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17)
올 힘 마법사 217화
시찰을 떠나기 전에, 아이린을 만 나러 왔다.
돌아오자마자 밀린 업무로 바빴기 때문에, 모처럼 얼굴을 마주하고 있 는 것은 그날 ‘첫 뽀뽀’ 이후로 처 음이다.
조금 어색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 게도 편안한 것은 그녀의 미소 덕분 일 것이다.
“소개팅이 요?”
“네. 볼바르 경이 장가가시는 모습 을 반드시 보고 말겠다고 결심했거 든요.”
“기왕이면 빠르면 더 좋을 것 같은 데……. 저도 한번 알아볼까요?”
“오, 괜찮은 분 있나 봐요?”
“제가 여학교 나왔잖아요? 교수님 들도 다 여자시거든요. 교수 자리 앉기 위해서 결혼도 포기하시고, 연 구에만 매달리다가 뒤늦은 후회 중 이라는 교수님 이야기를 몇 번 들은 적 있어요.”
“오, 그럼 알아봐 주실래요? 우리 볼 바르 경이 진짜 1등 신랑감이신데.”
“후후, 그럴게요.”
평생을 창 아니면, 낚싯대만 붙잡 고 사신 우리 볼바르 경.
조금만 기다리세요.
창을 놓을 수는 없으니, 낚싯대 대 신 반쪽의 손을 잡게 해드릴게요.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좋다니까요.
“제대로 알아보려면, 학교에 한 번 다녀와야겠는데……
“편하게 다녀오세요. 저도 이번에 장기 출장 예정이거든요.”
“탑주 시찰요?”
“네. 이번에 라이나크 제국까지 포
함해서 다녀오면, 무려 일곱 곳이거 든요.”
“……오래 걸리시겠네요.”
아이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시무 룩한 표정을 지었고.
앗.
나는 그 입술을 보자 지난번 뽀뽀 가 떠올라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아이린의 눈매가 장난스럽 게 올라갔다.
“지금 무슨 생각 하셨어요?”
눈치 하나는 귀신인걸.
나는 황급히 다음 할 말을 떠올렸 고, 아이린은 그런 내게 성큼 다가 오며 말했다.
“왜 말을 못 해요?”
“음, 그게……
“참 이상하다니까요. 평소에는 그 렇게 말을 잘하시는 분이, 왜 제 앞 에서는 이렇게 숙맥으로 변하는 걸 까요.”
저도 그게 궁금하답니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솔직히 털어 놓았다.
“그날, 생각했어요. 저희 처음으로 뽀뽀한 날……
“역시.”
아이린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 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런 아이린에 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아이린.”
“네?”
“그러니까, 그게……
내가 섣불리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 리자, 아이린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설마, 뽀뽀해도 되냐고 물어볼 건
아니죠?”
아,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 * ♦
이번에 들릴 시찰지역은 총 일곱 곳.
오요타를 시작으로, 철의 장원 메 텔과 설국 아이젠아워를 찍고.
팔테온과 신성 공국을 들른 뒤에, 라이나크 제국과 마제로스 해역을 방문하는 루트다.
대륙을 서쪽으로 한 바퀴 빙 도는 것인데, 단순 시찰업무를 제외하고 도 한가지 숨은 일정이 더 있다.
“그러니까, 볼바르 경의 예비 신부 를 찾는다는 말이지?”
“ 맞아.”
바로, 볼바르 경의 반려자 찾기.
내 말에 제이슨이 흥미롭다는 듯 웃어 보였다.
“큭큭, 척 보면 척이지. 이 형님께 서 제대로 골라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번 일정에는, 제이슨까지 동행했
다.
길고양이 씨의 ‘보조’이자 ‘후임자’ 역할로 따라나선 것인데…….
마나 열차에 탑승하자마자, 제이슨 은 소풍이라도 가듯 상당히 들뜬 표 정으로 말했다.
“으아, 공식적인 마탑의 임무에 투 입되다니……. 우리 아버지가 이 모 습을 꼭 보셨어야 하는데.”
제이슨의 아버지는, 재능 없는 마 법사 일은 얼른 그만두고 영지로 돌 아와서 가업(家業)을 이으라는 말을 달고 사신다고 한다.
