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
올 힘 마법사 002화
내가 보았던, ‘기적’은 사소한 이유 로 벌어진 큰 사고로부터 시작되었 다.
나는, 죽을 뻔했다.
불과 며칠 전.
“루인!”
지금도 비슷하지만, 그 당시의 나 는 내 이름 앞에 ‘최악’이라는 단어 가 항상 붙어 있었다.
“루인, 네 차례다.”
“아, 네.”
“파이어 볼을 시전해서 저기 있는 허수아비에 맞추면 된다.”
파이어 볼.
아카데미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 구나 다룰 수 있는 쉬운 마법.
2클래스를 마스터하지 못해도, 마 나를 발열하고 불의 원소를 느낄 수 만 있다면 누구나 시전 할 수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
손바닥을 활짝 펴고 마나를 운용하 자.
“•…”와!”
솨르륵-!
한때 내 재능의 크기를 나타내듯, 누구보다 거대하고 강력한 파이어 볼이 손바닥 위에 떠올랐다.
일각에서 탄성이 새어 나올 정도 로.
하지만, 거기까지.
“아••••••
이 파이어 볼을 방출하려고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어지럽다.
파이어 볼을 ‘방출’하려고만 하면 생전 존재하지도 않던 갖가지 장애 물들이 나를 덮쳐온다.
이마에는 땀이 맺히고, 금방이라도 쏟아낼 것만 같은 역한 위액이 솟아 오름과 동시에 급격한 현기증이 동 반된다.
“루인!”
“……안 됩니다.”
내 마법은, 벌써 6년째 말썽이다.
“어서 방출해.”
“소…… 손에서 떨어지지 않습니 다.”
항상 이런 식이다.
전투 마법 담당 교수인 하이델은, 마치 접착제라도 붙은 양손에서 절 대 떨어지지 않는 파이어 볼을 싸늘 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루인, 너도 이제 벌써 아카데미에 들어온 지 6년이 되었다. 올해가 졸 업반이지.”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못 해 서는 절대 졸업 시험을 통과할 수 없다. 낙제 확정이지.”
그래.
낙제 확정.
본 과목은 원래, 10개의 파이어 볼 을 만들어 동시에 10개의 허수아비 에 명중시키는 다중 격파 시험.
하지만 나는 단 1개의 파이어 볼 도 방출하지 못했으니 낙제는 확정 일 것이다.
이래서는, 마탑에 들어가거나 궁정 마법사가 되기는 개뿔…….
졸업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결코 마법사가 되지 못할 것이다.
제기랄.
하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더 연습하겠습니다.”
연습하겠다는 말밖에는.
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는 연습한다고 되는 영역이 아니 라는 것을.
하지만, 이 말 외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이 말마저 하지 못하게 되는 날에 느
내가 지난 6년 동안 홀린 땀과 눈 물은 모두 사라져 버릴 테니까.
“흠.”
하이델 교수님은 고개를 가볍게 내 젓고는 나가도 좋다는 의미로 손짓 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는 등을 돌렸 다.
동시에 불편한 시선들이 일제히 쏟 아진다.
이들은 눈으로 내게 말하고 있었 다.
‘아카데미의 머저리.’
‘방출 장애가 마법사가 웬 말이 야?’
‘어서 꺼져 버려.’
왜 내가 죄 지은 기분이 드는 걸 까.
내가 뭘 잘못했지?
저들에게 무슨 피해를 입혔지?
없다.
굳이 하나를 뽑자면, 내가 저들의 아주 지독히도 못난 감정을 하나 건 드렸을 뿐이다.
바로.
‘질투심.’
보잘 것 없는 지방 귀족 주제에 ‘마법 천재’라 불렸다는 이유.
한때는 명문가 자제들을 제치고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이유.
이런 후광들이 사라지고 한순간에 날개가 꺾여 추락했는데도 불구하 고, 아카데미의 모두가 나를 적대시 하고 있다.
이것이 사고의 시발점.
내가 하이델 교수님의 시야에서 벗 어나자마자, 몇몇은 노골적인 적개 심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대놓고 시비를 걸어오기 시 작했다.
“루인. 이제 짐 쌀 때도 됐잖아. 안 그래?”
“후배들이 너를 뭐라고 부르는 줄 알아? ‘머저리 루인’이야. 같은 학년
인 게 쪽팔려서 참……
이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적개심 을 억눌렀다.
어지간하면 참으려고 했다.
놈들에게 달려들 때마다, 늘 손해 를 보는 것은 나였으니까.
왜냐고.
“졸업반 욕보이지 말고,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그 잘난 ‘시골 영지’로. 큭큭.”
“아, 지도에서 보이지도 않는 그 영지?”
