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iest Melee Magician RAW novel - Chapter (226)
올 힘 마법사 1부 외전 003화
Ep 2. 세계파괴자(1)
용족(龍族)에게 마나는 공기이자, 마법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향유하 는 삶이다.
일상, 당연함, 필수불가결한…….
그 어떤 수식어로도 표현하기 힘든 삶, 그 자체.
블랙드래곤 드라카는, 삶 전체가 짓밟힌 채 태어난 이질적인 존재였 다.
“들었어? 드라카는 마법을 못 쓴다 고 하더군.”
“드래곤이 마법을 다루지 못하다 니, 이런 해괴망측한 일이……
“썩 꺼져 버려! 이 돌연변이 괴물 아! 너는 우리 일족의 수치니까!”
시력을 잃고 태어난 인간.
한쪽 다리가 없는 짐승.
지능이 퇴화한 몬스터는 있지
만…….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드래곤은 존 재하지 않는다.
아니,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마법이란, 절대 대체할 수 없는 용 들의 ‘본질’이었고.
용이란, 그 어떤 존재들보다 완벽 한 존재여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완벽이란 도자기에, 드 라카라는 흠집이 생겼다.
“로드님! 드라카를 추방해야 합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드래곤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맞습니다! 저 녀석은, 절대 우리 와 같은 땅에서 살 수 없습니다!”
용의 땅, 고니아스.
그곳에, 드라카의 편은 없었다.
오직, 돌연변이로 태어난 드라카를 향한 맹목적인 비난뿐이었고, 그를 고니아스에서 영원토록 추방해야 한 다는 의견만이 분분했다.
의회의 최종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블랙드래곤, 드라카고니아.”
“추방이다.”
추방.
이제 막 헤츨링 티를 벗은, 어린 용에게 주어진 너무나도 차가운 시 련.
그는 용으로 태어났지만, 용들의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버려진 운명이었고…….
그렇게, 다른 세계로 버려졌다.
“인간계……
하위 몬스터인 ‘오우거’가 포식자 로서 지배하는 땅이었고, 인간이라 는 종족이 존재했다.
인간.
아직은 문명과 역사가 태동하지 못 한 채, 원시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 고 있는 소수 종족.
이 세계에서, 용(龍)은 드라카가 유일했다.
생판 다른 세계에 떨어져 버린 드 라카는, 이 현실을 부정하듯 서글프 게 웃었다.
‘너는 앞으로 영원토록 고니아스로 돌아올 수 없다.’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추방’ 정도는 드라카가 견딜 수 있는 범위 였다.
고니아스에서의 기억은, 온통 견디
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으니까.
그래.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해도 좋 았다.
다시는 고니아스를 돌아보지 않아 도 좋았다.
자신의 추방을 결정한 의회의 드래 곤들을 영원토록 저주하며, 인간계 에서 물 흐르듯 지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딱 하나만큼은 미치도록 견디기가 힘들었다.
추방당한 사실보다 더 가슴을 깊게 후벼 파는 것.
그것은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합니 까.”
마치, 자신을 괴물 보듯 바라보던 ‘부모’의 시선이었다.
자신과 같은 핏줄이라는 것을 혐오 하던 그 눈빛.
자신들이 낳고 길렀던 괴물의 존재 를 부정하려던 그 말들.
가장 먼저 앞장서서 추방에 동의하 고,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들 의 뒷모습.
그게, 드라카를 미칠 듯이 아프게
했다.
“나는 누구를 원망해야 합니까!”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 이 아닌데…….
지켜주지는 못할망정, 왜 당신들이 그런 눈빛을 보내는데…….
그는, 혼자였다.
그를 대변하려는 가족도.
그를 이해하려는 친구도.
아무것도 없었다.
드라카는, 그렇게 버려졌다.
* * *
드라카에게 ‘관계’라는 것이 생긴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을 때였다.
“뭐야. 이 자식, 드래곤이잖아?”
“드래곤이 왜 여기 있냐?”
수상한 녀석이 등장했다.
검은 로브를 걸치고 해괴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 수상한 녀석은, 생긴 외형은 분명 인간이었지만, 여
타 원시인들과는 분위기 자체가 완 전히 달랐다.
