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8
00038 2-4. 천하지대본 =========================================================================
메타트론 녀석, 없애버린다고 하더니 이제 와서 흥분해서 말투까지 바뀌어 있었다.
-정말?
물어보니까 이번에는 채팅창에 사진이 올라왔다.
검은 색에 붉은 줄무늬를 가진 아기용이었다. 헬카이트는 용의 아종이라고 하지만, 생김새는 거의 차이가 없어 아기용이라고 해도 될 듯했다.
나는 이후 방공대대와 기념 사진을 찍는 듯, 마는 듯하고는 원룸으로 달려갔다.
가보니까 메타트론이 머리카락이 그을린 채, 원룸 건물 아래 구석에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뭐야?
메타트론은 무릎에 얼굴을 박고 날개를 축 늘어뜨린 상태다.
한눈에도 굉장히 시무룩해 보인다.
“끄윽, 끅! 훌쩍. 훌쩍.”
울어?
보니까 팔에는 검댕이가 잔뜩 묻어 있었다.
“저기 메타트론?”
“응?”
구석에서 훌쩍이던 메타트론은 깜짝 놀라서는 눈가를 닦는다. 덕분에 얼굴에 그을음이 죽 그어졌다. 벌칙을 당한 것처럼 얼굴에 검은 칠이 됐지만 본인은 모르는 것 같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다. 흐윽….”
“진정해, 대체 누가 널 울린 거야? 말만 해. 내가 박살 낼 테니까.”
“흑흑, 그래도 박살을 내면 안 된다.”
“?”
알고 보니 메타트론은 갓 태어난 헬카이트에게 심하게 거부당한 모양이었다. 화염을 뒤집어써서 예쁜 머리칼도 그을려 있었고, 몸에선 탄내가 났다.
“용용이는 본녀가 싫은 모양이다.”
“용용이?”
“본녀가 이름을 지었다. 적당하다고 여겨지지 않느냐?”
“기각.”
“에엣? 어째서?”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일단 나는 그 헬카이트 새끼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시무룩하게 일어난 메타트론은 원룸 건물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그녀는 작은 동물에게 거절당한 게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맥이 빠져있었다.
일단 헬카이트를 살펴보자.
가보니까 어디서 나타난 건지 철창이 있었고 그 안에 용용이… 아니, 헬카이트의 새끼가 갇혀있었다.
끼에에에에엑!
날 보자마자 째지는 목소리를 내는 헬카이트.
다짜고짜 입에서 화염 브레스를 토해낸다.
“허!”
놀라서 태양신격의 방패를 소환해 막아냈다.
이놈 보게. 성격 진짜 고약하구나.
익히 예상은 했지만 보통 사나운 게 아니었다.
옆에서는 메타트론이 꿈이 깨진 얼굴로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분명히 용용이라 이름 붙인 아기용과 뛰돌고 싶었겠지.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 헬카이트는 이야기 속의 큐트한 아기용이 아니다.
몬스터며, 같은 몬스터 중에서도 그 포악함 때문에 겉도는 존재다.
얼마나 싸가지가 없으면 군주급 몬스터의 말도 안 들을 정도일까. 다 자라면 그 힘과 위력이 군주급 몬스터에 맞먹는다고 하니 실로, 홀로 고고하다.
메타트론이여.
물렀구먼. 물렀어. 용용이가 뭐냐.
그래도 메타트론이 어쩐지 짠해서 치료부터 사용해줬다. 나와 그녀는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다. 다른 이는 치료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돌봐줄 수 있었다.
곧 메타트론의 상처가 깨끗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걱정 하지마. 용용이랑 뛰어놀게 해줄게.”
그러나 메타트론이 입을 동그랗게 하며 놀라워한다.
“정말인 것이냐?”
“그래. 꼭 그렇게 해줄 테니 성지에서 기다리고 있어. 속상했지? 이따 내가 초코우유 사다줄게.”
“쪼꼬우유!”
그제야 마음을 푼 메타트론은 씩씩하게 원룸으로 올라갔다.
“그럼 부탁하는 것이다! 유제아, 그대는 믿음직스러운 사내다.”
세상에… 누가 메타트론의 정체가 저런 걸 제대로 알까?
저 녀석 어쩌다 밖에서 헌터라도 마주치면 진짜 냉정하기 짝이 없다.
예전에 함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 우리 하이에나를 벌레라고 했던 그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나는 이제 잘 안다. 그게 사실은 스스로를 고립한 저 소녀가 상대를 밀어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아마 미카엘라도 알겠지.
그러니까 어떻게든 메타트론을 다시 품에 끌어안으려고 자기 신성지를 무너뜨리면서까지 무리했던 거다.
미카엘라는 요즘, 메타트론과 과거의 문제 때문에 틀어진 사이를 복원해 보려고 노력 중인 듯했다. 하지만 쉽지는 않아보인다. 아무래도 정신 연령이 훨씬 어른인 미카엘라가 고생을 해야지.
