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22)
올 힘 마법사 122화
휘이이잉.
어제까지만 해도, 아주 조금씩 홑 날리던 눈이 하룻밤 사이에 더욱 거 세졌다.
“눈이 엄청나게 쏟아지네. 올해의 마지막 눈인가 봐.”
“그러게.”
우리들의 졸업올 축하해 주기 위해 서인지.
아니면, 겨울이 가기 싫다고 앙탈
을 부리는지.
겨울의 끝을 알리는 세찬 눈보라가 밤새 휘몰아쳤고, 바닥에는 눈이 수 북하게 쌓였다.
때문에, 본래는 봄의 정원에서 진 행하기로 했던 ‘졸업식’은 실내로 대체되었다.
“으으, 떨린다.”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아무래도 아카데미는 내게 애증의 대상이 아 니었나 보다.
떠나는 날.
이렇게 섭섭한 감정이 먼저 드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천년만년 여기 머물 수만 은 없다.
“자랑스러운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 미 졸업생 여러분들. 오늘 이 자리 는 지난 6년간의 종합 마법 과정을 훌륭히 수료하고 이 땅을 수호할 준 비를 마친 여러분들을 위한……
학장님의 마무리 인사를 듣고 있자 니.
어제까지만 해도 싱숭생숭하던 마 음이, 조금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래.
졸업이 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 제로는 시작일 뿐인걸.
나는 아주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 다.
“오빠!”
대강당 가장 뒤편에는 작은 목소리 로 내게 손을 흔드는 루이나와 아버 지가.
우측에는 이제 졸업반으로 올라가 는 5학년 후배들이.
좌측에는 교수님들이 줄지어 서 계 셨고.
마지막, 대강당 가운데에는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졸업생 동기들이 자리했다.
그리고 나는.
“다음은, 학생 대표이자 수석 졸업 생. 루인 아르델의 졸업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아, 네.”
서둘러 단상 위로 걸어 올라갔다.
이 짧은 단상을 오르면서도, 아카 데미에서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루인 군. 자네 차례일세.”
“•…”아, 네.”
어디서부터.
무엇부터 꺼내야 할까.
1년 전.
내가 5학년이던 때, 궁정 마법사로 임명된 아카데미 졸업생 대표 선배 의 화려한 말솜씨를 보며.
나도 언젠가, 후배들에게 저런 멋 진 말을 들려주어야겠다고 생각했었
는데…….
제기랄.
그만 다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생각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아시다시피, 저는 대제전 에서 우승했습니다. 1년 만에 이뤄 낸 성과죠.”
내 말이 대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 고, 주위는 삽시간에 고요해졌다.
“또, 모두가 아시다시피 저는 ‘마 법 방출 장애’였습니다. 무려 5년
동안 말이죠.”
내 시선이, 아직도 이름을 잘 모르 는 5학년 후배를 향했다.
“이름이 뭐야?”
“에, 예? 저요?”
U o ” 흐.
“저, 저는! 네이먼입니다! 네이먼 플라도르……
“응, 네이먼. 예전에 내게 물었었 지? 정말 수석으로 입학한 것 맞냐 고.”
마치,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올 것
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후배 는 당황했고.
나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또, 왜 아카데미에 계속 다니고 있냐고 물었헜지? 선천적인 이유로 마법사가 되지를 못하는데. 포기할 법도 한데. 왜 비싼 돈 내면서 계속 아카데미를 다니냐고.”
“정말 그랬어? 네가 감히 루인 선 배에게?”
“……죄, 죄송합니다. 그때는 제가 뭣도 모르고 잘……
“아냐. 꾸짖으려고 물은 건 아냐.” 나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이 또한 관 심이었으니까요. 그때는 이런 생각 도 했었거든요. 아, 그래. 나도 수석 이던 때가 있었는데. 저들처럼 빛나 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왜 이 모양이지? 그래도, 누군가는 옛 날의 나를 기억해 주는구나. 고맙다. 뭐, 이런 생각. 실제로는 후배들에게 놀림거리나 되고 있었는데도 말이 죠.”
내 시선이, 학장님을 향했다.
