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21)
올 힘 마법사 221화
콰직!
나는, 마지막 남은 마족의 목을 그 대로 비틀어 버렸다.
6급 마족, 삼백 마리.
기사의 경지로 비교해 보자면, 모 두가 4성 이상의 실력자들이었다.
일반 병사들의 수준이 아니라, 하 나하나가 정예라는 의미였고.
개중에 간혹 6성, 혹은 7성의 실력 자들이 섞여 있었으니, 혼자서 일개
기사단과 싸운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스트랑의 도움도 있었지 만…….
“이 징글징글한 자식들……. 목이 잘리고도 움직이잖아? 으으읏, 소름.”
스트랑은 의외로, 마족을 징그러워 했다.
한바탕 시원하게 싸웠기 때문일까.
나는 마족을 보고 느꼈던 ‘낯선 공 포’로부터 조금 해방된 상태였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과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고 해서, 저 녀석들
이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녀석들은 팔이 뜯겨나가고, 목이 뜯겨나가는 즉사에 가까운 고통 속 에서도 살아났다.
붉은 피 대신, 녹색 피를 쏟아내었 고.
시체를 남기는 대신, 마영석 만을 남긴 채 육신은 소멸했다.
저들은 인간이 아니다.
악마다.
“이 마영석들은 어떻게 할까?”
“모두 부숴 버리자. 그게 좋겠어.”
마족이 죽으면, 마영석을 남긴다.
마족의 영혼을 담은 이 돌은, 마검 제작에 쓰이는 핵심 재료이기도 하 지만.
인간을 마인으로 오염시키는 위험 한 물질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나는, 이 마영석들을 하 나하나 밟아 부서뜨리는 것을 택했 다.
“탑주님!”
한참 마영석들을 부수고 있던 그 때, 마탑을 확인하러 갔던 길고양이 씨가 내게 달려왔다.
“탑주님! 괜찮으십니까?”
“네, 저는 괜찮습니다. 그보다 탑 상황은 어떻습니까?”
“……피해가 적지는 않지만, 우선 멀린 최고위원은 무사합니다.”
“다행이군요.”
“올라가 보시겠습니까?”
마탑 안으로 들어가니, 마법사들은 탑에 붙은 화재를 진압하느라 정신 이 없었고.
최고위원인 멀린 위원은, 체내에 쌓아둔 마나를 모두 소진했는지 기 진맥진한 얼굴로 쓰러져 있었다.
타, 탑주님.”
멀린 위원은 나를 보자마자 자리에 서 일어나려 했지만, 내가 그를 만 류했다.
“일어나실 필요 없습니다. 앉아 계 십 시오.”
“……죄송합니다. 메텔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탑주님을 뵐 면목이 없 습니다.”
마탑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인, 수 호.
그는 메텔을 수호하지 못했다고 자 책했지만, 그가 이 책임을 결코 회 피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다.
“그보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내 질문에 멀린 위원의 눈빛이 변 했다.
그 눈빛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치 가 떨리는 분노에 가까웠다.
“네. 저기…… 붉은 기둥이 보이십 니까.”
멀린 위원이 창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검은 구름을 꿰뚫고 지 상까지 뻗어있는 거대한 붉은 기둥 이 있었다.
마나 열차에서 보았던, 바로 그 기 등이다.
“저 붉은 기둥은, 갑작스럽게 나타 났습니다. 그리고, 저 기등에서 수천 마리의 마족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방금 수천이라고 하셨습니 까?”
“네. 밖에 있던 녀석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녀석들은 메텔의 모조리 불태우기 위해 남아 있던 일개 소대 일 뿐입니다. 본대는 따로 있습니 다.”
삼백이 아니라, 수천…….
바람처럼 나타난 마족의 군대들은, 순식간에 메텔을 짓밟고 또 다른 전 장을 찾으러 이동하고 있다.
“본대는 지금 어디로 갔습니까?”
“메텔의 정예 땜장이들은 모두 죽 이고,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군수품 들을 모조리 빼앗은 다음 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여기서 동쪽이라면……
“팔테온입니다.”
창공의 팔테온.
대륙에서 가장 넓은 농경지를 보유 하고 있어, 대륙의 곡창이라 불린다.
녀석들의 목적은, 식량인 걸까?
