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2)
올 힘 마법사 172화
체스.
‘킹’부터 ‘폰’까지.
총 16개의 말을 가지고 지략을 겨 루는 게임으로, 상대의 킹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
“……정말 저랑 체스나 한번 두자 는 얘기는 아니실 테고.”
하지만, 황태자가 내게 제안한 체 스는 그 결이 조금 다르다.
본능적인 불쾌함이 먼저 피어올랐
다.
“제 사람들을 체스 말로 사용해 게 임을 하자는 것이라면. 거절하겠습 니다.”
내 말에 황태자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눈치 하나는 빠르단 말이야. 왜? 뭐가 문제지?”
“황태자님에게 저 기사들은 단순한 체스 말일 뿐이겠지만, 제게는 지켜 야 하는 가족이거든요.”
“가족이라, 시시한 관계군.”
“가장 위대한 관계죠.”
“나는 너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 니다.”
“……이게 제가 황태자님 곁에 있 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저도 결국에 많은 체스 말 중 하나일 뿐이죠.”
황태자는 부정하지는 못하겠다는 듯 쓰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겨냈다.
그러자 묵시의 기사가 고개를 숙였 다.
“소드 그랑프리에 예정이 없던 번 외 경기를 추가하겠다.”
황태자가 주관하는, 예정에 없던 번외 경기.
미니 체스.
“킹을 포함한 다섯 명이 한 팀. 총 10명이 경기장에 올라 게임을 펼친 다. 물론, ‘킹’은 나와 루인 아르델 이다. 모두 죽거나, 킹이 죽으면 경 기는 곧바로 끝난다. 보호 장비는 입지 않는다. 금일 예정된 경기들이 모두 종료되면, 곧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존명.”
황태자와 묵시의 기사들이 등을 돌 리려 하자, 내가 입을 열었다.
“저는 동의한 적 없습니다.”
그러자 황태자가 눈을 흘기며 중얼
거렸다.
“동의를 구한 적 없다고 말했을 텐 데.”
“하지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 네가 이 긴다면, 네 여동생이 소드 그랑프리 를 무사히 끝마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마. 너를 노리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거든.”
노리는 사람이 황태자뿐만이 아니 다?
이는, 염왕 테론을 의미하는 확률 이 높다.
“내 장난감을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그 말은, 현재 둘은 같은 편이 아 니라는 말인가?
황태자가 말을 이었다.
“폰은 뒤로 도망칠 수 없지. 체스 판에 올랐으면, 전진해라. 도망치려 하거나, 이 싸움을 피하려 들면. 너 와 네 여동생. 네가 그토록 아끼는 ‘가족’ 모두가 죽는다. 설마, 제국 안에서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으 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게 끝이었다.
황태자는 내 대답을 듣지 않고, 동 행한 묵시의 기사들을 데리고 어딘 가로 사라졌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죄송해요. 제가 너무 늦었죠?”
“아가씨께서 화를 내면서 나가시기 는 하셨습니다. 화장실에 빠져 죽은 거 아니냐고.”
미안, 루이나.
너무 늦었지.
“그래도 딱 맞춰오셨어요. 바로 다 음이 루이나 차례거든요.”
아이린이 경기장을 가리켰다.
그녀의 말처럼, 루이나가 경기장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상대는 제국의 황립 수련원 소속 이에요. 루이나에게 쉽지 않은 상대 겠지만……
“이길 겁니다. 아가씨가.”
경기를 관람하는 우리는, 모두 같 은 믿음을 가지고 루이나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이 믿음 그대로였다.
루이나는 경기를 지배하지는 못했 지만, 차분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싸 움을 끌어가고 있었다.
간간이 웃는 미소를 보이는 것으로 보아, 꽤 할 만한 상대인 모양이다.
나는 저 웃음을 지켜주고 싶었다.
저 용기를 소드 그랑프리 내내 드 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내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꿈을 위협 받고, 방해받기에는…….
너무 미안하잖아.
“어떻게 되셨습니까?”
볼바르 경의 질문에, 나는 황태자 와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았다.
황태자가 제안한 게임, 미니 체스.
