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74
00074 3-6. 흔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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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트론이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산달폰은 힘과 능력은 다르지만 그녀의 쌍둥이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한데 그런 산달폰의 흔적이 갑자기 튀어나오자 메타트론은 크게 동요했다.
드물게 대노한 메타트론은 산달폰의 물건으로 악행을 벌인 배신자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제아, 꼭 이 일을 처리해 다오.”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처리할 테니까.”
메타트론은 당장이라도 배신자를 추살하기 위해 신성지고 뭐고 튀어나갈 기세였기에,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내 입장에서는 그녀가 신성지를 유지해 주는 게 너무나도 중요하다. 이미 노량진과 여의도의 지하에는 그녀에게 의지하는 많은 존재들이 있었다.
“걱정할 거 없어. 배신자는 반드시 알 수 있으니까.”
“자신만만하구나?”
“그래, 어차피 녀석들은 말리쿤에게 접촉할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리면 답이 나온다 그거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배신자 무리도 말리쿤이 새로운 후계자가 된 걸 알고 접선을 위해 준비 중일 테니까.”
말리쿤을 일타 카르네움의 주인으로 만들고서는 배신자의 정체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모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죽은 바리둔이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해 그와고만 접촉했던 듯하다.
그들은 말리쿤이 내 것으로 전락한 줄은 꿈에도 모르겠지. 함정은 이렇게 파는 거다. 아예 상상도 못할 수준으로 말이다.
“메타트론, 이 일은 내게 맡겨. 우선 너는 여의도 신성지를 지상까지 확대하는 일에 신경 써줘.”
“알겠다. 신성지 확대에 마력이 많이 소모되는데 괜찮겠느냐?”
“물론이지. 일단 내가 헌터들이랑 가서 여의도를 정리할 거니까, 그 후에 작업을 시작해 줘.”
“알겠다.”
메타트론은 내게 산달폰의 상자를 받아서는 미카엘라와 우리엘을 만나러 갔다. 서로 배신자가 누군지 얘기해 보려는 거겠지. 성과가 있으면 내게도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메타트론이 떠나자 나는 휘하의 헌터를 모두 소집했다.
총 54명이다.
테이머가 52명, 버퍼가 1명, 힐러가 1명이다.
대부분이 테이머인 게 특색 있다. 그런데 내 소집령에 모인 건 헌터들뿐만이 아니었다.
“이거 원… 동물의 왕국이구먼.”
200마리가 넘는 몬스터가 노량진의 공터에 바글바글거렸다. 그건 실로 장관으로 테이머들도 저마다 다른 이의 몬스터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메타트론 패밀리에 들어온 뒤 그들의 지배력은 기존보다 최소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최대 다섯 배까지 뛰었으니 얼마나 달라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 때문에 예전보다 더 많은 몬스터를 부리고 있어서, 노량진 일대는 길들여진 몬스터가 득실득실하다.
나름대로 노량진의 명물이라고 할까.
지배력이란 대단히 강한 목줄과도 같아 이들 몬스터는 먼저 공격하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 않았다. 그래서 노량진에 올 일이 있는 일반인들은 몬스터를 한 번씩 구경하고 가곤 했다.
“주목해 주시길.”
내가 마이크를 잡자 시장바닥 같은 상황이 정리됐다.
“모두가 참가하는 중요한 작전이 있습니다.”
바로 여의도 지상의 정리다.
나를 제외하면 55명의 헌터와 그들의 몬스터가 참가하게 될 예정이다. 여의도 지상에 몬스터가 그리 많지 않으니 우리 패밀리의 전력이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각 빌딩도 충분히 수색하겠습니다. 전투도 전투지만 여의도가 넓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하지만 새로 신성지를 넓히는 일인 만큼 모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들 장비도 충분히 챙기길 주문했다.
“준비를 해야 하니 사흘 뒤에 출발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차질 없게 해주십시오.”
모처럼 패밀리 전원이 출동해 손발을 맞춰볼 기회였다.
***
여의도 청소 작전은 여러 가지 문제도 있었지만 무난하게 잘 끝이 났다.
아무래도 처음이라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들 중견들인지라 경험으로 그걸 커버했다. 버퍼와 힐러인 함가윤, 함가현 자매의 활약도 빼어났다.
“탁월한 지휘 덕분입니다.”
“다음 출정도 기대하겠습니다.”
참가한 헌터들은 이번에 지휘를 맡은 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이번 여의도를 토벌하면서 여러 희귀종 몬스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테이머가 몬스터를 발견하면 뭘 하겠는가.
