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45)
올 힘 마법사 145화
수백 년간.
같은 자리에서 잠들고.
같은 자리에서 눈을 뜨고.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생각을 떠올렸을 존재.
고대의 오우거, 킹그램.
이제 정든(?) 아카데미를 떠나, 고 향 하늘산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를 들은 그는 과연 어떤 기분일까?
도무지 예상할 수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영력인가? 드라카에게서 들은 기억이 나는군.”
“네. 맞습니다.”
험상궂은 오우거의 얼굴에 어울리 지 않게, 무척이나 설레는 표정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이것 봐.
얼굴에 홍조까지 떴는걸?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지 모른다 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좀처럼 실감 이 나질 않는군.”
킹그램은 두 뺨이 붉게 달아오른 상태로, 억겁의 세월…….
역사 그 이전을 추억했다.
인간의 역사가 쓰이기 전.
하늘산의 오우거가 이 땅의 주인일 때를.
드라카가 자멸하고, 인간의 역사가 쓰이기 시작하던 때를.
마지막으로.
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을 보아하니,
인간 대마법사 프로이얀 이그니트에 게 패배하고 아티팩트가 되어버리던 그 날을 떠올리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상기된 표정 이었다.
“나를 풀어줄 수 있다고 하였나?”
“네. 해보지는 않았지만, 가능할 겁 니다. ‘권능’이라서요.”
“나와 프로이얀 이그니트 사이의 맹약을 깨뜨리면, 그 새파란 이그니 트 놈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새파란 이그니트 놈이라니.
하긴,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오우 거 입장에서 학장님은 갓난아이 수 준도 되지 않겠지.
나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학장님 말씀이시라면, 방금 허락 받고 오는 길입니다.”
“놈•이 순순히 허락하던가?”
“ 예.”
킹그램의 시선이 내 뒤로 향했다.
“그래. 죽고 나면 네놈 선조에게 한 소리 듣겠군. 간신히 붙잡은 오 우거 놈을 새파란 후손 녀석이 제
마음대로 풀어주었다고 말이야.”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에는, 학장님께서 서 계셨고.
학장님께서는, 킹그램 앞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후손인 제가 책임져야 할 업보겠 지요.”
“나는 네놈 선조와의 맹약 때문에 이 좁은 지하에 갇혀 수백 년을 보 냈다. 빌어먹을 맹약……. 그런데, 이 맹약이라는 것이 이렇게 네놈 마 음대로 풀어줘도 되는 것이었더냐?”
“끊어낼 수만 있다면, 네. 괜찮습니 다. 선조의 과오 또한 제가 짊어져 야 할 업보일 테니까요.”
“……허무하군. 너무나 허무해.”
킹그램이 육중한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아주 익 숙한 두 가지 물질.
힘, 그리고 마나.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힘이 흘러넘 쳤고, 그의 눈길에는 짙은 마나가 깔려있다.
“빌어먹을 이 패라티늄 입상도 이 제 안녕이군.”
킹그램의 시선이 내게 향했다.
“루인, 정녕 할 수 있느냐?”
맹약 파괴.
그 어떤 맹약이든, 파괴한다.
나는 말없이 옅게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자 킹그램이 조용히 눈을 감으 며 중얼거렸다.
“그래. 집으로 돌아가자.”
그의 목소리에서는, 설렘과 동시에 요동치는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맹약 파괴가 발동됩니다.》
스킬을 발동시키자, 세상이 두 가 지 색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온 세상이 흑백이 뒤섞인 흑백으로 뒤바뀌었고.
이 흑백 가운데, 짙은 보랏빛 사슬 이 눈에 들어왔다.
이 사슬은 킹그램의 심장을 옭아매 고 있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점은, 학장님의 심 장에서도 같은 사슬이 보인다는 점 이다.
대신, 그 색은 무척이나 옅었다.
‘프로이얀 이그니트’의 피를 이어 받은 후손이기에 색은 옅지만, 맹약 의 사슬로 묶여 있는 것이리라.
“해볼게요.”
나는 킹그램의 심장으로 손을 가져
다 대었다.
그러자, 심장의 사슬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킹그램의 기억을 공유합니다.》
동시에 무언가가 내 머리채를 잡고 위로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했고.
어딘가에 빨려 들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시야가 바뀌었다.
눈 앞에 펼쳐진 곳은, 아예 다른 세계였다.
아마도, 킹그램의 기억이리라.
