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15)
올 힘 마법사 215화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온몸으로 ‘사내다운’ 남성미를 풀 풀 풍기시지만, 속마음만큼은 누구 보다 여리디여리신 장인어른.
그리고 아이린이 나이가 들면 딱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싶은, 아름다 운 어머님.
그리고 자존심 강하고 우악스러운 면도 있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정 이 많은 세 명의 형님들까지.
“그럼 신혼집은 어디가 좋겠나?”
“여보. 아직 식도 안 올렸는데.”
“홈홈, 내가 너무 성급했나?”
“우선은 상견례를 먼저 해야 하지 않겠어요?”
“옳지! 우리 사위를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낸 사돈어른을 먼저 뵈어야지.”
“산세가 험해서 이곳으로 초대하는 건 좀 그러니, 저희가 가는 것이 좋 겠어요. 아르델이라는 곳이 어떤 곳 인지도 궁금하고.”
“……마에타 산맥을 내려가자는 말 인가? 속세로 가자고?”
“그럼요? 당연히 내려가야죠. 내 딸이 결혼할지도 모르는데, 언제까 지 이 칙칙한 산속에만 틀어박혀 있 을 작정이셨어요?”
“그, 그럴 생각이었는데……
“누구 마음대로? 내 인생은 이렇게 저물었지만, 내 딸만은 절대 똑같이 살게 할 생각이 없어요. 근사한 곳 에서 결혼식도 올리고, 예쁜 옷도 입고, 맛있는 음식도 잔뜩 먹을 거 예요. 그러니 이건 당신이 포기해요. 절대 양보할 생각 없으니까.”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전설적인 9성의 경지에 이른 장인 어른과 하나같이 8성 이상의 고수들 이…….
도대체 뭘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그건, 그 어떤 물리적인 공포도 아 니었다.
무지에 대한 공포였다.
산 아래 속세에 무엇이 있는지 알 지 못하기 때문에 느끼는, 갑갑한 공포.
이 공포가 별것 아니라는 것은, 산 아랫마을 출신인 어머님과 아이린만 이 알고 있다.
“무서워할 것 없어요. 세상 그 누 구도 프리우스 사람들을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
“맞아요. 아빠랑 오빠들 무서워서 누가 말이나 걸겠어요?”
사실이다.
이들이 속세로 내려가는 순간, 두 려워해야 할 사람들은 오히려 저들 이다.
네가 강하네, 내가 강하네.
세상에서 누가 제일 강하네.
자기들끼리 서열을 매기고 있을 저 들은, 무려 다섯 계단씩이나 내려가
야만 할 테니까.
“이, 일단은 섣불리 결정하지는 못 하겠군.”
장인어른께서는, 시간을 조금 달라 고 하셨다.
마에타 산악지대는, 이들이 평생을 뿌리내리고 살아온 땅이고.
이 산맥을 내려가는 순간 맞이하게 될 타지 생활은, 분명 간단하게 결 정할 사항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내가 무조건 설득할 거야. 상견례 는 무조건 아르델에서! 그러니 우리 딸은 아무 걱정하지 말고.”
“역시! 울 엄마라니까.”
어머님은, 으레 그래오셨듯.
프리우스 가의 남자들을 꽉 잡으실 테니까.
조만간, 상견례를 위해 마에타 산 악지대를 벗어나 가문 최초의 단체 외출을 하실 것이라고 한다.
산 아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벌벌 떨고.
처음 타는 마나 열차에서 허둥지둥 거릴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래.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많이 정 들어 버렸다.
이대로 헤어지는 것이 상당히 섭섭 하게 느껴질 만큼.
“아이린 울리면 그때는 우리가 가 만두지 않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잘하라고, 그 러니까.”
나는 형님들 하나하나와 악수를 하 고, 장인어른과 어머님과 가볍게 포 옹했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네.
가장 행복하게 만들게요.
* * ♦
마에타 산악지대를 벗어나는 데에 만 이틀.
