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0)
올 힘 마법사 190화
철푸덕!
솟구쳐 올라 삽시간에 땅 위에 머 리를 처박은 녀석은, 그 어떤 반항도 하지 못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50년을 바쳤던, 반드시 잡고야 말 겠다는 무서운 집념과 30,000을 돌 파한 힘이 만났다.
“저, 정녕……. 저걸 제가 잡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럼요. 영감님께서 잡으셨죠.”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초인적인 힘 이 나온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오늘 그 기적이 라오한 영감님을 찾은 모 양이다.
내 힘은 아주 조금 거들었을 뿐.
목숨을 걸고서 낚싯대를 끝까지 놓 치지 않은 사람은 라오한 영감님이고.
당연히 그가 잡은 물고기다.
물론, 저걸 ‘물고기’라고 부르는 게 맞다면 말이지.
“탑주님. 도대체 저 녀석 정체가 뭘까요?”
강 아래서 강제로 끌려 나와 모처 럼 만에 바깥 공기를 마시고 있는 저 ‘물고기’ 녀석은, 거대한 아가미 를 뻐끔거리며 지면 위에서 펄떡펄 떡 날뛰고 있었다.
생긴 것은 전형적인 물고기였지만, 단순한 물고기라고 부르기에는 어딘 가 기이했다.
덩치는 ‘작은 고래’라고 불러도 이 상하지 않을 거대한 크기였고, 색깔 은 기이하리만큼 까맸다.
마치, 강물 속의 심연을 저 혼자 모조리 빨아들인 것 같은 불길한 느 낌이 었다.
오직 꼬리 부분만이 밝게 빛나며, 월광(月光)을 닮은 발광체를 자랑하 고 있었다.
이 강의 수심이 얼마나 깊기에, 이 렇게 커다란 녀석이 숨어 있었을까.
무엇보다 가장 이상한 점은.
“……물 밖에서도 숨을 쉬는군요.”
팔다리가 없다뿐이지, 물 밖에서도 정상적으로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래.
어인 (魚人) 이다.
나는, 물고기를 향해 플레이어의 눈을 사용했다.
《어인(魚人) 도랑메기》
《호수 또는 하천에 사는 평범한 민물 메기의 일종》
《어인화(魚人化) 저주에 걸려 몸 집이 비대하게 불어나던 중, 신물 조각을 삼켰다.》
아, 그런 것이었구나.
이 녀석은 어인(魚人)도 아니었고.
애초에 라오한 영감이 찾던 전설의 물고기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인화 저주에 걸려 내가
찾던 ‘드라카의 유물 조각’을 삼키 고 있는 평범한 물고기였다.
나는 도랑메기에게 가까이 다가가 며 말했다.
“저 녀석은 물고기이면서 동시에 어인입니다.”
“예? 타, 탑주님! 너무 가까이 가 시면 위험할지도……
“아뇨. 위험하지 않습니다. 라오한 영감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 녀석은 어인화 저주에 걸린 평범한 ‘도랑메기’였습니다. 찾으시던 전설 의 물고기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나는 저주에 걸려 비대해진 메기의 비늘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도랑메기의 꼬리에서 빛나 던 월광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중력(重方)의 유물 조각이 느껴 집니다.》
《귀속하시 겠습니까?》
조각을 귀속하지 않고, 이 녀석의 몸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중력의 조 각을 끌어냈다.
그리고, 동시에 영력 스킬인 ‘영혼 말살’을 이용하여 메기에게 걸려 있 는 어인화 저주를 풀어내기 시작했 다.
새하얀 빛이 도랑메기의 몸을 휘감 았고, 비대한 덩치가 점점 작아졌으 며 새까맣던 신체도 원래의 색으로 돌아갔다.
이 신비로운 일을 직접 경험한 적 있는 라쿰 위원이 작게 중얼거렸다.
“어인화 저주를……. 해주하시는 겁니다. 제게 해주셨던 것처럼요.”
빛무리가 사그라들자, 어느새 도랑 메기의 육체는 본래의 몸으로 돌아
와 있었다.
숨쉬기가 곤란한 듯 금방이라도 숨 을 거둘 것처럼 팔딱거렸고, 양동이 에 강물을 담아 녀석을 양동이에 넣 어주었다.
이것으로 나는.
