하이에나들이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게다가 돈 많이 벌 게 해줄테니 오라고 하자 하이에나 중 날고 긴다는 팀들이 그랑에페로 몰려들었다. 오늘 온 팀 중 벌써 협회에 든 곳도 있고, 아직 눈치만 보는 곳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사소한 문제였다. 돈이 벌리기 시작하는 걸 보면 하이에나들은 앞다퉈 내 휘하로 들어올 터.
“유제아 협회장님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길 바랍니다.”
그때 밖에서 사회자의 말이 들렸다. 나는 근엄하게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당당하게 식장으로 나갔다. 경쾌한 행진곡과 함께 단상으로 올라가자 전원 기립한 하이에나들이 열렬히 박수를 쳐준다.
“엣흠!”
협회장 감투를 쓰자 내 콧대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존경하는 몬스터 부산물 수거업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협회장 유제아입니다.”
다시 한 번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내게 쏟아진다.
캬, 이 맛에 벼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