기억 속.
내 눈앞에 서 있는, 새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
-맹약이다. 킹그램.
그리고, 그 앞에 피를 흘리며 쓰러 져있는 오우거.
나는 이들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아차릴 수 있었다.
티리온 이그니트 학장님의 머나먼 선조.
레디안 왕국, 최초의 대마법사 프 로이얀 이그니트.
그의 주변에는 해일과도 흡사한 마 나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는, 마나 그 자체였다.
-다시는 태양을 보지 못할 것이다. 다시는 동족들도 보지 못할 것이며, 다시는 두 다리로 이 땅을 걷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대마법사의 눈이 새하얀 냉기로 휘 몰아쳤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하 지. 하늘산에 있는 네 동족들은 무 사할 것이라고.
킹그램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언제까지?
킹그램의 질문에 대마법사 프로이 얀 이그니트는, 백안의 눈을 번뜩이 며 말했다.
-너와 나의 맹약이 끊어지게 되는 날까지.
그것은, 일종의 사형선고였다.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고, 무책임한 약속이었다.
인간은 고대의 오우거와 다르게 억 겁의 세월을 살지 못하고.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맹약이 깨어지는 날은,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킹그램은 주저하지 않았다.
흔들리던 동공이 보랏빛으로 빛났 고,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 승낙한다.
킹그램의 심장을 옭아매는 족쇄가 생겨났다.
이것이, 맹약.
수백 년간, 일방적으로 지켜져 온 허울뿐인 맹약.
시야가 또다시 뒤집힌다.
“……루인 군. 괜찮은가?”
“아, 네. 괜찮습니다.”
동시에, 세상이 원래의 빛을 되찾 았고 내 눈앞에는 여전히 킹그램과 학장님이 서 계셨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킹그램의 심장을 옭아매던 족쇄가, 어느새 내 손 위에 있었다는 점이 다.
나는 그 족쇄를 아주 가볍게 쥐었 다.
그러자.
툭……!
하고 사슬이 끊어졌다.
《프로이얀 이그니트와 킹그램 사 이에 존재하던 맹약이 파괴됩니 다.》
끝이다.
이제, 집으로 가자.
학장님께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지만, 더 이상 내 능력을 의심하지 않으셨다.
받아들이실 뿐이다.
나는, 킹그램을 향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졸업 축하드립니다.”
♦ * *
킹그램의 육신은, 이곳.
지하 아티팩트룸 안에서만 존재할 수 있었다.
맹약이라는 제약에 가로막혀 있던 그가, 아카데미 밖으로 나갈 수 있 던 기회는 단 두 가지.
내 소환문.
그리고 패라티늄 입상 안에 갇혀, 아티팩트화 되었을 경우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오, 오우거야!”
“저 오우거……. 설마 킹그램인 가‘?”
“그런 것 같은데? 학장님도 곁에 계시잖아!”
쿵! 쿠
킹그램이 머리가 천장에 닿을 만큼 비대한 몸을 이끌고 지하를 빠져나 왔다.
패라티늄 입상에 갇힌 채 조교들이 끌어주는 끌차에 올라있는 것이 아 니라…….
제 발로 당당하게 걸어서.
복도를 지나, 교정 밖으로 나서자 작열하는 태양이 킹그램의 눈을 간 지럽 혔다.
얼마 만에 본 태양일까.
“으으……. 눈부시군.”
킹그램이 인간의 언어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오우거의 언어를 사용했 다.
이런 킹그램의 등장에, 조용하던 아카데미는 또 한 번 발칵 뒤집혔 고.
“난데없이 모교를 찾아와 수업을 방해한 망나니 선배. 다음에는 수백 년 만에 바깥나들이를 나선 오우거 인가……. 오늘 수업은 제대로 글렀 군.”
나.
다음엔 킹그램.
연달아 등장한 수업 방해꾼 때문에 하이델 교수님은 장난스럽게 인상을 찡그리셨지만…….
이 상황이 무척이나 기대되는 듯 옅게 웃어 보이기도 하셨다.
그만큼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두 명의 인간과 하나의 화신.
한 마리의 오우거가 나란히 걸어가 는 이 기묘한 모습에.
“와아아아!”
아카데미 학생들의 환호성을 내질 렀고, 우리는 곧장 봄의 정원으로 향했다.
봄의 정원 단상에는 학장님이 서셨 다.
학장님은 킹그램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추셨고, 동시에 아카 데미 전체가 고요해졌다.