《마인의 영혼 말살 : 1/1(완료)》
《어인의 영혼 말살 : 1/1(완료)》
《수인의 영혼 말살 : 1/1(완료)》
《퀘스트가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으로 스킬, ‘영혼 말살’을 영 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중력의 유물 조각도 획득했고, 영 혼 말살 퀘스트도 완료할 수 있었지 만.
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이 순간 만을 바라오던 라오한 영감은 그 어 느 것도 얻지 못했다.
“찾으시던 물고기가 아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이 찾던 물고기가 아니라는 말.
그 실망감이 얼마나 클까.
50년을 찾아 헤맸고, 눈앞의 이 녀 석이 찾던 그 녀석이 아니었다는 이 야기를 들으면 어떤 심정일까.
자신의 모든 것이 부정당하는 기분 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 허탈함의 크기 는 5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 버린 탓에 쉽사리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라오한 영감은, 옅게 웃으 며 어깨를 으쓱여 보이셨다.
“그렇군요, 이 녀석이 아니었군요.”
“……실망스럽지 않으십니까?”
“아뇨. 그다지요. 녀석의 얼굴을 보
는 순간, 전설의 물고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오히려 아니기 를 바라기도 했지요.”
라오한 영감은, 양동이 속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는 작은 도랑메기 를 손바닥 위에 얹으며 말씀하셨다.
“이 귀여운 녀석. 그동안 무거운 짐 을 지고 살았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 고. 껄껄, 이제라도 편히 살아라.”
그리고는, 아주 오랫동안 살아왔을 강 속으로 놓아주었다.
나는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내 바람대로, 저 물고기가 드 라카의 유물 조각을 품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면.
고작 며칠 몇 주 바라왔을 뿐이지 만, 나는 무척이나 실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라오한 영감은, 50년의 기 다림을 배반당했는데 어떻게 이렇게 도 태연할 수 있다는 말인가.
라오한 영감은, 하얀 수염을 휘날 리며 허허 웃어 보였다.
“만약 저 도랑메기가 제가 찾던 전 설의 물고기였다면, 조금 허탈했을 겁니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갈 힘을 잃어버릴지도 모르겠지요. 제 인생 의 가장 큰 목표가 사라지는 순간이 니까요.”
오늘, 라오한 영감이 찾던 전설의 물고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평생을 찾아 헤매도 찾지 못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없을지도 모른다.
영감은, 그 아주 작은 가능성 하나 를 원동력으로 삼아 지금까지 달려 오셨다.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낚싯대를 잡 았고.
누구보다 늦게 잠들면서도, 마탑의
최고 위원에게 발길질할 힘 한 줌은 남겨두실 만큼 열정적으로 사셨다.
만약 오늘, 전설의 물고기를 잡았 다면.
그는 50년을 바라오던 꿈은 이룰 수 있었겠지만, 라오한 영감만이 가 지고 있는 그 삶의 생기는 잃어버릴 지도 모르겠지.
허탈함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 법.
저건, 아무나 갖지 못하는 진짜 ‘힘’이다.
그 어떤 마법보다 훨씬 더 마법 같 은,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힘.
“영감님. 많이 배웠습니다.”
“껄껄, 귀하신 탑주님께서 저 같은 누추한 노인네한테 배울 것이 뭐 있 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당치도 않으십니다.”
“아닙니다.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고난 속에서도 절대 낚싯대를 놓지 않으시는 집념도, 정말 멋있었습니 다.”
“이거, 상당히 쑥스럽습니다만……. 귀하신 분에게 듣는 칭찬이라 그런 지 듣기는 참 좋군요. 그래서, 탑주 님께서 찾으신다는 물건은 찾으셨습 니까?”
“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오한 영 감은 그거면 되었다는 듯 활짝 웃으 셨고.
라쿰 위원은 자신이 다 기분이 좋 은지 베시시 웃으면서도 마지막까지 툴툴거 렸다.
“하이고, 이놈의 영감탱이. 내일부 터 또 허구한 날 강에만 있겠구만. 전설의 물고긴지 뭔지 찾는다고 말 이야.”
“네놈도 낚시의 매력을 한 번 맛보 고 나면 그런 말은 못 할 거다.”
“낚시의 매력은 무슨, 입은 근질거 리고, 좀만 쑤시기만 하지.”