그렇다면, 대대적인 전쟁을 준비하
는 건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탑주 시찰을 진행할 수 없음은 당 연하고, 아무래도 팔테온으로 이동 해야 할 것 같았다.
“길고양이 씨, 우선 팔테온 마법사 의 탑에 이 사실을 알려주십시오.”
“연락은 이미 제가 취해 두었습니 다. 지금쯤, 모든 마탑에 보고가 들 어갔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멀린 위원님.”
“아닙니다. 그저, 면목이 없을 뿐입 니다. 만약 탑주님께서 메텔을 방문 하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어찌 되었
을지
나는 눈물을 흘리는 멀린 위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지금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
“길고양이 씨, 지금 바로 팔테온으 로 이동하죠.”
“어, 저……
그때, 길고양이 씨가 통신 수정구 를 확인하더니 뜨악한 목소리로 말 했다.
“탑주님. 아무래도 저희는 아르델 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델요? 왜죠?”
“네. 그게……. 테론 아르테미스가 현재 아르델에 있다고 합니다.”
“……누구요?”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다.
마족의 등장과 동시에 어스름하게 떠올렸던 ‘그 이름’…….
어쩌면, 마족의 본대와 함께 팔테 온으로 향하고 있지는 않을까 예상 했던 그 이름이…….
왜 아르델에 있단 말인가?
잠시 사고가 멈춘 듯 말이 튀어나 오지 않자, 길고양이 씨가 황급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아르델은 무탈합니다. 숨은 저의 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싸울 의 지는 없어 보인다고 합니다. 다만, 탑주님과 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염왕이 나와의 대화를 원한다고?
“……지금 바로 가죠.”
그렇다면, 대화를 할 것이다.
* ♦ ♦
볼바르 페튼.
그는, 인생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설렘, 두근거림, 환희…….
다시는 느껴보지 못할 것이라 여겼 던, 낯설면서도 신기한 감정들에 심 장은 계속해서 요동쳤다.
적군을 베어낼 때도, 강한 난적을 상대할 때도 이렇게까지 떨어본 적 이 있던가.
그의 모든 신경은 눈앞의 그녀에게 로 향해 있었다.
유리아나, 그 이름은 천사였다.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이 데이트를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 던가.
세상은 그의 첫 번째 데이트를 가 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다, 단장님!”
자신의 이름을 다급하게 부르며 달 려오는 한슨을 보고 처음 든 생각 은, ‘위기’였다.
식사 당번의 저녁 배식이 서툴러 음식이 부족해도…….
훈련 중에 누군가가 부상을 당했다 고 할지라도…….
오늘, 어떤 긴급한 일이 생겨도 자 신을 찾지 않았을 한슨이 이렇게 나 타났다는 것은, 아르델에 심각한 위 기가 닥쳤다는 것을 의미했고.
볼바르의 손이 습관적으로 허리춤 으로 향했다.
하지만…….
‘•…”없다.’
평생을 차고 다니던, 검이 없다.
그제야 자신의 복장이 ‘데이트 복 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볼바르
의 얼굴이 구겨졌다.
제기랄, 하필 이런 날.
볼바르의 안색이 심상치 않게 변하 자, 유리아나가 물었다.
“……무슨 일 있나요?”
“네, 아무래도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볼바르 페튼의 감은 정확했다.
한슨이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서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헤, 헥! 헥! 다, 단장님! 큰일 났 습니다! 염왕! 염왕이 아르델에 왔 습니다.”
염왕 테론 아르테미스.
그 이름에, 볼바르와 유리아나 두 사람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데이트는 다음에 해야 할 것 같군요.”
* * ♦
볼바르 페튼은 심장이 터져라, 앞 으로 내달렸다.
염왕, 테론 아르테미스.
무려 8클래스 마법사다.
거기다, 마인(魔人)임이 확실시되 었으니 얼마나 강할지는 추정이 안 될 정도다.
자신이 싸운다고 이길 것이라는 확 신은 없었지만…….
루인 아르델이 자리를 비웠으니, 자신이 그 빈자리를 반드시 채워야 만 했다.
하지만 이런 불안감에 비해, 아르 델은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작은 폭발음 하나 들려오지 않았으 며, 오히려 평소보다 더 적막했다.
이는, 염왕이 있다는 ‘주점 늦봄 바람’ 앞에 도착했을 때도 마찬가지 였다.
