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08)
올 힘 마법사 208화
“다음으로, 새롭게 추대된 탑주에 대한 충성 서약이 있겠습니다.”
마법사의 탑 충성 서약은, 아르델 의 델타곤에서 열렸다.
중앙에는 7층 높이의 탑이 솟아있 고, 중심탑 주변으로 오각형 모양의 10개의 섹션이 구분되어있는 델타 곤은.
그 넓이가 무척이나 넓어서,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들을 한 번에 수용
할 수도 있었다.
마탑의 여러 행사가 열리게 되는, 의전장 제일 앞 단상에 내가 섰다.
그 정면에는 쌍둥이 국왕 전하들을 비롯한 각국 대표들이 축하하기 위 해 모여주었고.
그 뒤로는 오백에 달하는 6클래스 이상의 마법사들이 도열 했다.
“첫째! 마탑의 주인은 단 한 분뿐 이다.”
“첫째! 마탑의 주인은 단 한 분뿐 이다!”
“둘째.”
“둘째!”
“탑주 이외의 다른 우상을 만들지 말라.”
“탑주 이외의 다른 우상을 만들지 말라!”
충성 서약.
이 모든 것은,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마탑 소속 마법사들이 지켜야 할 맹약이 된다.
탑주는 태양이고.
탑주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 지 않을 것.
탑주의 말은 법이고, 절대 의심하
지 않을 것.
그 외에도 중립, 수호, 탐구 같은 마탑의 기본 원칙 강령을 외우는 것 으로 의식은 종료된다.
충성 서약을 하건 안 하건, 나는 이미 탑주이고 이는 무척 형식적인 자리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마법사의 탑에서는 절대 빠져 서는 안 될 중요한 의식이라고 했다.
마법사의 왕을 의미하는 ‘권좌’가 이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충성 서약 행사를 진행하는 마법사 들이, 스태프를 위로 들어 올렸다.
웅우우웅.
그러자, 단상 뒤에서 모습을 감추 고 있던 ‘권좌’가 서서히 위로 떠오 르며 그 모습을 드러내었고.
휘황찬란한 권좌의 등장에, 주변에 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저게, 권력.’
마법사의 탑 모든 권력이 하나로 모이는 자리.
처음, 아카데미 41층 ‘말레록의 눈’ 으로 보았던 장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단순한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를 그 장면.
‘내가 보고 싶은 세계’의 그날은 오늘이 되었고.
나는 그런 오늘을 즐기기로 했다.
“탑주님. 앉으십시오.”
권좌가 내 앞에 부드럽게 안착했 고, 모인 모두가 나의 다음 행보를 주목했다.
수백의 눈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지 만, 나는 거리낌 없이 권좌에 올랐 다.
처음 앉는 자리지만, 특별히 낯설 지는 않았다.
오히려 편안하게 나를 반겨주는 듯 따뜻하게 감싸주는 권좌에 등을 기 대었다.
포근하다.
처음부터 내 자리였던 것처럼.
마탑의 마법사들은, 일제히 바닥에 엎드리며 큰소리로 외쳤다.
“탑주님을 뵙습니다.”
♦ * *
충성 서약이 끝나고 난 뒤에는, 성 대한 축하 연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탑주!”
“대제님, 와주셨습니까.”
“와야지! 누구를 죽하하는 자린데, 응당 와야지!”
“저희도 왔습니다. 새로운 헤드 타 워가 참으로 근사합니다. 이 기골이 장대하고 단단한 것이, 꼭 탑주님을 닮았습니다.”
“탑주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 립니다.”
“감사합니다.”
나를 축하해 주기 위해 대륙 각지 에서 모여든 손님이 워낙 많았던 터
라, 델타곤의 연회장은 밤새도록 불 이 꺼지지 않았다.
벌써, 12시간이 넘게 연회가 계속 되었다.
하루 종일 손님을 맞이하느라 꽤 피곤했지만, 연회의 주인공이 먼저 자리를 비울 수는 없는 법.
이번 일정만 끝나고 나면, 짧은 휴 가가 준비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힘 을 냈다.
그런데, 연회가 다 파할 무렵.
