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37)
올 힘 마법사 137화
“……저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오 신 겁니까?”
나르메르 씨가 내게 보내는 눈빛은 분명, ‘경계’였다.
나와의 첫 만남부터 복기하는 듯,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철저하게 의 심하기 시작했고 조금 차가운 목소 리로 다시 물었다.
“누가 보내서 오셨습니까? 혹시 처 음부터 저를 목적으로 접근하신
건……
“아뇨. 진정하세요. 생각하시는 그 런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런 나르메르 씨를 안심시킬 필요가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너, 플레이어 지?’라고 묻는다면 나도 똑같은 반 웅을 보일 테니까.
“다시 한번 제 소개를 드리겠습니 다. 아르델 가(家)의 장남, 루인 아 르델이라고 합니다. 작년 대제전에 서 우승한 적이 있습니다. 혹시, 들 어보셨습니까?”
나는 신분증을 꺼내 들었고, 나르 메르 씨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이름이 긴가민가했었지만, 송판 200장을 격 파하셨다는 이야기에 확신했습니다. 그 유명한 차세대 마법사셨군요.”
내 신원을 확인하자, 다행히도 경 계의 눈빛은 조금 누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뿐.
여전히 의심스러운 구석이 남은 듯 했다.
“저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들으셨습 니까?”
“아무도요. 나디아와 와즈너에게서 체술을 알려준 ‘스승님’이 있다는 것 말고는 들은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성취를 어떻게 확신하 셨습니까? 저는 평소에 차크라를 숨 기고 있는 터라 나디아나 와즈너도 조차도 알지 못합니다.”
“7성 수준의 마법사들과 싸워본 일 이 있습니다.”
“그런데요?”
“그보다 강해 보이셔서, 8성이라 짐작했을 뿐입니다.”
“짐작하셨다라……. 말씀드렸을 텐 데요. 저는 차크라를 숨기고 있기에
제 성취를 눈치채실 만한 방법은 없 을 것이라고요. 더군다나 마나와 차 크라는 다른 영역……
“차크라뿐만이 아닙니다.”
“예?”
“차크라, 마나, 오라……. 이런 것 들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사람을 대 하는 태도, 말씀하실 때마다 시시각 각 변하는 눈빛, 아니. 당장 걸음걸 이만 보아도 범상치 않은 실력자라 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지요.”
플레이어의 눈을 통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는 증거.
나는 나르메르 씨의 새하얀 신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첫날부터 알았습니다. 진흙 바닥 을 밟아도 발자국이 남지 않으시더 군요.”
나르메르 씨가 어설프게 뒤로 물러 나며, 흙 발자국을 만들어냈지 만…….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굳이 지금 발자국을 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비가 와도 물이 제대로 빠지지 않 아 습한 기운이 감도는 빈민가의 모 든 바닥은 진흙투성이다.
하지만, 유독 나르메르 씨의 신발 만이 깨끗한 이유.
이는, 그의 오랜 노력과 습관이 만 들어낸 결과물이다.
내 이런 지적을, 나르메르 씨는 더 이상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 셨다.
“……체술에 관심이 많으시군요.”
“처음 배울 때, 회초리에 맞아가면 서 걸음걸이를 배웠거든요. 그래서 체술을 익힌 분들의 걸음걸이를 확 인하게 되었습니다.”
아카데미에서 굴터 경에게 회초리 에 맞아가며 걸음걸이를 배우던 일
이 떠올랐다.
아아, 옛날이여.
“눈썰미가 좋으시군요. 그런데, 단 지 그 이유뿐인가요?”
“아뇨. 다른 증거들도 많았습니다. 제 짐작이 맞다면, 과거에 검투 대 회에 나가셨던 적이 있으실 테지 요.”
그의 눈빛이 미세하게 변했고, 나 는 또 한 번 싱긋 웃어 보였다.
“ 맞았군요.”
“……그것과 제 성취가 무슨 상관
입니까?”
“그저 짐작해 보았을 뿐입니다. 이 정도의 고수가 왜 모든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이런 빈민가에 있을까에 대해서……
“제 대답은요?”
“글쎄요. 짐작해 보자면, 허무함 같 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인간의 한계 를 뛰어넘고 나니, 갑작스럽게 찾아 온 허무함.”
내 말에 나르메르 씨가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틀렸습니다.”
