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58)
올 힘 마법사 158화
“복잡하네.”
데린쿠유는, 크로스 로드의 지하 반경 십수 km에 달하는 거대한 개미 굴이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구조 가 특징이며, 데린쿠유의 지리에 익 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길을 잃어 버리기에 십상이다.
어찌나 복잡한지, 데린쿠유가 지어 진 초창기에는 개미굴 안에서 길을
잃어 사망한 사람도 여럿 있었을 정 도다.
“이, 이쪽입니다!”
럭스는, 구불구불한 미로를 앞장서 며 루인과 스트랑을 데린쿠유 깊숙 한 곳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경매장’이었지만, 럭스는 속으로 다른 꿍꿍이를 떠올리고 있 었다.
‘……살 수 있다. 녀석이 아무리 괴물이라지만, 나에게도 기회는 있 어.’
데린쿠유.
인간이 사는 드넓은 개미굴인 만
큼, 거주자가 아니라면 절대 알아차 리지 못할 비밀 통로가 여럿 존재했 다.
시선을 돌릴 찰나의 시간만 벌 수 있다면, 자신은 비밀 통로를 통해 빠져나가고.
루인과 스트랑을 복잡한 미로 속에 버려둘 수 있을 터.
‘미로를 헤매다 죽어버렸으면 좋겠 군.’
럭스는 보이지 않게 슬쩍 미소 지 으며, 곧장 계획에 돌입했다.
“으, 으윽! 가, 갑자기 배가……!”
뭐 마려운 자세로 온몸을 배배 꼬
기 시작한 것이다.
“..
루인과 스트랑이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자, 눈치를 살피던 럭스는 더 욱 혼신의 연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크어억! 이, 이거 안 되겠는걸. 자, 잘못하면 바지에 지리겠어. 으 읏! 벌써 반쯤 고개를 내밀 었……! 여,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줘어……! 나는 잠시 화장실을 좀……!”
“어딜 가.”
럭스가 뒤로 내빼려 하자, 스트랑 이 앞으로 나서며 그의 뒷덜미를 잡 았다.
“어이, 사기꾼 아저씨. 우리가 그렇 게 우스워 보여?”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 배, 배가 아파서……
“그럼 여기서 싸. 내가 보는 앞에 서.”
“••••••머, 뭣?”
“왜? 그건 안 되겠어? 그렇게 간 절하지는 않은 모양이네.”
“하, 하지만……! 그건 너무 수치 스러운 일이야! 나는 남자고, 너는 여자……
“볼 것도 없는 주제에.”
럭스는 시무룩한 눈을 바닥으로 내 리깔았고, 스트랑은 그런 럭스의 엉 덩이를 냅다 걷어차 버렸다.
“크헉!”
“빨리 안내나 해.”
“에, 옙!”
“자, 잠시만……. 우리 좀 쉬었다 갈까‘? 목이 말라 보이는데 내가 가 서 물을 좀 구해 올……
“들린다. 다 들린다.”
“으, 응?”
“대가리 굴리는 소리 여기까지 다 들린다. 아저씨도 들리지? 소리가 어찌나 큰지 내가 자제력을 잃어가 네. 확 그냥 여기서 죽여 버릴까?”
“얼른, 안내나 해라.”
“에, 옙!”
럭스를 살려두지 않더라도, 경매장 으로 가는 길을 찾을 방법은 있다.
살아 있는 생명을 감지하는 추적마 법을 사용하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
라도 길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또 럭스에게 징표를 새겨두고, 도 망가는 럭스의 흔적을 쫓을 수도 있 고.
여차하면, 미로고 뭐고 죄다 부숴 버리면서 미니맵을 이용해 길을 ‘만 드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런 수고스러움을 감내하 며 굳이 럭스를 이용해 길 안내를 받는 이유.
“어차피 그 튜톤인가 뭔가 하는 놈 에게 돌아가더라도, 아저씨는 죽을 거야. 그렇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데린쿠유 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 망치고, 평생 암살자들에게 쫓기다 길에서 객사할 운명일 텐데……
나는, 공포에 질린 럭스를 향해 눈 을 번뜩이며 말했다.
“내가 기회를 주지”
“……기회요?”
“럭스, 아니, ‘맥스 주드’ 내게 협 조해라. 그럼, 살려준다.”
“자, 잠시만……! 제 본명은 어떻 게……?”
럭스는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입을
쩍 벌렸다.
