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04)
올 힘 마법사 204화
전범 재판.
전쟁을 일으킨 범죄자를 처벌하는 재판이다.
‘재판’이라는 것이 군주제가 다수 인 남쪽에서는 조금 생소한 문화이 기는 하지만.
연방제를 다수 채택한 북쪽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이를 건의한 사람 역시, 다름 아닌 이스트 포레스트의 라쿰 네이쳐 위
원이었다.
“황제의 생각도 들어보고, 제국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여 최선의 결과를 찾는 것. 이게 바로 ‘평화’가 아닐까요?”
나는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했고.
10개국의 대표들.
그리고, 죽은 교황을 대신하여 참 석한 교황청 1교단의 단주와 독립자 치기구의 수장들까지.
50명이 넘는 인원이, 궁궐 대회의 장에 모였다.
“먼 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 니다.”
“와야지요. 당연히 와야지요. 이런 일에 빠질 수가 있겠습니까.”
각 국가, 연방, 기관을 대표하는 국왕, 왕자, 군주들이 이렇게 한자리 에 모이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누군가를 축하하는 좋은 목적으로 모인 것이 아니고.
이렇게 전범자를 단죄하는 목적으 로 모인 것은, 대륙 역사상 처음 있 는 일이라고 했다.
상대는 제국의 황제고.
단 하나의 의견도 소홀히 대할 수 없는, 막중한 일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나는 이 중요한 재판을 소집했고.
똑똑.
회의장 가장 상석에서 단상을 가볍 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모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마법 사의 탑 소속, 루인 아르델입니다.”
넓은 대회의장은, 중앙을 텅 비워 둔 반원(A) 모양의 구조로 이루어 져 있고.
테이블에는 각국을 대표하는 대표 자들이 앉았다.
비어 있는 중심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바로 황제가 앉을
자리였다.
“재판을 시작하기 전, 한 가지 당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재판은, 교황청을 무너뜨리고 침략전 쟁을 일으킨 황제의 죗값을 받아내 고. 똑같은 불행이 재발하는 것을 방 지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가급적이면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대의를 먼저 생각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내가 이런 당부 인사로 재판을 시 작한 이유는.
“부탁드리겠습니다, 단주님.”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몸을 바들바
들 떨고 있는, ‘교황청 1교단의 단 주’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컥!
대회의장 문이 열리며, 밧줄에 묶 인 황제가 안으로 걸어들어오자 난 데없이 물병이 날아들었다.
쨍그랑!
물병은 살짝 빗나가며 벽에 맞고 깨졌지만, 깨진 유리 파편이 황제의 얼굴을 스쳐 지나간 듯했다.
주륵-
하얀 피부에 붉은 핏자국이 선명하
게 드러났고, 피를 보자 더 흥분한 단주가 테이블을 넘어 황제에게 달 려들려 했다.
“어, 어엇!”
급하게 기사들이 제지하려 했지만, 단주가 더 빨랐다.
“이 개자식이……! 감히 교황님을!”
단주는, 달려가며 손에 집히는 화병 을 들고 황제에게 분노를 쏟아냈다.
그대로 손을 뻗으면 황제의 머리를 내려칠 수도 있었겠지만.
“놔라.”
이미 내가 단주의 손목을 붙잡은
뒤였다.
“그만하십시오. 이럴 줄 알고 미리 부탁드렸지 않습니다.”
“놔라. 이거 당장 놓지 못하겠는 가! 저런 악마를 재판하긴 뭘 재판 한단 말인가! 내 이 자리에서 악마 를 죽이고! 내가 대신 재판받겠다!”
“소중한 사람을 잃은 고통을 모르 지는 않지만, 여기는 단주님의 개인 적인 원한을 갚기 위한 자리가 아닙 니다.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놓으라니까!”
“이건 제안이 아니라 경고입니다. 돌아가 앉으십시오. 아니면, 재판장
에서 쫓겨나실 겁니다.”