“하긴, 그 쉴새 없이 떠드는 주둥 아리 때문이라도 낚시는 평생 못 하 겠구나.”
“영감도 나 없으면 심심할걸? 안 그래요?”
“그래. 심심하지. 이렇게 한 번씩 엉덩이를 걷어차 줄 놈 없으면 심심 해서 잠이 안 오지!”
“우아악! 이 빌어먹을 영감이!”
라오한 영감님의 시원한 발차기에 우리 세 사람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 렸다.
♦ ♦ ♦
“또 나오셨네요.”
“그럼요. 저 영감, 모르긴 몰라도 죽을 때까지 저기서 낚시를 할 겁니 다. 존재하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전 설의 물고기를 잡겠다고요.”
나와 라쿰 위원은 세계수, 테라그 라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림같이 펼쳐진 이스트 포레스트 의 장관 속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것 은, 여전히 자신의 꿈을 좇고 있는 라오한 영감이었다.
그는 무척이나 행복한 모습으로 낚 싯대를 잡고 계셨다.
“위원님도 아시잖아요. 이미 결과 보다는 과정이 더 중요해졌다는 사 실을요.”
“……네, 압니다. 그래서 가끔은 전 설의 물고기가 평생 나타나지 않았 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쌩쌩 한 모습을 오래 보고 싶거든요. 저 에게는 아버지 같은 분이셔서요.”
“이미, 라오한 영감님은 전설의 물 고기가 주는 ‘만병통치약’을 얻으셨 는지도 모르지요. 누구보다 정정하 시니까요.”
“예. 정정하지요. 영감탱이 하여간 발차기 하나만큼은 빠르다니까요.”
하하, 맞다.
라오한 영감님의 발차기에는 절대 피하지 못할 힘이 있다.
바로, 라쿰 위원과의 우정이랄까.
둘 사이에 우정이 버티고 있는 한, 라쿰 위원은 평생 라오한 영감의 발 차기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아, 그리고 영감이 선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꼭 감사 인사를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아, 별것 아닌데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낚시꾼에게 제일 좋은 선물은 낚 싯대와 시간을 달래줄 술이죠. 탑주 님께 받은 선물이라고 동네 사람들 에게 엄청나게 자랑할 겁니다. 하 하!”
드릴 것은 없고, 이번에 흰잎측백 나무로 만든 낚싯대들과 대륙 남쪽 의 술들을 선물로 드렸다.
그 독한 데이먼 드래곤 키스가 마 음에 쏙 드신다니, 역시 정정하시다 니까.
“그럼, 탑주님께서는 이제 다음 시 찰지로 떠나십니까?”
라쿰 위원이 못내 아쉬운 듯 물었 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당장 떠나지는 않을 것이 다.
아직 해야 할 일이 하나 남아 있 기 때문이다.
“한 3, 4일 후에 떠날 것 같습니다.”
“그럼, 남은 3일 동안 제가 제대로 대숲 구경을 시켜드리겠습니다.”
“구경도 좋지만, 그 전에 먼저 해 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하셔야 할 일이요?”
《중력의 유물 조각을 귀속하시겠 습니까?》
그래.
이번에 얻은 중력의 유물 조각을 귀속시켜야 한다.
유물 조각을 귀속시키는 일은 언제 나 극한의 고통을 동반했고, 미리미 리 해두어야 한다.
다음 시찰지로 이동하는 마나 열차 한가운데서 탑주가 쓰러져서는 안 될 일이니까.
“라쿰 위원님. 제가 직접 방에서 나오기 전까지, 절대 이 방에 들어 오시면 안 됩니다. 설령 안에서 ‘비 명’이 들려도 말이죠.”
“……비명이요?”
라콤 위원은 뭔가 미심쩍은 눈초리 였지만, 나에 대한 신뢰가 많이 올 라갔기 때문일까.
그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밖에서 기 다리고 있겠습니다.”
라쿰 위원이 방에서 빠져나가고, 스트랑이 폴짝 인간형으로 변신하며 문 앞에 기대어 섰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그래.”
그 어떤 능력보다도, 가장 공격적 인 능력.
무너지는 땅이 그려져 있는 중력의 유물 조각.
나는 유물 조각을 손바닥 위에 올 리고 강하게 움켜쥐었다.
AAAA스| ■ — — —■ — 人、•
《중력의 유물 조각이 플레이어에 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