아마, 머릿속으로 온갖 망상을 다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하던 끝에, 그 가 결론을 내렸다.
“제 본명까지 아시는 것을 보니,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의도적으로 제게 접근하신 것 같은데……. 제대 로 걸렸네요. 제기랄. 어디서부터 계 획된 겁니까? 신성 공국의 교황입니 까? 아니면 제국? 도대체 얼마나 큰 배경이 움직이고 있는 겁니까?”
교황도, 제국도 뭣도 아니고 움직 이는 건 저 혼자고요.
먼저 접근한 쪽도 당신입니다만.
뭐, 어떻게 생각하든 좋다.
“마음대로 생각해라.”
상상력만큼 두려운 것도 없으니까.
럭스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머 리를 벅벅 긁으며 물었다.
“……정확히 ‘협조’라면, 제게 무엇 을 원하시는 겁니까?”
“데린쿠유에 대한 모든 정보.”
정보.
나는 호랑이 굴 한가운데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곳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 적이 몇 명이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살아 돌아가려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이용해 ‘변수’ 를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할 것.”
“……그, 그렇게만 하면 정말 저를 살려주시는 겁니까?”
“멀쩡히 내버려 두면 또 나쁜 짓을
할 게 뻔하니 팔, 다리 하나 정도씩 은 부러뜨리겠지만. 적어도 목숨만 큼은 살려주지.”
럭스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진지한 얼굴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 뒤에 누가 버티고 있는지.
목숨을 잃는 것이 나은지, 팔다리 하나씩을 잃는 것이 나은지.
또, 그 ‘야차’라는 사람과 내가 싸 우면 누가 이길지.
여러 가지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이 겠지만…….
그는, 곧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이겨도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 든 자신은 죽을 운명이었기 때문이 다.
럭스는 먹히지도 않는 속임수를 쓰 는 것은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듯 물었다.
“……마법사님이 데린쿠유를 찾으 신 목적이 뭡니까?”
“목적? 그건 왜?”
“그, 그야……! 제가 목숨을 부지 하려면 마법사님이 데린쿠유 전체를 박살 내버리셔야 하니까요!”
그래.
사람은 이렇게나 이기적이고 편협 한 동물이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의 평생직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 던 데린쿠유가 제일 먼저 박살 나기 를 원하는 사람으로 변하는 데는 수 초면 충분했으니까.
“뭐, 원하는 물건이 하나 있기는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물건이라면……?”
“그것까지는 알 것 없고. 어쨌든
나는 이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개미 굴 전체를 부숴 버릴 거다. 아저씨 는 내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되고.”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럭스는 눈을 질 끈 감으며 물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 ♦ ♦
데린쿠유의 경매가 시작되기 10분 전.
경매장 앞은, 경매에 참가하기 위
해 모여든 사람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었다.
모두가 대륙 전체에서 명성을 떨치 는 고위 귀족들이었다.
정체가 탄로 나면 안 되기 때문에, 복면과 가면을 통해 얼굴을 가리고 호위 기사들도 1명으로 인원이 제한 된 상황이지만.
서로들끼리는, 대강 누가 누군지 다 아는 눈치였다.
“흐흐, 오늘은 어떤 귀여운 녀석들 이 기다리고 있을까.”
“대공! 회춘이라도 하신 것처럼 혈 색이 좋아 보이십니다. 무슨 비결이
라도 있으십니까?”
“으하하! 다 알면서 뭘 묻나?”
“역시! 저번에 데리고 가신 그 귀 여운 원시 부족 소년 때문이군요. 어떠십니까? 요즘 행복하십니까?”
“끌끌, 아직은 조련 중일세. 날것의 냄새를 완전히 지우지 못했거든.”
겉으로는 고상한 척을 다 하고 살 지만, 뒤에는 비틀어진 욕망을 품고 사는 인간들.
이들은 크로스 로드 구석의 한적한 곳에 마차를 정차시켜 두고, 제각각 신분을 감춘 채 은밀한 방법으로 데 린쿠유를 찾는다.
이곳에는, 이들이 원하는 모든 것 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부패한 귀족들을 상대 로 막대한 부를 쌓는, 지하 세계의 왕.
튜톤.
그는, 성난 기세로 단상을 발로 차 며 소리쳤다.
“뭐라! 전멸이라니! 전멸이라
니……!”
“지, 지하의 왕이시여……! 고정하 십시오!”
