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7)
올 힘 마법사 187화
손에 쥐고 있던 라이트에 거대화 마법을 사용하여, 빛의 구체를 거대 하게 키워냈다.
주변이 대낮처럼 밝아지며, 수면 위를 가르며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를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배?”
그것은, 배였다.
고기를 잡는 어선 정도로 보이는 작은 배.
어선 위에는 한 명의 노인이 낚싯 대를 들고 있었고, 라쿰 위원은 그 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이고, 또 오셨네.”
“……위원님께서는 아시는 분입니 까?”
“예, 알다마다요. 낚시꾼 라오한 영 감입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저기 저 달의 나무 옆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50년은 훌쩍 넘었을 겁니다. 이 근방에선 무척이나 유명하지요. 낚시하지 않 는 낚시꾼으로.”
“낚시하지 않는 낚시꾼? 그게 무슨
말인가요?”
“물고기를 낚으면, 죄다 방생해버 리거든요.”
그게 무슨 말이야.
물고기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는 건 가?
뭔가 이상한데.
“그럼, 도대체 저기서 뭘 낚으시는 거죠?”
“직접 가보시겠습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쿰 위원 은 7클래스 마법사답게 플라이 마법 으로 강 한가운데로 날아갔고.
나 역시 그를 뒤따랐다.
달의 나무 옆에 배를 정박해두고 는, 조용히 낚싯대를 흔들던 ‘라오 한 영감’은 우리를 힐끗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라쿰. 또 잔소리하러 왔느냐.”
마법사의 탑 최고 위원의 이름을 함부로 하대하며 부르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이었지만.
라쿰 위원은 그런 것 따위는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영감님. 오늘은 잔소리하려고 온 것은 아닙니다.”
“흘홀, 네가? 볼 때마다 부질없는 짓은 제발 좀 관두라고 잔소리를 해 대는 네가? 어찌나 극성인지 네놈 얼굴을 떠올릴 때마다 등골이 오싹 해질 지경이다.”
“……영감님.”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나는 부질없 는 짓을 하는 게 아니다. 전설의 물 고기는 반드시 있어. 그걸 낚기 전 까지는 결코 그만둘 수가……!”
“영감님! 오늘은 잔소리하려고 온 게 아니라니까요! 손님이 오셨다고 요!”
뉘슈?”
그제야 나를 바라보는 라오한 영감 은, 내게 별로 관심을 가지는 눈치 는 아니었다.
“거, 고기 녀석들 도망치니 머리 위에 둥둥 떠서 얘기하지 말고. 일 단은 이리 좀 앉으시구랴.”
“……빨리도 말씀해주시네요.”
툴툴거리며 어선 위에 자리를 잡은 라쿰 위원과 라오한 영감의 관계는 무척이나 오래된 듯 보였다.
최고 위원과 낚시꾼.
이런 직함 따위는 필요 없이, 오랫 동안 함께 자라난 마을 사람들의 끈 끈한 유대관계가 엿보인달까.
“정식으로 인사드릴게요. 이분께서 는, 탑주님이십니다.”
“ 탁주?”
“탁주가 아니라……! 마법사의 탑 의 탑.주.님이요. 영감탱이 가는 귀 도 먹으셨나.”
“껄껄, 네놈도 나이 먹어 봐라. 오 락가락해서 자식 놈들에게 짐짝 되 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살게 되지. 그나저나, 귀하신 분께서 제게 는 어쩐 일로……
라오한 영감.
70세는 훌쩍 넘을 법한 그는, ‘탑 주’라는 말에도 그다지 긴장하는 기
색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 라쿰 위원이 마냥 어린 아이로 보이는 것처럼.
나 역시 그에게는 ‘어려 보이는 귀 하신 분’ 정도밖에는 안 되는 거다.
나는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이며 정 식으로 소개했다.
“저는 루인 아르델이라고 합니다. 달의 나무 아래의 신비스러운 월광 을 감상하던 중, 영감님께 호기심이 동해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호기심? 내게 호기심을 가질 것이 뭐 있소?”
“50년간이나 이곳에서 낚시를 하
셨다지요. 하지만, 잡는 물고기는 모 두 놓아주셨고……
“잠시. 입질이 왔구만!”
