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67)
올 힘 마법사 167화
게리힐의 정예 워록 (Warlock) 들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황당하기 그 지 없었다.
오랫동안 제집처럼 드나들던 궁궐.
비록, 지금은 그 집에서 쫓겨난 상 황이었지만 집안 구조를 어떻게 잊 겠는가.
비교적 허술하여 궁궐 담을 손쉽게 넘을 수 있는 비밀 통로며, 가장 빠
르게 검무장까지 장악할 수 있는 최 단 거리 루트며.
무관장들의 정신을 지배하여, 수도 의 삼엄한 경비를 혼란에 빠뜨리는 등.
게리힐의 워록들이 짜놓은 ‘검술대 회 습격’ 계획은 완벽에 가까웠다.
궁을 점거할 필요도 없다.
왕국 최정예인 금빛기사단이 수도 방어진을 구축하기 전까지만.
아카데미의 교장이자 왕국의 수호 자, 티리온 이그니트가 수도에 도착 하기 전까지만.
아주 찰나의 시간만 벌 수 있다면,
배신자들을 싹 쓸어버리고 게리힐 가(家)의 복수를 완성하는 데에는 충분할 테니까.
이 계획은 거의 완성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은 딱 한 가지 ‘변수’ 를 놓치고 말았다.
“……가, 가주님이……
게리힐 가 꼭대기에 오롯이 존재하 는 유일무이한 정수이자, 워록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위대한 마법 사.
조르쉬 게리힐.
그의 얼굴이…….
콰직!
루인 아르델의 일격에 형체를 알아 볼 수조차 없을 만큼 짓이겨졌다.
“……아, 아버지?”
“가주님!”
조르쉬 게리힐이 누구인가.
지하 감옥을 빠져나온 뒤로, 복수 의 날만을 꿈꾸며 금지된 흑마법을 더더욱 깊이 파고들었고.
이제는 아티팩트로 만들어낸 가짜 가 아니라, 진짜 ‘7클래스’를 강제로 뚫어내며, 게리힐 가의 위대한 부활
을 꿈꾸게 만든 장본인이다.
믿었다.
간절히 믿고 있었다.
예전처럼, 게리힐이 더 크게 도약 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 아버지이이이이!”
그런 조르쉬 게리힐이 골수가 터지 며 ‘즉사’했다.
이는, 장남 자킬 게리힐이 아버지 를 잃었음을 의미했고.
게리힐만을 믿고 따르던 워록들은 미래를 잃었음을 의미했다.
이들이 놓쳤던 단 한 가지 변수.
‘루인 아르델’이 수도에 있을 것이 라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무 지의 죗값치고는 그 대가가 너무 컸 다.
분노보다는, 황당함이 먼저 앞섰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몇달전.
수도에서 마주했던 루인 아르델은, 정예 워록들의 수준을 훨씬 상회할 만큼 강하기는 했지만.
7클래스 마법사를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가져갈 정도는 아니었다.
비등하게 싸워 볼 수는 있었겠지 만, 상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흑마 법’이라는 이점을 이용한다면.
오히려, 루인 아르델이 불리한 싸 움이 었다.
분명, 그러했다.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던가?
루인 아르델을 끝까지 궁지로 몰아 붙이던 상황을.
그런데, 지난 몇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저, 저 녀석…….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녀석이 아니다……
꿀꺽.
워록들이 마른침을 삼키며 뒤로 물 러 섰다.
루인이 뿜어내고 있는 기세는, 이 들이 기억하고 있던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저게 어딜 봐서 이제 막 17세가 된 소년 마법사의 모습이라는 말인 가.
적개심, 가주의 어이없는 죽음에 대한 복수심.
지금 느껴야 할 감정들을, 모조리 부질없게 만들어버리는 거대한 위 용.
몸이 먼저 경고하는, 감히 맞설 생 각도 하지 말아야 할 절대자의 기운 을 뿜어내고 있다.
그 절대자가 말했다.
“너희는, 그날 수도에서 나를 반드 시 죽였어야 했어.”
모두가 같은 후회를 했다.
자라나는 새싹을 밟으려다 실패했 지만, 목을 내놓든, 팔을 내놓든, 어
떻게 해서든 그날 밟아 죽였어야만 했다.
그날이, 게리힐들이 루인 아르델을 넘어설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 던 ‘유일한’ 날이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그 희박한 가능성 마저 남지 않았다.
‘달아날까, 싸울까.’
둘 다 승산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 인 상황.
어느 누가 8성 기사에게 칼을 겨 눈단 말인가.
