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4)
올 힘 마법사 134화
“오늘도 실패하셨습니까?”
“……네.”
“이런, 벌써 일주일째군요.”
쉬무다 사막전사상을 샅샅이 뒤지 기 시작한 지도 어언 일주일.
구석구석 안 뒤져본 곳이 없다.
석상 머리 위로 올라가다 경비대에 게 쫓겨보기도 하고.
어찌나 자세하게 뒤졌던지, 눈을
감아도 쉬무다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를 정도다.
에스페라나자에서 드라카 유물 조 각 찾기는,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래.
소득은 없었다.
아, 하나 있지.
“루인 오빠!”
“응, 애나.”
“나랑 겨루기 놀이하자!”
“오빠가 오늘은 너무 피곤한데, 나 중에 하면 안 될까.”
“안 돼! 어제는 오늘 해주기로 약 속했잖아! 신디아랑 매일 오빠만 기 다리고 있었다고!”
나르메르 고아원 아이들에게서 얻 어낸 사랑 한 움큼.
사랑과 정이 필요한 나이에, 부모 의 사랑을 온전하게 받지 못하고 자 라는 아이들이다.
아카데미에 들어갈 무렵, 루이나를 두고 떠난 것이 생각나서 조금씩 정 을 붙이다 보니…….
이제는 나를 친오빠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친해져 버렸다.
우리가 주로 하는 놀이는, 겨루기 놀이.
“얍! 얍!”
“••••••어윽!”
“죽어라! 얍얍!”
이 싸움에 승자와 패자는 언제나 정해져 있다.
애나와 신디아는 언제나 승리하는 위대한 사막 전사 ‘쉬무다’ 역할이 고, 나는 패배하는 악당1 역할이다.
아장아장 짧은 다리에 한 번 걷어 차이고 나면, 나는 언제나 바닥을 구른다.
“으으윽! 너무 강하다…… 크윽! 분하다……!”
“아니야! 오빠! 싸움에서 패배한 노예는 무조건 죽어야 한다고!”
“..꽥!”
“히힛! 이겼다! 내가 바로 사막의 가장 위대한 전사다!”
이렇게 한바탕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면, 하루 일정은 끝나게 된다.
물론, 다음 날에는 똑같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일.
아아, 어쩐지.
너무 쉽게 풀린다 했어.
“Z、E 랏 ”
■ —‘ ‘■ O •
“왜?”
“이거, 어쩌면 시작부터 잘못되었 던 것은 아닐까?”
“그 고민한 지는 이미 오래됐잖아. 그렇다고 다른 뾰족한 수가 있어?”
“없지.”
“그럼 어떡해? 그냥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아, 그러세요.
그것참 힘이 나는걸.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이 될 때.”
습관처럼 힌트를 중얼거렸다.
이걸 의미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 해 봐도 정복왕 ‘쉬무다’ 하나밖에 는 없다.
쉬무다…….
사막전사상 할아버지의 얼굴과 쉬 무다를 연기하던 애나와 신디아의 얼굴이 겹쳐 보인다.
아이고, 지금 무슨 상상을 하는 거야.
“그런데 스트랑.”
“조금 전에 애나랑 신디아가 그랬 잖아. 싸움에서 패배한 노예는 무조 건 죽어야 한다고.”
“그랬지.”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글쎄. 싸움에서 진 노예는 죽였나 보지 뭐.”
“그건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 존경받는 쉬무다도 노예 출 신이었잖아.”
“나야 모르지. 그보다 너 안 피곤
하냐? 난 피곤해서 방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해 보니 그렇네. 노예가 어떻게 그 위대한 대제의 자리에까 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이게 가능한 경우인가?”
“아, 몰라! 몰라! 하루 종일 그놈 의 쉬무다, 쉬무다! 난 이만 자러 간다.”
문득 궁금해진 나는, 나르메르를 찾았다.
다행히 나르메르는 잠들지 않은 상 태였는데, 이런 내 질문에 선뜻 대
답해 주었다.
“노예가 대제가 될 수 있었던 비결 이라……. 그야 간단합니다. 검투 대 회에서 우승했었기 때문이죠.”
“검투 대회요?”
“네. 검투 대회는 오요타의 가장 오래된 놀이문화 중 하나입니다. 검 투사들은 에스페라나자 원형경기장 안에서 누구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 우게 되죠. 노예든, 귀족이든. 신분 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는 승자와 패자만이 갈리게 되니까요.”
검투 대회…….
에스페라나자에서는 이런 대회가
열리는구나.
그런데,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난 다고‘?
애나와 신디아가 왜 그런 말을 했 는지 이해가 되었다.
나는 물었다.
“그럼, 쉬무다가 그 대회에서 우승 하여 대제가 된 건가요?”
