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21)
올 힘 마법사 121화
“본래 이유를 찾는 성격은 아니지 만, 이번만큼은 묻고 싶군. 왜지? 애국심이나 왕자들과의 의리. 뭐 그 런 이유에서인가?”
“아뇨. 그냥 제 삶을 살고 싶을 뿐 입니다.”
“루인 아르델의 삶이라……. 그래, 그럴 수 있지. 안정보다는 모험을 쫓고, 이성보다는 이상을 동경하게 되는 나이니까. 하지만 이 땅에는 네가 상상하는 그런 낭만은 존재하
지 않는다. 너도 곧 느끼게 되겠지. 처절한 현실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 O ”
황태자의 말에도 일리는 있다.
나 역시, 한때는 꿈과 이상은 절대 손 닿을 수 없는 거리에 있다고 느 끼고는 했으니까.
무려, 아카데미를 다니는 5년 동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어두운 동굴 끝에서 기적을 보았다.
후배들에게도 안주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라고 말해주었는데.
여기서 이대로 타협해 버린다면,
나는 부끄러워서 후배들 앞에 얼굴 을 들 수 없게 된다.
“저는 황태자의 마법사가 아니라, 그냥 루인 아르델이 되고 싶습니 다.”
“……말이 통하질 않는군.”
내 단호한 어투에 황태자는 질렸다 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일전에 경고했었지. 세상에 내가 품지 못하는 보석은 없다고 말이 야.”
“네. 품지 못할 보석은 모두 부숴 버린다고 하셨었지요.”
“나는 지금 당장에라도 널 부숴 버
릴 수 있다.”
내 시선이 황태자의 뒤에 있는 염 왕 테론에게로 향했다.
경계의 마법사는 눈빛만으로도 사 람을 죽인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 눈빛이 내게 정면으로 향했고.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러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그러지 않을 것이다? 왜 그 렇게 확신하지?”
“제가 알고 있는 황태자님은, 역용 술 따위로 신분을 숨기고 몰래 숨어 들어와 위대한 경계의 마법사에게 16세짜리 학생 하나를 죽이라고 지 시할 만큼 저열한 수준이 아니시니 까요.”
“……네가 고작 ‘16세짜리 학생’인 가?”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요. 졸업식은 내일이거든 요.”
나를 공격하면, 내가 말한 그런 ‘저열한 인간’이 될 것이라고 말하
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 도박이다.
오히려 상대를 자극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수.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말을 내뱉은 것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황태자와 염왕 테 론은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내 목을 조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 이다.
그리고 이는, 정답이었다.
“……깡이 좋은 건지, 촉이 좋은 건지.”
황태자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내게서 등을 돌렸다.
“오늘은 이대로 물러가나, 다음에 만날 때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적으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러고는, 염왕 테론과 함께 어둠 속에 스며들 듯 어디론가 사라져 버 렸다.
♦ ♦ ♦
순식간에 아카데미 담을 넘고, 라 이나크 제국이 있는 동쪽으로 걸어 가던 염왕 테론이 황태자에게 물었 다.
“정말 남겨두실 생각이십니까?”
질문에 숨은 뜻은, 당연히 루인 아 르델을 죽이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 이었고.
황태자는 싱글싱글 웃으며 답했다.
“예. 대부님. 오늘은 죽이고 싶지 않습니다.”
“현재 소국과 제국의 관계가 나쁘
지는 않다고 하나, 사사로운 정에 휩쓸려 살려두게 되면. 장차 후환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르는 아이입니 다. 위협이 될 만한 싹은 미리 제거 하는 것이……
“네. 그럴지도 모르겠지요. 대부님 은 혹시 사랑을 해보셨습니까?”
“……루인 아르델을 사랑하셨습니 까?”
염왕 테론의 눈이 가늘어졌고, 황 태자는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뜨 렸다.
“아뇨. 그럴 리가요. 대부님도 아시 지 않습니까? 저, 여자 좋아합니다.
예쁜 여자요.”
“……그럼 그건 왜 물으십니까?”
“뭐랄까. 지금 느끼는 감정이 이루 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미련과 비슷 하달까요. 조금, 쓰리군요.”
“……사랑하셨군요.”
“아닙니다. 결단코.”
“제가 왜 이걸 변명하고 있는지 모 르겠군요.”
