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9)
올 힘 마법사 179화
“역시, 녀석으로는 무리인가.”
염왕 테론은 자조적인 얼굴로 중얼 거렸다.
둠 프라임이 숨을 거두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옛 제자의 죽음에 대한 슬픔 따위의 감정은 없 었다.
오히려, 홀가분하게 보이기까지 했 다.
그의 걸음이 빨라졌다.
도착한 곳은, 황태자가 기거하는 모란궁.
“전해라. 태자 전하를 뵈러 왔다.”
“만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여쭤보지도 않고 어찌 네놈이 대 답하느냐. 어서 전하거라.”
“또 찾아오시면 이렇게 전하라 하 셨습니다. ‘당분간 대부님을 만나고 픈 마음이 없으니, 더 근신하십시 오’라고.”
염왕 테론.
그는 마법사의 탑을 이끄는 탑주였 지만, 그 권력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자신 역시 황태자의 권력이 필요하 였기에, 그의 뜻을 존중하고.
자신의 힘으로, 루인 아르델을 죽 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권력에 충성하다 돌아온 대 가는 무엇인가.
만나주지도 않고, 이제는 아랫것들 에게 천한 대접이나 받게 만들고 있 다.
감히, 염왕을?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일무이 하던 8클래스 대마법사를?
염왕의 눈이 퀴퀴하게 빛났다.
“내 오늘은 반드시 전하를 만나야 겠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나를 막아 설 것이냐?”
“지, 지금 위협하시는 겁니까? 감 히 여기가 어디라고 이런 무례를 범 하시는 겁니까! 여기는 황태자께서 지내시는 곳입니다.”
“그래. 내가 위협하는 것이라면, 네 놈들이 어떻게 하겠냐고 물었다.”
경계의 마법사의 얼굴이 무시무시 하게 변했고, 모란궁을 지키던 무인 들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렇게까지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 지도 못한 것이다.
“비켜라. 오늘은 뵈어야겠다.”
염왕은, 주저 없이 발을 내디뎠다.
동시에 모란궁을 지키던 무인들의 검에서 검기가 발출되었지만, 모두 염왕의 마나 배리어 앞에 무너져 내 렸다.
모란궁 지붕에 숨어 있다, 염왕의 목을 노리며 달려든 무인들 역시 마 찬가지 다.
배리어에 가로막혀 염왕 테론의 근 처에도 닿지 못했고, 염왕은 이들의 목을 우습게 틀어잡았다.
“하나같이 애송이들이로군. 이래서 누가 누구를 지킨다는 것이냐?”
사르륵.
염왕의 손아귀에 목이 틀어 잡힌 무인들은 모두 생기를 빼앗기며 말 라 죽었다.
“비, 비상!”
삐이이이이이이 잉-!
모란궁 전체에 경보가 울렸다.
경보가 끝나기도 전에, 8성 기사들
이 들이닥칠 것이다.
하지만, 염왕에게는 그 찰나의 시 간이면 족했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염왕이 시체를 옆으로 집어 던지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비상사태에도, 침착한 모습으 로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리던 황태 자 쇼메르탄 라이나크.
그는, 무척이나 심드렁한 얼굴로 물었다.
“……역시, 대부님이셨군요.”
황태자에게 위기감이라고는 없었 다.
이런 모습을 보자, 염왕은 절로 존 경심이 튀어나왔다.
그래.
원래, 이런 분이셨지.
이런 모습에 따랐었지.
“소란을 일으켜 죄송합니다. 단지 태자 전하를 뵙고 드릴 말씀이 있었 을 뿐입니다.”
“제 뜻을 전달받으셨을 텐데요.”
“전하께 직접 들었으면 들었지, 아 랫것들에게 모욕을 받을 수는 없었
습니다.”
“이빨은 다 빠졌지만, 호랑이는 여 전히 호랑이다…… 뭐, 이런 건가 요.”
“아직 발톱은 남아 있지요.”
“그래, 용건이 무엇입니까? 발톱만 남아 있는 호랑이를 예뻐해 달라, 뭐 이런 겁니까‘?”
“제게 왜 이렇게 차가워지셨습니 까?”