그것은, 이 상황이 재미있어서 짓
는 웃음이 아니었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으면서도, 서 글프게 느껴지는 그 감정.
그것은.
“경멸입니다. 제 자신에 대한 경 멸.”
지독하게 자신을 증오하던 남자의 독기 였다.
“이리 들어오시죠. 들려드릴 이야 기가 있습니다.”
나르메르 씨의 이름은, 따로 있었 다.
하지만 그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 다.
“잊었습니다. 아니, 버렸습니다.”
이름을 버렸다.
무언가 사연이 있는 이름인 듯했 고, 그래서 나 역시 궁금해하지 않 았다.
그 역시 한때, 군인이었다고 했다.
오요타인들에게는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인, 사막의 그림자의 최정예 전 사였고.
검투 대회에서 검투사 31명의 목 을 베고 우승을 차지할 만큼 재능있 는 체술가였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 찾아온 환멸의 순간.
“아이를 죽였습니다. 명령 때문이 었다고는 하지만, 아무 죄 없는 아 이를 죽였죠. 처음에는 거부했습니 다. 하지만, 상관이 이렇게 말하더군 요. ‘왜 갑자기 착한 척이야? 너 그 런 놈 아니잖아.’ 네. 저는 서슴없이 사람을 죽이던 살인귀였습니다. 사 람의 목을 조를 때, 일말의 주저도 없이 미소 짓던 살인귀.”
“후회는 참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오 더군요. 문득, 죽어가던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고, 비명이 들렸습니 다. 매일 밤 꿈속에서 저를 찾아와 비명을 질렀고, 저를 괴롭혔습니다. 저는 말라갔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탓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아이를 죽인 사람은 저니까요. 탓을 하려면 저를 탓해야만 했지요. 그래서 베었 습니다.”
나르메르 씨가 덥수룩하게 덮인 옆 머리를 들춰 올렸다.
그곳에는 한쪽 귀가 없었다.
“그때, 거리에서 동냥을 하던 나디 아가 나타났습니다. ‘아저씨. 귀 ……’ 하면서 자기 옷소매로 피를 닦아주더군요. 나디아의 얼굴에서 살려달라고 빌던, 제가 죽인 그 소 녀의 얼굴을 보았고. 저는 나이아를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고아들을 하나둘 데려다 키우다 보 니,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조금 진부했나요? 그랬다면 죄송 하지만, 저는 홀가분하군요. 처음이 거든요. 누군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디아도 모르는 이야기인가요?”
“나디아는 저와의 첫 만남도 기억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 예쁜 아 이였는데……
“지금은 예쁘지 않다는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홈홈, 그런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만. 옛날이 더 예뻤지요.”
“하하!”
우리는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진부했냐고?
아니, 전혀.
누구에게나 사연은 있다.
그는 과거의 자신을 경멸했고, 새 롭게 태어났다.
배를 곯아 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 을 거둬들였고, 이들에게 음식을 주 고 글과 체술을 가르쳤다.
그 아이들이 자라, 어엿한 한 사람 의 군인이 되고.
도적질을 해서라도, 자신에게 준 은혜를 갚으려 하는 것처럼.
에스페 라나자라는 이름처 럼 .
그의 선행은, 아이들에게 ‘희망’이 되었다.
“저는 더 이상 사람을 죽이는 체술 을 하지 않습니다.”
“네. 그러더군요. 나디아도, 와즈너 도. 처음 만났을 때 저를 죽이려 들 지 않았거든요.”
“제가 가르쳐 드릴 체술도 사람을 죽이는 체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저는 더 이상 검투장에서 사람이 죽 어 나가는 것을 원치 않거든요.”
“네. 상관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쭤보 고 싶은데요. 검투 대회에서 얻고자 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피와 살육은 아니니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그것참 다행이군요.”
“제가 에스페라나자를 찾은 이유 는, 검투 대회에서 얻을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얻을 것이라, 그게 무엇인지 여쭤 도 되겠습니까?”
“저도 알려드리고 싶지만, 잘 모릅 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검투 대회에서 우승해야 한다는 것 이 전부입니다.”
“검투 대회에 우승하면 얻게 되는 것이 크게 두 가지가 있지요. 부와 명예.”
부와 명예.
이것들은 내게 필요치가 않다.
내가 원하는 것은, 드라카의 유물 조각.