“나는 ‘아르델’이라는 가문이 있는
지도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니까?”
나는 학교 밖에서 가장 낮은 약자 였으니까.
이곳은 왕국 내 권력의 핵심인 ‘마 법사’를 양성하는 아카데미.
여기 모여 있는 이들 대부분이 권 력의 중심에 있는 이들의 자제들이 다.
그에 반해, 우리 가문은 권력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는 시골의 작은 귀 족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
나만 참으면 그만이다.
저들이 내게 주는 모욕들.
내가 지난 6년 간 흘렸던 땀과 눈 물들이 아무리 손가락질 받아도.
지금 나만 참으면 아무런 일도 일 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들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아르델 가문의 가주에 대해서 전 에 아버지한테 물어봤는데, 아직도 ‘쥐뿔도 없으면서 혼자 고고한척하
는 머저리’라고 하시던데?”
“눈치도 없고, 자존심만 세고. 그러 니까 그런 시골에서 썩고 있겠지.”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네. 지들 주제를 알아야지. 마법사라니, 가당 키나 한가?”
“아들 마법사로 팔아 출세하고 싶 어서 환장했나 보지.”
“큭큭.”
권력과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오 히려 더 무모해질 수도 있다는 것 으
저들은 오직 ‘나’만 건드렸어야 한 다는 것을.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제일 앞에서 이죽거리는 녀석에게 다가갔다.
걸음이 빨라진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이 이런 기분 일까.
“적당히 입을 놀렸어야지.”
“••••••뭐?”
그러곤 지체 없이 ‘아버지’에 대해 입을 함부로 놀린 녀석의 턱에 주먹 을 꽂아주었다.
빠각!
“컥!”
코가 으깨지는 소리와 동시에 놈은 바닥으로 쓰러지며 코를 움켜쥐었 다.
놈의 손등에서는 붉은 피가 새어 나왔다.
“표…… 피, 피……!”
피를 보고 흥분한 놈은, 현실 감각 을 잃었는지 반쯤 정신이 나간 눈으 로 쌍심지를 켜며 나를 올려다보았 다.
“이 개자식이!”
감히, 내가 자신을 공격하리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모양이다.
지체 높으신 분들이시니까.
이름이 벤 폴트였나.
모르겠다.
이제는 녀석들이 무슨 자작가의 아 들이건, 이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나는 벤 폴트를 내려다보며 되물었 다.
“다시 한번 지껄여봐. 우리 아버지 가 뭐‘?”
루인 아르델
재능은 쥐뿔도 없지만 자존심만 쌘 내 이름.
저들이 나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약해 빠졌는데도 불구하고, 절대 굴복하지 않아서.
“이, 이…… 이 자식이! 우리가 누 군 줄 알고!”
뒤에 서있던 뚱보 한 명이 내게 달려들었다.
밥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몸을 써보지도 않은 시원찮은 움직 임.
그에 반해, 나는 ‘마나 방출 장애’ 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단련을 게을 리 하지 않았다.
가볍게 어깨를 틀어 주먹을 흘려보 내고는 녀석의 비대한 복부에 주먹 을 꽂아 넣었다.
퍽, 퍽!
“컥, 커윽……
침을 흘리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는 이 뚱보는 어디 남작가라고 했던 가…….
모르겠다.
앞뒤 따지고 들 것이었으면, 애초
에 이러지도 않았을 테니까.
나는 주먹을 빠르게 회수하며 다음 상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때 였다.
“……이, 이 자식이…… 감히 나를 쳐……?”
“너 지금……
벤 폴트.
처음, 내게 맞아 코가 으깨진 녀석 은 이미 반쯤 돌아버린 눈빛으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의 손에서는 푸른빛의 마나 에너 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캐스팅 모션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황당함에 중 얼 거렸다.
“라이트닝 볼트……?”
완전히 돌아버린 것인가.
교내에서 수업 시간과 지정된 훈련 장소를 제외하고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금지.
이를 어길 시 징계.
더군다나 만약 사람에게 마법을 겨 눌 경우.
당연하게도 퇴학.
하지만, 놈은 그런 것 따위는 아무
렇지 않은 모양새로 작정하기라도 한 듯, 손아귀에서 꿈틀거리는 번개 를 크게 움켜쥐며 말했다.
“버러지 같은 방출 장애 주제 에……
“죽어어어어!”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몸을 지배했다.
사고회로가 평소보다 절반쯤 느리 게 느껴졌고.
손과 발은 얼어붙은 듯, 꼼짝도 못 했다.
생소한 감정.
그것은 분명, 공포였다.
죽음에 대한 공포!