미개한 인간이라기보다는, 인간형 으로 변신한 다른 존재로 보였다.
무엇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특별 히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인간형으로 폴리모프 하고 있던 자신의 정체를 한 눈에 알아차렸다는 것이다.
드라카는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물 었다.
“……너는 누구지?”
그러자, 가면을 쓰고 있던 수상한 남자는, 아주 가볍게 대꾸했다.
“나? 내 이름은 쥬토. 신이지.”
무척이나 심드렁한 자기소개다.
분명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하였 는데, 이 ‘신’이라는 단어를 낚시꾼 이나 사냥꾼으로 바꿔도 전혀 이상 하지 않을 그런 심심한 자기소개.
하지만, 드라카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뭐야, 믿어주는 거야? 이렇게 쉽 게? 너 그렇게 사람 말 쉽게 믿다 가는 사기당하는 수가 있다?”
“네가 신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게
더 이상했을 테니까.”
이 땅에서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리 는 존재는 없다.
왜?
드래곤이 존재한 역사가 없는 세계 니까.
“아아, 그렇구나. 듣고 보니 네 말 이 맞네. 이 자식, 보기보다 예리하 잖아?”
자신을 ‘쥬토’라고 밝힌 남자가 드 라카의 옆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드래곤이 여기서 뭐하냐? 유사 용은 있어도, 진짜 용족은 없 는 세계인데.”
그래, 뭘 하는 것일까.
자신도 모르겠다.
영생에 가까운 삶을 약속받은 용족 이지만, 그 시간을 참으로 허무하게 쓰고 있다.
드라카는 인간계로 추방당한 뒤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먹지도, 자지도, 웃지도,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지도 않았다.
있는 듯, 없는 듯..
그냥 바람처럼, 발길이 이끄는 대 로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녔을 뿐이
다.
쥬토는, 이런 드라카의 표정만으로 그가 살아온 세월을 짐작해냈다.
“추방당했군.”
“별 하나가 빛을 잃었어. 200살도 되지 않은 헤츨링 주제에 세상 다 산 표정으로 멍청하게 있는 것을 보 니, 너 쫓겨났지? 그렇지?”
“그 입 좀……
태생부터 혼자였던 드라카는, 말수 가 적었다.
그렇기에 쉴새 없이 떠들어대는 이
녀석의 입을 닫게 만들고 싶었지만.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 녀석은, 신이니까.
“왜 쫓겨났냐? 아니면, 가출?”
“……꼭 말해야 하나?”
“너 친구 없지?”
“딱 보니까, 친구 없게 생겼네. 어 이, 용 꼬맹아. 질문에는 대답을 하 는 것이 ‘대화’라는 거야. 대화를 통 해 서로를 알아가고, 상대방을 이해 하는 것을 ‘소통’이라고 하고. 이 대 화와 소통이 기본이 되어야 친구도
사귀는 거야. 알겠냐?”
“친구 따위 필요 없다.”
“다시 물을게. 너 왜 쫓겨났냐?”
드라카는 고민했다.
자신이 쫓겨난 이유, 이에 대해 수 천, 수만 번을 더 고민했지만…….
만족스러운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킬 필요는 없 다.
아주 간단한 대답이 있지 않은가.
“괴물이니까.”
“ 으응 2”
“나는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괴물 이니까. 그게 전부다.”
“폴리모프는 하는 것으로 봐서 아 주 못 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아아, 방출 장애?”
“용족, 실제로는 깨지기 쉬운 불완 전한 종족이면서, 완전하다고 우기 는 녀석들이잖아. 그런 녀석들 눈에 는 네가 미완성품일 테니……. 쫓겨 날 만도 했네.”
쫓겨날 만도 하다.
드라카는, 자신의 아픔을 무척이나 쉽게 뱉어버리는 쥬토가 싫었다.
하지만 상대는 신.
어찌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기 에, 먼저 자리를 뜨는 것을 택했다.
“응? 이봐! 드래곤! 너 어디 가 냐?”
“……쫓아오지 마라.”
