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69)
올 힘 마법사 169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게리힐의 망명을 받아준 것이 전하라는 사실 을 의도적으로 드러내셨다는 뜻입니 까?”
“마법은 대부님을 따라올 자가 없 을지 몰라도, 정치는 아무래도 제가 좀 더 나은 것 같군요. 게리힐을 숨 겨준 것이 황태자다, 이 사실을 제 가 숨기려 했다면. 이게 발각되는 것이 두려웠다면. 애초에 게리힐을 이용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황태자의 뻔뻔한 언변에 염왕 테론 의 눈썹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황태자는 그런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지 이죽이죽 웃으며 ‘정치학’ 강의를 이어갔다.
“정치란 그런 것입니다. 내가 들고 있는 카드가 무엇인지, 내 의중이 무엇인지를 상대에게 슬쩍 흘려줄 필요가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내가 만든 체스판 안으로 끌고 오기 위해서.”
황태자가 차갑게 식은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올 려져 있던 체스의 졸(卒)에 해당하 는 폰(Pawn)을 들어 올리며 찻잔 속에 빠뜨렸다.
퐁당.
“녀석은 고립되어 있습니다. 제 찻 잔 속의 폰에 불과하죠. 소국(小國) 의 멍청한 쌍둥이 왕자들이 제게 감 히 뭐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루인 아르델이 제게 무엇을 할 수 있겠습 니까? 결국, 녀석은 뒤로 도망칠 수 도 없는 폰(Pawn)일 뿐입니다.”
황태자가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 다.
찻잔이 쨍그랑 깨지며, 체스말이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녀석은 절대 킹 (King)을 잡을 수 없습니다. 제 곁을 지키고 있는 비 숍, 나이트, 룩조차 뚫어내지 못하겠 지요. 폰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대각선으로 도망치는 것밖에는 없으 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대부님?”
황태자의 말에 염왕 테론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원래 이런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 다.
황태자가 아장아장 기어 다니던 갓
난아기일 때부터 지켜봐 온 그였으 니까.
어렸을 때부터 1% 실수도 용납하 지 않는 완벽주의자였지만, 황태자 에게는 정작 중요한 한 가지가 ‘결 여’되어 있었다.
바로, 공감 능력.
평범한 사고방식으로는 황태자의 머릿속을 이해하지 못한다.
황태자 또한, 범인들의 머릿속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녀석이 발악하면 발악할수록 더 재미있겠지요. 기왕이면 잔뜩 화 가 난 얼굴로 제 앞에 나타나 주었
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저를 흥분 시켜 줄지 궁금하거든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기회가 온다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 습니다. 루인 아르델은, 제게는 반드 시 지워야 하는 거절의 흑역사거든 요.”
황태자에게는 이 세상 모든 일이 장난이고 놀이다.
두려운 것은 아무것도 없고.
17세에 8클래스 마법을 사용하는, 이례적인 천재 마법사 역시 황태자 에게는 언제든 부숴 버릴 수 있는
체스 말에 불과하다.
이 사실을 다시 한번 인지한 염왕 테론은, 그를 이해시키는 것을 포기 하고 등을 돌렸다.
“소국은 비록 약하지만, 대국의 오 랜 우방이었습니다. 만약 이번 일로 소국과의 관계가 틀어지게 된다면, 폐하께서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테론의 입에서 ‘황제’가 거론되자, 황태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시에 그의 눈에서는, 범인은 감 히 품을 수도 없는 커다란 야망이 드러났다.
“아버지의 병환이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깊어지십니다. 내로라하는 신의(神醫)들도 두 손 두 발 다 들 고 포기해 버렸지요. 즉, 아버지께서 쥐고 계시던 모든 ‘권력’이 며칠 이 내에 제게 들어온다는 말입니다. 대 부님도 알고 계시지요?”
“……그 말은 못 들은 것으로 하겠 습니다.”
“이미 들은 말을 어찌 못 들었다고 그러십니까. 제가 아버지를 죽게 만 든 것도 아닌데, 이런 말을 하는 것 도 불충입니까?”
“네. 불충이고, 불효입니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
염왕 테론은 더 말을 잇는 것을 포기하고 모란궁을 빠져나갔고.
그런 염왕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황태자는 혀를 찼다.
“쯧. 저렇게 간이 작으셔야.”
황태자의 시선이, 모란궁 구석에 걸린 프렐리아 대륙 전체가 그려진 지도로 향했다.
그의 눈빛이 또 한 번 야망으로 빛났는데, 그 모습이 정복자의 그것 과도 무척 흡사했다.
