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24)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1화
Ep 1. 우리 집에는 귀신이 산다(1)
“저도 이제 다 컸다고요.”
“껄껄! 그렇군요. 도련님께서도 내 년이면 벌써 열 살이시니, 다 컸다 는 그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벌 써 제가 필요 없어지셨다는 의미라 면, 조금 서운한걸요.”
“왜 서운하신데요?”
“저는 1분이라도 더 도련님 곁에 있고 싶으니까요.”
“그렇다고 화장실까지 따라오실 필 요는……
볼바르 경.
가끔은 아빠보다 더 아빠처럼 느껴 질 만큼, 좋은 분이시지만…….
화장실 정도는 혼자 갈 수 있다고 요.
“으응? 언제는 밤에 혼자 화장실 가는 것이 무섭다고 하셨지 않습니 까? 복도 나무 바닥이 삐걱거리는 게 꼭 귀신이 우는 것 같다고.”
“언제 적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저는 루이나가 아니라고요.”
“벌써 제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이 렇게 늠름하게 자라셨다는 것이 뿌 듯하면서도, 조금은 섭섭하게 느껴 지는군요. 저는 가끔, 도련님이 영원 히 귀여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얼굴로 아장아장 기어 다니실 때, 얼마나 귀여우셨는지 아 십니까?”
아, 그러세요.
그냥 저를 놀리고 싶으신 거잖아 요!
“어쨌든, 화장실은 저 혼자 다닐 수 있어요. 그러니까 밖에서 기다려 주시 겠어요?”
“흐웅•…”
내 말에 볼바르 경이 입술을 삐죽 거리셨다.
고개를 푹 숙인 채 터덜터덜 밖으 로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 워 보였지만, 나는 그런 볼바르 경 을 불러세우지 않았다.
나도 이제 다 컸다고.
아무리 늦은 밤에도 화장실 정도는 혼자 다닐 수 있다는 말씀!
“윽, 배 아파.”
나는 바지를 내리고, 바닥에 쪼그 려 앉았다.
아무래도 저녁을 너무 많이 먹은 모양이다.
이게 다 볼바르 경 때문이라니까.
이그니트 마법 아카데미에 입학하 기 전까지 키가 5cm는 더 자라야 한다느니, 성장기에는 밥을 든든하 게 먹어서 근력을 키워야 한다느 니…….
내 저녁 식사량을 강제로 두 배로 늘리셨다.
덕분에 화장실에서 지내는 시간도 두 배로 길어져 버렸는걸.
그래도, 그게 볼바르 경 탓은 아니 지.
나는 시무룩해 하시던 볼바르 경의 얼굴이 떠올라 조용히 그를 불렀다.
“볼바르 경. 제가 경을 싫어해서 한 이야기는 아닌 거 아시죠?”
그런데, 아무런 대답이 없다.
뭐지, 나 혼자 화장실 갈 수 있다 고 해서 삐지신 건가?
설마 화나서 혼자 가버리신 건 아 니겠지?
“저기, 볼바르 경.”
이번에도 묵묵부답.
들려오는 것이라곤, 휘이이잉-.
차가운 겨울바람이 창가를 두드리 며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뭐야, 정말 가버리신 건가…….
내가 필요 없다고 해서?
으으, 괜히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 걸.
“홍! 그렇다고 누가 겁먹을 줄 알 고? 화장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고!”
덜컹!
“어, 엄마야!”
아,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아 버 릴 뻔했다.
시도 때도 없이 바람에 덜컹거리는 이놈의 문은 왜 자꾸 말썽이람.
나는 휴지통으로 문이 덜컹거리지 않도록 고정시켰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아, 분명 다 컸는데.
왜 휴지를 쥐고 있던 손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는 걸까.
그건, 어렸을 적 아빠에게 전해 들 었던…….
‘분명, 지하에 귀신이 산다고 하셨 었지……
지하실의 귀신이 떠오른 탓이다.
그래.
우리 집 지하에는 귀신이 산다.
지하에는 아르델 가에서 오랫동안 내려온 각종의 골동품과 옛날 책이 쌓여 있는, 일종의 창고가 하나 존
재하는데.
바로, 그 창고에 귀신이 산다고 했 다.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매일 자정 만 되면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고…….
그리고 이 1층 복도 화장실 바로 아래가, 그 ‘귀신’이 나온다는 창고 다.
“으윽•…”:
내 쓸데없이 자세한 상상력을 저주 한다.
본 적도 없는 지하창고 귀신의 얼 굴이 아주 생생하게 떠올라 버렸으
니까.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눈에 힘을 부릅떴다.
