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42
00042 2-5. 웨이브 =========================================================================
단호한 내 말에 대한 그들의 대답은 간단했다.
“씨발! 쳐!”
“하지만 천사같은데?”
“지금 그게 문제냐! 멍청아!”
즉각 공격이 날아들었다. 순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현현을 하면 나는 대천사 정도로 인식된다. 그럼에도 이렇게 곧장 공격까지 해오다니. 이들이 뭘 하려고 했던 건지 제대로 추궁할 필요를 느꼈다. 나는 왼쪽의 한 헌터가 빠르게 방출한 충격파를 방패로 그대로 반사했다.
“크악!”
반사된 자기 기술에 맞은 헌터는 뒤로 넘어가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후 연속된 공격이 이어졌는데 숫자가 많아서 되돌리기는 무리였다.
뒤로 뛰어 물러난 나는, 방패로 모두 쳐낸 뒤 공격에 들어갔다.
부웅!
방패 튕기기 기술을 사용하자 맹렬히 날아간 방패가 적 사이에서 튕겨 다닌다.
“크아아악!”
“아악!”
“씨발!”
방패를 사용한 탓에 방어가 비게 됐고 그 사이 공격이 날아왔다. 하지만 화신의 완강한 신체 덕에 모두 수월하게 견뎌냈다.
트럭으로 부딪치는 듯한 강한 일격도 손등으로 쳐내버리자, 악을 쓰고 공격한 헌터가 황당해했다. 어쩌겠는가, 너희들과는 격이 다른 걸.
나는 현현한 후 사용 가능한 기술인 돌진을 선택했다.
군주급 몬스터인 우룩켈에게 치명타를 먹였던 기술이다. 헌터들이 견뎌낼 리가 없었다.
내가 뛰어가려 발을 딛을 때마다 땅이 부서져나갔다. 그런 위력으로 돌진했으니 그걸로 끝이었다. 일직선의 공격 범위에 들어있던 여섯 명의 헌터가 조각조각나 육편으로 화했다.
“크아아악!”
“아악!”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본디 사람이었던 게 살덩이가 되어 굴러다닌다. 동료의 내장을 머리에 뒤집어 쓴 다른 헌터가 얼이 빠진 표정이었다. 이럴 때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레게머리 같군.
“항복해라, 반항하면 모두 죽이겠다. 나는 메타트론의 대행자이며 이곳은 메타트론의 신성지이다. 너희들의 목숨을 빼앗는 것에 아무런 제한도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메타트론의 신성지에서 여헌터를 납치한 걸로 모자라, 화신을 문답무용으로 공격했다.
이미 이건 즉결 사유다. 내가 나머지를 살려둔 건 심문해서 전후 사항을 파악하고자 하는 이유에서였다.
“하, 항복입니다!”
“살려주십시오!”
헌터들은 전원 무기를 버리고 항복했다. 나는 아직도 묶여 있는 여헌터 둘을 풀어줬다. 보니까 쌍둥이 자매다. 고초가 심했던 건지, 안도해서 그런 건지 한 명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다른 한명이 그녀를 안으며 내게 고개를 숙여왔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천사님.”
“너는 어디 패밀리의 소속인 거지?”
“아리엘 패밀리입니다.”
“돌아가자. 듣고 싶은 말이 많다.”
***
이번 사건으로 노량진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상상초월의 여헌터 납치사건은, 웨이브를 견디고 있는 상황임에도 헌터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죽하면 미카엘라에게 폰으로 따로 연락이 왔을 정도다. 그녀는 내게 필요한 지원을 약속했다.
헌터뿐 아니라 대천사들조차 관심을 갖게 될 정도로 초유의 일이었다.
조사에는 며칠이 걸렸는데, 다행히 일주일간 이어지던 몬스터의 웨이브도 소강상태라 다른 패밀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아리엘 패밀리의 헌터 15명이 강원도 지역으로 도피하려했던 것. 그 와중에 아리엘 패밀리의 여헌터인 함가현, 함가윤 자매를 납치하려 시도했던 거다.
