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7)
올 힘 마법사 197화
프렐리아 신성 공국.
대륙의 이름이기도 한 유일신(<— 神) ‘프렐리아’를 모시는 신도들의 터전이다.
국가이면서 동시에 독립자치기구 ‘교황청’을 품고 있기도 한 이곳은, ‘신성 공국’이라는 이름답게 전쟁과 는 거리가 멀었다.
검술을 포교의 일부로 수련하는 신 도들과 성기사가 존재하고, 신성 마
법학교를 통해 일부 마법사들을 키 워내기도 했지만.
이건 모두 방어와 자생을 위한 수 단일 뿐이었다.
처단을 위한 공격의 대상은, 대륙 을 침공하는 마족들이 유일했었고.
이들의 칼끝이 사람을 향하는 일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국가 간의 이권 싸움에 개입한 적 역시 단 한 번도 없었다.
유일신을 가장 가까이에서 모신다 는 자부심 하나로.
‘종교’라는 이름 하나로.
언제나 평화와 중립을 부르짖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신도들이 겪고 있는 이 참혹 한 현실은, 비현실적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큰 괴리감을 가져왔다.
“왜, 왜……
신단이 파괴되고, 신전이 무너졌다.
평생을 모시던 신의 석상이 피 칠 갑을 했고, 매일같이 함께 기도하던 신도들이 스산한 시체로 변했다.
몬스터도 아니고, 마족도 아니고.
바로, 인간의 손에.
“황제! 정녕 우리에게 이러는 이유
가 무엇이오!”
“••••••이유?”
모두가 이유를 알고 싶어 했다.
왜 대륙의 이름이기도 한, 유일신 프렐리아를 부정하는지.
왜 멀쩡한 신전을 불태우는지.
왜 가만히 있는 자신들을 공격하는지.
이 모든 이유는 하나로 귀결되었다.
“세상에 신은 없다. 신에 가장 가 까운 인간만이 있을 뿐이지.”
황제, 정복자, 독재자.
여러 가지 이름 중에서도, 가장 원 하는 이름.
신에 가장 가까운 인간.
쇼메르탄 라이나크.
그가 이 땅의 ‘유일신’이 되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아••••••
‘신은 없다.’
이 심드렁하면서도 무심한 대답에 일백 신도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평생을 믿어오던 신보다, 당장 목 에 칼을 겨누고 있는 눈앞의 인간이
더 두려운 현실이 두렵다.
자신이 알던 세상이 무너졌다는 것 이 두렵다.
다시는, 신에게 경배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렵다.
“교황은 선택하라. 굴복, 혹은 죽음 이다.”
단 두 가지의 선택 밖에는 존재하 지 않는 갈림길이.
실제로는 벽에 막힌 외길이라는 현 실이 너무나 처절해서 더 두려웠다.
“미리 말해두지만, 세상에 명예로
운 죽음이란 없다. 처절한 개죽음만 이 있을 뿐이지. 그러니 심사숙고하 고 답하는 것이 좋을 거야. 후회할 때는 이미, 네 신도들의 목은 모조 리 달아나 버렸을 테니까.”
“쇼메르탄! 선대 황제께서는 신실 한 프렐리아교의 신자셨소! 아들이 되어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터 인데! 어찌 이리도 불경한 일을 저 지르는가!”
“알지, 왜 모르겠어.”
황제가 차갑게 조소를 흘렸다.
“매해 신년 일일이면 나는 아버지 를 따라 이곳을 찾았다. 아버지는
존재하는지도 모를 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억만금을 기부하셨지. 그 값 어치로, 교황인 당신은 내 아버지에 게 실재하는지도 모를 신의 축복을 내렸고. 내가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신이라는 허울 좋은 간판 하나를 앞세워 참으로 가증스러운 연극을 꾸미는구나. 내가 황제가 되면, 가장 먼저 이것들을 치워 버려야겠구나.”