“……햐
이미 대륙에서 가장 방대한 영토를 보유하고 있는 ‘제국’이었지만.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었다.
황태자를 만나러 간다.
이 말에, 왕자님들은 극도의 불안 감을 보이셨다.
“마음이 너무 불안하여 요 며칠간 잠도 제대로 이루지도 못했소.”
“루, 루인 공. 황태자를 만나러 간 다는 말. 정녕 우리가 오해하는 그
런 뜻은 아니겠지요?”
“루인 공마저 우리 왕국을 등지면! 왕국에는 미래가 없소! 그러니 우리 의 이런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지 말 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하는 거야.
“귀화 같은 거 하고 싶은 생각. 추 호도 없습니다.”
“저, 정말이오?”
“앞으로 몇 번을 더 말씀드려야 할 까요. 제가 센 것만 벌써 다섯 번이 넘는데. 아니면, 각서라도 써드려야 할까요?”
“오! 각서! 그럼 그렇게 해주시겠 소‘?”
그딴 종이 쪼가리가 무슨 소용이라 고.
“정녕 제 충성심을 의심하시는군 요.”
“으, 응? 그, 그런 게 아니라……!”
“주군이 신하를 의심하는데, 어찌 큰 뜻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왕자 님들이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저는……
“아, 아니오! 믿소! 누구보다 그대
를 믿소!”
“어찌 감히 루인 공의 충심을 믿지 않을 수가 있겠소. 우리는 그대를 믿으니, 마음 편안히 황태자를 만나 고 오시오.”
아, 그러세요.
궁궐 습격 사건의 뒷수습이 얼추 마무리되자, 귀족 검술대회는 재개 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회 불참을 선언하고 수도를 떠난 귀족들도 여 럿 있었고, 죽거나 다친 수련 기사
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대회는, 소수의 인원으로 약소하게 진행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루이나의 실력이 더 욱 돋보였다.
“아가씨께서는, 예전보다 더 강해 지셨군요.”
루이나는,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었 다.
“역공을 허용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도, 무척이나 침착하게 대응하시는 군요. 검을 피하는 것이 느리게 느 껴지시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사실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던 암살자들로 부터, 끔찍했던 ‘실전’을 강제로 겪 고 난 후.
루이나는 이미, 단순한 수련 기사 수준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자신보다, 서너 살은 더 많은 남자 수련 기사들을 상대로 내내 압도적 인 모습을 보였고.
단 한 번의 위기도 내어주지 않았 다.
“아가씨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 요. 다음번에는 절대 짐이 되고 싶 지 않다고.”
“짐이라뇨? 그 무슨……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얼어버 린 일이 내내 마음 쓰이셨던 모양입 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가씨께서는 절망적인 상황을 마주 하면 그대로 주저앉으시는 나약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래.
피는 속이지 못한다.
루이나는, 나와 닮았다.
“도련님처럼, 절망을 원동력 삼아 더 높은 곳으로 도약하시는 분입니 다. 보십시오.”
루이나는, 왕립 수련원 ‘수석’ 졸업 을 앞두고 있다는 잘생긴 금발 오빠 의 검을 가볍게 쳐냄과 동시에.
체중을 실은 어깨로 밀치며 틈을 만들어내고, 그 틈에 제니그라실을 쑤셔 넣었다.
금발의 수련 기사는, 다리를 베이 며 휘청거렸고.
루이나는 지체 없이 그대로 몸을 회전하며 수련 기사의 후방으로 이 동해 상대의 어깨를 짓누르며 다운 시켰다.
수련 기사의 얼굴이 흙바닥에 닿았
고, 루이나는 그의 목에 제니그라실 을 가져다 대었다.
척!
“루, 루이나 아르델! 루이나 아르 델 승리!”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승리였다.
이것으로, 루이나가 왕국 대표로 ‘소드 그랑프리’에 진출하는 것이 확정되었고.
승리를 축하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 다.
“와아아아!”
나와 아이린, 볼바르 경은 푼수처
럼 기뻐하며 가장 크게 박수를 쳤 다.
하지만, 정작 루이나는 웃지 않았 다.
자신의 퍼포먼스에 만족하지 못한 듯,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강함’에 대한 끝없는 욕심을 가지 게 된 것이다.
나는 그런 루이나의 얼굴에서, 마 치 옛날의 나를 거울로 보는 것 같 은 착각을 느꼈고.
이미 한번 마음먹었던 일이지만, 그게 또 흔들렸다.
“볼바르 경.”
“네.”
“만약, 루이나에게 ‘소드 그랑프리’ 에 나가는 것을 포기하자고 하 면……. 실망하겠죠?”