어렸을 때나 그런 옛날이야기를 믿 었지.
이제 나는 다 컸다고요.
나는, 허무맹랑한 미신 따위는 맹 신하지 않는 차분하고 냉철한 시야 를 가진 ‘마법사’ 지망생이라고.
그런데, 왜 몸은 따로 노는 걸까.
“저, 저기…… 볼바르 경. 정말 거 기 안 계세요?”
“장난치시는 건 아니죠? 정말 없는 거죠? 나 조금 무서운데……”
손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어서 빨리 뒷마무리를 하고 여기를 나가야…….
그때, 갑자기 불어닥친 바람에 의 해 화장실 문이 탭댄스를 추기 시작 했다.
덜커더더더덩!
“으앗! 보, 볼바르 경! 거기 없어 요? 사, 살려주세요! 귀신이 나를 잡으러 와요! 으, 으아앗!”
“..
풉?
뭐지, 방금 그 비웃는 듯한 웃음소 리는.
아, 당했다.
볼바르 경! 이번에는 진짜 나빴어!
“역시 있었잖아!”
나는 짐짓 화난 얼굴을 하며 화장 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런데.
“•…”응?”
화장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스산한 겨울바람만이 위이이 잉- 울어대고 있었다.
“뭐, 뭐야……
그럼, 방금 그 웃음소리는 누구였 지?
♦ * *
“정말 어젯밤에 화장실에 안 계셨 어요?”
“그럼요.”
“……정말?”
“네. 도련님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에 흐뭇해하면서 곧장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목욕하면서도 도련님 의 그 가상한 용기에 감탄하고는 했 지요.”
아무리 봐도, 볼바르 경이 거짓말 하는 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데.
가끔 장난을 치시기는 하지만, 이 렇게까지 짓궂게 장난치시는 분도 아니고.
“그럼, 그건 누구지……?”
“화장실에 누가 있었습니까?”
“예. 그, 그게…… 실은 제가 어젯 밤에 화장실에서 귀신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요. 창고 귀신이요.”
“……귀신이요?”
“네!”
내 말이 너무 진지해서일까.
볼바르 경은 잠시 멍하니 나를 바 라보시더니, 이윽고 껄껄거리며 웃 으셨다.
“껄껄! 도련님에게 이런 귀여운 구 석이 남아 있으셨을 줄은 몰랐군 요.”
“네?”
“도련님 네 살 무렵에는 귀신이 무 섭다고 엉엉거리시며 제게 안기곤 하셨었지요. 그때는 참 귀여웠는 데……. 오늘도 귀여우십니다.”
“……볼바르 경. 저는 엄청 진지하 다고요.”
“네, 그러시겠지요. 도련님. 세상에 귀신은 없습니다. 그거 전부 영주님 께서 도련님을 놀려주려고 지어내신 이야기니까요. 자식들 놀리는 재미 를 맛보신 영주님께서는, 그 이야기 를 이제 루이나 아가씨께 해드리고 계시지요. 물론, 아가씨께서는 도련 님과 다르게 속지 않으십니다만.”
“네. 아빠가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 도 아는데……. 저는 정말 화장실에 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니까 요‘?”
“실무관 베긴스거나, 바넬리 유모 가 아닐까요?”
“아니에요. 제가 유모의 목소리를 모 를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가, 딱 자정이었다고요. 그 창고 귀신이 나오는 시간이요.”
볼바르 경은, 여전히 나를 믿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세상에 귀신은 없다며 껄껄거리며 웃으셨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도련님? 어디 가십니까?”
“……저를 놀린 사람이 누군지, 확 실하게 밝혀내고야 말겠어요.”
“힘드실 텐데요.”
“문제없어요!”
나, 어젯밤 정말 놀랐다고.
감히 나를 놀리다니.
누군지 확실히 밝혀내고 말겠어.
* * *
도련님, 왜 그런 눈으로 보십
니까‘?”
“실무관님. 저처럼 웃어 보세요.”
“ 예?” ujx «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아, 얼른요! 풉! 이렇게.”
* II ”
■뎌三
“……됐어요.”
아니다.
실무관님 웃음소리도 아니야.
뭐랄까, 조금 더 방정맞고 중성적 인 느낌이라고 할까.
약간의 하이톤도 섞여 있는 듯하면 서, 자세히 떠올리면 중저음도 뒤섞 인…….
혹시, 여자인 걸까?
“유모.”
“네, 도련님. 간식 챙겨드릴까요?”
%.
“..
“이렇게 웃어 볼래요?”