“자… 그럼 용용아. 그 싸가지 좀 같이 고쳐볼까?”
솔직히 메타트론을 울렸다는 사실 때문에 약간 울컥한 심경이 됐다.
뭐랄까. 내가 메타트론을 울리는 건 괜찮다.
하지만 남이 메타트론을 울리는 건 참을 수 없다.
곧장 지배 능력을 시전했다.
끼에에에에엑!
헬카이트의 새끼는 괴성을 지르면서 반항했다.
하지만 나 역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고, 우리 둘의 지난한 싸움이 시작됐다.
***
“…와, 개새끼. 내가 레벨4 메타트론의 화신인데. 어처구니가 없네.”
“개새기가 아니고, 용새낀데요?”
막내가 옆에서 좀 깐족거렸다. 그래서 주저 없이 뒤통수를 갈겼다.
퍽!
“아, 왜 패요!”
“맞을 만하니까 패지, 이 새퀴야.”
너는 인마, 타임 루프만 아니었으면 진작 인생 조졌어.
막내 이 새끼는 하여간 옛날에 사체의 위장을 짼 일부터, 줄줄이 사고뭉치였다.
그래도 미운 정, 고운 정 들어서 이번에 검은 하이에나 팀이 올 때 같이 불러들였다. 최근에는 그래도 한사람 몫을 해내며 전처럼 덜렁거리지 않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고참들의 가열 찬 훈육이 있었음은 말해봐야 입 아프다.
“이 새퀴야, 넌 사고나 치지 말고 일이나 잘해.”
“저도 이제 좀 신중하다고요. 신중한 김상식이라고 불러주세요.”
“너는 이름이 상식이면서 왜 매사 상식이 없어?”
“헤헤헤, 어쩜 저희 어머니랑 똑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울컥.
“열 나실 텐데 시원한 거나 드시죠. 사랑합니다, 팀장님.”
내가 다시 인상을 쓰자 막내는 얼른 음료수를 내밀었다. 나는 결국 못 이기는 척 받아서 단번에 들이켰다.
꿀꺽, 꿀꺽.
하… 무슨 새끼용이 이렇게 지배가 어려워.
원래 헬카이트가 드센 종인 줄은 알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다. 내가 지배 스킬에 익숙치 않아도 기본 능력치가 있는데 말이야.
그 무서운 외눈박이도 지배해 맘대로 부릴 자신이 있다. 그런데 저놈의 헬카이트는 새끼용인데도 안 된다.
역시 스이엘의 말이 맞았나?
나는 메신저로 스이엘에게 저 용의 사진을 보내주며 물었다. 그러자 답이 왔는데 자기도 모르는 종이라 했다.
-주변에 물어봐도 모르더라. 미안, 유제아.
-괜찮습니다.
-아마 희귀종인 것 같아. 그러니 안 알려져 있지. 그나저나 별난 일이네? 헬카이트 자체가 희귀한데 그 중에서도 희귀종이라니. 감당할 수 있는 한 잘 키워봐. 나중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처리하고. 잘못하면 재앙이 될 수 있어.
-조언 감사합니다, 스이엘.
-응, 그랴. 나는 요번 시즌 신상 아가들 살펴봐야 하니까, 이만!
아무래도 당장은 저 건방진 헬카이트 새끼를 어떻게 처리하긴 어려울 듯했다. 일단 가둬놓고, 녀석의 우리 주변에 접근을 막기 위해 방책을 세워 놨다. 가까이 갔다가 화염 브레스라도 맞으면 곤란하니 말이다.
작업은 막내가 도와줬다.
일단은 저 녀석을 지배하는 건 지배 스킬의 숙련도를 좀 올린 뒤에 도전해볼 문제인 듯했다.
나는 저 헬카이트의 새끼를 온라인 게임의 허수아비처럼 쓰기로 했다. 보통 초보자가 검을 들면 허수아비를 치며 검 숙련도를 올린다. 하니 나도 지배 숙련도를 올리기 위해 매일 몇 시간씩 헬카이트를 붙잡고 늘어질 작정이다.
이거 완전히 생체 연습 기구구먼.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일이 끝나면 매일 헬카이트 새끼 앞에 출근했다.
우리의 일상은 똑같았다.
헬카이트는 불을 뿜어대고 나는 방패로 막은 뒤에 지배를 연습했다. 문제는 이 스킬이 하루에 세 번만 가능해서 한 번에 많이 연습하지 못하는 게 아쉬웠다.
이틀 뒤, 처음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축하드립니다! 지배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드디어.
가시적인 성과가 느껴지자 나는 고무되었다.
나흘 뒤에 다시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축하드립니다! 지배의 숙련도가 +1 올랐습니다!
그나저나 내 지배는 S등급 스킬인데, 단순히 스킬 등급이 높다가 강한 건 아니구나. 기본적으로 좀 받쳐주는 건 있지만 이후에는 숙련도에 따라 달라지는 듯했다.
