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08)
올 힘 마법사 108화
1조와 31조의 대련이 끝나고 사흘 이 지났다.
그동안 조별 대련이 모두 끝나고, 팀별 대련만을 남겨둔 상황이었지 만…….
팀별 대련 수업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말티브는 오늘도 안 나온 건가?”
“예 단장님. 아침에 일어나 보니
감기몸살에 심하게 걸렸다고……
“그저께는 허리 통증. 어제는 두통. 오늘은 감기몸살‘? 한심하군. 내일은 무슨 핑계를 댈 생각이지?”
“그, 그건 저도 잘……
팀의 주축이라고 볼 수 있는 1조 인원들.
말티브, 미켈, 자킬 게리힐이 모든 수업을 불참했기 때문이다.
굴터 경은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말티브는 감기고…… 미켈 게리힐 과 자킬 게리힐은? 이 둘도 아픈 건가?”
“미켈은 두통이 있다고 하고, 자킬 게리힐 선배님은 숙소에 안 계셨습 니다. 들리는 얘기로는 어젯밤부터 안 보이셨다고……
“가지가지 하는구만. 아픈 것도 돌 아가면서 아프냐? 내 당장 찾아가서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 와……
“그냥 두십시오.”
“예? 하이델 교수님. 방금 그냥 두 라고 하셨습니까?”
“성적에 반영되는데도 불구하고 이 렇게 빠진다는 건, 이미 마음이 떠 났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그냥 두
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어휴, 이 한심한 자식들. 그깟 대련 좀 졌다고 꽁해 서 수업을 피하다니……
더군다나, 자킬 게리힐은 졸업생 대표로서 A팀의 팀장을 맡고 있는 데…….
팀장이 수업에 불참하니, 팀별 대 련 수업이 진행되질 않는 것이다.
이들이 갑작스럽게 수업을 피하는 이유.
짐작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1조의 압도적인 패배.
장차 왕국을 이끌어갈 차기 권력자 들이, 시골 귀족 출신과 평민에게 패배했으니…….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 하는 것이다.
누구보다 자존심에 타격을 입었을 우리 자랑스러운 졸업생 선배인 ‘자 킬 게리힐’은.
“하, 하이델 교수님!”
“무슨 일이지?”
“자킬 게리힐 선배요. 지금 방에 없습니다. 짐이고 뭐고 싹 사라진 것이 아무래도 밤사이에 아카데미를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아예 짐을 싸서 야반도주를 해버렸 다.
그런데, 하이델 교수님 저 표정은 뭐야.
방금 웃음을 참느라 입술을 씰룩거 리신 것 같은데…….
잘못 본 건 아니겠지?
“저, 정말이야? 정말 자킬 선배님 이 도망치신 거야? 거짓말이지? 그 렇지?”
“아니, 확실해. 나도 의심쩍어서 정 문에 물어보니까 새벽 사이에 게리
힐의 마차가 아카데미에 왔다고 했 어.”
“마, 말도 안 돼……
오직 ‘게리힐’만 믿고 있던 몇몇 동기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벙찐 얼굴로 중얼거렸고.
덕분에 기고만장해진 쪽은, 제이슨 같은 ‘루인파’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냐? 게리힐 놈들 허세만 부릴 줄 알지, 약해 빠진 데다 근성 이라고는 하나도 없다니까? 쫄아서 도망이나 치고 말이야.”
“대련 시작하자마자 기절한 주제에
말은……
“야! 그, 그건 내가 방심해서……. 홈홈. 어쨌든 이제 와서 루인한테 친한 척하지 마라. 절대 안 받아줄 거니까.”
파벌 나누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자 킬 게리힐이, 자신만 따르던 후배들 을 포기하고 도망치다니…….
어지간히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하긴, 큰소리는 떵떵 쳐놓았는데 아티팩트를 6개나 사용하고도 져버 렸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성숙하 지 못한 태도다.
도망치는 건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때문에 단체 수업에 지장이 생겨 버렸으니까.
내가 손을 들고 굴터 경에게 물었 다.
“그럼 이제 A팀 팀장도 없는데, 팀 별 대련 수업은 어떻게 되나요?”