단주는 몸을 파르르 떨며 내 쪽으 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갈 곳 잃은 적개심이 내게 향했다.
“내 고통을 안다고? 어린 핏덩어리 주제에 교황님을 잃은 내 고통을 알아? 네 따위가 뭘 이해한다고 떠들지?”
“저도 소중한 어머니를 잃은 기억 이 있습니다. 대답이 되었습니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자리로 돌아가
십시오. 한 번만 더 똑같은 소란을 일으키신다면, 그때는 정말로 퇴정 시키겠습니다.”
단주는 내게 쏟아지던 분노를 거두 며, 황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는 바랬을 것이다.
황제의 눈빛에서 아주 조금의 죄책 감이라도 느껴지기를.
하지만, 정작 황제는 무표정했다.
깔끔하게 정돈한 머리에 화려한 정 복을 입고, 무심한 듯 바라보는 그 눈빛.
오히려, 아랫것들을 바라보는 듯한 그 오만한 분위기에.
“이 개자식!”
단주는 또다시 욕설을 쏟아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기사들에게 양팔이 붙잡힌 단주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고.
시작부터 싸늘하게 식은 재판장 분 위기에, 나는 어려운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길게 숨을 토해 냈다.
“그럼, 황제의 처우에 관한 전범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 * *
이름만 전범 재판이지, 실상은 처 분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자유 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형태였다.
황제를 죽여야 하는가.
황제를 제국에 돌려보내야 하는가.
그렇다면 그 죗값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가. 등등.
혼자는 무리지만, 머리 수십 개가 합쳐지면 적절한 해결법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마련된 자리였다.
하지만.
“……다른 의견은 없으십니까?”
기대하던 의견들은 나오지 않았다.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황제의 재판’은 수많은 불안감을 잉태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보복이 두려운 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황제의 광기가 무서운 이들 역시 눈치를 살폈다.
오직, 교황청 1교단 단주만 쉴새 없이 입을 열었다.
“사형을 요청합니다.”
“절대 살려두어서는 안 됩니다. 지
금이야 연합군이 두려워 잠잠해 보 이지만, 제국은 여전히 수만의 병력 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살려둔다면, 대륙일통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 을 내세우며 교황청에 닥친 똑같은 재앙을 반복할 겁니다. 그러니 반드 시 죽여야 합니다.”
사형.
이에 동조하면, 제국에 낙인찍힐 것이고.
그렇다고 반대하자니 대세의 의견 을 따르지 않는 셈이 된다.
하나같이 눈치만 살필 뿐, 그 누구 도 입을 열지 않았다.
“다른 의견은 없으십니까?”
모두가 눈치를 살피던 그때, 누군 가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페르나의 왕세자, 탄 페르나였다.
그의 등장에 1교단 단주의 눈빛이 이채를 띄었다.
페르나는 라이나크 제국의 적대국 이고, 당연히 자신의 의견에 찬성할 것이라 예상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왕세자의 입에서 나 온 말은 반대의견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형은 무리지 않 을까요.”
“……뭐라고 하셨습니까?”
“예. 저도 뭐, 저 미치광이 싸이코 패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만……. 죽이는 것은 반대입니다.”
탄 페르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 했다.
“황제가 죽는다고 사라진 교황청이 돌아옵니까? 죽어버린 친구들이 돌 아옵니까?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을 뿐입니다. 황제의 목숨값은, 더 가치 있게 쓰여야 합니다.”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시면……
“선대 황제 타이탄 라이나크가 침 략을 통해 빼앗은 영토 반환, 제국
군 10만 병력의 완벽한 해산을 요 구합니다.”
선대 황제인 타이탄 라이나크가 빼 앗은 영토는 대부분이 페르나에게서 빼앗은 영토들이다.
일방적으로 페르나에게 이익이 되 는 조항이었지만, 특별히 토를 달지 는 않았다.
