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61
00061 3-3. 개미지옥 작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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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까운 시간.
1만8,000여 마리의 벌레들이 지상으로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싸움은 황금갑충의 대부분이 동원될 정도로 중요한 싸움이었다. 이 신생 종족의 미래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다들 절대 질 수 없다는 결사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사각사각.
벌레들은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섬세하게 놀려 거의 소리 나지 않게 움직였다.
-모두 대기한다.
내 명에 의해 4천여 마리의 벌레가 멈춰 선다.
이제 공동이 무너져 지면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나가면 된다. 그때까지의 잠시 대기다. 한데 선견을 나갔던 작은 정찰 벌레들이 반갑지 않은 소식을 전해왔다. 이들은 왕방울만한 눈을 가진 강아지 크기의 벌레로 몰래 숨어 다니며 멀리 보기 적합한 부류였다.
-타르손님. 적의 본대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뭐라? 상황을 좀 더 상세히 전하라.
정찰 벌레를 통해 파악한 이야기는 결코 좋지 않았다. 무너질 포인트인, 지하 공동 위쪽에 위치한 대군이 성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
이래서는 작전의 효과가 반감된다. 아무래도 몬스터 녀석들이 이대로 노량진 성벽을 공격하려는 듯했다. 군주급들이 이제 지형 변화에 한 번만 성공하면 성벽까지 육로가 완성된다. 그래도 낮까진 기다리겠지 싶었는데 바로 들이치겠다는 건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설령 그렇다고 해도 적에게 충분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하르담은 작계대로 진행하는 걸 추천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정면에서 적을 차단해 밀어붙인다.
-하지만!
-본관이 최선두에 서겠다. 본관을 믿지 못하겠나?
-아닙니다.
이번 작전은 극히 중요하다. 적은 원래 노량진 성벽을 따라 퍼져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지형 변화를 일으키면서 6만 중 5만에 가까운 숫자가 뭉쳐있는 상태다. 어차피 돌파로가 하나니 한곳으로 몰려든 거다.
땅을 무너뜨리려는 내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천우신조의 기회. 게다가 적의 군주급 몬스터가 아무리 교활해도 지면이 폭싹 내려앉을지는 꿈에도 모르겠지.
이건 무조건 먹힐 수밖에 없는 작전이다.
그러니 처음 의도대로 완벽하게 완성되게 해야 한다.
-타협은 없다. 황금갑충의 군기軍旗는 언제나 앞으로만 향하고 있을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타르손님.
하르담도 결국 내 작전에 수긍했다. 적을 전면에서 밀어붙여 다시 물러나게 한다. 그리고 땅을 무너뜨린다. 갑작스러운 적정敵情의 변화 때문에 순서가 바뀌긴 했으나 결과는 어차피 같다. 다만 문제는 굴에서 벌레들이 나올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그건 결국 내가 해결해야 했다.
-본관이 난입해 시간을 벌겠다. 그 사이에 신속히 움직여 사방에서 공격을 가하라.
지상으로의 굴은 필요한 만큼 많이 뚫어 놨다. 벌레들이 다방면에서 달려들 테니, 야간에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받은 적은 당황하게 될 거다. 그리고 벌레들로 3배는 되는 적을 이기려는 게 아니다. 주춤하고 뒤로 물러나게 만든다면 그걸로 목표 달성이다.
-자, 그러면 빠르게 아군에게 연락하도록.
그 말만 남기고 굴을 통해 이동했다. 뒤쪽에서 벌레들이 비장한 얼굴로 나를 따랐다. 그들은 내가 난투를 벌이는 동안 진영을 만들며 돌격 준비에 들어갈 것이다.
그 사이 혼자 5만을 상대해야 한다.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질 터. 게다가 상대는 인간도 아니고 그야말로 괴물 집단. 아무리 타르손이 대단해도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솔직히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타르손의 위치 자체가 그런 나약함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고민은 짧았고 결심은 확고했다. 이미 나는 지면 근처에 다다러 있었다.
거미줄에 흙을 섞어 만든 위장된 뚜껑을 열고 나가자 시원한 바람이 날 맞이한다. 물론 갑충이라 피부에 촉감이 없어 인간일 때와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뿔 아래쪽에 붙어 있는 작은 풍뎅이 더듬이로 바람이 분다는 걸 알았을 뿐이다.
내 왼쪽으로는 노량진의 건물을 뭉개서 만든 거대한 성벽이 보인다. 해자는 이제 거의 메워져 육지로 변한 상태였다. 위험한데. 적이 할 수 있는 지형 변형 중에는 저 높은 성벽을 낮춰버리는 방법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른쪽으로는 적의 대군이 성을 함락하기 위해 밀려오는 중이었다. 나는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 나아갔다. 내 뒤로는 벌레들이 끊임없이 지상으로 기어나오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개미굴을 막대기로 들쑤신 것 같은 모양새였다.