어느 누가 8클래스 마법사에게 마 법으로 덤빈다는 말인가.
지금 워록들이 느끼는 감정은, 딱 이와 흡사한 감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워록들이 낼 수 있는 용기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저…… 전력을 다하여 가주의 복 수를 한다.”
죽을 것은 확실하니까, 까무러쳐 보기.
십수 명의 워록들이 퀴퀴한 안광을 흩뿌리며 동시에 로브 자락을 걷어 올렸다.
이들의 손바닥에서는 진한 ‘뮬의 인장’이 그려졌다.
하나하나씩 덤벼들면, 각개격파 당 하겠지만.
십수 명이 동시에 달려든다면?
피해는 크겠지만, 서너 개의 공격 은 적중시킬 수 있을 터.
“죽어! 이 새끼야!”
아버지를 잃은 장남 자킬 게리힐의 절규를 시작으로, 십수 명의 워록들 이 일제히 루인 아르델을 노리며 달 려들었다.
목, 심장, 서클.
하나하나가 치명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날카로운 공격들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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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루인의 근처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팔을 들어 올리며 시야를 차 단했다.
화르르르륵!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시 력을 잃어버릴 욱요(易權)의 구체.
가까이 다가가는 것 자체를 거부하 는 열화(熱火)의 불꽃.
8클래스 입문 마법, 메테오
(Meteor).
집채만큼 거대한 메테오를 한 손으 로 받치고 있는 루인 아르델의 모습
을 보며…….
워록들 모두가 경탄했다.
“……저, 저게! 아, 으햐……!”
죽음의 공포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 온, 마법사로서 느끼는 마지막 호기 심이었다.
그 호기심은, 충족되었다.
자신들을 향해 쏘아지는 거대한 메 테오를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쾅! 쿠과과과과과광!
메테오를 실은 주먹에, 궁궐 전체 가 크게 흔들렸다.
* ♦ ♦
검무장.
“저, 저년! 저년만은 반드시 죽 여…… 으아악!”
암살자들은 아득바득 끝까지 달려 들었지만, 루이나 아르델의 머리카 락 한 올도 베어낼 수가 없었다.
철통같이 루이나를 지키는 볼바르 페튼과 아이린 프리우스 때문이었 다.
“쿠, 쿨럭!”
절그렁! 풀썩!
이들은 이렇다 할 공격 한 번 펼 쳐보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지며, ‘불가능’이라는 이름의 벽 높이를 체감하고 있었다.
볼바르 페튼.
그는, 무신(武神)이었다.
“아가씨. 눈 감으십시오.”
“ O 으..”
–9 O •
장정이 두 손으로도 들기 힘든 무 거운 창을, 오직 한 손으로 이쑤시 개 다루듯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푸슉-!
그의 일격에 목이 뚫리고, 그 뒤를
따르던 암살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컥! 커혹……!”
운이 좋은 사람들은 팔, 다리를 잃 고 바닥을 굴렀지만.
이는, 짧은 요행에 불과했다.
피슝-!
살아남아 끝까지 숨을 헐떡거리는 암살자의 심장에, 아이린이 얼음 화 살을 꽂아 넣었으니까.
볼바르 페튼은, 절대 멈추지 못하 는 폭주 열차나 다름없었다.
최전방에서 적들을 학살해 나가면 서도, 자신이 지켜야 할 ‘주군’에게
는 피 한 방울 일절 튀기지 않았고.
“이제 눈뜨셔도 됩니다.”
아르델의 소가주가 명한 ‘첫 번째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 내었다.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으, 응……. 볼바르 경 덕분에.”
“후, 다행이다.”
아이린이 머리카락을 쓸어내며, 루 이나의 눈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 다.
하지만, 루이나는 여전히 불안한 시선으로 물었다.
“어, 언니. 그런데, 오빠는?”
자신의 오빠를 찾는 루이나의 질문 에, 볼바르 페튼의 시선이 후문 방 향으로 향했다.
“질긴 악연을 잘라내러 가셨습니 다.”
“••••••악연?”
질긴 ‘게리힐’과의 악연.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루이나는, 여전히 불안하다는 듯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무사한 거 맞아?”
“ 그야……
그때 였다.
쿵! 콰과과과과광!
후문 방향에서 궁궐 전체를 집어삼 킬 만큼, 거친 파공음이 들려왔고.
파앙-!
마나의 해일이 폭풍처럼 밀려왔다.
“••••••이, 이건••••••
궁궐 전체를 잠식시켜 버린 마나 폭풍에, 아이린은 온몸에 소름이 돋
아남을 느꼈다.