자세한 내막을 확인한 아이린은 꽤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떴고.
볼바르 경은 조용히 침묵하셨다.
스트랑은 ‘재수 없는 자식’이라고 중얼거렸고, 나르메르 씨는 말씀하 셨다.
“기분이 썩 좋은 일은 아닙니다만, 싸우냐 마느냐. 양자택일의 선택지
는 없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도 부 딪힐 수밖에 없지요.”
나는 이런 나르메르 씨의 말에 공 감하면서도, 입을 열었다.
“저는 싸울 생각입니다만, 저를 위 해서 목숨을 걸라고 부탁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위험한 싸움이니 까요.”
말 그대로다.
나 역시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 지만, 복종과 충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아이린 프리우스.
그녀에게는, 자기 조국의 황태자에
맞서라는 다소 무례한 부탁일 수도 있다.
여차하면 그녀의 도움 없이, 4 대 5의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아이린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저를 뭐 로 보시고.”
“••••••네?”
“이건, 루이나의 문제기도 하다고 요. 비겁하게 저 혼자 쏙 빠질 거라 생각한 거예요?”
“비겁한 게 아니라, 현명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었 다면, 애초에 아르델로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라고요. 모르는 척하는 거 예요,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거예요?”
“아이린 아가씨 말씀이 맞습니다. 설마, 도련님 혼자 싸우라고 등 떠 밀 것이라 생각하신 겁니까?”
“이제야 도련님께 도움이 될 순간 이 찾아왔는데, 그렇게 생각하시면 섭섭합니다. 저희를 믿으셔도 좋습 니다. 그렇게 약하지 않거든요.”
“맞아. 이 녀석들 엄청 강하니까,
믿고 함께 싸우라고. 물론 그 다섯 명에는 나도 포함되는 거겠지? 재밌
겠네.”
아이린, 볼바르 경, 나르메르 씨.
그리고 스트랑까지.
모두가 내 부탁을 외면하지 않았 고, 나는 소용돌이 치는 마음을 다 잡으며 시선을 들어 올렸다.
“모두 고마워요. 대신, 이거 하나만 큼은 약속드릴게요.”
내 시선이 불쾌한 시선으로 루이나 를 응시하고 있는 황태자에게로 향 했다.
“그 누구도 다치게 만들지 않겠습 니다.”
“와아아아아아!”
때마침, 루이나가 상대 수련 기사 를 쓰러뜨리고 승리를 쟁취했다.
♦ ♦ ♦
“황태자 전하께서 알테인에 계시 다‘?”
“네. 뿐만이 아니라, 루인 아르델도 알테인에 온 것을 확인했습니다.”
“••••••기어코•…”
염왕 테론.
그는, 마탑의 최상층 ‘테론의 권좌’ 에 앉은 채로 수정구를 통해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그는, 분노했다.
자신에게 일절 상의도 없이 루인 아르델을 만나러 몰래 떠난 것도 모 자라.
“……번외 경기?”
말도 안 되는 ‘번외 경기’를 치르 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드 그랑프리.
이는, 마법사의 대제전과 더불어 기사들 사이에서 손꼽히는 권위 있 는 대회다.
이런 명망 높은 대회장을, 자신의 개인적인 ‘놀이터’로 만든 일은.
그게, 제아무리 황가의 핏줄을 타 고난 무소불위의 황태자라 할지라도 책임을 물어 마땅한 경거망동한 행 동이다.
유망한 기사를 뽑는, 소드 그랑프 리라는 대회 의도가 ‘변질’되어버리 는 것이다.
거기다, 만약…….
아주 만약에.
황태자가 패배하고, 루인 아르델이 이기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
수많은 제국민이 보는 앞에서 루인 아르델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것과 동시에.
황가의 무능함을 인정하게 되는 꼴 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루인 아르델을 죽일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
모두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을, 제국령 안에서 대놓고 죽일 수는 없 는 일이니까.
“왜, 도대체 왜!”
염왕의 분노가 마탑 전체를 가득 울렸다.
이게 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부술 수도 있다는 황태자의 오 만함.