급기야 천사 아리엘마저 죄가 드러나 소환되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신성지에 남아있던 그녀의 헌터들까지 모조리 노량진으로 잡혀왔다.
미카엘라가 역천사인 디피넬과 아피넬을 보내줘 도움이 되었다. 강력한 무력을 지닌 디피넬과 아피넬은 아리엘, 아리엘의 챔피언, 남은 헌터 7명을 모조리 압송해 왔다.
성남에 있는 그녀의 신성지는 무너지고 패밀리는 풍비박산이 났다.
***
사흘 뒤.
새로 건설된 대강당 안은 수백 명의 헌터들로 북적였다. 몰려온 인파 속에는 국내 유일의 S등급 헌터인 임철웅과 11인 위원회의 헌터까지, 유명 인물도 많았다. 그들은 모두 이번 웨이브에 지원을 나온 자들이었다.
인파의 가운데는 포박된 평천사 아리엘과 그녀의 챔피언, 헌터, 그리고 납치될 뻔했던 피해자인 쌍둥이 자매가 위치했다.
메타트론 역시 참석했고, 자신의 신성지를 나올 수 없었던 다른 천사들은 대리인을 보내왔다. 그 정도로 이번 일은 심각한 문제였다. 강당 안에 워낙 거물들로 바글대는 탓에 누구하나 작게 떠드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둥그렇게 앉아 있는 모두의 가운데 서서 이번 사건의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기 직전이었다. 모두 언제 시작하나 나만 바라보고 있다.
일단 가볍게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모두를 부르게 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공정하게, 공개적으로 처리해야 된다는 게 우리 모두의 합의입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발표할 내용은 메타트론 패밀리만의 판단이 아닌, 여러 유력 패밀리의 동의를 얻은 결과라는 점을 주지하고 싶습니다.”
대천사들의 패밀리에서 고위 헌터가 이번 사건의 조사에 파견을 왔다. 이미 결론은 난 상태다.
“그럼 지금부터 사건 조사 결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조용한 강당 안에는 내 목소리만이 울린다.
“아리엘 패밀리는 겉으로 그 문제가 잘 안 알려져 있었지만, 내부에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헌터의 부정부패와 패밀리를 이끄는 천사의 방관으로 완전히 썩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아리엘 패밀리의 신성지를 압수수색했고 다량의 미심쩍은 장부를 발견했습니다.”
아리엘 패밀리는 온갖 비리의 온상이었다.
심지어 살인사건들과도 연루되어 있었다.
헌터들이 일반인을 몰래 죽인 정황을 발표하자 결국 사방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이런 미친놈들이!”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그것뿐이 아니었다. 일반인의 재산을 빼앗거나 폭행한 사례부터 아주 막장이었다. 또한 이런 문제를 덮기 위해 지역의 경찰과 유착한 정황도 있었다.
이 부분은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수사란 게 사실 나 같은 문외한이 할 수 있는 게 아닌지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번에 다룰 부분은 어디까지나 천사와 헌터에 관한 문제일 뿐이다.
“조용히.”
나는 손을 들어 모두를 침묵시킨 후 말을 이어갔다.
“물론 아리엘 패밀리 전원이 문제에 관련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함가현, 함가윤 자매 같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부류도 있었습니다.”
적어도 다섯 정도의 헌터는 깨끗했다.
나는 그들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는 설명을 계속했다.
“최근에 비리에 연루된 헌터들은 여러 가지로 궁지에 몰렸던 듯합니다. 원래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죠. 그래서 이들은 강원도로 탈출하는 대담한 계획을 세웁니다. 강원도에 있는 독립군주가 된 몬스터의 휘하로 들어갈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사방에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수밖에. 나도 처음에 모든 걸 토설한 그들의 말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할 정도였다. 그들의 말로는 어차피 아리엘 패밀리에서 버티고 있어봐야 악행이 드러나는 건 시간 문제였다고 한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일단 탈출을 위해 노량진의 웨이브를 지원하길 자청했다고 한다. 그리고 몰래 몬스터에 의해 점령된 강원도로 가서 독립 군주인 몬스터의 휘하로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
당연한 얘기지만, 아리엘의 휘하를 벗어나면 헌터의 힘을 모두 잃어버린다. 그렇기에 군주급 몬스터의 밑에 가기로 한 거다.