“검투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대 제를 직접 알현할 수 있고, 에스페 라나자를 대표하는 ‘위대한 사막 전 사’로 인정받게 됩니다. 쉬무다는 이 검투 대회를 통해 당시 대제의 눈에 띄게 되었고, 다음 대제가 될
수 있는 일종의 기회를 얻게 된 셈 이죠.”
“..!”
순간, 머릿속에 빛이 번쩍인다.
“잠시만요. 검투 대회를 우승하면, 위대한 사막 전사가 될 수 있다고 요? 설령, 그게 노예라도?”
“네. 맞습니다.”
“……이거였어.”
“예?”
그래, 이거다.
애초에 잘못 짚었었다.
‘가장 낮은 모래알’은, 노예 혹은 이방인을 뜻하고.
‘가장 뜨거운 태양’은, ‘위대한 사 막 전사’를 의미한다.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 이 될 때.》
즉, 노예나 이방인이 에스페라나자 검투 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면 드라 카의 유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애나! 신디아!
모두 고마워!
심장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나는 황급히 나르메르에게 물었다.
“그 검투 대회요. 언제 하나요?”
“대회는 매년 이맘때 진행됩니다. 대회 시작까지 며칠 남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십니 까?”
“저도 참가하고 싶어서요. 가능한 가요?”
“이방인이 검투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만, 이미 참가 신청은 마감되었습니다. 엊그제가
마지막 신청일이었죠.”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속으로 나를 백번 천번이고 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다음 대회는……
“내년입니다.”
들뜨던 심장이 차갑게 식어가고.
쌓여 있던 울분이 목구멍을 터져
나오기 직전이다.
기껏 여기까지 찾아와서 그 개고생 을 해놓고, 검투 대회 참가 신청도 하지 못하다니.
아아아아악.
소리 지르고 싶다.
하지만, 소리 지르면 애나와 신디 아가 깨겠지?
이런, 빌어먹을.
둥신!
진작 알아차릴 거면 며칠만 더 일 찍 알아차릴 것이지.
괜히 이제 와서…….
“하지만, 방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네? 무슨 방법이요?”
“송판격파대회에서 우승하면, 검투 대회 예선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즉, 바로 본선으로 진출할 수도 있 다는 이야기죠.”
송판격파대회?
이건 또 뭐야.
“조금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 요?”
“말 그대로입니다. 얇은 송판을 주 먹으로 내리쳐서 가장 많은 송판을
깬 전사는, 그 무위를 인정받아 검 투 대회 본선에 진출할 자격을 얻습 니다. 지루한 예선을 치르고 싶지 않은 검투사들이 자주 애용하는 방 법이지요.”
“……그럼, 그 대회는 언제인데 요?”
“내일입니다. 이건 현장에서 바로 신청이 가능하죠.”
“아••••••
나는 조용히 두 손을 하나로 모았 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그게 바로 지금이다.
한번 철렁거린 가슴은 쉽사리 제자 리를 찾지 못했지만, 입꼬리가 올라 간다.
우울했다가, 기뻐했다가.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내가 이상하 다는 듯 나르메르가 물었다.
“그런데, 검투 대회에 참가하실 생 각이 십니까?”
“예.”
“……그러시군요.”
나르메르는 나를 쭈욱 훑어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루인 님은 마법사시지 않 습니까?”
“네. 그런데요?”
“검투 대회에서 마법 사용은 금지 되어 있습니다.”
“ 네?”
“무기와 주먹만이 허용되는 대회지 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제국의 마도 문명 앞에 오요타가 패전한 역 사를 생각해 본다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대부분의 에스페라나자 시 민들은, 마법사들을 싫어하지요. 진 정한 전사가 아니라고요.”
그렇군.
오요타라는 국가 자체가 ‘마법’과 친하지 않다.
가장 후발주자로 마법 학교가 생겼 고, 뒤늦게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 배경을 살펴보았을 때 나르메 로 말처럼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 다.
하지만, 상관없다.
“괜찮습니다. 마법은 안 써도 좋으 니까요.”
“……역시, 그렇군요.”
“예?”
“차크라는 없지만, 체술을 익히셨 군요. 처음 뵀을 때부터 느끼기는 했습니다.”
“조금 익혔습니다. 제가 아는 기사 님께 기본적인 것만, 조금.”
“하지만, 기본적인 체술만으로 검 투 대회를 진행하시기에는 조금 무 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왜요?”
“말씀드렸잖습니까. 검투장은 누구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지옥이라고. 심지어 상대들은 체술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전사들이죠.”
나르메르의 눈빛이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상대가 노예건, 귀족이건 상관없 습니다. 검투사들이란, 에스페라나자 시민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눈앞의 적을 거리낌 없이 죽이고 시체의 목 을 들어 올리는 존재들입니다.”
그건, 선한 얼굴의 고아원장 나르 메르가 아니라, 최소 8성이라는 무 시무시한 실력을 숨기고 있는 무투 가의 눈이었고.