학장님이 마나를 실은 채 입을 여 셨다.
“그럼, 킹그램의 졸업식을 시작하 겠습니다.”
오우거에게 졸업식이라니?
“……응? 잘못 들은 거지?”
“방금 분명 졸업식이라고 하신 것 같은데……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의아한 반 응이 터져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 다.
하지만 나는, 졸업식에 어울리는 아주 그럴듯한 꽃다발까지 준비했 다.
아까 슬쩍 화단에서 몇 송이 꺾었 는데, 이 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지?
“이야, 이게 몇 년 만이죠? 저는 고작 6년 다녔는데도, 졸업하려니 기분이 이상하던데……. 킹그램 님 은 어때요?”
내 물음에 킹그램은 아카데미 건물 을 주욱 훑어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당장 이곳을 날려 버리고 싶군.”
“네?”
“그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말이 다.”
오우거의 유우머인가.
뭐, 어쨌든.
학생 몇몇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고, 나는 배시시 웃으며 킹그램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킹그램이 꽃다발을 받아들자마자, 나는 박수를 쳤다.
그러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카데미가 창립되던 해부터, 500 년이 넘도록 아카데미와 그 역사를 함께 공유한 존재.
어쩌면, 부당한 맹약에 갇혀 있던 존재.
그래.
그는 오우거지만, 인간들에게 존경 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들의 축하를 받아 마땅하다.
학장님이 킹그램에게 한마디 할 것 을 권했고, 킹그램은 아카데미 건물 을 마주 보며.
그가 지도해 왔던, 어린 후배들을 마주 보며 말했다.
“잘들 있어라.”
킹그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 약해빠진 애송이 녀석들아.”
“와아아아아아!”
독설이 터져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 ♦ ♦
킹그램을 옭아매던 맹약은 파괴되 었고.
그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하늘산으로 가야지. 어서 가자. 빨 리 내 고향을 보고 싶구나.”
“그러니까요. 근데 어떻게요?”
“무슨 수로 가실 건데요?”
일단, 아카데미를 빠져나오긴 했는 데…….
이 비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오우거 가 사람들 눈을 피해 하늘산까지 가 는 것은 불가능한 여정일 것이다.
아카데미에서 멀리 갈 것도 없이,
요 앞마을에 들어서기만 해도 경비 병들이 킹그램을 죽이려 들겠지.
킹그램이 단순히 방어만 한다고 치 더라도, 경비병들 힘으로 막아낼 수 는 없을 테니 곧 인근 영지에서 기 사들이 파병될 것이다.
하지만 기사들 또한 킹그램을 생포 하지는 못할 테고, 어쩌면 왕국 전 체에 비상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르 지.
‘난데없이 튀어나와 인간들을 무참 히 살육하는 비정한 살인 오우거.’
따위로 불리면서 말이야.
폴리모프 같은 마법이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드래곤들이나 사용한다는 마 법이라 불가능하다.
역용술을 이용하여 얼굴을 바꿀 수 는 있겠지만, 오우거의 얼굴을 바꿔 봐야 더 험상궂은 오우거가 나올 뿐 이다.
방법은 딱 하나.
“네가 나를 데려다주어야 한다. 나 는 이곳 길을 모르거든.”
역시, 그 방법뿐이겠죠?”
스킬, 차원문 소환.
칭호 오우거 군주 효과로.
지정한 오우거들을 차원문의 아공 간을 거쳐 내가 있는 위치까지 소환 해낼 수 있다.
이를 이용한 역발상.
킹그램을 이 ‘아공간’에 넣어두고, 내가 직접 ‘운반’한다는 것.
그때 였다.
띠링!
《돌발 퀘스트》
《길 잃은 오우거는 고향이 그립 다.》
《고대의 오우거 킹그램을 고향 ‘하늘산’으로 돌려보내 주어야 합니 다. 초대 부족장 쿤칸의 아들인 킹 그램을 하늘산으로 돌려 보내준다 면, 오우거들은 당신에게 비밀스러 운 ‘영약’을 선물해 줄 것입니다.》
《제한시간 : 없음》
《보상 : 특제 오우거 힘줄 영약》
특제 오우거 힘줄 영약?
이건 또 뭐야…….
내가 물어보자, 킹그램이 가소롭다 는 듯이 말했다.
“수컷에게 그렇게 좋은 물건이지.”
그러니까 그게 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