마나 열차를 타고, 아르델로 돌아 가는 그 즉시 열흘짜리 휴가가 끝이 난다.
나는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굼벵이 처럼 꿈틀거렸다.
“왜 그래요, 애처럼?”
“으으……. 아쉬워서요. 이대로 휴
가가 끝이라니.”
모처럼 아이린과 단둘이 대화할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그녀의 가족들까지 만나볼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이 소중한 시간이 끝나고, 이제는 업무 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아아, 조금 더 굼벵이가 될래.
나는 아이린의 어깨를 파고들며 기 대 누웠고, 아이린은 그런 나를 보 며 아주아주 짓궂은 얼굴로 말했다.
“그 말, 다시 해봐요.”
“응? 무슨 말이요?”
“우리 아빠한테 한 말이요.”
“아이린 님이 아빠를 닮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말이요?”
“그거 말고요.”
“……음, 글쎄요.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눠서.”
이렇게 말했지만, 아이린이 무슨 말을 원하는지는 잘 알고 있다.
다만, 쑥스러울 뿐.
내가 짐짓 모르는 척 두 눈을 깜 빡이자, 아이린이 양 볼을 크게 부 풀렸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웃음이 났다.
“알아요,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건 지.”
“제가 전에 말했죠?”
“여자들은 용기 있는 남자를 좋아 한다. 그러니, 다음은 절대 없다.”
“그걸 기억하는 사람이 그래요?”
“기억은 하는데……
……너무 부끄러운걸.
나는 입을 제대로 열지도 못하고, 아이린의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내가 처음으로 준 선물인 아이스커스의 혹한의 반 지가 끼워져 있었다.
영웅 등급이라는 귀한 반지지만, 장물 반지다.
“궁금하네요.”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등골을 홅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루인님의 용기가 부족한 건지, 아 니면 제 매력이 부족한 건지.”
아아……!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요.
사랑한다면, ‘표현’하라고 했다.
그게 어떤 방법이든, 표현하지 않 으면 모른다고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만큼은 용기를 내어 표현하리라 결심했다.
“이제 내릴까요?”
“……네.”
마나 열차는 아르델에 도착했고.
이대로 마을로 들어가 버리게 되 면, 아이린과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지금 말해야만 한다.
확실하게 답해주자.
당신이 얼마나 매력적인 여자인가를.
나는 마나 열차에서 내림과 동시에 눈을 질끈 감고 아이린을 돌려세웠 다.
“저기, 아이린……
“ 네?”
그리고, 그녀가 몸을 돌리자마자 입을 맞췄다.
뭉클.
뭐랄까…….
처음 뽀뽀를 하게 되면, 머릿속에 서 종이 뎅! 하고 울린다는 이야기 를 제이슨에게 들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제이슨은 뽀뽀를 해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부드럽지만, 뭐랄까…….
내 입에서 술 냄새가 남아 있지는 않을까, 그녀가 싫어하지는 않을 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그 두려움에 나는 슬쩍 눈을 떴는 데, 아이린은 입술을 떼어내며 눈웃 음 짓고 있었다.
아, 다행이다.
싫어하지는 않는구나, 하는 안도감 과 동시에 아이린이 내게 와락 안겨 들었다.
나는 그제야, 제이슨의 말이 그리 틀리지는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술을 한 잔 마시지 않아도 취한다 는 이야기가 이런 말일까.
뎅!
정말로…….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이게, 키스인 걸까…….
정신이 아득해질 것 같은 기분은 무척이나 짧게 지나갔고, 나는 그녀 에게 말하려 했다.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을 것만 같 았다.
아니, 꼭 말해야 할 것처럼 목구멍
이 간질거린다.
그래.
확실한 내 감정이 용솟음친다.
아이 린.
나는 너를…….
“••••••어라.”
근데, 근데 말이야.
왜 아이린의 목덜미 뒤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는 걸까.
왜 그 실루엣은, 내 여동생 루이나 를 닮아 있는 걸까.