학장님께서는 조그맣게 엄지를 치 켜세워주셨고, 나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 어요. 아뇨. 포기할 수 없었어요. 마 법은, 제 전부이기 때문이죠. 저를 지킬 수단이고. 제 영지를 지킬 수 단이고. 소중한 내 사람들과 가족들 을 지킬 수단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오기로 끝까지 버텼죠. 어, 그래? 그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 디 두고 보자. 이렇게 말이죠.”
학생들 사이에서 아주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나는 예의 그 후배에게 물었다.
“내가 그날, 너에게 뭐라고 말했는 지 혹시 기억하니?”
“예? 예, 옛!”
“그럼, 대신 말해줄래?”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찾아온 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응. 고마워.”
“선배님 덕분에 제가 지금 5학년 학생 대표입니다! 만년 3등만 하던 저에게는 엄청난 기적입니다!”
“……보셨죠?”
또 한 번 학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야, 학생 대표였구나.
나 역시 마찬가지.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어 보이며, 내 시선은 졸업생들 한가운데에 서 있는 스트랑을 향했다.
“여기 이 후배님에게도 그랬듯. 저 에게도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운이 좋게도, 과분할 정도로 아주 큰 기 적이었죠. 이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 아옴니다. 남들보다 작을지도 모르 고, 조금은 초라할지도 모르지만. 반 드시 찾아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말이죠.”
“포기하는 순간, 기적은 오다가도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창밖을 보았다.
세차게 내리던 눈보라는 어느새 그 쳤고, 환한 햇빛이 아카데미 대강당 을 내리쬐고 있었다.
“그러니, 계속 나아가세요. 넘어져 도 일어서세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 는다고요? 아니요. 분명 누군가는 알아봐 줄 겁니다. 특히, 10년 후의 여러분은. 오늘의 여러분들 볼에 뽀 뽀라도 해주고 싶어질 테니까요.”
“ 와아아아아 r
말을 끝으로, 우레와 같은 박수 소 리가 터져 나왔다.
뭔가 멋있는 말로 아카데미를 마무 리하고 싶었는데, 주절주절 떠들어 대기만 해버렸다.
뒤에서 욕하는 건 아니겠지?
하지만, 다행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 는 것 같은걸.
“근래 들은 최고의 졸업생 인사였 네.”
학장님은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주셨고, 나는 마지막으로 졸업식을
장식했다.
“모두 6년간 고생하셨습니다.”
그렇게, 내 졸업식이 끝났다.
수련원을 마치고, 기사 서약을 한 정식 기사들에게는 신분을 증명하는 검의 인장이 지급되고.
아카데미를 무사히 졸업한 마법사 들에게는, 정식 마법사가 되었다는 의미의 신분을 대신할 ‘카드’가 지 급된다.
루이나는, 신기하다는 둣 카드를 이리저리 흔들어보며 말했다.
“마.법.사. 루인 아르델. 이야, 우리 오빠가 마법사라니.”
“……그럼 이때까지 뭔 줄 알았는 데?”
“오빠 친구 말로는 마법사가 아니 라 ‘오우거’라고 하던데.”
“친구? 누가 그래?”
“누구긴 누구야. 내 이름도 모르는 저 바보 오빠가 한 말이지.”
루이나가 우리를 뒤따라오는 마차
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를 돌아보니, 바보 오빠 제이슨 O
“으어어어……. 속이 울렁거린다.”
달그락달그락-
마부 옆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해 소되지 않는 숙취에 고통받고 있었 다.
저 마차에는 제이슨뿐만 아니라, 한슨과 아이린.
그리고, 세타 말키리까지 타고 있 다.
그나저나 세타는 왜 있는 거야?
구경만 하러 온 거 아니었던가?
어렴풋이 떠오르려고 한다.
어젯밤.
내가 술에 취했을 때, 세타와 나눴 던 대사.
‘너, 내 동료가 되어라.’
였던가…….
으음,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걸.
어쨌거나.
졸업과 동시에, 모두 다 함께 아르 델로 내려가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나는 고용인.
저들은 피고용인이 되는 것이지.
엣헴.
모두가 동등한 조건이라는 것이 조 금 흠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루이나는 여전히 신기하다는 듯 마 차 밖으로 몸을 내밀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많기도 하네. 정말……. 저게 정말 다 우리를 위해 싸워줄 병사들이란 말이지?”