아주 오래전 일을 회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일을, 하실 수 있으시겠습니 까?”
나는 문득 그의 과거가 궁금해졌지 만, 다음에 묻기로 했다.
“조언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게 무척이나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가요?”
“네.”
이미, 결심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그래서?
시시한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다.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
“반드시 검투 대회에서 우승해야만 합니다.”
우선은, 송판격파대회인가 먼저 해 야겠지.
“그런데, 형님. 에스페라나자에 분 명 뭔가를 찾으러 오셨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예, 맞아요.”
“근데, 갑자기 송판은 왜 깨러 가
십니까?”
“……제가 찾는 게 검투 대회장에 있거든요.”
“음, 그러시군요. 이제 다 왔습니 다.”
와즈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쉬마 그를 뒤집어쓰며 얼굴 전체를 가렸 다.
뒤따라오는 나디아 역시 마찬가지.
마치, 누군가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형님, 여깁니다.”
와즈너가 가리킨 곳은, 오아시스
바로 옆에 위치한 상권의 중심이었 다.
조그마한 공터를 중심으로, 사람들 이 동그랗게 모여 있었는데.
이들 모두가 손에 은화 뭉치를 혼 들며 ‘송판격파대회’를 관전하고 있 었다.
“길파락! 부숴라! 너에게 30실버나 걸었다고!”
“나는 무려 1골드를 걸었어! 반드 시 부숴버려!”
관중들은 돈을 걸고.
참가자들은 송판을 부순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이야, 저게 다 몇 장이야?”
하나, 둘, 셋, 넷…….
눈으로 셀 수도 없다.
족히 수십 개는 훌쩍 넘어가는 송 판들이 겹겹이 쌓여, 이미 성인 장 정의 키는 훌쩍 넘긴 상태였고.
참가자들은, 높다란 사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며 오직 주먹으로만 송판을 격파하고는 했다.
와장창창!
“그래! 그거야! 길파락!”
“성공이다! 무려 기장이라고!”
이런 방식으로, 가장 많은 송판을 격파한 참가자가 우승자가 되는 심 플한 형태다.
모든 참가자들은, 당연하게도 송판 개수를 계속해서 올릴 것이고.
관중들은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 에 돈을 건다.
“루인. 너에게는 식은 죽 먹기겠는 데.”
“그러게.”
나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 다.
“간단하네요. 이해했어요.”
그런데, 송판격파대회를 관전하던 나디아와 와즈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이들의 눈에는 ‘살기’와 흡사한 분 위기가 스쳐 지나갔는데, 이 살기의 주인공은.
지금, 송판격파를 하기 위해 사다 리를 오르고 있는 건장한 체구의 남 자.
“아시는 분이세요?”
내 물음에, 와즈너가 이를 갈며 말
했다.
“일전에 말씀드렸지요. 저희는 원 래 군인이었는데, 안 좋은 일로 쫓 겨났었다고.”
“ 네.”
“바로 저 자식입니다. 저희를 모함 하여 군에서 쫓겨나게 만든 놈이.”
“……아.”
송판격파를 위해 사다리 위에서 멋 들어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남자.
그의 이름은.
“왔습니다! 올해에도 또 왔습니다! 작년 송판격파대회 우승자이자, 검
투 대회 우승자! 주먹으로 오우거의 심장을 뜯어낸 괴력의 소유자! 타르 만 하심크!”
타르만 하심코.
작년 우승자이자, 올해도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남자.
“아아! 88장! 타르만 하심크가 무 려 송판 88장에 도전합니다! 단 한 번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입니 다! 자! 이제 돈을 걸 시간입니다!”
그는 88장에 도전했다.
그가 갱신한 격파대회 신기록은, 88장이라고 한다.
타르만 하심크를 제외하면, 대부분
70장도 넘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 두룩한 이러한 상황에서.
관중들은 어디에 돈을 걸 것인가?
“타르만! 타르만!”
“타르만! 타르만!”
당연히 타르만이다.
나는 저 근육 덩어리를 주시하며, 와즈너에게 물었다.
“저 녀석이 그렇게 강해요?”
“강합니다. 작년 우승자니까요. 올 해는 그냥 재미로 참가했다는 소문 이 있습니다. 사람을 죽이고 싶어서 요.”
모두가 그의 우승을 점치고 있다.
오직 나를 제외하고.
“으음, 그렇단 말이죠.”
그렇다면 나는 송판 몇 장을 걸어 볼까.
신기록 88장의 두 배인 176장은 어떨까.
뭐가 되었든 좋다.
나는, 오늘 여기서 우승할 테니까.
물론 그냥 하면 재미없겠지.
“……기왕 하는 거, 돈이나 한번
제대로 벌어 볼까?”
나는 스트랑에게 골드 뭉치를 건네 며 말했다.
“모두 걸어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