근원지까지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 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렇 게 짙은 마나를 풍겨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건 단순한 6클래스 수준의 마법 이 아니었다.
7클래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마법.
순간 불안한 예감이 엄습했다.
이런 마법에 맞는다면, 그 어떤 사 람도 살아남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 이다.
설령, 그게 루인 아르델일지라도.
“언니!”
아이린의 불안정한 시선을 느낀 루 이나가 앙칼지게 소리쳤고.
“가…… 가봐야겠어요.”
아이린 프리우스는 어지러운 듯 잠 시 휘청거렸지만, 정신을 다잡으며 후문 방향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 다.
“같이 가시죠.”
볼바르 페튼은, 자신이 안아 들고 있는 루이나를 흘깃 바라보았다.
‘으 ’
후문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 니, 루이나를 여기에 두고 혼자 갈 까도 잠시 고민했지만.
궁궐 그 어느 곳보다, 자신의 옆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고는 루이나 를 들고 그대로 내달렸다.
‘제, 제발……!’
텔레포트로 저만치 앞서 달려가던 아이린 프리우스는, 이 불안감이 사 실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루인 아르델이 죽지 않기를 바랐 다.
하지만, 후문 방향에 널브러져 있 는 시체들은 참혹한 지옥의 모습 그 자체였다.
산처럼 쌓여 있는 시체들 사이에 섞여 있는 루인 아르델의 모습이 겹 치듯 떠올랐고.
극도의 불안감에 아이린이 소리질 렀다.
“루인!”
이는, 아이린의 심장을 요동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뜨겁게 달아오르던 심장은.
“메, 메테오……
혼란한 궁궐 한가운데 생긴 커다란 메테오의 흔적을 확인하며 차갑게 식었다.
7클래스도 아니고, 무려 8클래스 마법이 다.
대륙에서 ‘염왕 테론’이 아니라면, 누가 감히 메테오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염왕 테론이 이곳에 왔다.
그리고, 루인 아르델을 죽였다.
그게 아니라면, 이 모든 상황이 설 명되지를 않는다.
설마 했던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온
그 순간.
“••••••아.”
아이린은, 황망한 얼굴로 그 자리 에 풀썩 주저앉았고.
뒤따라오던 볼바르 페튼 역시, 늘 랐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불행을 직감한 루이나가 중얼거렸 다.
“오빠‘? 오빠는?”
“아니지? 죽은 거 아니잖아.”
아이린은 여전히 대답하지 못했고, 루이나는 저도 모르게 닭똥 같은 눈 물을 흘렸다.
그때 였다.
“뭐야, 죽긴 누가 죽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셋 모 두 황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어디서도 목소리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고.
예의 그 목소리는 한 번 더 들려 왔다.
“나, 참. 멀쩡한 사람을 왜 죽이는
거야?”
“오, 오빠?”
“……루, 루인 님.”
바로, 이들의 머리 위에서.
* * *
7클래스 고위 마법사의 상징, 플라 이 마법.
나는, 아래로 가볍게 착지하며 싱 긋 웃어 보였다.
“……내가 졌을 거라 생각한 거야?
으음. 그래도 이렇게 슬퍼해 주니 기분은 좋은데.”
그때,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아이 린이 내게 달려와 와락 안겨들었다.
그녀는 내게 어떤 말도 하지 않았 지만, 어찌나 걱정을 많이 했는지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나는 아이린의 어깨를 가볍게 안아 주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자들은, 용기 있는 남자를 좋아 해요.’
……지금인가?
파르르 어깨를 떨며 소리 죽여 울 고 있는 그녀에게.
‘진심을 가득 담은’ 뽀뽀를 선사할 때가.
내가 살며시 눈을 감고 분위기를 잡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이 와중에 지금……!”
“..억.”
퍼억!
아이린의 ‘진심이 가득 담긴’ 주먹 이 내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으음, 이 타이밍이 아니었나.
연애는 너무 어렵단 말이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머리를 긁적이며 화제를 돌렸다.
“아까는 편하게 말 잘 놓으시더니, 갑자기 또 존댓말이네요.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루인!’이라고 소리쳤잖 아요.”
“그, 그건 제가 너무 다급해서
“그러지 말고, 우리 이참에 서로 말 놓을까요?”
“••••••네?”
나는, 당황한 아이린을 향해 장난
스럽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이린. 많이 걱정했어?”
“이 멍청이가!”
이번에는 루이나의 앙증맞은 주먹 이 내게 날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