절걱, 절걱, 절걱.
내가 걸어갈 때마다 황금 갑주가 요란한 소리를 냈다.
코끼리보다 큰 내 출현에 적의 전열에서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 적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기어 나오는 벌레들을 발견하고는 움직임이 느려지더니. 완전히 멈춰 섰다. 이 상정 밖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여념이 없는 모양새였다. 누군가 소리를 질러댔고 연락병으로 보이는 몬스터가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나는 적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이미 돌진을 시작했다.
쿵! 쿵! 쿵! 쿵!
빠르지 않지만 그래도 코끼리보단 나았다.
이 정도면 인간이 가진 100미터 세계 신기록보다는 1.5배는 빠른 속도였다.
“괴물이 달려온다!”
몬스터 진영에서 비명에 가까운 고함이 나왔다.
“막아! 저놈이 우리를 깔아뭉개버릴 거야!”
“막으라고!”
거대한 돌이나 투창 따위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주로 외눈박이 같은 거인이 돌을 던져댔다.
부우웅! 쾅!
지름이 50센티미터는 될 듯한 돌덩이가 날아왔지만 날 맞추지 못하고 주변에 떨어진다. 일부는 그대로 격중했지만, 갑주에 튕겨나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이어서 불티가 튀며 마법에 의한 뜨거운 열화가 날 덮쳤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외골격이 달아오른 게 느껴졌으나 그게 다였다.
-이 정도는 본관에게 무용하다!
큰 소리로 일갈하자 몬스터들의 얼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거리는 이미 충돌직전이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내 뿔이 마치 공성추처럼 적을 때리며 찌부러뜨린다. 뿔에 밀려서 수십의 적이 우르르 뒤로 쓰러진다. 나는 그걸로 그치지 않고 뿔을 좌우로 세게 휘두르자 적이 쓸려나간다.
이 뿔을 좌우로 휘두르는 건 흡사 굵은 통나무를 와이퍼처럼 휘두르는 것과 같았다. 적은 마치 자동차 앞창에 달라붙은 유리처럼 깨끗하게 밀려갔다.
그러나 반격 역시 곧장 이어졌다.
무기를 든 몬스터들이 찔러왔지만 그건 전혀 소용이 없었다.
“창이 안 들어간다!”
“너무 단단해!”
나는 강력한 갑주를 2중으로 입고 있는 거나 다름 아니었으니까. 외골격에 갑주까지 더한 상태라 적의 냉병기는 의미가 없었다.
콰앙!
한 외눈박이 하나가 거대한 몽둥이로 내 몸을 때렸지만 별다른 타격은 없었다. 나는 즉각 뿔로 놈의 얼굴을 부숴 버렸다.
내 뿔은 끝 부분이 마치 장수풍뎅이의 끝처럼 요철이 많아, 한 방 치면 적은 치명상을 입었다.
나는 뿔을 지면에 가까이 대고는 적을 쑤신 뒤, 머리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러자 십여 마리가 넘는 몬스터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와중에 사자 같은 몬스터들이 내 몸 여기저기를 깨물어 보려고 했지만 전혀 이빨이 들어가지 않아 곤혹스러워 한다. 일부는 훌쩍 뛰어올라 내 등 뒤에 올라탔지만, 내가 격하게 움직이자 굴러 떨어져 동료들에게 밟혀버렸다.
이런 잔챙이들 같으니라고.
이제 타르손으로도 메타트론의 화신 능력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놈들을 일일이 상대할 거 없다.
즉각 ‘위엄 발현’을 사용하자, 적의 졸개들이 놀라서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나는 거인인 외눈박이 셋을 몬스터 지배로 제압해서는 주변의 동료들을 공격하게 했다.
크와왕!
사나운 고함을 내지르며 주변의 몬스터를 외눈박이들이 두들겨 패기 시작하자 상황은 더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계속해서 위엄 발현을 쓰고 지배한 몬스터가 죽을 때마다 다시 근처의 녀석들을 지배했다. 게다가 거대한 뿔로 사방을 흩어버리는 힘은 대단해서, 순식간에 적은 200마리가 넘게 사망했다.
그 와중에 적이 내게 피해를 입히긴 했으나, 대단치 않아 메타트론 화신의 능력인 향상된 재생으로 다 치유됐다. 굳이 치료 능력을 발동할 필요도 없었다.
“막아라! 누가 저 미친놈을 막아!”
지성을 가진 몬스터들은 주변에서 악을 쓰며 소리를 쳐댔다.
“어디서 저런 괴물이 나타난 거야!”
“카아악! 피해!”
소리를 질러대던 그들도 곧 좌우로 휘둘러대는 내 뿔에 맞아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으아아악!”
사방에서 비명만이 가득했다.