여기서 가업이란, 당연히 주조업을
말한다.
레디안 왕국에서 가장 거대한 주조 장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먼 가문은, 제이슨이 자신의 자리를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숨기지 않으셨지만.
제이슨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살 아야겠다며 가업을 잇기를 포기했 다.
“참 의외란 말이야.”
“뭐가?”
“술과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네 가 왜 가업을 잇지 않는 걸까? 술 이라면 진탕 마실 수 있을 텐데.”
“내가 사라지면 너 엄청 쓸쓸할
걸?”
“음, 그건 그래.”
“……제이슨 데이먼 씨.”
“에‘? 아, 네! 선배님.”
“사적인 자리에서는 묵인하겠으나, 공적인 자리에서는 탑주님께 언행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아, 네, 넵. 알겠습니다.”
길고양이 씨의 한 마디에 제이슨이 찌그러져 버렸다.
“……나 혼난 거 맞지?”
‘큭큭.”
제이슨은 상당히 할 말이 많은듯한 얼굴이었지만, 정작 길고양이 씨에 게는 한마디도 대들지 못한다.
위계질서가 아주 제대로 잡혀있달 까.
“도착했습니다.”
아르델을 떠난 지 1시간도 채 되 지 않아, 우리는 에스페라나자에 도 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오요타의 마법사들 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여어! 루인!”
“세타 말키리. 탑주님께 그 무슨
무례한 언행이냐. 탑주님, 먼 길 오 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 맞다. 쟤 탑주였지. 여어! 탑주님!”
“어허! 세타!”
“아하하, 저는 괜찮습니다.”
“거봐요. 제가 뭐랬어요, 위원님. 저희 둘은 친구라서 괜찮다니까요?”
탑주인 내게 서슴없이 말을 놓아버 리는 세타의 언행에, 오요타 최고위 원님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세타는 그런 것을 눈치 보는 성격 은 아니었다.
“오랜만이다! 탑주님!”
“반말을 하던, 존댓말을 하던. 하나 만 정해서 해줄래?”
“그럼 그냥 루인이라고 부른다?”
“마음대로 해.”
“어라? 제이슨도 있네? 너는 왜 따라왔냐?”
“대 마법사의 탑 비서실 소속 마법 사, 제이슨 데이먼 님이시다. 아시겠 습니까?”
“올, 그럼 루인 꼬붕이네?”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거 맞
아.”
오랜만에 방문한 에스페라나자는, 여전히 똑같은 풍경이었지만.
아카데미 졸업 직후에 들렸을 때와 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그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에스페라나자의 모든 사람이 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근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이 모여있냐?”
“전부 너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지 뭐.”
“나를 왜? 탑주 방문이 그렇게나 신기한 건가?”
“그런 건 아냐. 전대 탑주가 왔을 때는 아무도 못 알아봤으니까.”
“그럼?”
“저기 좀 봐.”
세타가 어딘가를 가리켰다.
손가락 끝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일전에 에스페라나자 송판격파대회 가 열렸던 시장 한복판이었다.
“저기, 기억하냐?”
“당연하지. 송판 격파했던 곳이잖 아.”
“저기서 송판 200장을 깨버린 전 설적인 격파왕이, 탑주라는 사실이 신기해서 그런 거지. 그래서 모인 거야.”
아, 그러세요.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주 변 분위기를 살펴보니 사실인 것 같 았다.
“저 사람이 탑주야? 확실해?”
“아이, 참! 참말이라니까 글쎄! 방 금 최고위원께서 분명 ‘탑주님’이라 고 했다니까!”
“아닌데? 암만 봐도 ‘오우거 군주’ 인데?”
그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는 사 람이 있을 줄은 몰랐는걸.
대체 적으로, 탑주와 오우거 군주 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들이었지만…….
에스페라나자 사람들은, 여전히 오 우거 군주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긴, 송판 200장을 격파해 버리고 올해 검투대회 우승까지 했으니 기 억하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우거 군주’라 는 이름을 잊을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뭐야, 이게.”
“말했잖아. 동상을 세울 거라고. 거 짓말인 줄 알았냐?”
그래, 기억한다.