독립 군주는 몬스터의 왕이란 존재에서 벗어난 존재로 강원도 일대에서 도망쳐온 헌터를 수하로 부린다는 소문이 있었다. 강원도 오지에 있는 그들의 영지에는 타락한 헌터와 몬스터가 같이 살아가고 있단 소문이 들려왔다.
한데 이번에 그 실체가 확인되었으니 헌터들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어쩌면 일부는 진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함가현, 함가윤 자매를 납치하기로 한 건, 간단한 이유다. 두 쌍둥이 자매가 빼어난 미인이라 강원도로 가서 성노예로 쓰려고 했던 거다. 이유가 더 있다면, 쌍둥이 자매는 매사 행동이 바른 탓에 그들과 대립했던 데다가, 희귀한 프레스티지 클래스라 다른 헌터들의 심기를 긁어왔다고 한다.
저열한 놈들답게 열등감이 폭발했던 거다.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터라 이번에 작정했던 모양이다. 안타까운 건 자매가 프레스티지 클래스긴 하나 지원형이라 갑자기 덮쳐온 15명의 건장한 헌터들을 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분노를 참기 어려웠습니다. 본인들의 욕망을 위해 동료를 납치하고 담당 천사의 방관을 이용해 인간의 적인 몬스터의 밑으로 들어가려 하다니! 이 어찌 천인공노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워낙 공분을 살 사안이라 특별히 뛰어난 연설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도 주변에선 난리가 났다.
“죽여라!”
“쓰레기!”
나는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모두를 조용히 시킨 후 하나를 더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헌터들에게 변명의 여지가 없음은 명백합니다.”
묶여서 의자에 앉아 있는 녀석들은 다 포기한 듯 말이 없었다. 솔직히 빠져나갈 구석도, 변명할 구석도 없었으니까.
“하나 우리는 한 가지를 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왜 평천사 아리엘이 관리자인 자신의 신분에도, 망조가 든 패밀리는 내버려둔 점에 대해 말입니다.”
모두의 시선이 아리엘에게 쏟아졌다.
참관하는 헌터들은 아리엘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아리엘이 패밀리를 방치한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단지 귀찮고 질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천사화하기 전부터 이어진 적과의 싸움에 오래 전부터 염증을 내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부터 대천사의 말도 귓등으로 듣기 일쑤라 요주의의 천사였다고. 그래서 미카엘라 같은 경우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었다.
서열 2위인 미카엘라의 말도 무시할 정도였다고 한다. 물론 대천사의 힘으로 행동을 강제하거나, 아리엘의 존재 자체를 소멸시버릴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나긋나긋한 숙녀인 미카엘라가 그럴 리도 없고 말이다.
사전에 이런 얘기를 다 들은 헌터들이 고운 시선을 보낼 리가 없다.
“아리엘님, 뭔가 변명이라도 해보시죠.”
내 말에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리엘이 입을 열었다.
“나는 관심이 없다. 너희 인간종이 멸망하든 말든. 지금 저 위의 형광등 근처를 날아다니는 벌레와 너희 인간종이 다른 게 무엇이냐?”
도발적인 언사라 사방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뭐라! 어찌 그런 말을!”
“인간을 벌레라고 하다니!”
이 강당에는 역천사 디피넬, 아피넬 같이 신성지를 갖지 않은 천사도 십여 위位 이상 있었는데 그들 역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리엘! 이 수치스러운 자가!”
이번만큼은 좀처럼 좌중이 조용해질 줄 몰랐다. 뭐랄까 헌터들이 느끼는 배신감은 큰 듯했다.
“조용! 조용히!”