“으아아아악!”
황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기 사들이 또 한 번 칼춤을 추었다.
수십 명의 신도들이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졌고.
그 광경을 본 교황은 뒷걸음질 쳤 으며, 황제는 웃음을 터뜨렸다.
“굴복하라. 모든 교단이 무릎 꿇고 제국의 위업에 가담하라. 프렐리아 교를 부정하고, 오직 나와 제국의 번영만을 기리는 신전을 새로 꾸려 라. 그렇게 한다면 비루한 목숨만은 살려주마. 대답은 신중하게. 거절은 거절한다.”
거절의 대가는, 개죽음.
여기 있는 수백 수천의 신도의 목
숨으로는 부족하다.
대륙 전체에 퍼져 있는 수만에 달 하는 교인의 목숨을 받아낼 것이 분 명하다.
말 한마디에 대한 책임이 너무나도 막중하다.
교황이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 자, 어느 용기 있는 신도 하나가 앞 으로 나서며 별안간 소리쳤다.
“네놈 같은 미치광이는 아무리 발 버둥 쳐봐야 신의 그림자조차 보지 못했겠지만! 신은 존재한다! 우리 모두를 굽어살피는 신께서 존재한다 는 그 작은 믿음 하나가 평범한 사
람들에게 얼마나 더 큰 위안이 되는 지를 너는 절대 이해하지……!”
신도는 말을 더 이을 수는 없었다.
단칼에 목이 달아났기 때문이다.
바닥에 데구르르 구르는 신도의 목 을 바라보며, 황제는 입을 틀어막고 조소를 흘렸다.
“알고 있다. 그 같잖은 신앙심이라 는 것이 네놈들 무기라는 것을. 자 기 자신도 믿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 을 꾀어내는 사악한 술수지.”
조소는 점점 옅어졌고, 이윽고 황 제가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기다리기 힘들었던 탓이다.
“내 인내심에 슬슬 한계가 오기 시 작하는데. 대답은?”
황제의 말에 또 한 번 기사들이 칼춤을 추었다.
이번 학살은 더 길었다.
셀 수 없는 인원들이 피를 토하며 죽어갔다.
하지만, 교황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큭, 크으으윽……
눈에서는 피눈물을 쏟아냈고, 코에 서는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것이 쏟아졌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제대로 가누 지도 못했다.
여기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굴복은 정신을 죽이고.
거절은 모두를 죽인다.
말 한마디가 천근보다 무겁다.
이 한마디는, 수만이 넘는 프렐리 아 교인들 모두를 부정하는 일이다.
고민은 길었고, 교황은 눈을 질끈 감았다.
“주신이시여……. 이 못난 아들을 용서하소서.”
결심했다.
그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을 묵묵히 감내하며 입을 열었다.
그 결심은 단호했고.
흔들림이 없었다.
“……주신께서는 존재한다. 네놈이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절대 부정할 수 없다.”
“쯧.”
그 말 한마디에 황제의 눈썹이 일 그러졌다.
분명 거절은 거절한다고 했을 텐데.
“이놈이나, 저놈이나.”
왜 이렇게 다들 자신의 진심을 거 절하는 것일까.
황제는 고개를 휘휘 내저으며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볼 것도 없었다.
남은 것은 파멸뿐이니까.
“ 멸.”
황명만을 기다리던 기사들이 앞으 로 몸을 내던졌고.
이윽고, 기나긴 학살이 이어졌다.
비명은 오래도록 터져 나왔다.
“크아아악!”
기도실에 숨어 몸을 웅크리던 신도 는 주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죽었 고, 끝까지 주신의 석상 앞을 지키던 신도는 석상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죽임을 당하기보다는, 혀를 깨물고 자결을 택하는 이들도 있었고.
신전이 활활 불타오르자, 그 신전 과 함께 불타 죽는 것을 택하는 이 들도 있었다.