소집된 아르델 기사단 전원이, 주 점 입구를 봉쇄한 채로 둘러싸고만 있을 뿐.
염왕은 보이지 않았다.
“염왕은 어디 있지?”
“저, 저기! 저기! 주점 안에 있습 니다.”
“주점 안‘?”
“그, 그게……. 술을 마시고 있습니 다.”
술을 마신다고?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볼바르 페튼이 창을 고쳐 쥐며 발 걸음을 옮겼다.
삐그덕.
주점 안으로 들어서자, 정면에는 염왕이 덩그러니 앉아 있었고, 그 주변으로 6성급 정예 기사 셋이 검 을 겨눈 채 염왕을 주시하고 있었 다.
하지만 정작 염왕은, 이런 기사들 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술을 홀짝일 뿐이었다.
“단장님, 오셨습니까.”
“••••••그래.”
볼바르 페튼은, 그런 기사들 사이 를 지나쳐 염왕 테론 측면에 서서 물었다.
“염왕 테론 아르테미스. 마인인 그 대가 아르델에는 왜 왔소?”
“……자네는 누구인가?”
“아르델의 기사단장, 볼바르 페튼 이라 하오.”
“그렇군. 자네가 저들의 대장인 모 양이야. 그렇다면, 뒤에 있는 저 녀 석들에게 들고 있는 이쑤시개 좀 치
워 달라고 말해주게. 술을 마시는데 자꾸만 뒤통수가 따가워서 말이야.”
6성 기사 셋의 검을 이쑤시개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 다.
“허, 헉!”
“내 검이……
기사들이 들고 있던 검이 순식간에 쪼그라들며, 정말 ‘이쑤시개’로 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본 볼바르 페튼이 고개 를 끄덕이며 기사들을 자리에서 물 렸다.
“나가 있거라.”
염왕이 마음만 먹었다면, 부하들을 얼마든지 죽일 수도 있었을 터.
어차피 이들은 염왕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기사들이 주점을 빠져나가고 단둘 이 남게 되자, 염왕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대화가 좀 통하는 친구가 나타났군. 역시 대장이랑 이야기해 야 해. 안 그런가?”
“그러고 보니, 우리는 구면이던가? 낯이 좀 익은데……
“일전에 소드 그랑프리가 열렸던 알테인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은 있 을 것이오.”
“아, 루인과 함께 체스판에서 싸우 던 그 나이트로군. 이제야 기억났 어.”
“내 질문에 대답하시오. 아르델을 찾아온 목적이 무엇이오?”
“전해 들어서 알고 있지 않나. 나 는 그저, 루인 아르델을 만나 대화 를 나누고 싶을 뿐이네.”
“대화?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오?”
“믿지 않겠다면 어쩌겠는가? 나와 싸워보겠는가‘?”
“대화가 좀 통하는 상대인 줄 알았 더니, 이번에도 순 맹탕이로군. 내 술 상대를 해줄 요량이 아니라면, 물 러가게. 죽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염왕은 그 어떤 살기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술잔을 비워내며 지나가는 목소리로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가 입에 담은 ‘죽이겠 다’는 말에는, 무서우리만큼 강한 힘이 담겨있었다.
저건, 진심이다.
이 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주점 근 방에 있던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죽 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죽이지 않았다.
‘……정말 싸울 생각이 없는 것인 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볼바르 페튼 은, 조용히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술 상대는 못 해주겠지만, 말 상 대는 해 드리리다.”
“……역시 대장이라 말이 통하는구 먼. 자, 한 잔 받으시게.”
“근무 중이라.”
“재미없는 사람이로군.”
“술잔을 나누게 되면, 감정이 생기 게 되니까. 언젠가 당신의 목을 쳐 야 할지도 모르는데, 괜한 감정이 생겨서는 안 되지 않겠소.”
“끌끌, 의외로 재미있는 사람이었 던가?”
염왕이 술잔을 비워냈다.
이미 독하기로 소문난 술 몇 병이 바닥난 상태였지만, 그는 조금의 취 기도 보이지 않았다.
“루인 아르델은 지금 어디 있는 가?”
“오시는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소.”
“……그렇군.”
벌컥!
그때 주점의 문이 벌컥 열리며 사 람 셋의 인영이 드리웠다.
염왕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도 이 들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맞혔다.
“……오랜만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