길들이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평소에 군침만 흘리던 새로운 몬스터를 갖게 된 테이머들은 새 차를 산 남자들처럼 싱글벙글이었다. 다들 이번에 얻은 몬스터를 대결하게 하거나 서로 비교하면서 호들갑이다.
내게 좋다, 네건 별로다, 아주 난리가 났구나.
어쩐지 어렸을 때 카드 게임하던 애들이 생각나는 게 왠지 모르겠군.
그렇게 성공적으로 여의도 정리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내 감각에 몬스터가 잡혔다. 나는 짐작가는 바가 있어 즉각 거처를 나서 정원으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는 날개를 가진 작은 몬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전갈을 가져왔습니다.”
“건네라.”
작은 몬스터를 편지를 건네주고는 곧장 사라졌다.
저 녀석은 말리쿤의 수하로 자기 군주처럼 나에게 지배받고 있는 존재다. 그 때문에 신성지의 결계를 뚫고 여기까지 들어올 수 있었다.
말리쿤과 연락하기 위해 지배한 녀석인데 작고 은밀히 이동할 수 있어 밀서를 전달하기 제격이었다. 나는 편지를 바로 뜯어보았다.
내용은 마법으로 특정 인물만 볼 수 있게 처리되어 있었다. 내 마력을 밀어 넣자 간단한 글귀가 나타났다.
-찾고자 하는 자들이 접촉해 왔습니다. 시간 내시어 들려주시길.
빠르다.
생각보다 흑막을 빠르게 밝혀낼 수 있게 됐다.
그 배신자 무리들이 벌써 일타 카르네움의 지배자에게 연락을 취했구나.
드디어 적과 동조한 자가 누군지 알 수 있게 됐다는 희열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럴 게 아니지.
바로 출발하자. 나는 메타트론에게 이 사실을 말하고는 마법 상점을 열어줄 걸 부탁했다.
“정말이냐! 드디어 산달폰의 물건으로 장난질하는 고얀 녀석들을 알 수 있겠군.”
“일단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밝히려면 증거를 수집할 필요가 있어. 말리쿤과 녀석들이 접촉하는 걸 녹화하려고.”
“그렇다면 이게 필요하겠구나.”
“맞아.”
메타트론이 가리킨 목록의 물품은 나나엘의 영상녹화장치였다.
조작이 불가능하기에 주요한 증거가 될 영상은 다들 저 장치를 사용한다. 일반적인 캠코더는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나엘의 영상녹화장치가 필요했다.
가격은 100억으로 비싸지만 사실 그 재료비 대부분이 보안을 위해 사용된 물건이다.
나는 그걸 구매해서는 얼른 일타 카르네움으로 떠났다.
예전과 다르게 더는 잠입할 필요가 없었기에 희류를 탔다. 희류는 어느새 군마만큼이나 자라난 상태라 날 태우고 날기 충분했다.
키에엑!
내 무게 때문에 짧게 투덜댄 녀석은 곧 빠르게 하늘을 가로질렀다. 노량진에서 용산은 원래 전철역으로 한 정거장일 정도로 가깝다.
한데 희류를 타고 직선으로 가로지르니 도착은 그야말로 순식간.
“저쪽에 내려줘.”
나는 효창운동장 한 가운데를 가리켰다.
희류는 나를 그쪽에 내려놓고는 하늘로 사라졌다.
일단 땅을 딛자마자 미리 준비한 방독면을 착용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방독면이 얼굴 가리기 제격이라서 그렇다.
게다가 몬스터의 도시 특유의 썩은 냄새를 피하기도 좋고.
“주인이시여, 이쪽입니다.”
걸어 다니는 가재 같은 몬스터가 오더니 내게 공손힌 고개를 숙였다. 사실 말리쿤의 거처에 있는 몬스터 태반이 내게 지배 받는 녀석들이다. 덕분에 지배력이 다시 한도에 다다르고 있었지만 보안을 위한 당연한 조치다.
나는 안내를 받아서 대전으로 들어갔다.
방 끝에는 권좌가 있었고 나는 당연하다는 듯 그쪽으로 걸어갔다. 내게 지배를 받는 많은 몬스터들이 무릎을 꿇거나 엎드린 채 날 맞이했다.
권좌에 가까운 쪽에는 말리쿤 역시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주인이시여. 존체를 이끌고 방문해 주셔서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하하. 도시의 지배자가 되더니 제법 그럴싸하게 말하게 됐군.”
무식한 말리쿤이 존체니, 감읍이니 하니 웃음이 터졌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아니다. 하하하. 그런데 그 놈들은 정확히 언제 온다고 했냐?”
“내일 정오경에 도착할 거라 합니다.”
그때까지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되겠군.
이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남았다.
