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18)
올 힘 마법사 218화
에스페라나자의 어느 주점에 친구 들과 모였다.
나, 세타, 그리고 제이슨.
이렇게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시시콜콜한 옛날이야기를 나누자는 취지보다는 볼바르 경의 찬란한 장밋빛 미래 때문이다.
“그러니까, ‘유리아나’ 님이 왜 결 혼을 하지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 맞아.”
“궁금하면 그냥 네가 물어보면 되 잖아? 탑주가 물어보는데, 당연히 대답해 주시지 않겠어?”
“……혹시 말 못 할 사연이 있으신 거라면,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실례될 수도 있잖아.”
“아아, 너다운 생각이네. 글쎄, 나 도 유리아나 님이랑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아까 봤지? ‘세타 말키리! 탑주님께 그 무슨 무례한 언행이 냐!’ 나를 무지하게 싫어하시거든.”
“왜 싫어하시는데?”
“내가 시건방지다나 뭐라나……. 너한테나, 대제님한테나. 말을 편하
게 하는 모습이 보기 싫으시대. 나 랑은 완전 상극이야. 차갑고, 깐깐하 고, 고지식하고. 어휴.”
나는, 오요타 최고위원이신 유리아 나 님과는 몇 마디 나눠보지 못했 다.
언제나 사무적인 태도, 냉기가 뚝 뚝 떨어지는 목소리 때문에 쾌활하 고 밝은 성격은 아닐 것이라 예상했 지만…….
어쩌면 이번일, 생각보다 더 힘들 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제이 슨이 입을 열었다.
“어지간한 여자들은 내 안목을 절 대 피해갈 수가 없어. 잘 들어, 연 애 고수인 내가 설명해 줄 테니까.”
“……연애 고수라는 말부터 신빙성 이 떨어지지만, 어디 들어나 보자.”
“유리아나 최고위원님, 딱 봐도 결 혼을 못 하신 게 아니라 일부러 안 하신 거야.”
“응? 뭘 보고 그렇게 확신하는데?”
“예쁘시잖아. 멋있으시고.”
아, 그러세요.
나는 더 들을 것도 없다는 생각에,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제이슨이 답답하다는 듯 혀 를 차며 말했다.
“단순한 외모를 말하는 게 아니라, 관 리를 말하는 거라고 관리. 너희들, 아 까 유리아나 님 손톱 본 사람 있냐?”
“•…“손톱?”
“쯧쯧. 너희가 그래서 하수라는 거 야. 단정한 손톱 정리에 화려한 귀 걸이. 벨트 하나마저도 밸런스를 갖 춘 패션 센스. 도저히 40대 중반이 라고는 보이지 않을 완벽한 몸매 관
리까지. 결혼이나 남자에 관심 없는 여자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우리 엄마보다 젊어 보인다니까? 내 가 봤을 때는, 적당한 남자가 다가 와 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 해.”
“오오.”
듣고 보니 꽤 그럴듯한걸.
내가 관심을 보이자, 세타 말키리 가 말도 안 된다는 듯 받아쳤다.
“그럼, 마탑의 탑주가 에스페라나 자를 들리는데 잠옷 차림으로 나갈 까?”
“음, 그것도 그렇네.”
“내가 아는 유리아나 님은, 히스테 릭한 성격 때문에 절대 연애 한 번 못 해봤게 분명하다고. 매일 신경질 로 속을 박박 긁고, 시종일관 잔소 리만 해대는 그 괴팍한 성격을 어떤 남자가 받아주냐?”
“아냐, 너는 여자를 잘 몰라서 그 래. 여자에 관한 내 안목은 절대 틀 리지 않는다고.”
“제이슨, 너야말로 근거 없는 추측 하지 말라고. 유리아나 님을 오늘 처음 본 주제에.”
“여러 번 보면 뭐하냐? 단 한 번 도 제대로 관찰해 본 적도 없으면
서. 눈은 뒀다 뭐 하는지 몰라.”
“이 자식이? 뭐, 한번 해보자는 거 야?”
“뭐, 뭐! 옛날 버릇 못 고치고 주 먹부터 올라오네?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고 하더니 그 말이 딱 맞다니……
“너,일루 와. 한 대 맞자.”