대화 주제가 조금 이상해지자, 황 태자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에게 첫사랑
이란, 절대 잊지 못하는 아련한 추 억이라고들 하지만……. 제게는 조 금 다릅니다.”
그의 눈에는 더 이상 루인 아르델 에 대한 소유욕이며 질투심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치욕스러 운 혹역사일 뿐이지요.”
철저한 ‘파괴 본능’만이 채우고 있 었을 뿐이다.
거절의 역사?
지워 버린다.
그는, 실오라기만큼의 홈집이라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황태자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는, 뒤를 돌아보며 아카데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곧, 좋은 명분이 생기겠지요. 그때 까지만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으로 남겨둘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또 한 번 일렁이며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 ♦
졸업 파티장으로 돌아오자마자, 얼 굴에 확 와 닿는 뜨거운 공기.
그리고.
“루이이인. 어디 갔었던 고야아.”
내 어깨를 부여잡고 술 냄새를 풍 풍 풍기는 스트랑을 마주하는 일은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근데, 너 술 먹었니?”
“쪼오금 마셨다아. 왜. 꼽냐아?”
위대한 존재인 힘의 화신이라고 주 절주절하더니…….
술에는 취하는 모양이지?
그나저나 졸업은 내가 하는데, 왜 지가 취하고 그래?
“도대체 얼마나 마셨길래 그래?”
“꺼억!”
“한 잔.”
아, 단 한 잔만으로 위대한 힘의 화신이 이런 고주망태가 될 수도 있 구나.
하지만 나는 스트랑의 손에 들린
술병의 정체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 덕였다.
데이먼 드래곤 키스.
대제전에서 저걸 마시고 얼마나 큰 추태를 부렸던가.
내 몸이 먼저 기억하고 있다.
상표만 봐도 피해야 할 술이라고.
철푸덕!
“……쉬어.”
나는 벌써 시체가 된 스트랑의 머 리 위로 담요 하나를 덮어주고는 안 으로 들어섰다.
졸업 파티장 분위기는, 이미 달아 오를 대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오오오! 루인! 아니, 아니지! 루인 공!”
“어이이이! 루인! 파티의 주인공이 어디 있다가 이제 서야 나타난 고야 아아!”
나는 죽다 살아났는데.
다들 술에 떡이 되어 있는 모습이 라니.
쌍둥이 왕자님들을 필두로, 주변에
는 학생들과 귀족들이 우글우글 모 여 있었고.
이런 왕자님들 최측근에 있는 사람 은, 다름 아닌 제이슨이였다.
“우리 왕자님들이 너를 얼마나 애 타게 찾아다니신 줄 알아아아!”
벌써, ‘우리’ 왕자님들이야?
이놈의 친화력은 정말이지.
모르긴 몰라도 제이슨은 크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암, 그렇고말고.
“자자, 어서 들어가서 마시라고.”
나는 제이슨에게 등 떠밀려 왕자님
들 바로 옆자리에 서고 말았고, 정 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내 손에는 맥 주잔이 쥐어져 있었다.
독한 술과 여자, 그리고 향락!
아, 이건 아니지.
미지근한 맥주와 마법사 고용 계약 서, 그리고 잉크 향이 넘실거리는 파티라니.
“마셔!”
그래도, 나쁘지 않다.
분위기에 휩쓸려 나는 맥주잔을 그 대로 들이켰다.
음, 오랜만이다.
이 미지근하면서도 쌉쌀하고 담백 한 맥주 맛…….
“……이 왜 이래?”
컥.
독하다.
독한 알코올이 목을 컥 하고 깊숙 이 찌른다.
잔을 다시 확인해 봐도, 잔에 든 것은 분명 맥주인데.
왜 ‘그 술’의 냄새가 나는 거지?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버지와 루이나는 이런 나를 보고
입술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고.
이미 내 취한 모습을 한번 본 적 이 있는 아이린과 세타 말키리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했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 또 시작이다.”
“그러게. 누가 가서 쟤 좀 말려.”
뭔데?
무슨 일이길래 그래?
마지막으로, 내 시선이 제이슨에게 닿았다.
제이슨은 ‘으흐흐흣’ 하고 음흉하 게 미소 지으며, 등 뒤에서 상표만 봐도 피해야 할 그 술.
‘데이먼 드래곤 키스’를 꺼내 들며 말했다.
“술은 자고로 섞어 먹어야 제맛이 지. 안 그래?”
“••••••아.”
신이시여.
