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3)
올 힘 마법사 133화
에스페라나자.
희망의 땅.
성문 도개교를 건너는 순간 보이는 거대한 오아시스는, 오아시스가 왜 사막의 꽃이라 불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장관 그 자체였다.
오아시스 주변으로 꽉 들어서 있는 상권에서는 ‘가난’이라는 단어를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거대
한 수로(水路)는, 풍요와 번영을 상 징 했고.
도시 가장 높은 언덕에 세워진 ‘사 막전사상’은 영광과 믿음의 상징이 었다.
에스페라나자에 들어서는 모두가, 합장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며 사막 전사상에 경의를 표했다.
이들, 역시 마찬가지.
“형님 같은 이방인들에게 이런 문 화는 조금 이해가 안 되시겠지요. 하지만, 오요타인들에게 쉬무다 3세 는 신앙이나 다름없습니다.”
쉬무다.
오요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위대 한 대제이자, 저 사막전사상 본인이 다.
노예로 태어나, 전쟁영웅에서 정복 왕이 되기까지.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 다는 그의 인생사를 조각해 놓은 언 덕 위 석상들은, 단순한 예술작품이 라고 부르기도 부족할 정도로 아름 다웠다.
나는 다른 오요타인들처럼 석상에 합장하며 이들을 따라 도시 깊숙한 곳으로 들어섰다.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아, 형님.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 외진 곳에 있지요?”
물론, 에스페라나자의 모든 건물이 풍요로워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도시에나 빈민가는 존재하게 마련이고, 우리의 목적지도 바로 이 런 곳이었다.
오아시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성 벽 가장 구석으로 내몰린 이들.
갈 곳도,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 는 에스페라나자의 빈민들.
사람들은 그들을, 스케빈져라 불렀다.
“다 왔습니다. 여깁니다.”
“……여기요?”
빈민가 입구는, 거대한 천으로 가 려져 격리되어 있었다.
천을 들추기 전까지는, 천 뒤편에 빈민가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 할 만큼 황당한 위치.
안으로 들어서자, 지독한 악취가 풍겨왔다.
그러자, 와즈너가 민망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냄새가 심하지요? 배급되는 물은 언제나 부족하고 한정적이라 제대로
씻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물이야 수로에 널려 있잖아요. 그 런데 씻지를 못하다뇨.”
“예. 하지만, 함부로 수로를 이용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저희 같은 스 케빈 져들에게는요.”
모순적이다.
신앙으로 생각할 만큼 위대한 사막 전사 쉬무다는 정작 ‘노예’ 출신인 데.
빈민들은 이렇게나 차별 대우하다 니.
물이 저렇게나 흘러넘치는데도, 사 용하지 못하다니.
도시 전체가 모순으로 가득 차 있 다.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군.’
첫인상과는 다르게 여러모로 불편 한 도시다.
우리는 빈민가 가장 깊숙한 곳까지 들어섰다.
“여기가 저희 집입니다.”
이들이 나고 자란 곳.
무가(武家) ‘나르메르’는, 빈민가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일종의 수
련원이었다.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를 보아하니 수련원임과 동시에…….
“보셔서 아시겠지만, 예. 맞습니다. 고아원 입니다.”
고아원.
와즈너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 다.
“저희 모두 부모가 없는 고아들이 었습니다. 갈 곳 없는 저희를 ‘나르 메르’ 님께서 거둬주시고 무술과 글 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저희에게는 평생 보답해야 할 부모님이자, 스승
님이죠.”
“……그렇군요.”
“신 디아!”
집에 도착함과 동시에, 나디아가 신발을 집어 던지며 집 안으로 들어 섰다.
그러고는 달려오는 어린 소녀들을 끌어안았다.
“언니!”
“신디아! 애나!”
안에는, 여섯 명 남짓한 어린아이 들.
그리고, 내 나이 또래 정도로 보이
는 소년 소녀들이 여럿 모여 있었 다.
저 아이들이구나.
챙겨주어야 하는 동생들이…….
이들은. 이방인인 나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조금 당황한 듯 보였지만 금 세 오랜만에 만난 ‘형제’들과 반갑 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나디아! 와즈너!”
“아버지!”
이 고아원에서 ‘아버지’로 불리는 남자가 나타났다.
바로, ‘나르메르’.
나는 그를 본 순간, 조금 당황했 다.
《????》
《????》
《????》
《아직은 열람할 수 없습니다.》
체술은커녕, 발차기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은 야윈 체형.
그런 그에게서 그 무엇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당황하자, 나르메르는 내 쪽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나디아. 저분들은……
“아, 제 손님들이에요. 아버지.”
“그렇구나. 누추하지만 안으로 들 어오시지요. 저는 나르메르라고 합 니다.”
“……아, 환영해 주셔서 감사합니 다. 루인 아르델입니다.”
“그러시군요.”
머나먼 에스페라나자 빈민가까지는 내 이름이 퍼지지 않은 모양이다.
다행이다.
나는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섰 다.
실내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는 더 컸다.
빈민가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방도 여러 개고 아이들이 수련할 수 있는 작은 마당도 가지고 있다.
나는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나 르메르에게 종이봉투를 건네었다.
“오는 길에 맛있어 보이는 빵이 있 기에 조금 샀습니다. 아이들에게 나 눠주시지요.”
“아, 이런 것까지…….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겠군요.”
준비된 차는 없고, 물을 들겠냐는 질문에 나는 괜찮다며 수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작은 방에 스트랑과 나란히 앉아 이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새삼 느꼈어. 나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구나, 라고. 내가 불행하다 고 느낀 대부분은 아무것도 아니었 다는 걸.”