“정말 몰라서 물으십니까. 똑똑한 분이신 줄 알았는데.”
황태자가 헛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홀짝였다.
그의 시선에는 일말의 ‘애정’도 남 아 있지 않았다.
“탑주 자리가 위태로우시다고 하지 요? 네, 이빨이 다 빠졌다고는 하지 만, 그래도 오랫동안 따랐던 분이라 최후의 존경심은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놀이를 훼방 놓기 위해 아버지를 끌어들이신 것은 도무지 용납이 안 되는군요. 제가 그렇게도 우스워 보이셨습니까? 아버지가 나 타나면,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할 것처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 까? 용서를 구하면 되겠습니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시골로 내려 가서 조용히 농사나 지으십시오. 그 럼, 가끔 명절날에 선물이라도 사서 찾아가겠습니다.”
제국에 헌신한 한 명의 마법사로 서.
마법사의 탑을 지배하던 탑주로서.
그리고, 마족을 섬기는 마인(魔人) 으로서.
루인 아르델을 제거하고 ‘권좌’에 앉아 황태자의 권력을 등에 업는 것 이 여러모로 유용했지만.
이제는 그 황태자에게 신뢰를 잃 고.
더 뛰어난 재능의 등장에 마법사의 탑마저 등을 돌렸다.
곧 있으면, 마족을 섬긴다는 소문 마저 돌기 시작할 테니…….
‘퇴물’ 취급이나 받으며 레버다인 에 머물 이유가 사라졌다.
염왕이 다짐하듯 중얼거렸다.
“전하께서는 한번 먹은 뜻을 절대 굽히 시 지 않는 분이 지 요.”
“구부릴지언정, 부러져 버릴 사람 이 되라고 가르쳐주신 분이 대부님
이니까요.”
“저 역시, 제 뜻을 굽히지 못하겠 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정녕 제 장난감을 빼앗으시겠 다는 거군요.”
처음으로 황태자의 입꼬리에 미소 가 번졌고, 그 미소가 너무나도 차 가워서.
염왕 테론은 소름이 돋아남을 느꼈 다.
그리고, 이윽고 돌아온 황태자의 차가운 대답에 결심했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죽어야겠지 요.”
떠나야 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킬 수 있을 새 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서.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집.
‘레버다인’을 스스로 무너뜨리겠다 고.
“저를 이렇게 만든 것은, 전하입니 다.”
염왕이 하늘 위로 팔을 뻗었고, 그 의 손끝에서 지옥의 불길인 ‘헬파이 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용과 인간의 마법이 아닌, 오직
‘마족’만이 사용하는 마법이었고.
이 불길한 지옥의 불길을 느낀 황 태자는, 겁먹기는커녕 광포하게 웃 어 버렸다.
“발톱만 남아버린 호랑이를 가엾이 여기려 했건만, 그 욕심이 너무 지 나치구나. 제대로 미쳐 버렸어. 감히 주인을 물려고 들다니……
그리고, 웃음을 뚝 그치며 무시무 시한 눈으로 중얼거렸다.
“지켜라. 장차 황제가 될 몸이다.”
황태자는 앉은자리에서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로 찻잔을 들어 올렸 고.
츠츠츳!
순간, 황태자의 곁에서 무수히 많 은 8성 기사들이 튀어나왔다.
-알려드립니다. 현재 도착 예정이 었던 레버다인발 마나 열차 A1 의 결항으로 인해, 열차 도착이 지연되 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 다. 도착 예정이었던…….
제국의 수도인 레버다인에서 출발
하여 알테인을 거쳐.
레디안 왕국의 수도를 지나갈 예정 이던 마나 열차의 도착이 지연되고 있다.
“무슨 일일까요? 항상 제시간에 도 착하던 마나 열차가 늦다니.”
“글쎄요. 아무래도 어젯밤 있었던 일과 무관한 것 같지는 않은데.”
내 안내를 담당하던 ‘길고양이 씨’ 의 말로는, 레버다인에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 사건의 진위를 알아보러 떠난
길고양이 씨가, 내게 황급히 달려왔 다.
“후보님. 알아보았습니다.”
“레버다인에 무슨 일이 있나요?”
