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02)
올 힘 마법사 202화
2만의 병력으로, 디 레디안의 성벽 을 넘는 일은 무척이나 쉬운 일이었 을 것이다.
황제의 뜻대로 3시간 안에 수도를 함락하고, 레버다인으로 돌아갈 수 도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보이십니까. 이제 다 끝났습니다.”
결과는 달랐다.
10분.
하늘산 오우거들이 라이나크 제국 군을 밀어내는데 걸린 시간.
제국군은, 정면으로 밀고 들어오는 오우거들을 피해 뒤로 물러나야만 했고.
‘전멸’이라는 아득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잠정적 후퇴를 결정해야 했다.
10분 후, 오우거들은 하늘산으로 돌아갔지만.
그때는 이미 동문이 견고하게 닫히
고, 전세가 기울어진 다음이었다.
밖에서도.
안에서도.
상황은 완벽히 기울어졌다.
황제와 함께 수도로 들어갔던 성전기 사단은, 궁궐을 차지하기는커녕…….
포로가 되어버렸다.
황제와 함께.
“패배의 원인을 멀리서 찾으실 필 요는 없습니다. 황제, 본인에게 있으 니까요.”
황제는 레버다인이 위험하다는 보 고에, ‘연합군’이라는 가능성을 돌이 켜보지 않고 스스로 매몰되었고.
제국주의에 빠져 ‘함께’라는 이름 의 가치를 알지 못했다.
그게 패착이다.
“두 가지가 참으로 거슬리는군.”
황제는 동문 성벽 위에서 밧줄에 묶인 채로, 후방까지 후퇴해 버린 제국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첫 번째는, 나에 대해 아주 잘 알 고 있는 것처럼 떠들어대는 것.”
“두 번째는…….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부님 말씀이 맞았다는 것.”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카데미 졸업식 날. 언젠가는 네 가 제국의 앞날에 크나큰 위협이 될 거라며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었지. 그때는 대부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지만, 그 말이 사실이 되었군.”
“그래서, 그 말을 듣지 않으신 것 을 후회하십니까?”
“ 전혀.”
황제가 쓰게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후회 같은 감정은 담겨 있지 않았다.
“장난감 모서리에 찍히면 다칠 것 같다는 이유로, 장난감을 버리는 아 이를 본 적 있나?”
가장 맛있는 음식은 마지막에 먹기 위해 남겨두듯.
그에게는, 여전히 이 모든 게 놀이 의 일부였으니까.
하지만, 그 놀이가 끝났다.
“그 장난감 모서리에 된통 찍혀 버 리셨군요.”
“……그렇군.”
황제가 또다시 웃었다.
이번에는, 정말 재미있어서 웃는 표정이었다.
천하를 집어삼킬 줄 알았던 황제의 꼴이, 우스워서.
대륙일통이라는 야심을 드러내던 결과가 고작 이따위라서.
그리고…….
“아직, 제 선택지에는 대답하지 않 으셨습니다. 휘어지시겠습니까, 아니 면 부러지시겠습니까.”
정답 없는 선택지에서, 대답하지 못하는 자신의 꼴이 우스워서.
“교황이 죽어갈 때 이런 기분이었 나.”
황제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러지겠다.”
그는, 목숨보다 신념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 ♦ ♦
왕세자 탄 페르나가 이끄는 8천의 무장기병대는, 레버다인까지 진격하 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레버다인을 함락하지는 못했다.
최전방을 지키던 2만의 방어 병력 은 없었지만, 제국은 여전히 건재함 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고대하던 레버다인 함락이라는 소 식은 들을 수 없었지만.
대륙을 떠들썩하게 만들 또 다른 소식들이 각지로 퍼져 나갔다.
바로.
[라이나크 제국, 디 레디안 함락 실패.]
[포로가 된 황제]
이 두 가지 소식은, 대륙 전역을 얼어붙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게 정말이야?”
“어떻게 그런 일이……
“오요타와 페르나. 그리고 마법사 의 탑이 레디안 왕국을 도왔다고 하 던데?”
