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18)
올 힘 마법사 118화
“루인.”
“왜?”
“그래서, 정말 미팅은 안 할 거 야?”
이 자식은 여자에 환장했나.
“장난 아니게 예쁜 왕립 수련원 여 기사들이라니……! 검으로 더 세게 때려주세요! 상상만 해도 정말 설레 지 않……
“닥쳐, 좀.”
수도에서 아카데미로 돌아온 지도, 어느새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왕국의 권력이 바뀌고, 세 상이 변하고, 판이 뒤집혔는데도.
변함없이 여자, 여자, 여자라니.
조금은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다.
지난 3개월 동안 제이슨에게 변한 것이라고는, 머리가 조금 길었다는 것 말고는 없었으니까.
“제이슨. 이제 졸업 시험이 코앞이 라고. 너, 한가롭게 여자 타령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졸업 시험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졸업이다.
졸업.
아, 애중이어라.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았던 6년 의 아카데미 생활이 끝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졸업이라는 단어만으 로도 기분이 뒤숭숭해지는데, 제이 슨은 그따위가 뭐가 중요하냐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졸업 시험? 그거 결국에는 귀족들 에게 잘 보이려는 자기소개 행사잖 아. 나는 어차피 너 따라 아르델로 내려갈 건데, 시험이 뭐가 중요해?”
“아직 데려간다고 확답은 안 했 다.”
“루인! 너 진짜 이러기야!”
“큭큭.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라고. 너는 열심히만 하면 충분히 강해질 수 있으니까.”
뭐, 제이슨의 말도 아주 틀린 이야 기는 아니다.
졸업 시험은 매년 조금씩 다른 형 태로 치러져 왔지만, 결국 본질은 똑같았으니까.
왕국 내 많은 귀족을 초청하여, 그 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자 리다.
이 시험이 끝나고 나면, 귀족들의 수많은 ‘스카우트’가 이루어지게 되 고.
정식 ‘마법사’가 되어 세상에 첫발 을 내딛게 된다.
어찌 보면, 시험이라는 단어보다는 ‘졸업생 PR 자리’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행사인데.
제이슨의 말처럼, 내게는 큰 의미 가 없다.
어차피 그 누구의 제안에도 응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꽤 중요한 시 험이기도 하다.
‘차세대 마법사, 루인 아르델.’
게리힐이 몰락하고, 학장님은 연로 하신 현재.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마법 명가 ‘아르델’을 만천하에 알리는 자리인 것이다.
이례적으로 아버지를 비롯하여 아 르델 사람들도 아카데미를 찾아오는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 은 분명하다.
“좋았어! 그럼, 이번 졸업 시험까 지 특훈이다. 반드시 좋은 성적을 받아내서 루인 네가 나를 ‘모셔가도
록’ 만들어주지. 후후.”
아, 그러세요.
아마도 그런 일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지만.
스트랑 일도 그렇고.
괜히 친구의 환상을 깨버릴 필요는 없겠지.
나는 웃음을 꾹 참으며 제이슨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열심히 해봐.”
“좋았어!”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졸업의 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겨 울이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성큼 다가온 겨울.
그리고, 어느새 찾아온 새해.
이 차가운 겨울이 쏟아내는 새하얀 눈만큼이나, 많은 귀족이 아카데미 를 찾았다.
수도, 동부, 중부, 남부.
가릴 것 없이, 왕국 곳곳에서 귀족 들이 아카데미를 찾아왔다.
찾은 목적은 각양각색이다.
자신들의 영지를 위해 일해줄 실력 있는 마법사를 찾는 것.
그리고
“저분이야. 게리힐이 암살하려 했 다는 천재 마법사.”
“아아. 가서 인사라도 해야겠군.”
“그만두시게. 왕자님들께서도 ‘루인 공’이라고 부르며 극진히 대하는 분 이니까. 또 절대 ‘귀찮게’ 하지 말라 고 엄포를 놓으셨다더군.”
“끄웅. 그렇구만.”
나를 보기 위해서.
하지만, 귀찮게 하지 말라는 왕자 님들의 특명 때문일까.
나는 위의 이유를 다 제쳐 두고, 마지막 이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 었다.
귀족들이 졸업 시험을 위해 아카데 미를 찾는 마지막 이유.
“아버지!”
자신의 아들, 딸들이 아카데미에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을 관전하기 위 해서.
