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5)
올 힘 마법사 185화
마법사 탑의 불꽃축제.
매일 밤 자정에 10분간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을 쏘아대고, 마 법사의 탑 전체가 오색찬란한 불빛 을 뿜어내는 날.
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
새로운 탑의 주인이 나타날 때마다.
마법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질 때마다.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마다 찾아오게 되는 축제 기간.
퍼엉-!
펑! 퍼버버벙!
대륙에 퍼져 있는 수십여 개의 마 법사의 탑이, 일제히 하늘 위로 불 꽃을 쏘아내며 장관을 만들어냈다.
10분.
어두컴컴한 밤거리가, 낮으로 느껴 질 만큼 환하게 변하는 순간.
“와아-! 불꽃이다!”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아이들은 일 제히 집 밖으로 뛰쳐나왔고.
쉽사리 보기 어려운 광경에 남녀노
소 할 것 없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와-! 예쁘다! 할아버지! 저건 뭐 예요?”
“허허, 마법사의 탑에 경사가 일어 난 것이란다. 새로운 탑의 주인이 나타났다는 뜻이지.”
“……탑의 주인?”
“이 할애비는 아주 오래전에도 똑 같은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단다. 어 디 보자……. 35년 만이던가, 36년 만이던가.”
염왕 테론이 탑주가 되던 날.
35년 전을 떠올리던 노인은, 오늘 같은 광경을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
라 생각하며 두 눈에 불꽃축제의 모 습을 가득 담았다.
오색찬란한 빛을 뿜어대는 마법사 의 탑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이러한 풍경은 대륙 전역에서 일어 났고.
에스페라나자에 들이닥친 사막의 모래폭풍도, 이 아름다움을 막아설 수는 없었다.
세타 말키리는 창밖을 가리키며 말 했다.
“……대제님! 저기 좀 보십시오.”
“호오, 아름답구나. 저건 새로운 탑 주가 선출되었다는 의미렸다.”
오요타 대제의 말에 세타 말키리 는, 자신이 다 자랑스러운지 부푼 가슴을 억누르며 말했다.
“네, 제 친구요.”
오요타도.
그리고……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아르델도.
“언니! 아빠! 저기 좀 봐!”
아르델에는 마법사의 탑이 존재하 지 않았지만, 인근 무역도시 몬조에 세워진 작고 허름한 마탑에서도 불 꽃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아름다움은, 아르델까지 닿았다.
밤하늘을 무수히 수놓은 불꽃에, 루이나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고.
아이린의 볼이 불꽃처럼 달아올랐 다.
“……예쁘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
마법사인 그녀가 어찌 모르겠는가.
저 불꽃이 무슨 의미인지를.
“루인••••••
“후우,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르델 가의 저택에 옹기종기 모여 불꽃놀이를 감상하던 모두가 가슴을 쓸어내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는 하지만, 탑주 검증을 위해 마탑을 찾았던 루 인의 소식이 한 달 가까이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걱정은 자연스러웠고, 괜한 호들갑 이 누가 될까 두려웠다.
그 기다림의 보람이, 드디어 오늘 찾아왔다.
누군가의 아들이.
누군가의 오빠가.
누군가는 지켜야 할 사람이며.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사랑하는 루인 아르델이…….
탑주가 되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탑주를 자신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는 누군가.
“루인 아르델이 탑주가 되었습니 다.”
“……알고 있다. 나도 보고 있으니 까.”
황제(皇帝) 쇼메르탄은, 천좌에 앉 아 오색찬란한 빛을 쏟아내는 마탑 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태어나던 해에 대부님께서 탑주가 되셨으니……. 정확히 35년 만이군.”
“그렇습니다.”
“결심했다. 1년 안에, 오늘과 똑같 은 광경을 또 볼 것이다.”
똑같은 광경을 또 보겠다는 말은, 1년 안에 새로운 탑주를 앉히겠다는 의미였지만.
이 말을 하는 것이 ‘쇼메르탄 라이 나크’였기에 다르게 들렸다.
“마법사의 탑이 역사 속에서 사라 진 날을 기념하는 불꽃축제, 어떻게 생각하느냐?”
10분.
프렐리아 대륙의 모든 이들이 똑같 은 불꽃놀이를 보았지만.
이들은, 제각기 다른 꿈을 꾸고 있 었다.
♦ ♦ ♦
“마탑에서 일어나는 모든 대소사를 결정지으실 분은, 탑주님이 유일하 십니다.”