나르메르 씨가 말했다.
“하지만 이방인들은 다릅니다.”
“……그런가요?”
“이방인들이 오요타에서 부를 거머 쥘 수는 있어도, 명예를 얻지는 못 하니까요. 사막의 그림자는 오요타 인만이 될 수가 있거든요. 이방인들 은 대신 다른 것을 얻게 되지요.”
“그게 무엇입니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굉장히 쓸모없 는 돌덩어리라고 하는데……. 이방 인이 검투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 기에, 잘은 모르겠습니다.”
대답은 이것으로 되었다.
가장 낮은 모래알이 뜨거운 태양이 될 때.
이방인이 오요타인들 사이에서 최 고의 검투사가 되는 날.
나는, 드라카의 유물 조각을 얻게 될 것이다.
“그럼.”
나르메르 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두 손을 하나로 모아 합 장하며 내게 고개를 숙였다.
내가 뭔가 벙찐 얼굴로 바라보자, 나르메르 씨가 멋쩍은 듯 웃으셨다.
“오요타에서는 스승과 제자가 서로 이렇게 인사합니다.”
“ 아.”
나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나르메 르 씨와 똑같이 인사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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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에스페라나자에 오자마자 쉬무다 사막전사상을 뒤적거리더 니……. 어제는 송판격파로 난리를 피우고. 이제는 스승님께 체술을 배 워? 아예, 오요타 사람 다 되었네.”
“그래도, 형님께서 엄청 행복해 보 이지 않습니까 누님?”
“……그건 그렇지만.”
“마법사라고 하시더니, 몸을 저렇 게나 잘 쓰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저번에 아실로에서 저희를 상대하셨 을 때는, 아무래도 엄청 살살 하신 것 같습니다.”
나디아 누르.
그녀는 와즈너의 말에 공감하긴 싫 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흥. 물 만난 물고기네.”
나르메르와 루인 아르델.
둘은, 무가(武家)에서 흔히 착용하 는 새하얀 도복을 입고 체술을 연마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나 무척이나 잘 어울렸
다.
그 실력도 매우 출중해, 아주 오래 전부터 체술을 연마해 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렇게 보니 조금 잘생긴 것 같기도 하고……
나디아 누르는, 문득 그런 생각을 떠올리다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이 차이가 10년은 날 법한 꼬맹 이한테.
“누님. 얼굴이 빨개지셨습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갑자기 화를 내십니까?”
“네, 네가 이상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음, 제가 그랬나요‘? 갑자기 얼굴 이 빨개지시길래 어디 아프신 건 아 닌가 하여 여쭤본 건데.”
“어쨌거나, 누님. 형님께서 검투 대 회에서 우승하실 수 있을까요‘?”
“•…”우승?”
그래, 그랬었지.
루인 아르델이 여기까지 온 이유 도, 모두 검투 대회 때문이 아니었
던가.
나디아 누르는, 텃마루 한켠에 기 대어 루인 아르델이 아실로에서 자 신을 완벽하게 제압하던 때를 떠올 리며 말했다.
“……가능해.”
“역시 그렇겠죠? 형님은 무척이나 강하시니까요. 하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에요. 주특기라 할 수 있는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 황이시니……
“스승님이 누군데 그런 걱정을 하 는 거야? 체술을 가르쳐 주는 분이 우리 아버지라고.”
“그렇군요. 역시 괜한 걱정이었어 요. 저희 아버지만큼 훌륭한 체술가 도 없으니까요.”
둘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같은 생 각을 하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 나르메르에게 배운 체술.
이것으로도 이기지 못한 ‘그 녀석’ 을
‘타르만 하심크.’
자신들을 쫓아낸 장본인.
그가 구사하는 체술은 뚫고, 찢고,
가르는 그야말로 살육을 위한 체술 이다.
그에 반해, 나르메르가 가르쳐 주 는 체술은 물 흐르듯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지만 파괴력이 부족하다.
상성 자체가 맞지 않는 것.
자신들은 타르만 하심크의 상대가 되지를 못했지만…….
왤까.
“형님을 보고 있으면, 나이에 비해 무척이나 든든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누님도 그러시죠?”
루인 아르델은 무언가 다르게 느껴 진다.
나디아 누르는, 조용히 고개를 끄 덕였다.
“웅. 강해. 저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