위기감이라고는 없이 놀잇감으로만 생각하는 부주의함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쾌락을 채우 기 위해 모든 일을 그르치고 있다.
조용히.
누구보다 조용히 죽여 버렸어야 할 녀석을, 대놓고 링 위로 끌어올리다 니.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염왕 테론의 눈이 빛났다.
“물러라. 폐하를 뵈러 가야겠다.”
고삐 풀린 황태자를 제어할 수 있 는 유일한 인물.
제국을 넘어, 프렐리아 대륙 전체 를 지배하고 있는 절대자.
황제(皇帝), 타이탄 라이나크.
지금은 늙고 병들었다고는 하지만, 황태자를 막아설 남자는 그가 유일 하다.
“오랑캐는 오랑캐로, 황족은 황제 로.”
염왕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 * *
소드 그랑프리 첫날 대회 일정이 모두 종료되었다.
“예, 예정되어 있던 경기는 모두 끝났지만…… 급하게 잡힌 번외 경 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이름하 여…… 미니 체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대회 중계를 하는 사회자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 고 다음 번외 경기에 대한 공지를
시작했다.
“응? 무슨 일이지?”
“……번외 경기라고? 이런 적이 있 었던가?”
5 대 5로 진행되는 번외 경기.
내게는 예정된 일이었지만, 일반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다.
이런 경우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 하는 소드 그랑프리에서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경우기 때문이다.
황태자 쇼메르탄 라이나크의 명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번외 경 기.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남자.
황태자가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 객석 전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화, 황태자 전하다!”
“ 전하!”
모두가 그 자리에 바짝 엎드리기 시작했고, 알테인 스타디움을 꽉 채 운 객석에서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있는 이들은 우리뿐이었다.
황태자는 경기장에 한가운데 서서, 손가락을 튕겨냈고.
예의 그 ‘8성’의 묵시의 기사 2명
과 2명의 마법사를 더 불러내었다.
마법사들은 모두 7클래스 마법사들 이었다.
황태자의 명에 마법사들이 바닥에 진을 그려내기 시작했고, 곧이어 경 기장 바닥이 흑백이 공존하는 거대 한 체스판으로 변했다.
황태자 쪽은 모두 흑의(黑衣)를 입 고 있었고, 내 쪽이 입을 것은 새하 얀 백의(白衣)였다.
“룰은 간단하다. 먼저 킹(King)을 잡으면 끝나는 간단한 게임이지.”
황태자의 짧은 설명에, 납작 엎드 리고 있던 관객들이 고개를 들어 올
렸다.
모두의 얼굴에는 의구심이 가득했 지만, 감히 그 자리에서 누구도 입 을 열지도, 경기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오만한 황태자의 시선이 내게 닿았 다.
“내려와라. 루인 아르델.”
그러자, 곁에 있던 루이나가 내 옷 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오빠. 무슨 일이야?”
루이나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나는
싱긋 웃어주었다.
“응, 별일 아니야.”
“……이게 별일 아니라고? 나도 그 정도 바보는 아니야.”
“금방 끝내고 와서 설명해 줄게.”
황태자 역시 알고 있겠지만.
오히려, ‘게임’이라는 핑계로 내게 나쁘지 않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목이 집중된 공개적인 대회.
나는, 이곳에서 내가 가진 모든 패 를 다 꺼내놓을 생각이다.
“그럼, 다녀올게.”
“오빠!”
“아가씨,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루이나. 금방 다녀올게.”
나는 울먹이려 하는 루이나의 머리 를 쓰다듬고는 객석 계단을 내려가 기 시작했다.
경기장 앞.
거대한 체스판 앞에 서자, 오만한 얼굴로 킹 (King)의 자리에 앉아 있 던 황태자가 말했다.
“그럼, 게임을 시작하지.”
체스라는 이름의 핑계로 시작되는 데 스매 치.
체스에 필승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룩을 지키기 위해서는 나이트를 잃 을 것이고.
누군가는 다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필승법에 가까운 방법이 존재한다.
“여기, 절대 죽지 않는 녀석이 있 거든.”
스트랑이 연기를 뿜어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