조찬회으], 오찬회의, 정기회으], 긴 급회의 등등.
무슨 회의가 그렇게나 많은지.
하루 종일 회의에 시달렸다.
마제리아 해역을 끊임없이 침범하 는 해적들을 소탕하는데 마법사의 탑이 지원해 줄 수는 없는지.
현재 라이나크 제국과 영토 분쟁 중인 반국 페르나에 마법사 파견을 허락해 줘야 하는지.
철의 장원 메텔의 마도 공학 장인 몇 명이 은퇴를 계획하고 있는지.
오늘 화장실은 몇 번 갔는지 등등.
쉴새 없이 밀려드는 안건들에 파묻 혀 사흘을 허비했다.
“이제 끝난 건가요?”
“네, 굵직한 안건들은 대중 정리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 대략 210여 건 정도의 ‘사소한’ 문제들이 남아 있 기는 하지만……
“……주세요, 몽땅 다 주세요.”
선출되자마자, 일 안 한다는 이야 기는 듣고 싶지 않아서 앉은 그 자 리에서 모조리 처리해 버렸다.
어느 집 마법사가 재능이 있네, 어 느 학교의 마법사가 전학을 가네, 누구네 마법사가 연봉 협상을 요구 하네. 등등.
많기도 하다.
내 연봉도 아직 정확히 모르는데, 남의 연봉을 협상하라니.
이것 참.
그렇게 서류 더미에 파묻혀 지낸 지도 어언 일주일.
나는 녹초가 된 몸으로 의자에 쓰 러 졌다.
“하아……. 힘들다. 몸 쓰는 것보다 머리 쓰는 게 더 힘들어져 버렸어.”
그러자, 문이 끼이익 열리며 길고 양이 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탑주님.”
“윽, 저 방금 앉았거든요?”
“그럼, 나중에 다시 올까요?”
“……아뇨, 그냥 알아만 주시라고 요. 어서 들어오세요.”
길고양이 씨는 공적인 업무에서만 큼은 참으로 믿음직스러운 분이지 만, 가끔은 정말 무섭게 느껴진다.
항상 두꺼운 서류뭉치를 들고 다니 시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빈손이시네요?”
“……탑주님을 괴롭히려는 뜻은 없 었습니다.”
“음, 죄송해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
요.”
“피곤하시죠. 조금만 힘내십시오. 탑주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었던 터 라 일이 쌓여 있어서 그렇지, 앞으 로는 여유로우실 겁니다. 하는 일 없이 파리만 날릴 때도 많지요.”
에이, 거짓말.
길고양이 씨는 내 의심스러운 눈빛 이 재미있는지 피식 웃어 보이시고는, 품속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내셨다.
“이게 뭔가요?”
“앞으로 방문하셔야 할 마법사의 탑 목록입니다. 탑주가 되셨으니, 다
른 마탑 사정은 어떠한지 직접 눈으 로 확인하셔야 하지요. 일종의 ‘시 찰’이라고 할까요.”
탑주의 시찰이라…….
맞는 말이다.
명색이 일만 마법사를 이끄는 주인 이라고 하면서, 정작 마탑이 어디 붙어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 르면 안 되는 일이지.
목록에 쓰여 있는 곳은 정확히 8 곳이었다.
탑주가 기거하는 임시 ‘헤드 타워’ 인 레디안 왕국과 라이나크 제국을 제외한.
종 8개의 마법사의 탑.
동서남북 가릴 것 없이 대륙 전역 을 돌아다녀야 하는 먼 거리지만, 마나 열차를 타면 또 금방이다.
나는 양피지를 움켜쥐며 싱긋 웃어 보였다.
“간단하네요.”
“분명 피곤해하셨지 않으십니까? 갑자기 표정이 밝아지셨는데요?”
“아아,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온몸 이 쑤시는 병에 걸렸거든요. 확실히 이렇게 움직이는 쪽이 제 취향에 더 맞네요.”
“보통은 반대의 경우가 많은데, 탑 주님께서는 확실히 독특하시군요.”
“다른 탑주들은 어땠는데요?”
“전대 탑주인 테론 아르테미스의 경우에는, 어지간하면 탑에서 한 발 자국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자신 의 방안으로 누군가 들어오는 것도 엄격하게 통제하였지요. 그게 마인 의 흔적을 숨기기 위함이었다는 것 은, 저희에게도 충격적인 일입니다.”
