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6)
올 힘 마법사 196화
“후아, 그래도 꽤 고전 시킬 수 있 을 것이라 여겼는데……
왕세자 탄 페르나는, 바닥에 드러 누워 자신의 한계를 명백히 체감하 고 있었다.
페르나.
이 위대한 기마민족의 피를 정통으 로 이은 자신은, 누구보다 말을 잘 다루었다.
어렸을 때부터 한 식구처럼 타고
자란 말 ‘미미’의 등 위에 올라 있 으면 고삐를 쥘 필요도 없었다.
미미는 자신의 생각 그대로 움직여 주었고, 이런 미미의 기동력과 자신 의 실력이 더해지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 어떤 적도 단번에 부숴 버렸고, 전장을 추풍낙엽처럼 휘젓고 다녔다.
그런데.
“……옷깃 한 번 스치지도 못하다 니.”
루인 아르델.
천재 중의 천재라는 사실은 잘 알
고 있지만, 전장 경험이라고는 전무 한 17세짜리를 상대로 이렇게 고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최소한 로브 자락 정도는 찌를 수 도 있지 않을까.
랜스로 8클래스 마법사의 마나 배 리어를 꿰뚫어 볼 기회 정도는 가지 지 않을까.
이렇게 압도적으로 패배할 것이라 고는 일말의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루인 아르델.
분명 마법사인데, 마법은 쓰지도 않았다.
눈부신 민첩함으로 랜스를 간발의
차로 슬쩍 피해버리고, 미미의 다리 를 걸어 넘어뜨리려 했다.
등에 화살을 맞고도 절대 떨어지지 않았던 미미의 등에서, 날개를 붙잡 혀 결국 낙마해 버리기도 했다.
강하다.
이제껏 이 정도의 강자를 만나본 적이 있나 싶었을 정도였다.
라이나크 제국의 8성 기사들도 이 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하…….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 군요.”
그 강함의 ‘급’이 너무 차이나 허 탈해질 지경이었다.
어쩌자고 제국의 황제가 검술을 익 히지 않은 약골이네 어쩌네 떠들어 댔을까.
루인 아르델 앞에서는, 황제건 자 신이건.
매한가지 똑같은 약골일 뿐이다.
하지만, 탄 페르나는 그런 부류였다.
“심장이 너무 거세게 뛰어서 당혹 스러운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탑 주님께서 다시 한번 더 기회를 주신 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해보겠습니 다.”
강자를 만나면, 더욱 희열을 느끼 는 부류.
강자의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한 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안달 나는 부류.
전형적인 무골(武骨)의 피를 타고 난 전사.
이런 탄 페르나의 마음을 이해했는 지, 루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좋습니다.”
“ 후우••••••
조금 더 자신의 실력을 드러낼 것 이라는 경고였고, 그게 왕세자를 흥 분케 했다.
벽.
저 벽을 꿰뚫기 위해 달려가 봐야, 부서지는 쪽은 결국 본인이라는 것 을 잘 알면서도.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달리다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것이야말로 마창기사의 정신 이었고.
그는, 누구보다 8성에 가까운 마창 기사였다.
“미미, 부탁한다.”
왕세자는 미미의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랜스를 들어 올렸다.
히이이이잉-!
미미는 제 주인의 마음을 완벽하게 알아차리고는, 용맹하게 ‘벽’을 향해 몸을 날렸고.
우우우우웅-!
왕세자의 랜스가 무광의 오라를 내 뿜으며 형형하게 빛났다.
단, 일격.
이것으로 탑주의 로브 자락 조금이 라도 찢을 수 있다면, 환하게 웃을 수 있으리라.
아니, 설령 찢지 못한다고 하더라 도 상관없다.
달리다 낙마해 다리가 부러져도 상
관없다.
탑주라는 벽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도 상관없다.
‘재밌다.’
그는, 진심으로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전장을 제집처럼 드나 드는 전투민족, 페르나의 왕가가 친 구를 사귀는 법이었다.
* ♦ ♦
황제 쇼메르탄이야 자신이 황족 출 신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내뿜는 남 자였고.