마치 나는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과 같은 기세였다. 적은 내가 지나가면 우르르 쓰러진다.
그런 행패가 계속되자 결국 적의 거물이 나서게 됐다.
바로 군주급 몬스터였다.
적의 대열이 갑자기 갈라지더니 키가 7미터는 되는 거인이 나타났다. 그에 비하면 보통 외눈박이들은 애들에 불과해 보일 정도다.
“앞에서 무슨 일이 터졌나 해서 와봤더니 벌레 새끼가 난동이었구나. 꾸역꾸역도 기어 나오고 있군. 지금 네놈들이 우리를 막겠다고 하는 것이냐?”
-너는 누구인가?
“나 말이냐? 이 몸은 외눈박이의 왕 콰르강이다. 감히 이 몸의 존함을 건방지게 물었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그 잘나 보이는 뿔을 뽑아서 내 장식장에 걸어주지. 그리고 그 벌레 주제에 어울리지 않는 갑주는 아주 좋은 기념품이 되겠어! 크하하하하!”
콰르강은 일반 외눈박이와 다르게 철제 해머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라도 맞은 것처럼 전신이 근육의 탑이었다. 정말 터질 듯한 근육이란 말이 어울렸는데, 겉만 보면 힘이 엄청나게 강해 보인다.
-나는 벌레들의 섭정 타르손이다.
“흥! 최근에 남쪽 부화장에서 반란이 일어났다고 하더니 네놈 짓이었구나. 벌레 주제에 제법 기색이 괜찮다 싶더니 역시 문제의 근본이었나! 마침 잘 되었다. 이 콰르강님이 발본색원을 몸소 실천할 테니! 크하하하!”
더 말하기도 귀찮다. 나는 곧장 뿔을 앞세우고 돌격해 나갔다. 그러자 콰르강이 호쾌하게 웃어댔다.
“역시 무식한 벌레 같으니라고! 이 콰르강님의 힘은 산을 무너뜨릴 정도다! 그 뿔 단번에 부러뜨려주마!”
콰르강은 두 손으로 내 뿔을 끝 부분을 잡아 받아내더니, 곧 뿔을 자신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끼웠다.
“어리석은 놈! 이미 이걸로 네놈은 제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식한 벌레여!”
하지만 놈은 모른다.
이게 다 내가 일부러 힘을 줄여서 가능했다는 것을.
뭐? 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힘?
웃기고 있네. 어차피 거인이라고 해봐야 인간형 몬스터 아니냐. 저렇게 강해보여도 결국 장수풍뎅이에게는 안 된다.
-저열한 인간형 몬스터 주제에! 감히 본관의 앞에서 힘자랑을 한 것인가!
지가 아무리 군주급이라도 소용없다. 아니, 인간형이라면 대군주급이라도 힘으로 날 못 이긴다. 나는 본격적으로 위력을 발휘해 콰르강을 밀어붙였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으아아아아악!”
콰르강은 당황해 하더니 곧 뒤로 속절없이 밀리기 시작한다. 군주급 몬스터의 체면과 위엄이 완전히 박살나는 추태였다. 차라리 나랑 그냥 싸웠으면 비등했을 텐데 말이야.
콰르강은 내 뿔을 붙잡은 채 온몸으로 자기 부하들과 부딪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
명색히 외눈박이의 왕이란 놈이 아퍼서 그런지 연신 비명만 지른다. 나는 뿔을 좌우로 움직이자 7미터 키의 거인이 마치 인형처럼 딸려온다. 그러다 결국 견디지 못하고 콰르강은 손을 풀었고, 데굴데굴 뒤로 굴러갔다.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거인이 몬스터를 깔아뭉개고 굴러간다.
그는 곧 비실비실 일어났는데 온몸이 만신창이였다.
“이 벌레 놈! 감히 이 콰르강님을!”
그래도 아직 전의가 꺾이지 않은 듯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달려들어 뿔을 녀석의 가랑이 사이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아래를 내려다 본 콰르강의 안색이 핼쑥해진다.
잠시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잠깐! 이건 너무하잖…!”
퍼억!
나는 주저 없이 뿔을 들어 올려 콰르강의 사타구니 사이의 물건을 가격했다.
“아윽!”
갑자기 콰르강의 눈동자가 흰자만 남고 두 다리가 안짱다리를 한 계집애처럼 오므라진다. 가여운 녀석, 외눈박이가 몬스터 중 몇 안 되는 생식하는 종임을 원망하라.
나는 이걸로 그칠 생각은 없었다.
마치 권투의 잽을 날리는 것처럼 뿔로 몇 번이고 특정 부위를 경쾌하게 올려쳤다.
퍽! 퍽! 퍽!
그러자 콰르강이 입에 개 거품을 물더니 간신히 말한다.
“차, 차라리… 죽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