“왜? 나는 너랑 친구 하고 싶은 데‘?”
“나는 혼자가 좋다.”
“아니, 세상에 그런 녀석은 없어. 단지, 함께해본 적이 없어서 그 기
쁨을 모를 뿐이지.”
“내가 친구 해줄게. 실은, 나도 친 구가 없거든.”
“그래, 친구 없어 보인다.”
“자식, 농담도 제법 할 줄 아는 녀 석이잖아?”
“농담 아니다.”
“나, 조금 상처받았는걸.”
“그러거나 말 거나, 나와는 상관없 는 일이다.”
“이런 매정한 자식. 근데 너 배 안 고프냐? 우리 어디 가서 달콤한 코
코넛 주스라도 한잔할까?”
“신도 배가 고픈가?”
“그래, 바로 그거야. 모든 대화는 그런 사소한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거라고.”
“……관두지.”
“배가 고픈 건 아니고, 뭐랄까……. 그냥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재미없잖 아. 일종의 구색 맞추기라고나 할 까?”
한참을 걷던 드라카가 멈춰 섰다.
그리고는, 꽤 사나운 눈으로 쥬토 를 향해 말했다.
“신.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그래, 그렇게 질문하는 습관은 좋 은 거라고.”
“대답해라. 왜 나를 따라다니는 거 지? 왜 자꾸 나를 귀찮게 하는 거 냐?”
“으음, 귀찮았다면 미안.”
“ 대답해라!”
드라카가 진지하게 나오자, 매사 장난스럽게 대하던 쥬토의 반응도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쥬토는, 쓰고 있던 해괴한 모양의 가면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짙은 흑발에 상당한 미남 형 얼굴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는 무표정한 눈으로 드라카를 바 라보며 말했다.
“내가 머저리를 보면 못 참는 성격 이라 말이야.”
“••••••뭐?”
“부모에게 버림받고, 동족에게 추 방당하고……. 그래서 수십 년간 이 렇게 외톨이처럼 지내고 나면, 뭐가 남지?”
“네가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떠드 는가?”
“알아. 나는 너 같은 녀석들을 많 이 봐왔거든. 실의에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 결국, 주 저앉아 버리지. 그들의 결과는 매번 똑같아. 스스로를 파괴해 버리거든.”
“그러거나 말거나, 너랑 무슨 상관 이냐?”
“분하지도 않아? 네 그 축복과도 같은 영생이 불쌍하지도 않아? 평생 을 그렇게 허우적거리고만 있을 거 야?”
“그럼 어쩌란 말이냐!”
처음으로, 드라카의 입에서 성난 노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분명 성난 표정이었지만, 눈 으로는 울고 있었다.
“나는 반쪽짜리 용이다! 마법을 방 출하지 못하는 용이란 말이다! 동족 들에게 버림받고! 나를 잉태했을 부 모에게 외면당했다!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뭐 있다는 말이냐!”
드라카의 삶은, 저주받았다.
그는 그 저주를 벗어나려 하지 않 고, 이겨내려 하지 않았다.
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살아왔다.
해결법이란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수 있단 말인가?
수십 년을 고민했고, 드라카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쥬토는 그 해답을 알고 있 었다.
“그래서 네가 머저리라는 거야. 나 는 머저리를 보면 그냥 못 지나가거 드 ”
“••••••뭐?”
“네 저주받은 삶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 근데 왜 항상 당하는 것이 너여야만 하지? 왜 슬퍼하는 사람은 너여야만 해? 왜 실의에 빠져 주저 앉아 있는 쪽이 너여야만 하냐고.”
“나는 약자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무언갈 하려는 노력은 해봤고?”
드라카가 입을 꾹 다물었다.
노력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았던 삶,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결코 할 말 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쥬토는 눈을 빛내며 말했 다.
“머저리처럼 당하고만 있지 말고, 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한 방 먹 여주라고.”
“•…”뭐?”
“내가 너에게 기회를 주마.”
쥬토.
복수와 파괴의 신.
그가 드라카에게 손을 뻗었다.
“팔 떨어진다. 얼른 잡아.”