“우리의 몸은 죽일 수 있어도, 신 념만큼은 절대 죽이지 못할 것이 다.”
교황은, 정신을 살리는 것을 택했다.
이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여전히 확
신하지 못했으나, 후회하지 않을 선 택이라는 것은 분명한 듯 보였다.
죽어도, 프렐리아라는 어머니에게 는 떳떳할 수 있었으니까.
그 당당한 눈이 황제의 심기를 거 슬리게 했다.
포박당한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교 황의 이 결연한 눈빛이, 황제의 신 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아, 그러셔.”
황제가 손을 뻗었다.
평생 검 한 번을 잡아본 적이 없 는 곱기만 한 손바닥 위로, 하얀 손 수건으로 적당히 피를 닦아낸 철검
이 들렸고.
황제는 그 검을 무표정한 얼굴로 휘둘렀다.
퍼억!
검도 써본 사람만이 다룬다.
황제가 휘두르는 것은 검술도 뭣도 아니었기에, 단칼에 목을 베어내지 못하고 교황의 어깨에 처박혔다.
교황은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 고, 황제는 검을 힘겹게 뽑아내며 다시금 휘둘렀다.
사람은 너무나 쉽게 죽는 동물이지 만.
그 어떤 동물보다 질긴 목숨을 이 어가기도 한다.
황제의 눈먼 검은, 교황을 단칼에 죽이지 못했다.
아니, 죽이지 않았다.
“……어때, 이제 진짜 신이 좀 보 이나?”
교황의 눈빛이 생기를 잃어갈 때까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때까지.
그 후회를 직접 목격할 때까지 계 속해서 내려치기를 반복했다.
이런 황제의 눈에는 그 흔한 광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무표정했고, 초연했다.
이게, 오히려 교황을 두렵게 만들 었다.
‘ 악마.’
진짜 악마를 본 것 같은 질려 버 린 눈빛.
교황의 몸은 이미 범벅된 칼날에 난자당해 일그러져 죽어가고 있었고.
“그래, 그 눈빛이지.”
쩔그렁.
자신이 보고 싶은 얼굴을 본 황제 는, 그제야 검을 집어던졌다.
그러고는, 곁에 있던 기사가 건네
준 하얀 손수건으로 꼼꼼하게 손바 닥을 닦아냈다.
스스 _
=『=『 •
하지만 피는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았다.
힘을 줘 박박 문질러도 핏자국은 점점 더 번지기만 했다.
결국, 황제는 핏자국을 지우는 것 을 포기했다.
아마 이 손에서 피 냄새를 지우는 일은 평생 힘들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익숙해져야지.
황제가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펼쳐진 교황청은 활활 타오르며 검은 잿더미로 변하고 있 었다.
대륙일통이라는 위대한 대업을 위 한 첫발.
그 첫 번째 제물로 삼은 교황청의 본청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고 있었 지만, 황제는 도통 웃지 않았다.
지루함만큼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를 재밌게 해줄 사람은, 따로 있 었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언제 끝나지?”
“대륙 전역의 교단을 일제히 무너
뜨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 합니다.”
“다음은 어디야?”
“가장 가까운 팔테온입니다.”
“……마법사의 탑은?”
“헤드 타워가 레디안에 있기에 레 디안과 동시에 치셔야 합니다. 그러 기 위해서는 더 큰 준비가……
“지루해서 더는 못 기다리겠군. 레 디안 먼저 가지.”
“존명.”
그렇기에, 지금 만나러 갈 것이다.
황제는 궁금했다.
소국의 무능한 국왕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그 머저리 같은 쌍둥이 왕자들은, 굴복을 강요하는 자신에게 어떤 말 을 할 수 있을까.
과연, 루인 아르델은 나타날 것인 가?
“……나타나겠지.”
그 녀석의 얼굴을 떠올리자, 비웃 음이 아닌 처음으로 환한 미소가 번 졌다.
삼자대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