“고정? 십인귀가 전멸했다는데, 고 정하라? 네놈 같으면 고정이 될 리 가 있느냐! 녀석들에게 부은 돈이 얼마인데! 상대는 누구냐? 소드마스 터라도 된다는 말이냐? 그게 아니라 면 염왕이라도 되느냔 말이야?!”
“이, 이럴 때일수록 침착하셔야 합 니다. 지금은 보는 눈이 많습니다.”
“..I”
부들부들.
튜톤의 시선이 경매장 입구에 모여 있는 귀족들을 향했다.
귀족들은 경매가 언제 시작하는지 궁금하다는 듯, 기대감 가득한 표정
으로 튜톤을 바라보고 있었다.
튜톤은, 결단이라도 내린 듯 중얼 거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데린쿠유의 경 매가 중단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해진 날에는 반드시 경매가 진행 되어야 한다. 이건 신뢰의 문제다.”
“지, 지당하신 생각이십니다!”
“야차는 지금 어디 있느냐?”
“경매장 입구를 철통같이 지키고 있습니다. 수상한 녀석이 다가오면, 즉시 목을 쳐버릴 겁니다. 경매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 다.”
“••••••좋다.”
튜톤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비 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매를 시작한다.”
♦ ♦ ♦
경매.
데린쿠유 암시장의 경매는, 크게 2 가지로 분류된다.
사람이 매물로 나오느냐.
사람 이외의 것이 매물로 나오느
냐.
경매장을 찾는 대다수 인원이 첫 번째 목적을 품고 방문하기 때문에, 보통 ‘장물 경매’가 먼저 진행된다.
장물은 99%가 훔친 물건들이다.
훔치거나, 빼앗은 고가의 물건들을 처분할 방도가 없으니 도둑들이 데 린쿠유에 헐값에 팔아넘기고.
데린쿠유에서 귀족들을 상대로 비 싼 값에 되파는 방식이다.
물론, 팔아놓고 죽인 다음 다시 빼 앗아오기도 한다.
그렇기에 어쭙잖은 물건들은 암시 장에 나타나지도 않는다.
하나하나가 유명 화가가 그려낸 예 술품이며, 위대한 보석 세공사가 빚 어낸 걸작이며, 뭇 기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 보검이다.
이따금, 나라 전체가 들썩일 국검 (國劍)이 나타나기도 한다.
“2만 4천 골드 나왔습니다! 자! 더 없으십니까!”
기본 단위는 무려, 천 골드.
지하 세계의 왕 튜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전문 경매인이 직접 경매를 주관하고.
단상 앞에 모여 있는 귀족들이 숫 자가 적힌 팻말을 들어 올린다.
-VI
“2만 6천 골드! 역시! 물건의 제값 을 알아보시는군요. 예! 오늘 이후 에는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을 절 세의 보검입니다. 안목이 탁월하시 군요! 더 없으십니까?”
“없으시면 2만 6천 골드에 낙찰하 고 다음 물건을 진행하겠……
그때 였다.
경매장 가장 뒤에서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던, 한 남자가 팻말을 번쩍 들어 올렸다.
-V
2만 5천 골드를 의미하는 팻말.
이에, 경매인이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현재 제시된 금액이 2만 6천 골드입니다. 더 높 은 금액을 불러주시겠습니까?”
그러자, 예의 그 남자.
아니, 복면으로 정체를 감춘 소년.
루인 아르델이 귀찮다는 듯 중얼거 렸다.
“5천이 아니라, 5만입니다만.”
“……5, 5만…… 무려! 5만 골드 가 나왔습니다!”
5 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큰 금액에 경 매인이 들뜬 얼굴로 중얼거렸고.
“저, 저게 5만이라고?”
“잘못 말한 거 아냐? 5만 골드나 부른다고?”
모여 있던 귀족들은 당혹감에 물들
었다.
“역시! 물건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 보시는군요! 주인이 나타난 것 같습 니다! 5만! 5만 골드 이상 부르실 분 없으십니까!”
그때, 루인이 또다시 팻말을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50만. 55만. 555만•…”
“••••••예?”
모두의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었 다.
“금액이 뭐 중요하다고……. 훔친 물건 가지고 생색은. 안 그래요?”
척 보기에도 어려 보이는 눈매.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신흥 부자일 까.
아니면, 단순한 미친놈일까.
그 누구도 확신하지 못했다.
루인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농담이에요. 5만 골드로 하죠.”
확신한다.
이 경매에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