“그 이유가 혹시, 이번에 궁에서 일어났던 비극과도 관련이 있습니 까?”
“네. 황태자가 저를 노리고 있습니 다. 황태자뿐만이 아니라, ‘마법사의 왕’이라 불리는 염왕 테론 알테미스 조차도 제가 죽기를 바라고 있지 요.”
“알테인이 아무리 라이나크 제국의
연방국이라 할지라도, 엄연히 제국 땅입니다. 그런 곳에 루이나를 데리 고 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서요. 그렇다고, 제 문제 때문에 루이나의 꿈을 저버리라고 말하는 것도 마음 이 쓰이고……
“으음,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 려도 되겠습니까?”
볼바르 경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아가씨께서는 자신이 짐이 되는 상황을 원치 않으실 겁니다.”
“네?”
“저 또한 그렇고요. 아니, 아르델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겁니다. 이번 ‘소드 그랑프리’를 피한다고 하여, 똑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까? 제국의 황태자가 도련님 을 놓아주기라도 하는 것입니까?”
“••••••아뇨.”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십시오. 원 하는 대로 부딪히십시오.”
볼바르 경은, 너무 깊게 고민하지 는 말라는 듯 옅게 미소 지으며 말 씀하셨다.
“도련님의 적은 저의 적이기도 합 니다. 만일 도련님을 노리려는 자가 있다면, 그게 무엇이든 제 검이 용
서하지 않을 겁니다. 아가씨도 마찬 가지고요.”
볼바르 경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 에게 다가오는 루이나를 향해 환히 웃어 보이셨다.
“도련님께서, 너무 착하셔서 그렇 습니다.”
“응? 오빠가 왜?”
“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리 아 가씨께서 검술대회 우승자가 되신 기념으로, 제가 맛있는 저녁을 만들 어 드리고 싶은데. 어떠십니까? 다 들 괜찮으십니까?”
“좋지!”
나는, 그제야 머쓱하게 웃음을 지 었다.
복잡했던 머리가 차분하게 정리되 는 기분이다.
“……경의 음식 솜씨라면 믿을 수 있죠.”
왜 저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봐야 하지?
왜 저들 때문에 루이나가 꿈을 펼 치지 못해야 하지?
저들이 강하기 때문에?
제국의 황태자라서?
까짓 게 뭐가 중요하다고.
내게 더 중요한 것은, 저들의 눈치 를 보는 것이 아니라.
루이나가 소드 그랑프리에 나가, 원하는 만큼 재능을 마음껏 떨치는 것이다.
만약, 그 일에 이상한 이유로 훼방 을 놓는다면.
황태자고 뭐고, 싹 엎어버릴 생각 이다.
그래.
때. 려.준. 다.
상대는 제국이고, 적의 아가리 속 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기 위해서는 단단히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궁 외곽에 있는 마법사의 탑 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잠시, 마탑에 좀 다녀올게요.”
아르델.
생에 첫 번째 연애에 꿈만 같은 시간을 보내던 제이슨 데이먼은, 수 도에서 날아온 전보에 헐레벌떡 밖
으로 뛰쳐나갔다.
“달-링! 어디가!”
“자, 잠시만! 급한 일이 있어서!”
정신없이 달려 제이슨이 도착한 곳 은, 다름 아닌 ‘체술관.’
“나, 나르메르 씨!”
“저를 찾으셨나요?”
“헥, 헤엑……! 헥……. 네, 네. 여
기. 이거 받으세요.”
제이슨이 급하게 받아적은 쪽지를 나르메르에게 전달했다.
《나르메르 씨의 도움이 필요할지 도 모르겠네요. 수도로 와주시겠어 요‘?》
쪽지에는 루인 일행이 머무는 주소 가 함께 기재되어 있었고, 내용을 확인한 나르메르는 옅은 신음을 흘 렸다.
“ 흐음••••••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자신을 비롯한 고아원 아이들 모두 가 아르델에 무사히 정착한다는 조
건으로 약속했던 ‘도움’.
그건, 고아원장 나르메르의 도움이 아니라.
8성 체술가 ‘마르타 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체술관에 함께 있던 나디아와 와즈 너가 덩달아 관심을 보였지만, 나르 메르는 고개를 저었다.
“에스페라나자에서 받았던 은혜를 갚을 때가 온 것 같구나.”
“……은혜요?”
고아원장 나르메르.
아니, 차크라의 근원이자 극한의 체술, 무기술의 달인.
8성 체술가 마르타 첸의 눈빛이 무섭게 빛났다.
“도련님에게 다녀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