“세상 사람들! 여기 좀 보세요! 이 깡패 같은 마법사 놈이 사람 팹니 다! 우아악!”
히스테릭한 성격 때문에 결혼을 못 했을 것이라는 세타 말키리.
결혼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
이라는 제이슨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나는 그 가운데서, 얌전히 맥주잔 을 홀짝였다.
도저히 결판나지 않을 것 같은 분 위긴걸.
“우아아아악! 너 진짜 때렸어!”
“그럼 가짜로 때리냐? 일루와. 좋 은 말로 할 때.”
덥석!
나는 괴성을 지르며 소란을 떠는 제이슨과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
는 세타의 뒷덜미를 붙잡고 조용히 자리에 앉혔다.
“소란 떨지 말고 조용히 앉아 있 어. 어휴, 너희들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루인! 네 생각은 어때?”
“맞아, 네 의견을 말해봐. 너도 나 랑 똑같이 생각하지?”
내 의견?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몰라. 우리끼리 여기서 백날 떠들 어 봐야 정답이 나오겠냐. 아무래도 유리아나 님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이 낫겠어.”
그러자, 세타와 제이슨 모두 황당 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 자식, 이거 완전 답정너네?”
“그럴 거면 왜 물어봤냐?”
음, 그러게.
미안.
* * *
“오요타는, 특별한 문제는 없군요.”
“네. 문제가 있다면, 마도 공학 후
발주자로서 턱없이 부족한 인력난이 지만. 이런 부분들은 저희 오요타가 짊어져야 할 몫입니다. 하지만, 부족 한 인력에 대한 금전적인 차별대우
“네. 그런 부분에 대한 차별 대우 는 결코 없을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탑주님.”
시찰은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간단하게 끝났다.
오요타는 마법의 불모지나 다름없 어 확인할 부분이 적은 이유도 있지 만, 유리아나 님의 일 처리가 무척 깔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차가운 성격에 사무적인 태도, 깔 끔한 일 처리까지.
마치, ‘내가 남자 따위에 관심 가 질 것 같아?’라는 분위기를 풀풀 풍 기고 계신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사랑보다는 일과 결혼하 신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옆에 없어도 ‘완벽한 여성’처 럼 보였지만, 묘하게 외로워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일까.
그래.
저 완벽함이, 오히려 그녀를 불완 전하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혹시, 더 하실 말씀이라도 있 으십니까?”
코를 찌르는 독한 향수, 척 보기에 도 비싸 보이는 의상,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을 만큼 화려한 액세서리들.
이 모든 것들이, 스스로 초라하게 느끼지 않도록 꾸며낸 가면처럼 느 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느끼고 싶은 걸지 도 모르겠지만.
“저, 유리아나 위원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개인적인 질문 하나만 해 도 괜찮을까요?”
“말씀하십시오, 탑주님.”
나는 최대한 해맑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혹시, 소개팅하실 생각 없으세 요?”
아, 너무 직접적이었나.
순간, 유리아나 위원의 눈매가 가 늘어지며 주변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긴, ‘소개팅’이라는 단어가 탑주 의 입에서 나올 말과는 상당히 거리 가 멀긴 하지.
그랬기에 그녀는, 내 질문의 의도
자체를 곡해하고 있었다.
“농담이셨습니까? 농담이셨다면,
웃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뇨, 농담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진심입니다.”
“혹시 이번 시찰에서 불만 있으셨 던 부분이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말씀해주십시오. 시정 하겠습니다. 다만, 업무 외적인 부분들로 제게 무안을 주시려는 생각이셨다면……
“불편하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는 단지, 제게는 그 누구와도 바 꿀수 없는 소중한 분이 계시는 데……. 일이 너무 바쁘셨는지, 장가
를 못 가셨거든요. 하하……. 위원님 의 미모가 상당히 아름다우시기도 하고. 어쩌면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 다는 생각이 들어서……
“불편하셨다면 다시 한번 더 사과 드리겠습니다.”
“••••••아, 네.”
내가 꾸벅 고개를 숙이자, 유리아 나 위원은 얼떨결에 덩달아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녀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운 듯 보 였다.