왜 루이나는 양손으로 눈을 가리고,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으며.
그런 루이나 곁에서는 얼굴이 시뻘 게진 제이슨이 서 있는 것이며.
“홈홈.”
길고양이 씨는 헛기침을 하고 있는 걸까.
헛것인 걸까.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이 정말 현실 이 맞기는 한 걸까.
“너, 너희들이 대체 왜……
내가 중얼거리자, 아이린은 황급히 뒤를 돌아보며 얼굴을 붉혔고.
루이나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중 얼 거렸다.
“아, 왜 좋았는데.”
“아이린 양. 나는 그대를 영원히 사랑하오! 내 정열의 키스를 어서 받아주시오.”
“아잉! 루인 님! 몰라요!”
“그런데! 너, 너희들이 대체 여길 어떻게……! 으, 음캭캭캭! 아이고, 배야! 아이고오!”
아르델의 델타곤 7층, 내 집무실까 지 따라 들어온 제이슨은, 1인 2역 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나를 놀려 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열의 키스, 따 위의 대사는 한 기억이 없는데.
아무래도 내 눈에서 정열 비슷한 것을 읽은 모양이다.
“으큭큭큭, 어떻게 사람 많은 마나 열차 환승역에서 키스할 생각을 다
했냐?”
“너희가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 지.”
“야야. 탑주님이 휴가를 마치고 오 시는데, 당연히 마중 나와야지. 안 그래?”
“……쓸데없이 일 열심히 한다니 까.”
“ 좋았냐?”
“몰라, 인마. 좋았다고 하더라도 감 상을 말해줄 생각 따윈 없다.”
“왜, 어땠는데? 내가 말한 대로 정 말 종이 울렸냐? 어? 좀 말해봐.”
나는 정신이 아득하게 날아가 버리 는 그 순간을 추억하며, 본능적으로 입술을 매만졌고.
제이슨은 그 모습을 보고 또 배를 잡고 웃어댔다.
“으칵칵칵! 입술은 왜 만지냐? 또 하고 싶냐?”
그으래. 실컷 웃으라고.
“제 이슨.”
“……하아. 너무 웃어서 배 땡긴다.
왜?”
“넌 그게 왜 그렇게 궁금한 건데? 설마, 아직도 못 해본 건 아니지?”
내 물음에 제이슨의 얼굴이 새빨갛 게 달아올랐다.
“무, 무, 무, 무슨 소리야! 내가 종 이 울린다고 말해줬잖아! 그런데 내 가 못 해봤을 리가 없잖아!”
“아아, 그러세요?”
역시, 못 해봤군.
확신한다.
제이슨은 아직 뽀뽀 무경험자다.
아무래도, 우리 비에르 베이튼 누
님께서 제이슨을 많이 아껴주시는 모양인걸.
정작, 제이슨은 자신을 막대해 주 길 원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후, 그래! 난 못 해봤다! 됐냐!”
“응, 알고 있었어.”
“나는 정말 해보고 싶은데! 내 사 랑스러운 베베가 순결을 지켜주고 싶대. 나는 마음껏 더럽혀질 준비가 되어있는데 말이야.”
“응, 듣기 싫어. 뽀뽀보다 5클래스 마법사가 되는 것이 먼저야. 5클래 스가 되기 전에는, 절대 네 첫 뽀뽀 를 허락할 수가 없다.”
“뭐? 내 첫 뽀뽀를 왜 네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데?”
“그야 나는 탑주니까.”
“허, 허? 웃겨! 아무리 탑주라고 하더라도! 그런 개인의 자유를 침해 해서는……!”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길고양이 씨가 안으로 들어섰다.
“개인의 자유, 침해당할 권리 있습 니다. 충성 서약하셨지 않습니까?”
“들었지?”
“아, 나의 순결이……
제이슨은 충격받은 얼굴로 그 자리
에 얼어붙었다.
“……루인, 너 저주할 거야.” 큭큭, 농담이야. 제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