몇 번이고 소리친 후에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저는 아리엘님의 처리에 관해선 대천사님들께 맡겼습니다. 천사의 문제를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 극히 예외적인 경우 때문에 우리가 헌신적인 천사님들께 무례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내 말에 서둘러 헌터들은 동의했다. 솔직히 천사가 가버리면 망하는 것 밖에 없으니까. 어떤 헌터는 아까 아리엘을 지나치게 비난했다고 생각했는지 주변에 있는 천사의 눈치만 봤다.
“아리엘의 처분에 관해서는 지금부터 대천사이시자, 천사의 서열 1위이신 메타트론님께서 발표하시겠습니다. 이 내용은 이미 다른 대천사님들의 합의를 얻은 사항임을 알리겠습니다.”
나는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여태 잠잠하던 메타트론이 일어났다.
차가운 표정인 그녀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수백의 헌터들이 그 자리에서 움찔했다. 심지어 세계 최강이자 엽왕獵王이란 칭호를 가진 임철웅조차 눈썹을 꿈틀거렸다.
“지금부터 그대들에게 알리겠다. 본디 평천사의 범죄에 관해서는 대천사의 합의체에서 상의한다. 하나 이번만큼은 내 신성지에서 일어난 일이고 그 때문에 내 체면이 깎인 바, 다른 대천사들이 문제의 판단에 관해 모두 본녀에게 전적으로 일임해 왔다.”
쉽게 말해 메타트론이 알아서 하라고 모두 개입을 포기했다. 그도 그럴 게 아리엘이 어떤 파벌에도 속해있지 않고 평소에도 문제가 많은 천사였기에 누구도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만약 특정 대천사의 밑에 있는 천사가 문제를 일으켰으면 지금처럼 간단히 결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메타트론은 이미 나와 협의가 된 내용은 단호하게 발표했다.
“하여 본녀는 지금 판결하겠다. 평천사 아리엘은 향후 본녀의 화신인 유제아의 종으로 120년간 봉사할 것을 명한다. 그 수치가 그녀의 죄값이 될 것이다.”
파란이 일어났다.
“뭐! 지금 대천사님께서 뭐라고!”
“이게 가능한 건가?”
“조용! 모두 정숙!”
천사가 인간을 섬길 걸 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어진 메타트론의 말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에 빠졌다.
“유제아는 내게서 받은 능력으로 아리엘을 120년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 자리에 헌터와 천사 모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뭐, 직접 보여주는 게 빠르겠지. 어차피 후폭풍은 감내하기로 결정한 뒤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 아리엘 앞에 섰다.
“무엇이냐?”
아리엘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왼손으로 머리칼을 잡고, 오른손을 그녀의 이마에 대었다. 놀란 아리엘이 반항했지만 내 손길은 단호했다. 이 고귀한 천사의 머리칼을 우악스럽게 움켜잡고는 이마를 억세게 눌렀다. 아리엘은 평생 처음 겪어보는 모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 손길은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님을 사로잡은 흉악한 산적 같았다.
파지지직!
그러자 검은색 스파크가 작렬했고 아리엘의 비명이 터졌다.
“꺄아아아! 인간! 감히 내게!”
강당 안의 모두는 숨도 못 쉬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모든 지배의 과정이 끝났을 때 아리엘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녀의 이지는 정상이었지만 이미 모든 게 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처음과 달리 허둥대는 아리엘을 보며 나는 명했다.
“꿇어라. 네 새로운 주인께.”
============================ 작품 후기 ============================
슬슬 유료로 넘어가도 될까요?
지난 1월에 ‘던전 마제스티’ 완결낸 이후 아직까지 제대로된 수익이 없다보니, 이제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입니다. 이대로 더 지내면 원룸 보증금 까먹기가 시작될 듯 ㄷㄷ 노블레스에 ‘드래곤 헌터’라고 연재 중이긴 한데, 그거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수입이라 월세도 안 되거든요. 저 사는 곳 월세가 56만 원이에요 ㄷㄷ;; 집이 큰 것도 아니고 6.5평짜리인데 워낙 특수한 지역이다 보니…;; 아무튼 감당이 안 되서 내년에는 이사갈 생각이에요.
유료하고 치킨이 먹고 싶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