“……감상적인 소리는 그만하고. 너도 느꼈지? 아까 그 나르메르라는 남자. 범상치 않은 인간이 아냐.”
사람마다 조금의 차이는 존재했지 만, 일반적으로 1성 이상의 고수들 은 ‘이름’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고.
2성 이상은, 그 어떤 정보조차 확 인이 불가능했다.
그런 의미에서.
“웅. 최소 8성 이상인 것 같아.”
8성 이상의 고수라는 의미.
나디아가 6성이니, 체술을 가르쳐 준 사람이 꽤 강한 남자라고 짐작하 기는 했지만.
그 정도의 고수가 이런 빈민가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모르긴 몰라도 전사로서 명성을 떨 친다면, 그가 벌어들이는 돈은 천문 학적인 금액일 텐데.
그때, 문밖에서 나르메르의 호통치 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적질이라니! 누가 너희들에게 그런 돈 구해달라고 하더냐!”
아무래도, 나디아와 와즈너가 된통 혼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 며 나르메르가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실례 를 범했습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 겠습니다.”
“아, 괜찮습니다.”
“뭐 하느냐? 얼른 다시 사과드리지 않고.”
“혀, 형님……. 저번 일은 죄송했습 니다.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나디아! 너도!”
“••••••미안.”
“어허! 똑바로 하지 못하겠니!”
“미, 미안합니다••••••
그 자존심 강하던 나디아도, 나르
메르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모 양이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 작게 웃음 을 터뜨렸고, 손사래 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과받고자 온 것은 아닙니다.”
“예. 에스페라나자에서 무언가를 찾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도움 드릴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무 엇이든 도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선, 말씀들 나누고 계십시오. 저 는 아이들에게 빵을 좀 나눠주고 다 시 오겠습니다.”
나르메르는 말을 끝으로 사라졌고, 나디아와 와즈너가 내게 쭈뻇쭈뼛 다가왔다.
“형님. 그런데 에스페라나자에서 찾으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그래. 뭔데?”
와즈너의 질문에 나디아도 관심을 보였다.
나는 이들에게 물었다.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 이 될 때. 이게 무슨 말인지 아세 요?”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 이 될 때.》
에스페라나자에서 드라카의 유물을 찾을 유일한 힌트.
하지만, 이들의 반응은 ‘처음’ 듣는 다는 얼굴이었다.
“모래알이 태양……. 뭐요?”
“오요타에서 유명한 말인 것 같은 데. 아니면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문구거나.”
“그, 글쎄요……. 저는 잘. 누님은 아십니까?”
절레절레.
와즈너의 질문에 나디아가 고개를 저었다.
……아, 실패인가.
내가 한숨을 내뱉었고, 스트랑이 그것 보라는 듯 내 옆구리를 쿡 찔 렀다.
그때, 나디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 얼 거렸다.
“아버지께서는 아실지도……
“아! 그렇네. 저희 아버지께서는 모르시는 것이 없으십니다. 제가 여 쭤보고 오겠습니다.”
와즈너는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 났고, 곧이어 나르메르가 모습을 드 러 내었다.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 이 될 때. 이것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셨습니까?”
“예.”
그의 얼굴은, 확실히 무언가 알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었고.
이런 내 바람은, 정답이었다.
“모래알은 오요타에서 ‘노예’, 혹은 노예처럼 굴리는 ‘이방인’을 의미합 니다. 그리고 가장 뜨거운 태양은 ‘위대한 사막 전사’를 의미하지요.
아무래도 정복왕 ‘쉬무다’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그건 왜 물으십 니까?”
쉬무다.
노예에서 위대한 사막 전사, 그리 고 대제의 자리에까지 오른 인물.
가장 낮은 모래알로, 태양이 된 인 물
그래, 이거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거지?
그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죽었다.
그렇다면…….
“••••••석상.”
“석상이요?”
조금 전.
에스페라나자에 들어섬과 동시에 보았던 ‘사막전사상’.
혹시, 그곳에 드라카의 유물이 있 지는 않을까?
나는 물었다.
“쉬무다의 사막전사상이요. 거기에 여행객들이 방문할 수도 있습니까?”
“예, 예에……. 가능하기는 합니다 만, 그건 왜 갑자기……
“아무래도 제가 찾던 물건이 거기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예? 하지만 그곳엔……•”
“혹시, 그곳까지만 안내받을 수 있 겠습니까?”
“……예.”
나르메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디 아에게 말했다.
“나디아. 손님을 그곳까지 안내해 드리겠니?”
“예. 아버지.”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린다.
이렇게 쉬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찾으시는 물건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꼭 찾으시길 바라겠습 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곧장, 나디아를 따라 쉬무다 사막전사상으로 향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그 크기가 쉽 사리 짐작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가 까이 와서 보니 웅장하기가 그지없 다.
너무나 생동감이 넘쳐, 당장에라도 석상이 움직일 것만 같았고.
바로 아래에서 수직으로 올려다보 면, 끝이 보이지도 않았다.
“여기, 올라가도 돼요?”
“……뭐라고? 너 미쳤니? 만에 하 나 잘못 건드려서 부수기라도 하면,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갱에 끌려갈 거야. 그러니 얌전히 구경해.”
나는 고개를 우두둑 꺾으며 말했 다.
“부수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잖아 요.”
여기에, 내가 찾는 물건이 있을까.
모르겠다.
일단 무작정 찾아보는 수밖에.
나는, 곧바로 수색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