“그뿐만이 아니야. 들리는 이야기 로는, 라이나크 제국 진영 쪽으로
오우거들이 들이닥쳤다고 하더군.”
“오우거? 그게 무슨 소리야‘? 단순 히 운이 안 좋았던 건가?”
승패를 가늠할 필요도 없을 만한, 압도적인 전력 차이를 뒤집었다.
누군가는 오우거를 탓하며 요행이 라 했고.
누군가는 욕심을 부리다 천벌을 맞 은 것이라고 했다.
레디안의 기적이라며, 음유시인들 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다.
확실한 것은, 씹을 것이 필요한 사 람들에게 훌륭한 이야깃거리가 되었 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국의 패배는, 누군가에게 는 비극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희극이 되었다.
라이나크 제국 앞에 제일 먼저 엎 드려야 한다고 주장하던 귀족들은 입을 꾹 다물고 깨갱거리는 수밖에 없었고.
결단코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 던 귀족들은, 이때다 싶어 목소리를 키웠다.
“그럼……. 제국의 전쟁은 이제 없 는 겁니까?”
“당연하지! 황제가 적국에 잡혔는 데, 전쟁은 무슨 얼어 죽을 전쟁‘?
내 이렇게 될 거라 예상했지!”
“그, 그렇다면! 포로로 잡혔다는 황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야, 전례를 찾기 힘든 워낙 없 던 일이라……. 하지만, 죽이기야 하 겠소? 제국에게 비싼 돈을 받아내고 팔아넘기겠지. 그게 아니라면, 라이 나크 제국이 황제를 돌려보내라며 무력 엄포를 놓던가.”
“마, 만일 황제가 살아난다면, 똑같 은 전쟁이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무슨 방법을 취해야겠지. 황제에 게서 군사통제권을 몰수하던가. 아
니면 강제로 제국군을 해산시킨다든 가.”
“그런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이겠습 니까?”
“살려면 별수 있겠나. 따라야지.”
황제는 사형당할 것이다.
아니다. 이미 제국이 황제를 구출 하기 위해 병력을 보냈다.
황제의 목숨값으로 억만금을 준비 해두었다. 등등.
소문은 소문에 꼬리를 물며, 대륙 전체에 떠돌았다.
정작, 지하 감옥에 황제를 구금하고
있는 레디안 왕국 역시 ‘근거 없는 소문’을 두려워하긴 마찬가지였다.
“으으……. 이를 대체 어쩌면 좋단 말인가.”
레디안 왕국의 국왕.
페스터 레디안.
수도에 위기가 닥쳤을 때, 쌍둥이 왕자들에 의해 창고에 갇혀 있던 그 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해했다.
당장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제국의 후폭풍이 두려웠던 탓이다.
“거기 누구 없느냐!”
“이, 있사옵니다!”
“황제 폐하는! 황제 폐하께서는 멀 쩡하시더냐?”
“그, 그게……. 들리는 소문에 의하 면 아직 어떠한 음식도 입에 넣지 않고 있사옵……
“노하신 것이다. 분명 내게 화가 나신 것이야……. 이번 일로 황제께 밉보이게 되면, 나는……. 이, 이럴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찾아뵙겠다.”
“에? 하, 하지만 전하!”
극심한 불안감에 부르르 떨던 국왕 페스터는, 곧장 문을 열어젖히고 복 도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동시에 제지당해야 했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십니까?”
“……네놈들은 알 것 없다.” 바로, 쌍둥이 왕자들로부터.
“못난 놈들.”
국왕은 냉담한 시선으로 쌍둥이 왕 자들을 흘깃거리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금빛 기사단이 국왕을 막 아섰다.
“죄송하지만, 못 지나가십니다.”
“뭐라?”
“국왕 전하를 절대 복도 밖으로 내 보내지 말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명령? 누가? 누가 그런 명령을 했느냐? 내가 이 나라의 국왕인데?”
“국왕이 자리를 비운 비상시국에 군사권을 가지는 분은, 전하가 아니 라 수호자이십니다. 그리고 수호자 께서, 1, 2 왕자님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셨습니다.”
“……네놈들이?”