아르델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아르델을 상징하는 부엉이 인 장을 발견하고 크게 손을 흔들었고.
“……아버지?”
“쉿. 델린 아르델 영주인 모양이 군.”
아카데미 정문에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이 내 시선 끝을 주목했다.
정문으로 들어서는 마차는, 다른 귀족들이 타고 온 마차들과 비교해 화려하지도, 그렇게 튼튼해 보이지 도 않았지만.
저 허름한 마차는, 누구보다 반가
운 얼굴들을 싣고 달려오고 있었다.
“오빠!”
“루이나!”
또 그새 키가 훌쩍 커버린 루이나 는 마차 밖으로 몸을 빼며 손을 흔 들었고.
마차가 멈추자마자, 뛰어내리며 내 게 달려왔다.
“오빠!”
나는 그런 루이나를 번쩍 안아 들 었고, 루이나 뒤로 조금은 멋쩍게 마차에서 내리시는.
“……아버지.”
“루인. 괜찮니?”
아버지에게 달려가 포옹했다.
그리고.
“아이고! 도련님. 잠시 못 본 사이, 벌써 더 강해지셨군요.”
“읏헴. 저도 왔습니다. 도련님 덕분 에 아카데미 구경도 다 해보는군 요.”
아버지의 뒤를 누구보다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창성 기사, 볼바르 페튼 경과 실무관 베긴스까지.
나는 이 모든 이들을 향해 반갑게
웃어 보임과 동시에, 사과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는, 아르델을 찾은 암살자들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나 때문에 내 가족을 위험하게 만 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이니까.
하지만, 아버지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미소 지으셨다.
“괜찮다. 나는 오히려 나쁜 관습과 타협하지 않은 네가 자랑스럽구나.”
아버지의 입에서 듣게 된 ‘자랑스
럽다’는 말.
대제전에서 우승할 때도 이런 기분 을 느끼지 못했는데.
가슴 한구석에서 뭉클한 무언가가 올라왔고, 나는 이를 억누르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리고, 볼바르 경. 정말 고맙습니 다.”
“도련님. 저는 제 할 일을 했을 뿐 입니다.”
우리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 에, 루이나가 물었다.
“근데 오빠. 이 언니는 누구야?”
“•…”웅?”
고개를 돌리자, 스트랑이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차마 가족들에게까지 ‘사촌’이라고 거짓말할 수는 없었던 나는 ‘아하하 하’ 하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는데.
루이나가 눈을 가늘게 뜨며, 의심 의 눈빛을 보냈다.
“오빠. 설마 언니 없다고, 벌써 새 로운 여자 친구 만든 거야?”
“뭐?”
“언니를 두고 어떻게 그래? 아무리 오빠라지만, 조금 실망인데.”
“이, 이게 무슨 말 하는 거야? 그 냥 친구야. 친구.”
이 조그만 게 벌써 못하는 말이 없네.
“그렇지?”
내가 스트랑의 팔꿈치를 쿡 찌르 자, 스트랑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 다.
하지만, 루이나는 못 믿겠다는 듯 눈을 더더욱 가늘게 떴다.
아이고.
항상 옆에 붙어 있다 보니 별생각
못 했는데, 어떻게 귀신같이 스트랑 을 콕 집어 물어보는 거야?
루이나도 여러모로 대단한 재능이 다.
그때, 옆에서 불쑥 시커먼 그림자 가 튀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아버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 그런데 누구……?”
“저는 루인의 둘도 없는 친구 제이 슨 데이먼이라고 합니다. 양조장으 로 유명한 그 데이먼 맞습니다. 하 하!”
제이슨.
친화력 하나만큼은 대륙 최고인 그 는, 어느새 ‘아버님’이라고 부르며 갖은 아양을 떨었다.
하지만.
“네가 루인 여동생이구나? 이름이 루비라고 했던가?”
“루비가 아니고, 루이나.”
“아하하! 맞다, 맞아. 루이나! 루이 나 아르델!”
“바보 같아.”
“……루인. 네 여동생 맞구나.”
루이나의 마음을 얻는 것에는 실패 한 듯 보였다.
어쨌든, 내 가족이 이렇게 아카데 미를 찾았듯.
모든 학생이 아카데미를 찾은 가족 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졸업 시험은 다른 시험들처럼, 딱 딱하다기보다는.
한 해의 마지막을 잘 수확하며, 유 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만남의 장 에 가까운 것이다.