하지만 공포를 인지하기도 전에 내 눈앞에는 번쩍이는 푸른 불꽃이 튀 어 올랐다.
……어?
“당장 그만두지 못해!”
어디선가 하이델 교수의 외침이 들 려왔지만, 이미 내 몸은 허공에 한 참을 떠오른 상태였고, 순식간에 시 야가 180도 뒤집어졌다.
철푸덕!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나는 의식 을 잃었다.
《당신은 세계파괴자 드라카의 화 신입니다.》
《아티팩트 ‘플레이어’가 발동됩니 다.》
《상태창이 해금되었습니다.》
꿈을 꾸었다.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나를 내 려다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은 붉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을 때 는, 왠지 모르게 위안을 받는 기분 이 들었다.
마치, 아주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듯한 그 남자.
그는 내게 이렇게 묻는 듯했다.
“괜찮니?”
“••••••헉!”
눈을 떴다.
동시에 꿈에서 깨어나며 새하얀 대 리석 천장이 눈에 들어왔고, 로브의 남자와 어느 금발의 30대 여성의 얼굴이 겹쳐 지나간다.
“정신이 좀 들어?”
내게 물은 이는, 헬렌.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의 고위 회 복마법사.
나는 꾹 닫혀 있던 입을 간신히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여, 여기는……
“회복실이야. 괜찮으니까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어.”
아카데미의 회복실.
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머리맡 에는 도트 힐링 마법이 새겨져 있는 작은 마나 스톤이 놓여 있었다.
눈두덩이를 손으로 지끈 눌렀다.
‘나…… 기절한 건가.’
아무래도 조금 전, 벤 폴트와의 다 툼에서 마법을 맞고 기절한 모양이 었다.
나는 회복마법사인 헬렌에게 물었 다.
“……제가 얼마나 누워 있었죠?”
“반나절…… 아니, 한나절 가까이.”
“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야. 정말 하 늘이 도왔어.”
헬렌이 말을 이었다.
라이트닝 볼트를 정면으로 맞고 즉 사하지 않은 것은 기적이라고 했고.
하이델 교수가 긴급하게 치료 마법 을 걸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고 했다.
“제 몸 상태는 어떤가요? 저는…… 괜찮은 건가요?”
이런 내 물음에 헬렌이 고개를 갸 우뚱했다.
“자세한 건 좀 더 봐야겠지만…… 지금으로써는 아주 좋아. 아니, 오히 려 멀쩡해. 이상할 정도로.”
“ 네?”
“아, 오해하지는 말고. 그냥…… 뭐 랄까, 라이트닝 볼트를 정면으로 맞 은 사람치고는 너무 멀쩡했거든. 상 처도, 신체 데미지도, 화상도. 장기 손상도. 아무것도 없어. 나 이런 경 우 처음 봐.”
“다치길 원했다는 말로 들렸다면,
미안.”
헬렌의 말은 사실이었다.
창가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낮잠 이라도 자고 일어난 것같이 멀쩡했 으니까.
‘어째서‘?’
라이트닝 볼트는, 사람의 살갗을 태우고 찰나의 순간에 장기를 파열 시키는 무서운 마법이다.
하이델 교수가 내게 걸어주었다는 긴급 치료 마법은 임시방편일 뿐, 상처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치명적인 화상에는 더욱 더.
하지만.
“어어! 그렇게 함부로 움직이지 마.”
나는 팔을 붕붕 돌려보기도 하고, 허리를 꺾어보기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폴짝 뛰어보기도 했다.
멀쩡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벙찐 얼굴로 헬렌을 바라보자, 헬 렌은 다시 나를 침대에 눕히며 말했 다.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우선은 안정을 취해야 해. 알겠어?”
“……네.”
“하이델 교수님 호출했으니까 곧 오실 거야. 그 전까지 푹 쉬어.”
“감사합니다.”
나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 고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조금 전의 일이 선명하게 떠오른 다.
놈들에게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론 되자,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끓어오르는 혈기를 참지 못
하고 벌어진 다툼.
주먹질.
그리고…… 라이트닝 볼트.
너무나도 커져 버린 대형사고.
동시에, 처음으로 느껴본 극한의 공포에 대해서 떠올렸다.
‘정말 죽을 뻔했어……
죽음.
아직은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 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죽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를 만큼 아주 가까운 곳에.
‘아버지에게 보고 들어가겠지……
분명, 보고가 들어갈 것이다.
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헬렌 말이 맞네.’
지금 필요한 건 안정이라는 헬렌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는 애써 생각하는 것을 지우고 다시 눈을 감았다.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영 타이밍 이 좋지 못했다.
“홈홈.”
머리 위에서 들려온 익숙한 헛기침 소리에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