국왕의 시선이 쌍둥이 왕자들에게 향했고.
이번 일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쌍둥이 왕자들은, 그런 국왕을 차가
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지하 감옥으로 가십니까? 포기하 십시오. 어차피 황제의 얼굴을 보기 는 힘들 겁니다.”
“내 궁궐이다. 여기서 내가 못 가 는 곳은 없다. 모르느냐?”
“정녕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아버님은 이번 일에 별 도움이 안 되시니, 그냥 저희에게 맡겨 두십시 오.”
“뭐라?”
“국정에는 그동안 별 관심도 없으
셨으면서, 이제 와 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이유? 내 나라를 내 뜻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물었느냐!”
“그만 좀 하십시오! 머저리, 약소 국, 무능한 왕. 이딴 소리 이제 지 겹지도 않으십니까! 황제가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시냐고요!”
2왕자 포스터 레디안.
그가 불같이 화를 내며 별안간 소 리쳤고, 국왕은 벙찐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 국왕을 향해, 1왕자 크로스터
가 명했다.
“아버님을 방으로 모셔라.”
“네. 왕자님.”
기사들의 손에 이끌려 국왕이 방으 로 들어가자, 쌍둥이 왕자들은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후……
아무리 못나도, 자신의 아버지다.
아버지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하는 것이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자신들 이 진정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
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그건, 가족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것은, 왕국이 다.
♦ ♦ ♦
황제는 궁궐 지하 감옥에 구금되었 다.
만날 수 있는 인원마저 엄격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빛 하나 들지 않 는 지하 감옥 생활을 버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음식 하나 입에 대지 않 은 상태로.
하지만, 황제는 힘든 내색 하나 하 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하게 자리에 앉아, 내 게 말할 뿐이다.
“부러지겠다고 말했을 텐데.”
“그렇다고 전쟁 포로를 함부로 죽 일 수는 없습니다. 황제를 죽여 버 리면, 그 뒷감당이 안 되거든요.”
“그럼 왜 물은 거지?”
“휘어지겠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으 니까요.”
“스스로 이빨과 발톱을 모조리 뽑 고, 가죽만 남겨두라는 건가. 그냥 죽여라.”
“대화가 며칠째 빙빙 도는군요. 그 래도 별수 없습니다. 죽일 수도 없지 만, 가만히 풀어주는 것은 더더욱 불 가능한 일이니까요. 더군다나 저 혼 자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재판을 할 겁니다. 전범 재판이 요.”
“••••••뭐?”
“각국의 통치자들이 이곳으로 모두 모일 겁니다. 며칠 전에 연락을 취
해두었으니, 아마 내일쯤이면 다들 도착하겠군요.”
“홍, 그딴 결정을 누가 내리지?”
“다수결로 내릴 겁니다. 아, 그리고 라이나크 제국에서도 사람이 올 것 입니다.”
라이나크 제국이라는 이름에 황제 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동시에, 눈빛의 생기가 사그라지기 도 했다.
“……전범 재판. 그딴 애들 장난 같은 일에 제국이 동의했다는 의미 인가?”
“네. 의외더군요. 당장에라도 황제
를 풀어주라며 전쟁이라도 불사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라이나크 제국은 ‘다른 대 안’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 다.”
‘다른 대안’이라는 말은, 무표정으 로 일관하던 황제의 얼굴을 일그러 뜨리기에 충분했다.
자신은 농부도 아니고, 장사꾼도 아니고, 기사도 아니다.
‘황제’다.
그런데, 황제를 두고 다른 대안을 찾는다?
이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냐는 얼굴 이었지만…….
사실이다.
“황제께는 두 명의 형이 있지요. 일찌감치 황태자 싸움에서 밀려나 연방국으로 추방되었던 비운의 형 두 명.”
“……칸, 카르트.”
“네. 내일 그 폐황자가 이리로 올 겁니다. 대현자 메이든과 함께요.”
내 말에, 황제의 동공이 크게 흔들 렸다.
그러기를 잠시.
황제는 처음으로 자신의 곁에 놓인 물과 음식에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음식을 입 에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