우리 쌍둥이 왕자님들은 조금 멍청 하기는 하지만, 본인들이 왕자라는 자부심은 강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여기 탄 페르나는 내가 이 제껏 보았던 왕가(王家) 사람 중, 가장 왕족 같지 않은 남자였다.
왕족이라기보다는, 한 마리의 야생 마.
혹은, 싸움꾼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박력 넘치 는 왕세자가 이제껏 보았던 왕족 중
에서 가장 ‘고귀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이번에는 정말 다치실 겁니다.”
“상관없습니다. 다치는 것이 두려 웠다면, 탑주님께 대련을 제안하지 도 않았을 테니까요.”
“용맹하시군요. 아니면, 무모하신 건가요?”
“둘 다라고 해두죠.”
재밌다.
나는, 왕세자의 용기에 감탄하며 더 이상 봐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이 이상 봐주는 것은, 오히려 무례
였기에 전력을 다해 제압할 요량이 었다.
“그럼, 갑니다.”
콰앙-!
나는, 내게 달려오는 말의 정면에 서 땅을 박차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에 놀라 뒤로 움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말은 조금도 멈추 지 않고 나를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 고.
동시에 왕세자의 랜스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나는 그런 말의 안면 투구를 옆으 로 쳐내며, 오히려 말의 다리 사이
를 파고들어 랜스를 피해냈다.
“히이이잉-!”
말이 깜짝 놀라며 앞다리를 들었 고, 나는 그런 말의 다리를 가볍게 걷어찼다.
쿠웅-!
말이 기동력을 잃고 쓰러져 버리 자, 왕세자의 몸이 들썩였다.
낙마하는 와중에도 랜스를 휘둘러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것이다.
‘ 호오’
나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면서, 왕세자의 랜스를 강하게 후려쳤다.
강철파괴.
까강-!
주먹이 닿자마자 랜스를 깨부쉈고, 왼손의 주먹이 연달아 날아갔다.
움찔!
하지만, 이 주먹이 왕세자의 얼굴 에 닿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확히 코끝에서 멈췄고, 왕세자는 큰 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또 봐주셨군요.”
“아무리 허락하셨다고 해도, 손님으 로 와서 주인집을 부술 수는 없지요.”
“부끄럽습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차이가 날줄은……
“제가 아주 신뢰하는 창기사 한 분 이 계십니다. 그분을 위해서라면 제 목숨을 걸 수도 있을 만큼 소중한 분이시지요.”
으..2”
왕세자의 머리 위로 물음표가 떠올 랐다.
내가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지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제가 본격적으로 마법을 배우기 전에, 그분께 검을 조금 배웠던 적 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이 제게 이 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도련님, 넘어
지는 것을 두려워 마십시오. 아기들 은 제대로 걷기 위해 수 없이 넘어 지기 일쑤입니다.”
“……훌륭한 스승이셨군요.”
“네. 그 조언을, 오늘 왕세자님으로 부터 확인했습니다. 넘어질 것을 알 면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덕분 에 저도 한 수 배웠습니다.”
“하핫, 제가 뭘……”
왕세자는 조금 쑥스러워 하면서도, 기분이 좋은지 베시시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꽤 놀라운 말을 하기도 했다.
“혹시 그 스승이라는 분이, 레디안
왕국의 창기사. 볼바르 페튼을 말씀 하시는 것인가요?”
“……응? 어떻게 아십니까?”
“레디안 왕국에서 창기사라 부를만 한 사람은 볼바르 페튼이 유일하니 까요. 저희도 기사전(B추士展)에 대 해서 공부합니다. 특히 저희 페르나 를 상대로 싸운 적이 있는 창기사인 데 모를 리가 없지요.”
뭐야, 볼바르 경.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대단한 유명 인사였잖아.
지난번에 만났던 라이나크 제국의
‘묵시의 기사’들과도 안면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유명한 볼바르 페튼이 탑주님 의 검술 스승이었다니……. 꼭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아 물론, 전장에서 적으로 만나는 것은 사양입니다. 하 하!”