황제를 살리고, 제국의 이빨을 뽑
이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인 선택에 가깝기 때문이다.
참가 인원 대부분이 이 의견에 찬 성했다.
“찬성입니다.”
“저도 찬성하는 바입니다.”
“거기다, 무너진 교황청을 다시 세 울 수 있도록 제국 측의 확실한 원 조를 요구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 록, 확실한 불가침 맹약을 받아내야 하고요.”
“이번 전쟁 때문에 가족을 잃은 레 디안과 오요타의 병사들에게도 전쟁 배상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금액은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람 목숨을 어찌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겠냐 만은……. 각각, 1,000만 골드와 600만 골드씩이라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침, 라이나크 제국 대표도 자리 에 계시지 않습니까? 단도직입적으 로 묻겠습니다. 황제를 살려드리겠 습니다. 그 대신, 전쟁 배상금은 얼 마가 적절하겠습니까? 1,600만 골 드. 문제없으시겠지요?”
모두의 시선이 라이나크 제국 측 대표들에게 향했다.
제국 대표는 2명이 참석했다.
1명은, 여기 모인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제국의 재상이자, 현명하기로 소문 난 대현자 메이든 비블로프.
황제의 자리가 공석이 된 지금, 예 상 가능한 인물이 협상 테이블에 앉 았다.
하지만, 그런 메이든 비블로프 옆 에 앉아 있는 비대한 덩치의 남자가 누구인지는 나와 황제밖에 알지 못 했다.
“적절한 금액이라……
메이든 비블로프.
그는, 무척이나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질문의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 하지 않으십니까?”
“••••••예?”
“제국 측 의견을 묻기도 전에, 배상 금을 먼저 협상하려 하시는군요. 이 럴 거면 전범 재판이라 부르지 말고, 전범 경매장이라고 부르시지요.”
그의 말에는 묘한 ‘이질감’이 있었고.
재판장에 앉아 있던 모두가 같은 감정을 느꼈다.
메이든의 얼굴에는, 어떻게든 황제 를 구해내야겠다는 ‘간절함’이 보이 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타인’을 대하는 차가운 감정 이 모두를 당황케 했다.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는 말인가?”
“모든 조건을 수용할 것이라는 생 각은 안 했지만…… 저 태도는 마 치, 황제를 살리길 원하지 않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 그렇다면 다시 묻겠소. 제국 측 의견은 무엇이오?”
메이든 비블로프의 시선이 가운데 덩그러니 앉아 있는 황제에게로 향 했다.
황제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뒤통수만 보일 뿐이었지만.
그거면 중분한 듯 보였다.
메이든은 아주 천천히 숨을 골라내 며,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황제는 전쟁 범죄자가 맞습니다.”
“……뭐라고요?”
“인정합니다. 그는 천좌에 앉은 이 후, 미치광이로 변했습니다. 주신 프 렐리아를 부정하고, 모든 권력을 자 기 발밑에 두려 했습니다. 황제가 대 륙 전체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했을 때는, 두려웠습니다. 막을 수 없었습니다. 반대하려 했다면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저 미치광 이가 독단적으로 일으킨 전쟁입니다! 그러니, 저희도 피해자입니다!”
“아, 아닛…… 그게……!”
메이든의 말은 충격적이었고.
모두가 입을 벌리며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사형시키십시오.”
황제를 죽여라.
제국의 재상이 입 밖으로 꺼낸 말 치고는, 그 무게가 너무나도 무거웠 고, 너무 차가워서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 차갑고도 적막한 공기 를 깨고 누군가가 움직였다.
덩그러니 앉아 정면만을 주시하던 황제.
그 어떤 의견에도 덤덤한 반응을 보이던 황제.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뒤로 돌렸다.
“……스승님.”
황제의 시선이 메이든에게로 향했다.
그 눈에 담긴 감정은, 분명 ‘후회’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