제발 저 알콜중독자를 벌하소서.
나는 그대로 테이블에 머리를 박았 다.
쿠
아이고, 머리야.
으어어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을 뜬 것은, 아직 동이 트기도 전인 이른 새벽쯤이었다.
“정신이 좀 들어요?”
“에? 아, 예.”
대부분의 귀족들은 아카데미를 떠 나고, 학생들은 기숙사로 돌아간 야 심한 시각.
소수의 학생들만이 파티장에 남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나는 여전히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입에 침……
“ 에‘?”
쓰읍.
나는 옷깃으로 얼굴을 닦아냈다.
내 옆에는 아이린 프리우스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다리 밑에 이 물컹거리는 건 뭐야?
“얘는 왜 이러고 있어요?”
“……기억 안 나요?”
식탁보를 들추자, 테이블 아래에는 제이슨이 내 다리를 부여잡고 시체 마냥 누워 코를 ‘드르렁’ 곯아대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이린이 입을 열려고 하자, 난 황 급히 손사래 쳤다.
“아, 말씀 안 해주셔도 돼요.”
하나도 궁금하지 않거든.
이런 혹역사 따위.
나는 내 다리를 부여잡고 있는 제 이슨을 발로 가볍게 밀어냈다.
에잇.
“감히 내 맥주에 독을 타다니.”
“엄밀히 말하자면, 독은 아닌데요.”
“저한테는 독이나 다름없어요.”
“……그건 그렇네요.”
그나저나, 아이린은 이 야심한 시 각까지 뭘 하고 있던 거야?
약간 취기가 올라온 듯, 볼이 빨갛 게 달아오른 아이린은 맥주잔을 홀 짝이며 내게 물었다.
“친구들과 함께 아르델로 내려가신 다면서 요?”
“응?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제이슨 님에게 들었어요. 엄청 자 랑하시던걸요? 팀 ‘AAA’라고 하던 가.”
“••••••홈홈.”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이 기분은 뭐 지.
아무튼.
“맞아요. 제이슨은 챙겨줄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요? 제가 보기에는 제이슨 님
이 루인 님을 더 챙겨주는 것 같던 데.”
“네?”
“조금 전, 루인 님이 술에 취해서 막 행패 부리실 때, 다리를 붙잡고 끝까지 말리던 사람이 제이슨 님이 거든요.”
그런 거였어?
아까 다리로 걷어찬 게 괜히 미안 해지는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이슨 위에 담요 한 장을 덮어주었다.
잘도 자는구나.
그때. 아이린이 물었다.
“저도 내려갈까요?”
“네? 어딜요?”
“아르델이요. 전에 가보니까 되게 좋은 곳이던데.”
아이린까지 온다고?
그녀라면, 제국의 수석 마법사도 거뜬할 텐데.
쏟아지는 좋은 제안들을 다 마다하 고, 선택하는 곳이 아르델이라 니…….
나는 그 이유를 물어볼까도 싶었지 만, 묻지 않았다.
이유를, 아주 약간은 알 것도 같았 기 때문이다.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며 옅게 옷 어 보였다.
“고마워요.”
“뭘요. 순전히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가는걸요. 얼른 강해져서, 루 인 님을 이겨야 하니까.”
아, 그런 이유였어?
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줄 알았네.
“음, 저 따라오기 힘드실걸요? 저 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질 생각이 라서 요.”
“지금보다 더요? 저 말고 또 누가 쫓아가나요?”
“아뇨. 제가 쫓아가야 해요.”
“루인 님이 쫓아가신다면, 앞에 몇 사람 없어 보이는데……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의 표정을 보아하니, 내가 누 구를 말하는지 알 것도 같다는 얼굴 이다.
그래.
염왕 테론.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는 부딪힐 수밖에 없는 인물.
거기에 황태자라는 권력까지 더해 진 저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더 빠르 게 강해져야만 한다.
그들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존재들이니까.
하지만, 미리 겁먹지 않기로 했다.
“슬슬 추워지는데, 이만 일어날까 요?”
“그럴까요? 그런데, 제이슨 님은 놓고 가도 괜찮을까요?”
“상관없어요. 얘 자주 이래서.”
“홈냐……. 너희끼리만 마시기냥. 나도오……. 홈냥……
“거봐요.”
“푸흡. 이분은 자면서도 술을 마시 네요.”
내게도, 좋은 친구들이 많이 있거 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