듣기만 해도 힘이 솟아나는 ‘선물’ 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인 공!”
“이놈•아. 어디 탑주님 이름을 함부 로 부르느냐.”
“흠흠, 형님. 나도 예의가 아닌 건 알지만……. ‘탑주’라는 이름은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다만……
레디안 왕국의 국조(國鳥)인 태양 새가 그려진 화려한 예복을 차려입 은 두 남자.
크로스터 레디안과 포스터 레디안.
우리, 쌍둥이 국왕 전하들.
나는 그들을 향해 밝게 웃어 보였 다.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그리고, 즉 위를 축하드립 니다.”
“ 고맙소.”
“형님 거봐요. 루인 공도 이름을 불러주는 쪽이 훨씬 더 친근하게 생 각한다니까.”
“흠흠. 정말 이름을 불러도 되겠 소?”
“물론입니다.”
이들은 아르델에 생긴 경사를 자신 들의 일처럼 축하해 주었고.
미리 예고했던 ‘선물’까지 함께 들 고 나타났다.
“일전에 수도에서 있었던 사건으 로, 루인 공에게 너무나 큰 빚을 졌 소.”
“빚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 도 한 사람의 국민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은혜는 갚아야 하지 않겠 소?”
“바쁘겠지만 잠시, 우리에게 시간 을 내어주시오.”
어떤 선물을 주시기 위해 이러시는 걸까.
“알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쌍둥이 전 하들은 아르델의 영주인 내 아버지 까지 덩달아 불러내셨다.
이런 성대한 연회에 익숙하지 않아 불편해하시던 아버지는, 냉큼 응접 실로 들어오셨고.
새로운 국왕들에게 한쪽 무릎을 꿇 으며 경의를 표했다.
“전하를 뵙습니다.”
“허허, 어서 일어나 이리 앉으시 오.”
이렇게, 우리 부자(父子)가 한자리 에 모이자 전하들이 입을 열었다.
“내 ‘아르델’에 어떤 선물을 주어 야 할까, 참으로 많은 고민을 했었 소.”
“……루인이 아니라, 아르델이라고 하셨습니까?”
“이번 라이나크 제국의 수도 찬탈 전쟁에서는 루인 공에게 빚을 졌지 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게리힐’의 워록들이 궁을 습격했을 때는 아르 델 전체에게 빚을 진 것이나 다름없 지 않소?”
전하들께서는, 아무래도 이번 선물 을 아주 오랫동안 고심하신 듯 보였 다.
“돈, 토지, 명예……. 아무리 고민 해보아도 아르델에 필요한 것이 무 엇인지,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소. 아르델의 재정 상황이야 최 근에 상당히 좋아진 것으로 알고 있 고, 토지 역시 사우스 마운틴을 비 롯한 미개척지를 포함한다면 수도 이남에서 가장 넓은 편에 속하오. 명예야 두말할 것도 없을 터.”
“과연 아르델에 필요한 것은 무엇 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우리 는 각자가 수없이 고민했었고. 결국,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소.”
“나와 동생. 둘 모두가 모처럼 같 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의견을 통
일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 소이다.”
분위기가 이쯤 되자, 전하들이 아 르델에 하사하려는 선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버지 역시 마찬가지다.
선물의 내용을 눈치챈 아버지는, 한사코 고개를 저으며 말씀하셨다.
“죄송하지만, 그 선물은 받을 수 없습니다.”
“맞습니다. 보상을 기대하고 한 일 이 아닙니다.”
“우리의 입장도 생각해주시오. 그 때는 경황이 없어 마땅한 보상을 하 지 못했었는데, 이번에도 그냥 넘어 간다면 사람들이 우리를 뭐라고 생 각하겠소?”
“하지만……
“이미 결정했소. 거절에 대한 답은 염두해두지 않았지.”
“이번 한 번만 황제의 말을 빌려 쓰겠소. 거절은 거절하도록 하지.”
쌍둥이 전하들은 작정하고 오신 듯 했다.
너희가 아무리 거절하려 해도, 반 드시 선물을 놓고 떠나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였고.