그리고 이 만남의 장에는, 예상치 못한 아주 반가운 얼굴도 여럿 포함 되어 있었다.
“루인. 안녕.”
“응? 한슨? 너 수련원은 어쩌고 여길 왔어?”
“우리는 일주일 전에 끝났어. 그래 서 너 보려고 들렀어.”
한슨과 싱거운 음식 솜씨를 자랑하 는 그의 누나까지 아카데미를 찾았 다.
한슨은 서약을 마친 정식 ‘기사’가 되었다는 의미인 인장을 가슴팍에 달고 있었다.
내가 그걸 가리키며 웃어 보이자, 한슨은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적여 보였다.
“그럼, 나는 객석에서 구경하고 있 을게. 시험 잘 봐.”
“응, 조금 이따 보자.”
이렇게, 아카데미를 찾은 것은 한 슨 뿐만이 아니다.
“뭐야? 너, 세타 말키리?”
“어이, 잘 있었냐?”
대제전이 만들어준 인연.
처음에는 안 좋은 감정이 많았지 만, 결국 친구가 되었던 남자.
오요타 국립 마법교육원의 세타 말 키리까지 이곳을 찾은 것이다.
“너 어떻게 왔냐?”
“어떻게 오긴. 마나 열차 타고 왔 지. 나는 너 같은 ‘학생’이 아니라 졸업한 ‘정식 마법사’거든.”
“졸업했어? 언제?”
“흐흐, 사흘 전에.”
이 대제전이 이어준 인연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나 혼자 온 거 아냐.”
“그럼?”
“아이린 프리우스도 같이 왔다. 아 이린이 네 졸업 시험 날짜를 알려줬 거든.”
“•…”웅?”
세타 말키리의 뒤에는, 아이린 프 리우스가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였 다.
“이렇게 있으니까 옛날 생각나네. 대제전에서 우리 셋이서 같은 팀으 로……
“아이린 님. 어떻게 오셨어요?”
“후후, 제가 온다고 했잖아요.”
“……너희들 내 얘기 듣냐?”
이럴 수가.
아이린까지 오다니.
내 몇 안 되는 인맥들의 총집합이
다.
갑자기 부담감이 엄청나게 드는걸?
여기에 덤으로.
“루인 공! 여기 계셨구려. 내 아카 데미에 도착하자마자 루인 공을 찾 아다니느라 얼마나 고생을……
“내가 형님보다 조금 더 고생했소. 반드시 알아주시기 바라오.”
할간색, 파란색.
어김없이 화려한 카펫을 깔고 나타 난 쌍둥이 왕자님들까지.
“아니, 그런데 이분들은?”
“……왕자님들을 뵙습니다.”
“델린 아르델 영주시군요! 어서 일 어나십시오. 이런 흙바닥에 무릎을 꿇으실 분이 아니십니다.”
“어디 따뜻한 곳에라도 들어가 긴 히 차라도 한잔 마셔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옳지! 내 마차로 가 시겠습니까? 열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넓고 안락한……
“어허! 동생아. 내 아르델 공과 긴 히 대화를 나누는 중이지 않느냐?”
“형님이야말로 방해하지 마십시오. 1분 먼저 태어난 것도 형이라고 대 우해 줄 때 말이오.”
“이놈이?”
정말, 루인 아르델의 인맥 총집합 이군.
여기서, 잘못 삐끗하기라도 하면 두고두고 놀림거리가 되겠는걸?
“잠시 후 선배님들의 졸업 시험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5학년 학생 대표 후배가 큰 목소리로 소리쳤고.
정문에 모여 있던 귀족들은 모두 시험이 치러지는 아레나 홀로 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럼, 조금 이따 보자.”
“루인! 실수하면 평생 놀릴 테니까 각오해라!”
“O 으”
—» o •
나는 이런 상황이 무척이나 낯설고 어색하지만, 묘하게 들뜨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옅게 미소 지었다.
그래.
마지막 시험.
모두가 본다고 긴장할 건 없잖아?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오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레나 홀로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웅‘?”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저 멀리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두 사람은, 분명히 내가 모르는 얼 굴인데도 불구하고.
왜 낯설지가 않은 걸까?
한 명의 중년 남자.
그리고, 그보다 20살쯤은 어려 보 이는 청년.
언뜻 보기에, 아빠와 아들 같아 보 이기도 한 저 두 사람.
“설마.”
그래.
나도 아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