나는 다소 주저하는 기색으로 배신자의 이름을 물었다.
“그래, 어떤 패밀리였나.”
“라파엘 패밀리입니다.”
“크음…….”
나는 침음성을 삼켰다.
라파엘이었나. 물론 대천사 하나 중에 배신자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막상 직접 듣자 상당한 충격이었다. 더군다나 라파엘은 자연과 생명을 다루는 대천사인데, 어째서 몬스터와 내통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말리쿤이 내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 내일 정오에 몰래 이곳을 방문할 자는 분명히 라파엘 패밀리의 헌터겠지.
“알겠다. 어디서 만나기로 했느냐?”
“안내하겠습니다.”
말리쿤은 심처에 있는 방으로 날 안내했다. 아무래도 비밀리에 오는 만큼 대전에서 볼 수는 없겠지.
일단 나는 그곳에 나나엘의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내일 온 헌터의 얼굴을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거다.
***
다음날.
일어나서 정오까지 시간이 무척 안 갔다.
마치 서버점검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고 할까.
겨우겨우 정오까지 버틴 뒤에도 문제였다. 막 도착한 그들과 말리쿤의 회담이 끝날 때까지 또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회담은 오후 3시에나 끝났고 그때쯤 나는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끝났습니다.”
연락을 받고선 당장 그 방으로 뛰어가 나나엘의 영상기록장치를 회수한 뒤 재생했다.
두 명의 헌터가 찾아왔는데 다행히 얼굴까지 선명하게 녹화됐다. 아는 얼굴은 아닌지라 미리 준비해간 자료와 비교하며 확인했다.
5등급 이상의 헌터들의 인명록 같은 걸로 사진도 실려 있어서 하나하나 대조하면 반드시 맞는 인물이 있을 거다.
“있네. 있어….”
방문자는 정말로 라파엘 패밀리였다.
둘 다 고위 헌터로 이상권, 오상후란 이름이었다.
이제 빼도 박도 못 하는 상황이 됐다.
“하…… 이것 참.”
대천사가 배신을 한 이 엄청난 상황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라파엘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그가 자기 신성지에서 버티면 힘으로 끌어내야 할지도 모른다. 안산에 신성지를 가진 탓에 전투가 벌어지면 민간인들의 피해가 엄청날 거다.
대도시에서 천사와 헌터가 싸움질을 벌인다니.
생각만 해도 두통이 생겨난다.
아무래도 나 혼자 고민해 봐야 소용없겠지.
이 문제는 메타트론, 미카엘라, 우리엘과 상의해 봐야겠다.
그리고 라파엘 뿐 아니다.
수상한 거동을 보여줬던 세라피엘 역시 혐의점이 없는지 살펴봐야 할 듯했다.
나는 유세나에게 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무리해서라도 핵심 정보를 알아내.
어차피 유세나의 잠입은 한시적이다. 언제까지 패밀리에서 버티고 있을 수 없는 법. 이제는 승부수를 띄워볼 때가 되었다.
-알겠습니다.
나는 팝업창으로 뜬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곧장 노량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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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 푸앙에 모인 대천사 셋은 심각한 분위기였다.
메타트론, 미카엘라, 우리엘이 그들이다.
“이건….”
“말도 안 돼.”
“허허….”
저마다 반응을 하며 녹화된 영상을 보고 있었다.
다들 라파엘이 배신자라는 걸 선뜻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우리엘은 미간을 찡그렸다.
“그 성격이 더러운 이후디엘이면 그러려니 할 텐데 라파엘이라니.”
옆에 있던 미카엘라 역시 동조한다.
“내 말이….”
처음에 이 셋은 사태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지, 몬스터들의 역공작이다, 사실 라파엘은 무언가에 조종당하고 있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곧 말이 없어지더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현실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이윽고 메타트론이 결론을 내렸다.
“처리해야지.”
문제는 라파엘이 반항하는 때였다. 얌전히 체포되면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무난히 수습될 거다. 하지만 라파엘이 자기 신성지에서 버티고 싸움에 나서면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사태가 벌어진다. 그간 신성지의 해택으로 인간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한데 이번에는 성벽 안쪽에서 사건이 터지게 생겼다. 늘 몬스터들이 원했던 사태가 천사에 의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라파엘이 궐기하면 휘하의 평천사 중 상당수도 따를 지도 모른다. 그들 역시 대부분 안산에 신성지를 갖고 라파엘 근처에 모여 있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생각 이상의 규모가 될거라 생각된다.
인구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말이다.
이래선 마치 시민들이 인질과도 같은 역할이었다.
“몬스터보다 더 어렵네.”
미카엘라의 한숨 섞인 말이 우리 모두의 심경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