라오한 영감이 낚싯대를 잡아당겼 다.
낚싯바늘에는 작은 산천어 한 마리 가 잡혔지만, 라오한 영감은 물고기 를 그대로 강 위로 던져버렸다.
“요놈도 아니고.”
어선에는 물고기를 담는 흔한 양동 이조차 없었다.
그래.
애초에 물고기를 잡으려는 목적이 아니라, 무언갈 찾고 있는 것이다.
뭘 찾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라 쿰 위원과의 대화에서 쉽게 유추해 볼 수 있었다.
“그놈의 전설의 물고기. 그딴 게 정말 있기는 해요?”
“이놈이……. 또 잔소리할 거면 얼 른 가버리거라. 그 시원찮은 엉덩이 를 걷어차 강물에 빠뜨려 버리기 전 에.”
“영감. 저 7클래스 마법사라고요. 이딴 강물에 빠진다고 죽을 것 같습 니까?”
“어허! 이놈■이! 전설의 물고기는 있다니까 이놈아!”
“하도 답답해서 그럽니다. 벌써 50 년이라고요. 영감님 아버지가 살아 계신 것도 아닌데 이제 그만 포기를 좀……
“가라! 가 이놈아! 또 그딴 소리 할 거면, 썩 내 배에서 꺼지거라!”
“아이코!”
라오한 영감은 정말 라쿰 위원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차 버리셨다.
노인의 연약한 발길질로 7클래스 마법사의 마나 배리어를 뚫어낼 수 는 없겠지만.
라쿰 위원은, 라오한 영감의 발길질 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냈고.
풍덩-!
결국, 차가운 강물에 빠지고 말았다.
“낄낄, 고놈 꼴 한번 좋구나. 또 잔소리할 거면 다시는 오지 말아라. 알겠느냐?”
“어휴, 영감탱이. 한 대 맞아주니까 좋아하는 얼굴 좀 봐.”
라오한 영감은 낄낄거리면서 좋아 했고, 라쿰 위원은 작게 한숨을 내 쉬며 나를 바라보았다.
“탑주님. 제가 다 설명해드리겠습
니다.”
* * *
라오한 영감이 찾는 것은 ‘전설의 물고기’라는 존재였다.
전설의 마법사도 있고.
전설의 드래곤도 있고.
전설적인 기사도 있으니…….
전설의 물고기가 없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확실히 조금 이상하긴 하다.
“전설의 물고기? 그게 뭔데요?”
“달의 나무 아래에 살고 있다는 전 설적인 물고기지요. 그 물고기로 탕 을 끓여 먹으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된다는 소문이 있기는 하지만……
“확인된 바는 없군요?”
“맞습니다. 그저 뜬소문에 불과하 지요. 50년 전, 라오한 영감의 아버 지가 역병으로 죽어갈 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전설의 물고기를 잡기 로 결심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살려야 할 아버지는 죽고 말았지 만, 라오한 영감님은 계속 전설의 물고기를 찾으신다……. 이건가요?”
“정확하십니다. 강 아래서 월광을 내뿜는 불빛을 전설의 물고기라고 주장하고 계시죠.”
강 아래서 월광을 내뿜는 발광체가 물고기라고?
꽤 그럴듯한 주장이다.
하지만, 라오한 영감의 말에 솔깃 한 나와는 다르게 라쿰 위원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주장했다.
“탑주님도 그러시겠지만, 저희같이 마법과 과학을 신봉하는 마법사들에 게는 믿을 수 없는 미신 같은 얘기 지 않습니까? 만병통치약이라니. 그
런 게 있을 리가 없지요.”
“네, 확실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 기는 하네요.”
“그렇지요? 역시, 탑주님 생각도 저와 같으시군요.”
“조금 다르긴 합니다. 믿기는 어렵 지만, 못 믿을 이야기는 아니거든 요.”
“••••••예?”
마법과 과학.
즉, 마도공학을 신봉하며 세상을 이성적인 시선으로 직시하는 ‘마법 사’들에게는 전설이나 미신 같은 단 어들은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밖에
되질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마도 공학이라는 이름으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지고 있 고.
“위원님께서는 세상에 ‘화신’이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으셨나요?”
“……그, 그렇긴 하네요.”