“해야지. 팀장 새로 뽑아서.”
“아, 그런가요?”
“웅. 그런데 넌 쉬어.”
“••••••예?”
굴터 경이 내 뒤쪽을 가리키셨다.
“학장님이 너 찾으신다.”
뒤를 돌아보자, 학장님께서 내게 손짓하고 계셨다.
“다녀와. 루인이 껴버리면 밸런스 가 안 맞으니, 차라리 잘됐지 뭐. 이참에 B팀 팀장도 새로 뽑자.”
덕분에 나까지 수업에 빠지게 되었 다.
학장님이 나를 찾으시는 이유.
이 역시, 짐작하기 어려운 일은 아
니다.
나는 1조와의 대련에서 내 등 뒤 의 ‘오우거’를 만천하에 공개해 버 리지 않았던가?
하지만, 복도를 걷는 내내 학장님 은 ‘오우거’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 으셨다.
단지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하실 뿐이었다.
“내 설마 했는데, 이제는 졸업생 선배까지 이겨 버렸군. 어떤가? 왕 국 최연소 수석 마법사를 이긴 소감 이?”
“설마 하셨다고요? 에이, 거짓말;”
“ 음?”
“자킬 게리힐 선배를 아카데미로 불러내신 분이 학장님이시잖아요.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예상하신 것 아니었나요?”
내 질문에 학장님이 입술을 씰룩이 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셨다.
“……이런, 들켜 버렸군.”
“후후, 처음부터 티 났다고요.”
“그렇군. 맞았네. 자네에게 좋은 기 회다 싶었지. 그리고 게리힐도. 이번 기회에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했네.”
“배우다니 요?”
“게리힐에게 겸손함을 가르쳐 주고 싶었네.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그들은 겸손함을 배우지 못한 것 같 군. 오히려 복수심을 키운 꼴이 되 어버렸어.”
“복수심이 요?”
학장님은 숨을 골라내신 다음, 말 을 이으셨다.
“이번 대련. 수도까지 소문이 다 퍼져 버렸네. 자네가 게리힐의 장남 을 이겨 버렸으니, 귀족들 사이에서 장차 게리힐이 망하는 것이 아니냐 는 이야기가 파다해.”
“……그렇군요.”
이 정도는 나도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다.
“조르쉬 게리힐은 무슨 수를 써서 든,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를 원할 걸세. 어쩌면, 자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위험한 일.
바로, ‘암살 시도’를 말하는 것이 다.
루인 아르델이 없어야, 게리힐이 최강일 테니까.
내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학장님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시 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이 일의 시작은 내 욕심 때문에 생겨난 일이니, 결코 자네를 위험에 내몰 수는 없네.”
“학장님 때문이라뇨. 학장님은 그 냥 제안하셨을 뿐이고, 승낙은 제가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두드려 패버렸고요. 학장님 탓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내 책임을 피할 생각은 없네. 학장으로서 내 학생에게 조금 이라도 위험이 가는 일은 절대 만들 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여기로 오신 거군요.”
“그렇네.”
복도를 걷던 나와 학장님이, 제자 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우리가 도착한 곳.
마나 수호령들이 가로막고 있는, 접근 불가 지역.
바로, ‘아카데미 지하’로 향하는 계 단이었다.
지하에 뭐가 있느냐?
아티팩트가 있다.
바로, 살아 있는 아티팩트 ‘킹-그 램’이.
“며칠 전. 킹그램이 동면에서 깨어 났네. 일어나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고 하더군. ‘동족의 냄새가 난다.’ 아무래도 자네와 관련된 일인 것 같 은데?”
“어서 내려가 보게. 킹그램이 선물 을 들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킹그램.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다.
내가 능력을 얻게 된 직후에 만났 던, 고대의 오우거.
세계 파괴자 드라카와 직접 동고동
락했던 오우거.
내게 유일무이한 ‘100점’을 주었던 시험이 끝나자마자, 동면에 들어가 오랫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 때문에 깨어난 모양이 다.
‘동족의 냄새’를 풍겨서 말이 지…….
나는 학장님께 물었다.
“왜 묻지 않으세요?”
“뭘 말인가?”