“네, 그게……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길고양이 씨는 꽤 커다란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말을 아꼈고.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는 듯 한참을 고민하더니 이윽고 입 을 열었다.
“염왕 테론이 황태자를 공격했습니 다.”
“••••••네‘?”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야?
염왕이 황태자를 공격하다니?
“최근 레버다인 분위기가 뒤숭숭했 습니다. 새로운 탑주가 나타날 것이 고, 황태자는 더 이상 염왕을 신뢰 하지 않는다는 소문 때문이지요. 아 무래도, 그 일이 화를 불러온 것 같 습니다. 모란궁이 쑥대밭이 되었고 레버다인 전체가 아비규환으로 변했 습니다. 그 때문에 마나 열차가 출 발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거 였구나.
길고양이 씨가 말한 ‘천재지변’이.
8클래스 마법사인 염왕 테론이 레 버다인 한가운데서 마법을 쏟아낸다 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감히 예상 되지도 않는다.
어지간한 천재지변 수준의 범주는 벗어났을 테니까.
나는 물었다.
“염왕 테론은요?”
“극심한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붙 잡히지 않고 레버다인을 빠져나갔습 니다.”
“……황태자는요?”
“무사하시다고 합니다.”
어젯밤.
알테인의 연회장을 공격한 둠 프라 임과 마인들을 큰 피해 없이 제압할 수 있었지만.
이건 시작이었던 것일까.
염왕 테론은, 마족을 섬긴다는 자 신을 둘러싼 모든 의혹으로부터 달 아나는 것을 택했고.
자신의 집이던 레버다인과 황태자 를 무너뜨리려 했다.
이유야, 대략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제 곧 제 앞에 나타나겠군요.”
“맞습니다. 후보님을 죽이는 것. 그 게 목적이니까요.”
길고양이 씨는, 조금 다급한 목소 리로 대답했다.
“알고 계셔야 할 것이 하나 더 있 습니다. 염왕이 마족들이 사용하는 마법을 부렸다고 하더군요. 그는, 마 인이었습니다. 어쩌면 ‘마족’일지도 모르고요.”
“……역시, 그렇군요.”
“여, 염왕이…… 마족이라니.”
염왕이 마족과 연관이 있다는 이야 기는, 그의 직속 제자였던 아이린에 게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녀는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고.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쥐여주었다.
아니, 아이린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마법사가 충격을 받을 이야기 일 것이다.
진정으로 믿고 따르던 궁극의 8클 래스 마법사는, 이 땅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하지만, 충격에 휩싸여 있을 수만 은 없다.
가만히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마탑 역시 비상사태입니다. 탑주 자리는 현재 공석이 되었고, 최대한 빨리 새로운 탑주를 선출해야만 합 니다.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은, 후보 님께서 유일하십니다.”
주어진 역경을 빠르게 넘어야만 한 다.
그때, 알테인 마나 열차 환승역에 열차 도착을 알리는 안내음이 흘러 나왔다.
-잠시 후, 연착되었던 레버다인발 마나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탑 승하실 분들은 잠시 대기하여 주십 시오.
나는, 저 멀리서 달려오고 있는 마 나 열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저 마나 열차처럼, 빠르게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라이나크 제국은 조금씩 분열이 일 어 났고.
병약한 황제를 밀어내고, 누구보다
호전적인 황태자가 패권을 쥐려 하 고 있다.
염왕 테론은, 13개의 군단과 마신 이라는 새로운 경고를 보내오고 있 고.
마법사의 탑은, 탑주 자리가 공석 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는 내게 그 ‘탑주’가 되어 달라고 말하고 있다.
어제의 아군이 오늘의 적이 되었 고.
그 적이, 새로운 적을 만들어내는 한 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상황.
이 모든 일이 알테인에서의 지난
몇 주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니…….
그래.
새로운 바람이 분다.
나는 이 새롭게 불어오는 바람을 외면하지 않고, 조용히 마나 열차 위에 올라탔다.
“가시죠. 그 탑주의 검증이라는 거 하러.”
“……네. 후보님.”
마나 열차는, 새로운 바람을 타고 레디안 왕국을 향해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불어오는 새바람을 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