바넬리 유모는, 내 머리를 짚으시 더니 ‘열은 없는데…….’라고 중얼거 리셨다.
나 미치지 않았다고요!
그녀는 아카데미 입학을 앞두고,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기력이 약해 진 거라며 달콤한 사과 파이를 만들 어주겠다고 했다.
사과 파이라니…….
유모 눈에는 내가 언제까지 어린아 이로만 보이는 걸까.
나는 어린아이가 아니라고요.
“ 냠.”
나는 바넬리 유모가 끈질기게(정말 로) 손에 들려준 사과 파이를 들고 저택 곳곳을 돌아다녔다.
목적은 하나.
어젯밤 자정에 화장실에 나타났던 그 의문의 목소리를 찾는 것.
하지만, 수색작업은 시작부터 순탄 하지 못했다.
“도련님. 새로운 탐정 놀이라도 개 발하신 건가요?”
“아니거든요.”
“그럼, 술래잡기?”
경비대 아저씨도, 집사 할아버지도, 서기관님도…….
그리고, 루이나도.
“오빠.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나랑
놀자.”
이렇게 모두가 내 진심을 몰라주었 다.
하지만, 나는 분명 들었다고!
홍, 두고 보라지.
내가 반드시 귀신의 정체를 밝혀내 고, 모두를 놀라게 해줄 테니까.
“으응, 우리 뭐 하고 놀까?”
“숨바꼭질!”
“그래!”
우선, 루이나랑 좀 놀아주고.
* * *
나는 저택을 샅샅이 수색하며 루이 나를 찾아다녔지만, 정말 놓쳐 버리 고 말았다.
으아아, 루이나 이 녀석!
도대체 어디 숨은 거야?
“도련님. 아직 못 찾으셨습니까?”
“네. 생각보다 잘 숨었네요. 이 녀 석,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 건 지……
“아, 루이나 아가씨와 숨바꼭질 중
이셨군요.”
“응‘? 루이나 말씀하신 거 아니에 요?”
“아뇨. 저는, ‘귀신의 정체’를 찾으 셨는지 여쭤본 겁니다.”
“……아, 맞다.”
나 귀신의 정체를 찾아다니고 했었 지.
숨어 있는 루이나를 찾느라, 정작 귀 신의 정체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조금 부끄러운걸.
볼바르 경은 이런 나를 보며 또 한 번 웃어댔다.
“아, 참. 루이나 아가씨를 찾으시는 거라면, 조금 전 밑으로 내려가셨습 니다.”
“ 밑으로요?”
“ 네.”
밑으로 내려갔다고?
내 시선이 복도 끝 계단으로 향했다.
“……하지만, 거긴 지하창고인데 요‘?”
지하창고에는…… 귀신이 나온다고.
내가 더듬거리자, 볼바르 경이 어 깨를 으쓱이며 말씀하셨다.
“루이나 아가씨는, 귀신을 무서워
하지 않으시거든요.”
“네?”
“내년에 여섯 살이 되시지만, ‘세 상에 귀신은 없어!’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시는 분이시니까요.”
“도련님과는 다르게, 루이나 아가 씨는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되어가시 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아직 은 조금 더 아이다운 모습으로 남으 셔도 되는데 말이죠.”
“……가봐야겠어요.”
“응? 지하실을요?”
“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이나도 안 무서워하는데, 오빠인 내가 무서워해서는 안 되지 같은 마 음은 아니었다.
단지, 저 지하실에 정말 실존할지 도 모르는 ‘귀신’으로부터 루이나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뿐이 었다.
아, 쓸데없는 이 상상력.
상상 속에서는 벌써, 루이나가 귀 신의 손에 붙잡혀 나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내가 성큼성큼 계단 쪽으로 다가가
자, 볼바르 경께서는 입꼬리를 희미 하게 올리셨다.
“후..”
위에서 내려다본 계단 아래는, 무 척이나 어둡고 두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저 아래에 루이나가 있다고.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볼바르 경에 게 물었다.
“……혹시, 지금 바쁘신가요?”
볼바르 경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고 개를 끄덕였다.
“네. 바쁩니다.”
바쁘긴 무슨!
매일 낚싯대만 잡으면서!
“같이 가드릴까요? 도련님께서 정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시간을 낼 수 는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볼바르 경이 함께 가 주겠다는 말에는 내가 고개를 저었 다.
“……아뇨. 저 혼자 갈게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이 ‘두려움’이라는 문턱을 나 스스로 넘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부여 잡고, 계단 아래로 향했다.
루이나, 기다려.
오빠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