“정말, 단순히 소개팅을 해주시려
는 생각이셨습니까? 탑주의 명령도 아니고, 저의 충성심을 시험하기 위 한 테스트도 아니고. 아무런 저의 없는 단순 소개팅?”
“네. 전혀 그런 의도가 없습니다. 그러니, 너무 심려치 않으셔도 됩니 다.”
“저는 단지……. 가을이잖아요, 사 랑을 실어온다는 가을. 아하하…….
그럼.”
내가 등을 돌리고 나가려고 하자, 유리아나 위원님이 나를 붙잡으셨다.
“자, 잠시만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싸늘하던 분 위기가 봄날의 날씨처럼 따뜻하게 풀어졌다.
유리아나 최고위원님의 볼에는, 아 주 약간의 핑크빛 홍조가 피어올라 있었고.
뭐가 그렇게 쑥스러우신 건지, 몸 을 베베 꼬기도 하셨다.
“……소개팅. 너무 오랜만에 듣는 단어네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얼음을 풀풀 풍기던 그녀가 맞는지 도무지 분간 이 안 될 정도다.
“그 누구도 제게 ‘소개팅’을 권한
사람이 없었어요. 차가운 저의 태도 때문인지, 아니면 제가 가지고 있는 권력의 무게 때문인지. 그 누구도 먼저 관심을 보인 사람도 없었지요. 그래서, 저 스스로 포기하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아, 이번 생에 남 자는 글렀구나.”
그녀는, 이 순간만큼은 첫사랑을 기다려온 10대 소녀 같은 얼굴로 변했다.
“그분은 어떤 분이신가요?”
“……에, 네?”
“저의 소개팅 상대분이요. 마법사
이신가요? 아니면, 평범한 분이신가 요?”
“그게•…”
“나이는요? 저보다 연상이신가요? 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연하만 고 집하는 그런 여자는 아니니, 부담 없이 말씀해주세요.”
“아하하, 네. 연상이신데요……
“아, 오빠시구나.”
뭐야.
사람이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거야?
“그분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 싶어
요. 차, 드시겠어요?”
“흠흠, 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났다.
이런 소녀 같은 모습이, 의외로 이 질적이지 않고 참으로 잘 어울린다 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알았다.
이게 본 모습이었구나.
45년 인생을 ‘마법사’로만 살아오 던 그녀는, 처음으로 한 명의 ‘소녀’ 가 되었다.
마탑의 최고위원도 아니고, 오요타
를 대표하는 마법사도 아니다.
명예도, 품위도, 쥐고 있던 권력도 잠시 내려놓은 그녀는.
지금, 유리아나 실크린.
새로운 만남에 설레하는 한 명의 여자일 뿐이다.
거봐요, 느낌이 좋다고 했죠?
아무래도, 아이린에게 다른 사람은 찾을 필요 없다고 말해둬야겠는걸.
♦ ♦ ♦
아르델.
새벽 훈련을 끝내고, 아침 식사를 하던 아르델의 기사단장.
볼바르 페튼은, 자신에게 다가온 마탑의 마법사를 향해 물었다.
“제게, 온 소식이라고 하셨습니 까?”
“네. 탑주님께서 급하게 전하라 하 셨습니다.”
“도련님이……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루인 아르델에게서 긴급하게 연락 이 오는 경우는, 보통 큰 위험이 닥
쳤을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볼바르 페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 나며 소리쳤다.
“전투 준비!”
그러자, 마법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아, 그, 그런 게 아닙니다.”
“••••••응?”
마법사는 볼바르 페튼에게 쪽지 하 나를 건네주었고, 쪽지를 확인한 볼 바르 페튼의 양 볼이 빨갛게 달아올 랐다.
그런 그에게, 한슨이 달려왔다.
“단장님! 전투 준비 모두 마쳤습니다!”
“흠흠, 미안하군. 다시 식사들 하 지.”
“••••••네?”
“나는 일이 있어서, 잠시 어디 좀 다녀오마.”
“아, 네.”
홍조를 띤 볼바르 페튼이 소중하게 감싼 쪽지.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세수, 면도, 그리고……. 꽃다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