볼바르 경.
역시, 월드클래스셔.
그때, 왕세자가 내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그럼, 이제 저희는 좋은 친구가 된 겁니까?”
좋은 친구라.
탑주와 왕족이라는 공적인 관계로 는 평생 친구가 될 수는 없을 관계 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왕세자의 말대로, 공과 사 를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왕세자가 내민 손을 마주 잡 았다.
그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고.
나 역시 탄 페르나라는 사람에 대 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 문이다.
“ 네.”
나이는 나보다 12살이나 많지만, 아무래도 썩 괜찮은 ‘친구’를 얻게 된 것 같은걸.
라이나크 제국의 최근 동향을 조사 하러 간 마법사들이 페르나로 돌아 왔다.
“현재 제국의 병력이 수상한 움직 임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페르나를 압박하고 있던 병력 절반 이상이 뒤
로 물러난 상태고, 이 병력은 신성 공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바 로, 교황청이 있는 곳입니다.”
이들이 말해주는 내용은, 가히 충 격적이 었다.
라이나크 제국.
그리고, 황제 쇼메르탄이 준비하고 있는 비밀스러운 계획.
대륙일통(大陸一 統)
왕세자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고, 짙은 의심이 강렬한 확신으로 변하 는 순간이었다.
“교황청에는 왜 갔을까요?”
“굴복, 혹은 전쟁.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강요할 겁니다. 머지않아 곧, 마탑에게도 찾아오겠지요. 그렇 다면 탑주님은 어떻게 대응하실 생 각이 십니까?”
“……다른 탑주들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이성적 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겁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
그것은 아마 ‘굴복’일 것이다.
마법사의 탑이 제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차례차례 힘을 흡수하며 덩치 를 불리고 있는 제국을 상대로 싸운
다는 것은 무리일 테니까.
하지만, 굴복 다음에는 뭐가 있을 까.
남는 것은, 사람을 재미로 죽이는 독재자만이 남을 뿐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밖에 없다.
“제 사고로 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선택은, 단 하나밖에 없군 요.”
마법사의 탑이 지켜야 할 세 가지 기본원칙.
중립, 수호, 탐구.
황제, 쇼메르탄 라이나크가 일으키 려 하는 전쟁은 위의 기본원칙 중 두 가지에 위배된다.
중립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좋은 명분이다.
“싸워야죠.”
싸운다.
황제와.
“전쟁입니다.”
* * *
주신 프렐리아의 거대석상이 피로 물들었다.
석상을 지키던 수백, 아니 수천의 신도들은 모두 죽어 사라지고.
고작, 백 명 남짓이 남았을 뿐이 다.
검을 빼 들고 있는 신도들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이 시련을 버거워 했다.
“아아…… 신이시여.”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하는, 제국의 날붙이를 두려워했다.
“화, 황제! 정녕 신이 무섭지 않은 가!”
오직, 신의 아들이라는 미명아래 부 귀영화를 누려오던 ‘교황’만이 최후 의 용기를 끌어내 호통을 칠뿐이었 다.
프렐리아 신성 공국.
교황청이 무너지기 직전인 상황에 서, 황제 쇼메르탄은 나른한 목소리 로 중얼거렸다.
“신이 무섭지 않냐고? 그딴 참신한 개소리는 처음 듣는군. 신, 그딴 낭만 적이기만 한 것이 정말 있기는 한 건
가‘?”
“주, 주신 프렐리아께서는 가장 가 까운 곳에서 이 모든 죄악을 보고 계실 것이다! 그, 그러니 다, 당장 참회하고 속죄하라!”
“보고 있으면 어디 나오라고 해봐. 당장 나와 보라고.”
“..o o 으|”
-9 – —I :
황제의 시선이 신전 입구에 붙어있 는 글귀로 향했다.
[신에게 닿는 길]
“……황당하군.”
황제의 입가에 담긴 것은 한가득한
조소였다.
“내가 진짜 신에게 닿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도록 하지.”
그가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선택하라. 굴복, 혹은 죽음. 무엇을 선택하든, 너희는 진짜 ‘신’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