“제가 난데없이 등 뒤에 오우거를 달고 나타났잖아요. 인간이 오우거
라니…… 세상에 이런 마법은 없잖 아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궁금하네.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네.”
“무슨 말씀이시죠?”
“인간의 말을 하는 오우거도 있는 마당에, 어딘가에는 오우거의 환영 을 부리는 인간도 있지 않겠는가?”
아, 그러세요.
하지만 학장님의 뜻은 누구보다 확 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오우거를 달고 나타나든, 고블린
머리를 달고 나타나든…… 내가 알 고 있는 루인 아르델은, 변함없이 믿을 수 있는 학생이네. 이유는 그 뿐이네.”
“……감사합니다.”
학장님은 변함없이 나를 믿어주신 다는 것.
“어서 내려가 보게. 킹그램이 자네 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 야.”
“ 넵.”
나는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지하 계단으로 들어섰다.
아카데미 지하.
아티팩트룸에 잠들어 있던 킹그램.
몇 달 만에 마주한 그는, 나를 보 더니 대뜸 한마디 툭 던졌다.
[작은 파괴자여.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갑자기 무슨 일이라니.
내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그가 패 라티늄 입상 밖으로 나와 현물의 모 습으로 나타났다.
“너에게서 무척이나 짙은 힘의 냄 새가 난다. 못 본 사이에 많이 강해 졌구나.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리! 드라카도 이렇게 단기간에 강해지지 는 못했다.”
“저는 인간이라 시간이 많지 않거 든요. 그러니 더 빨리 강해져야죠. 아직도 저를 아니꼬워하는 사람이 많아서요.”
“으음, 충만한 힘의 냄새…… 거기 다, 이건? 내 고향 하늘산의 냄새 군. 마지막으로……
“내 아버지. 부족장 쿤칸의 냄새까
지.”
킹그램의 시선이 내 장갑에 닿았 고, 그는 눈을 빛내며 물었다.
“어디서 난 물건이냐?”
“제국의 마탑에서 받았어요. 초대 부족장 쿤칸의 어금니였죠. 이걸 들 고 하늘산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오우거들의 도움으로 너클 형태로 제작했거든요.”
“하늘산에 다녀왔다고?!”
킹그램이 ‘하늘산’이라는 이름에 반응하며 물었다.
“어떠냐? 그곳은 여전한가?”
아티팩트로 살아 있지만, 아카데미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킹 그램 입장에서는.
아마 그 무엇보다 궁금한 소식일 것이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안전해요.”
이후에는, 하늘산에서 있었던 이야 기들이 이어졌다.
결계로 감쳐져 있어서, 인간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성역이 되었다는 이야기.
그곳에서 만난 오우거들의 삶에 대
한 이야기.
그리고 100마리의 오우거들과 팔 씨름을 했던 이야기까지.
이야기를 조용히 듣던 킹그램은, 당장 눈물 한 바가지는 쏟을 것 같 은 슬픈 표정이 되기도 하고.
“……제기랄. 오우거와 팔씨름을 하라니? 인간에게 가당키나 한 이야 기인가요? 저보다 다섯 배는 커다란 덩치를 가졌는데? 그래도 어쩌겠어 요. 해야죠.”
“으하하하하하!”
세상 이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까 싶을 정도로 화통하게 웃어 보이 기도 했다.
그렇게 내 이야기가 끝나자,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내게 말했다.
“내 평생 이 아티팩트에 갇혀 있다 소멸해 버릴 신세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기다리다 보니 내 고향 소식 을 듣게 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작은 파괴자여. 너는 내 축복이자, 은인이다.”
“ 뭘요.”
그때 였다.
띠링!
동시에 눈앞에 상태창이 떠올랐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칭호 ‘오우거의 친구’가 ‘오우거 군주’로 격상합니다.》
업적을 달성했다는 상태창.
그리고, ‘오우거 군주’라는 아리송 한 칭호까지.
킹그램은 나를 향해 말했다.
“오우거는 반드시 은혜를 갚는다. 설령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앞을 가 로막을지라도.”
“너는 내 은인이다. 내게 고향 이 야기를 들려준 선물을 주도록 하 지.”
그 말을 끝으로.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무수히 많은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 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