참고로 숙련도는 100까지 오를 수 있으며 내 지배 숙련도는 현재 3이다. 아직 갈 길이 멀었구나.
일주일 뒤.
-축하드립니다! 지배의 숙련도가 +3 올랐습니다!
특이하게도 처음에는 숙련도 향상이 느리더니 뭔가 탄력을 받은 후에는 빨라졌다.
그리고 내게 하루 단위로 시달리고 있는 헬카이트 새끼는 점점 태도가 유순해져 갔다. 여전히 반항하긴 하지만 이젠 불을 토하지는 않았다.
열흘 뒤.
-축하드립니다! 지배의 숙련도가 +5 올랐습니다!
숙련도 향상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보름 뒤.
-이제 당신은 더는 같은 몬스터를 상대로 숙련도를 올릴 수 없습니다.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현재 내 숙련도는 50.
충분히 대단한 수준까지 왔는데 여전히 헬카이트는 지배에 걸리지 않았다.
끼룩?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헬카이트.
이제 거의 됐다는 느낌이었다.
손을 뻗어 만지면 머리를 비벼온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녀석은 마치 들고양이처럼, 한 걸음만 더 다가가면 피해버린다.
처음에 소리 지르고 난리 피우던 것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지만 말이다. 요즘은 메타트론도 헬카이트를 구경하러 오곤 한다.
나는 이 문제를 스이엘과 상담했다.
-너 말이야. 진짜 행운의 뭐시기 아닌가?
-네?
-정말 운 좋은 거야. 유제아. 지배 스킬의 숙련도 올리기는 정말 힘들어. 오죽하면 지배 스킬 뜬 헌터가 그 스킬의 유용함에도 불구하고 똥 밟았다고 하거든. 너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세 번이나 가능했지만 보통 이틀에 한 번, 사흘에 한 번이야. 일단 거기서부터 차이가 나지. 게다가 몬스터에게 써서 연습해야 하는데 목숨이 간당간당한 사냥터에서 그런 여유 부리기가 어디 쉽겠어?
-그것도 그렇죠. 하지만 저처럼 몬스터 하나 가둬 키우면서 하면 안 되나요?
-일반적으로 가둘 수 있는 정도의 몬스터라면 지배 숙련도는 10정도나, 많아야 15정도가 한계야. 대형 패밀리라면 지배 스킬을 가진 헌터를 위해 가둔 몬스터가 몇 있긴 하지. 하지만 너처럼 단번에 50까지 찍을 수 있는 수 있는 환경 차제는 상상도 할 수 없지. 뭐? 숙련도 50? 그 정도면 헌터 하나가 15년은 노력해야 닿을 수 있는 경지라고.
그렇게 어려운 건가? 생각도 못했다.
-정말입니까?
-그래. 게다가 네 지배는 S등급짜리라며? 보통 헌터들이 가진 지배는 B등급 스킬이야. 어쩌다 A등급 지배 스킬을 가진 애가 나오는데, 그 정도면 패밀리에서도 각별하게 취급받아. 3등급 이상의 고위 몬스터는 불가능하지만 4등급 이하는 지배할 가능성이 생기거든. 너는 헌터의 싸움을 잘 모르겠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4, 5등급 몬스터를 지배하면 전투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져. 단순히 저쪽이 -1이 되는 게 아니라, 이쪽에 +1까지 되니까.
스이엘은 내가 고위 몬스터도 지배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S등급 스킬이잖아. 분명히 고위 몬스터, 숙련도에 따라서 그 이상도 가능하지 몰라.
-그렇군요.
스이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좀 황당한 기분이 됐다.
그저 보름 동안 말 안 듣는 새끼 헬카이트 붙잡고 지배 연습을 한 건데, 어쩌다 보니 국내 최고의 지배 능력 권위자가 되었다. 진짜, 나란 남자. 포텐셜이 두려울 정도였다.
-유제아, 너는 지배의 천사의 화신이니 그 스킬 유용하게 써봐.
스이엘과 채팅은 그걸로 끝이 났다. 나는 철창 안에서 명랑하게 놀고 있는 헬카이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 숙련도를 불과 몇 정도만 더 올리면 끝날 듯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비상, 비상. 신성지 안에 몬스터가 침입했습니다.]최전방인 이곳에서는 가끔 있는 일상이다.
어차피 신성지라는 그물 때문에 들어온 숫자는 불과 몇 마리 정도일 터. 상주하고 있는 헌터들이 처리할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 데 한 가지에 생각이 미쳤다.
기왕 지배의 국내 최고 권위자가 됐는데, 휘하에 지배 중인 몬스터가 하나도 없단 사실이었다.
이럴 순 없지.
“비켜! 다 내꺼야!”
나는 그리 소리 지르며 몬스터가 나타났다는 노량진 용마산으로 신속히 향했다.
무슨 몬스터가 나타났을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던 나는 급기야 현현까지 하고는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쿠와아앙!
마력의 폭음과 함께 나는 순식간에 공중으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