“맞아.”
아르델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비단 내 친구들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 뒤로는, 3
천 명에 달하는 병사들이 대열을 맞 추어 일제히 남쪽으로 진군하고 있 었다.
쌍둥이 왕자님들과의 첫 만남에서 언급했던, ‘남부 토벌’에 대한 지원 병력이다.
왕자님들이 나와의 약속을 지켜준 것이다.
저 많은 병사들 덕분일까.
“나도 싸울 수 있어.”
갑자기 자신감이 충만해진 루이나 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목검을 뽑아 들었다.
야야, 루이나.
여긴 좁아서 위험하다고.
그것보다 싸울 수 있기는 뭘 싸울 수 있어?
“안 돼.”
“왜?”
“알면서 왜 물어? 아직 10년은 이 르니까 절대 안 돼.”
“오빠도 나랑 4살 차이면서 뭘 10 년씩이나 일러?”
“그래도 안 돼.”
“치 잇.”
쪼그만 게.
자꾸 까불고 있어.
나는 내 쪽 마차의 창문을 열었다.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 마차 안을 휘감았지만, 복잡한 머리를 해소하 기엔 더할 나위 없었다.
그때, 루이나가 짐가방에서 육포를 꺼내며 입에 물었다.
“그런데 오빠.”
“왜?”
“오빠가 하려는 그 토벌이 끝나면 말이야. 계속 쭉 영지에 있을 생각 이야?”
나는 아주 잠깐의 고민 끝에 고개 를 저었다.
“아니. 아직은 아버지가 계시잖아.”
“그럼?”
“대충 정리가 끝나면, 여행도 좀 다녀보고 싶은데. 아직 구체적으로 어디로 가겠다고 정한 건 아냐.”
“아아……. 그렇구나.”
“왜? 오빠가 안 갔으면 좋겠어?”
내심 기대하며 물었는데, 루이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니.”
“그럼?”
“오빠가 반갑기는 한데, 오빠 없이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까 나도 혼자 가 더 편하더라고. 가끔 마주치는 오빠가 더 반가운 것 같아.”
“뭐?”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 하 자, 루이나가 장난스럽게 웃음을 터 뜨렸다.
“푸흐흡. 바보 같아.”
그러고는, 입에 육포 조각을 물고 깔깔거리며 웃더니 웃음기를 거두며 말했다.
“농담이고. 그냥, 전에 아빠가 이런 말을 했거든.”
“무슨 말?”
“당장 도움은 받고 있지만, 오빠에 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다고. 아 르델을 위한 삶도 좋지만, 졸업했으 니 당분간은 오빠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하고 계셨구나.
여행이라…….
나도 한때, 그런 삶을 동경하기는 했다.
대륙 곳곳을 방랑하며 약한 자를 도와주고, 나쁜 자를 벌하는 그런
영웅담에나 나올 것 같은 마법사들.
그런 마법사가 될 수는 없겠지만, 한 번쯤은 오직 나만을 위한 여행 정도는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 데…….
어딜 가지?
‘아이린의 고향을 같이 찾아보는 것도 좋겠고, 체술이 유명하다는 오 요타를 찾아도 좋겠고.’
이쪽으로는 상당한 문외한인 터라,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아르델을 향해 어영부영 내려가던 그때.
‘응?’
눈앞에 알림음이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힘 10,000을 달성하셨습니다.》
《최소조건을 만족합니다.》
《세계파괴자 ‘드라카의 유물’이 해금됩니다.》
《플레이어 능력 ‘미니 맵’이 강화 됩니다. 드라카의 유물 의심지역이 표시됩니다.》
드라카의 유물?
지금 곁에 스트랑이 없어서, 이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강화된 미니맵을 확인해 보니, 어 떤 것인지 대강 알 수 있었다.
내가 갑자기 허공을 이리저리 훑기 시작하자, 루이나가 상체를 뒤로 멀 리 쑥 빼며 불안한 듯 물었다.
“뭐야, 오빠. 갑자기 왜 그래? 미 친 거야?”
동생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오빠에게 미쳤다니?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루이나 에게 말했다.
“할 일을 찾았어.”
그래.
할 일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