내가 에스페라나자를 떠나던 날, 내 동상을 세울 것이라는 이야기를 분명 기억한다.
실제로, 송판격파대회가 열리던 시 장 거리에는 내 얼굴을 빼다 박은
동상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문제는, 나를 전혀 닮지 않았다는 점이랄까.
“……저게 나라고?”
[오우거 군주 – 루인 아르델.]
[송판 200장을 일격에 격파한 위 대한 사막 전사]
[에스페라나자 검투 대회의 유일한 이방인 우승자]
[가장 낮은 모래알이 가장 뜨거웠다.]
얼굴만 나였지 몸매나 포즈는 완전 히 다른 사람이다.
마초적인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근 육질 몸매에, 나뭇잎으로 만든 듯한 속옷 하나만 걸친 채로 양다리를 쩍 벌리고 두 팔을 들어 올리며 근육을 뽐내고 있었다.
나뭇잎 팬티만 걸친 원시인인가.
고릴라 같기도 하고.
눈빛이 좀 멍청해 보이는 것 같기 도 하고.
음.
이게 나라고?
“딱 보면 모르냐? 눈 감고 봐도 너잖아.”
아니라고.
“나는 저런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취한 적이 없는데. 더군다나 옷을 벗은 적도 없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그냥, 사 람들 눈에 강해 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야.”
저건 강해 보이는 게 아니라, 멍청 해 보이는 것 같은걸.
동상이 아니라, 똥상을 만들어놨다.
이게 멋있어 보인다면, 에스페라나 자 사람들의 미(美)의 기준에 문제 가 있거나, 시력에 문제가 있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도대체, 누가 저따위 자세로 만들 라고 지시한 거야?”
* ♦ ♦
“탑주. 그대의 동상은 보고 오셨 소?”
“예?”
“흐흐, 보았겠지. 그 동상의 포즈는 내가 그렇게 만들어 달라고 특별히 지시했다오.”
잡았다, 이 자식.
내 동상에 장난질 한 사람이 당신 이었구나.
오요타의 대제(大帝), 텐진 무르나 크.
“굳이 대제께서 왜 그런 일까 지……
“본래, 강자의 동상은 강자가 알아 보는 법이라오. 근육질 몸매를 통해
탑주의 강인한 면모를 극대화시켰 고, 나뭇잎 팬티를 입음으로써 거친 야생에서도 살아남는 생존력과 끈기 를 표현했지. 그리고 그 자세. 두 다 리를 쩍 벌리는 것은, 남성적인 자 신감을 표현한 것이고. 두 팔을 위 로 들어 올리며 탄탄한 삼두근을 강 조한 것은 ‘이 주먹에 맞으면 죽는 다.’라고 말하고 싶었다오. 껄껄껄!”
정말 죽을 것 같은데요.
“어떻소? 마음에 드셨소이까?”
마음에 드냐고요?
마음 같아서는, ‘동상을 그따위로
만들면 어떡해!’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대제의 멱살을 잡을 수 없었 던 나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화제 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런데, 대제님.”
“뭐든 말해보시오.”
“다른 게 아니라, 오요타의 최고위 원이신 ‘유리아나’ 님에 대해 궁금 한 것이 있어서요.”
“마탑의 마법사에 대해, 탑주가 내 게 묻는 것이오?”
“아하하, 그게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보기엔 조금 실례될지도 모르는 질
문이라……
“무슨 질문이기에 그러시오?”
나는 물었다.
“유리아나 님께서는 결혼을 안 하 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숨겨진 애인이 있는 것이 아 니라면, 그렇소만.”
“상당한 미인이신데,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도 알고 계십니까?”
“응?”
내 질문에 대제의 눈빛이 수상해졌 다.
그는 헛기침을 두어 번 하더니 누
가 듣기라고 할까, 아주 조그만 목 소리로 말했다.
“탑주의 취향이 그쪽인 줄은 몰랐 는데? 올해 45세인데, 감당하실 수 있으시 겠소?”
“ 예‘?”
“말씀만 하시오. 유리아나 최고위 원과는 내 오랫동안 봐온 각별한 사 이니, 개인적인 자리를 마련해 드리 겠소.”
아, 그런 게 아니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