그 결심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아르델을 레디안으로부터 독립시 키겠소.”
독립.
본래, 모든 영지가 왕으로부터 떨 어진 독립된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독립은 개 념 자체가 다르다.
“아르델을 동맹국 인정하고, 그대 들을 우리의 영원한 우방으로 삼고 싶소.”
레디안에게 행하던 세금의 의무를 제하고, 아르델이라는 이름의 하나 의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아버지인 델린 아르델은, 더 이상 영주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의 초대 지도자가 된다는 의미고.
나 역시, 더 이상 레디안의 국민이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자신의 영지가, 특정 국가에 귀속 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가 되는 것.
모든 영주가 이러한 꿈을 꾼다.
생소한 일도 아니다.
이미 제국은 수많은 연방 공국을 휘하에 두고 있고, 그 숫자가 워낙 많아 ‘연방 제국’이라는 이름이 붙 었지만.
완전히 독립된 국가도 존재한다.
바로, 프렐리아 신성 공국.
종교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은, 최근 교황청이 무너졌다는 크나큰 비극을 겪기는 했지만.
하나의 ‘주체국’으로 성장했다.
아르델에게도 그 기회가 찾아온 것 이다.
“아르델을 왕국에 귀속시켜두면, 얻게 되는 이득은 상상을 초월할 것 이오. 헤드 타워가 들어섰고, 동서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고 있고, 드 넓은 남쪽 해안을 지척에 두고 있 지. 하지만 이 모든 물질적인 계산 보다 우리에겐 루인 공과 아르델의 미래가 더 중요하오.”
“숙고하여 내린 결정이니, 부디 우 리의 뜻을 거절하지 말아 주시오.”
아버지는 침묵하셨고, 나 역시 입 을 열지 않았다.
결정권은 영주인 아버지에게 있다.
나는, 아버지의 뜻을 존중할 것이 다.
그런 아버지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 보셨다.
“잠시,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찮겠습니까?”
“그러시오.”
쌍둥이 전하들께서는 잠시 자리를 비켜주셨고, 응접실의 문이 닫히자 마자 아버지께서 내게 말씀하셨다.
“루인. 이건, 내 결정 밖의 일이 다.”
“네?”
“새롭게 태어날 아르델이라면, 그 건 내가 아니라 네가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래, 어리지. 하지만 너는 능력을 스스로 증명했고, 나는 나의 그릇을 잘 알고 있다. 결정해야 한다면, 내 가 아니라 루인 네가 해야만 한다. 이건, ‘루인 아르델’이 짊어져야 하 는 무게다.”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하는 것.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생 각했었지만, 그 날이 이렇게 빨리
오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결심을 굳히신 듯 보였다.
“탑주로서. 아르델의 지도자로서. 너의 신념을 지키면서, 누구보다 이 땅을 잘 이끌어 주리라고 생각한 다.”
“상상해 보아라. 이 땅에 오래도록 뿌리내릴 너의 유산들을.”
아버지의 말에, 나는 숨을 크게 토 해내고 눈을 감았다.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작은 시골 영지 아르델에서.
남부 제일의 무역 도시가 되기까지 1 년.
그리고, 이 아르델이 얼마나 더 크 게 성장할지 상상해 보았다.
상상력은 너무나도 방대하여 그 끝 을 모르고 뻗어 나가고 있었다.
가지와 가지가 만났고.
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어느샌가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아버지가 물으셨다.
“뭐가 보이느냐?”
대륙 제일의 마법 도시.
대륙 제일의 무역 도시.
대륙 제일의…….
나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가족이 보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아버지를 완벽하게 대신할 수 없어요.”
눈을 떴다.
그리고, 아버지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하지만, 노력해 볼게요. 아버지의 무게를 덜어드릴게요. 그러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 주세요. 아직 은 아버지의 가르침이 필요한 나이 거든요.”
내 말에, 아버지가 옅게 미소지으 셨고.
그 미소가 너무 따뜻해, 절로 미소 가 흘러나왔다.
“아르델의 일원으로서. 목숨이 다 할 때까지 너를 돕겠다.”
아르델이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