다른 탑주들 역시 비슷했다고 한다.
운동보다는 책.
실기보다는 필기.
현장보다는 사무실을 선호한다.
나는, 역대 탑주 계보에 정확히 반 대되는 이단아 같은 존재라고 할까.
“그렇다면, ‘시찰’ 지역으로 어디를 처음 들르시겠습니까?”
나는 대륙 지도를 펼쳐보았다.
레디안 왕국에서 출발해서. 서쪽인 오요타를 통과하고 대륙 서북쪽에 있는 철의 장원 메텔을 찍는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 륙 최북단의 설국 아이젠아워를 지 나.
팔테온, 신성 공국, 반국 페르나를
찍고…….
마지막으로 북동쪽에 위치한 이스 트 포레스트를 찍고, 남쪽으로 쭉 내려와 마제로스 해역을 찍으면.
마나 열차 최단거리 8개 코스가 완성된다.
하지만, 나는 이런 것 따위는 머릿 속에서 지워 버렸다.
내 손가락은 이미 한 곳을 뚜렷하 게 가리키고 있었다.
“이스트 포레스트요.”
내 호기심이 동하는 곳은, 따로 있 었으니까.
드라카의 세 번째 유물 조각이 잠 들어 있는 유력한 후보지.
여기가 먼저다.
* ♦ ♦
이스트 포레스트.
라이나크 제국과도 맞먹는 방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수가 가 장 적은 지역이다.
사계절 내내 하얀 눈만 내리는 설 국(雪國) 아이젠아워보다도 인구수 가 적은데…….
그 이유는 따로 있다.
“위험하기 때문이죠.”
마나 열차 특등석.
내 옆자리에 앉은 전임 ‘보좌관’ 길고양이 씨가 능숙하게 설명했다.
“이스트 포레스트에는 아직 이름이 붙지도 않은 미개척 지역이 많습니 다. 한 번 들어가면 절대 살아나올 수 없는 위험한 숲. 일명 금지(禁 地)의 숲 때문이지요.”
오요타가 은밀하게 야만이 존재하 는 땅이라면, 이스트 포레스트는 ‘원시’가 살아 있는 땅이다.
이름이 단순한 ‘이스트 포레스트’ 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수십여 개 의 크고 작은 부락들이 존재한다.
이 부락들은 대부분 ‘연합’을 구축 하고 있기는 하지만, 부락 간에 문 명 차이가 극심하다.
이유는 ‘숲’에 있다.
부락 사이사이에 인간의 발길이 거 부된 금지(禁地)의 숲이 여럿 존재 하기 때문이다.
이동 경로가 금지(禁地)에 가로막 혀 있다 보니, 교류가 원활하지 못 하고 부락들의 문명 차이도 심하게
벌어지는 것.
원시문명이 존재하고, 마도 문명은 쇠퇴하고, 인구수는 바닥을 치고.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인 것이다.
딱 한 곳뿐이지만, 이런 곳에도 마 나 열차 환승역이 존재하다니…….
새삼 참 신기한 일이다.
역시, 마도 문명은 위대하구나.
“여러모로 신기하네요. 이렇게 원 시적인 곳에서도 7클래스 마법사가 나타났으니.”
“네. 라쿰 네이처 최고 위원은, 숲 의 기적이라 불리지요. 그래도 모든
부락이 원시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 은 아닙니다. 라쿰 최고 위원께서는 운이 좋게도, 가장 규모가 큰 ‘달의 부락’ 출신이시죠.”
“저희 목적지도 거긴가요?”
“네. 세계수와 달의 나무를 품은 아름다운 곳입니다.”
세계수와 달의 나무라…….
대숲을 받치고 있는 세계수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지 만, ‘달의 나무’에 대해서는 처음 듣 는다.
사람의 발길이 닫지 않는 금지(禁地)
개척되지 않은 원시의 땅.
상상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하는 곳 이라고 할까.
더군다나, 드라카의 유물조각과 무 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때, 길고양이 씨가 단호한 목소 리로 말했다.
“탑주님. 유념하십시오. 이번 시찰 목적은 금지(禁地)에 관한 조사가 아닙니다. 이스트 포레스트 마탑에 대한 단순 시찰입니다.”
“예, 저도 알고 있는데요.”
“네, 하지만 탑주님께서라면 왠지 관심을 가지실까 염려되어 드리는
말씀입니다.”
이 사람.
나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