내 옆에서 으쓱하는 스트랑이 그 증거다.
신화는 존재하고.
단순히 ‘고리타분한 전설’이라고 넘겨짚을 이야기가 아니다.
출처를 정확히 따져보고 다시 판단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워낙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 출 처를 알아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그 라오한이라는 영감님. 제가 다 시 만나 뵙고 싶은데요.”
직접 확인해보는 수밖에.
“또 왔느냐? 한 번만 더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내 당장……
“엉덩이를 걷어차신다고요?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오늘은 입 딱 다물고 있겠습니다. 제가 아니라, 탑 주님께서 영감에게 묻고 싶은 게 있 다고 하셔서 왔으니까요.”
“또 왔습니다. 어르신.”
“……귀하신 분께서 나 같은 놈에 게 뭐 물을 것이 있다고 자꾸 오실 까.”
이번에는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라쿰 위원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라오한 영감은 소문난 주당이라고 했다.
데이먼 드래곤 키스.
한잔 마시는 순간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리는, 제이슨이 자랑하는 양 조장 데이먼가의 특급주.
대륙 북쪽에서는 쉽게 구하기 힘든 술을 꺼내 들자, 라오한 영감의 얼 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젊어 보이시는데, 강호의 예의를 아시는 분이었구만.”
“마음에 드십니까?”
“껄껄, 마음에 들다마다요.”
라오한 영감은 술의 뚜껑을 따기가 무섭게 입속으로 들이부었다.
콸콸콸콸.
앗, 그렇게 마시면 죽을지도 모르 는데! 싶은 내 기우였다.
한잔에 사람을 기절시켜버리는 무 시무시한 술을 쉴새 없이 들이키고 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하이고, 고놈. 맛 한번 좋구만. 역 시 술은 남쪽 술이 최고야.”
“……입맛에 맞으시니 다행 입니 다.”
“예. 선물을 받았으니 답례를 해야 지요. 누추한 놈이 귀한 분에게 마 땅히 드릴 것은 없지만, 제게 궁금 한 게 있으시다고?”
나는 장난스러운 눈빛은 지우고, 조금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전설의 물고기에 관심이 좀 있습 니다.”
“호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혹시 만병통치약에 관심이 있으신 것인가요?”
“아닙니다. 이 강 아래에서 제가 찾고 있는 물건이 하나 있는데, 왠 지 영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과 같 은 물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 에 그렇습니다.”
“무얼 찾으시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녀석이라면 찾으시는 물건을 삼
키고 있을지도 모르지.”
물고기가, 내 머리보다 더 큰 유물 조각을 삼키고 있다고?
그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다.
고래라면 또 모를까, 여기는 바다 가 아니라 강이지 않은가?
하지만 라오한 영감의 눈빛은 나보 다 훨씬 더 진지했다.
“녀석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합니 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 게 될 것이지요.”
“……직접 보셨습니까?”
“보았지요. 내 미끼를 물은 적도
있거든요.”
“푸하!”
그러자, 라쿰 위원이 참지 못하겠 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죄송합니다.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 다. 영감, 또 그 얘기를 하시는데. 집채만큼 커다란 전설의 물고기. 그 런 커다란 녀석을 낚싯대로 잡는다 는 것도 웃기지만, 미끼를 물었다고 요? 정말로? 나는 몰라도 탑주님 앞에서 괜한 허튼소리를 하려 들 면……
“이 망할 놈•아! 내가 직접 보았다
고 하지 않았느냐!”
“……깜짝이야. 귀청 떨어지겠네.”
“다른 놈들과는 종(種) 자체가 다 른 녀석이다. 수면 전체가 그림자에 잠겨버리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녀석이 미끼를 문 순간 느낄 수 있 었다. 아, 이놈은 절대 쉽게 낚일 녀석이 아니라고 말이다.”
“어땠길래요? 들어나 봅시다.”
라오한 영감이 붉으락푸르락한 얼 굴을 진지하게 구기며 말했다.
그의 눈은 분명, 과거를 떠올리는 눈빛이었고.
나는 그에게서 거짓이 아닌 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무척이나 힘이 세다. 어지간한 힘 으로는 낚지 못할 녀석이었지.”
힘이 세다고?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린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